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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

스포르팅 전 후기

라그 2016.09.15 20:30 조회 2,264 추천 10

 모두 연휴 - 명절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전 보름달이 안떠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단은 명장이 될 소질을 여러개 가지고 있지만, 운이 좋기도 좋습니다. 진짜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꼬박꼬박 이겨나가는게 대단해요. 물론 단순한 운이 아니라 전술적 안배가 따라준 결과긴 하지만, 또 반대로 보면 좀 더 잘 했으면 아예 아슬아슬한 상황이 없었을지도 모르니 이것 역시 평가하기 나름이긴 합니다. 

 아직 지단의 성향이 확실히 이렇다 말하기에는 너무 경력이 짧지만, 최소한 현재까지는 지단의 특징 중 하나는 '밸런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 같습니다. 공격 밸런스 수비 밸런스 좌우 밸런스 전후 밸런스까지 극단적으로 밸런스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요. 이게 나쁜건 아닙니다. 선수 역량이 풍부한 우리 팀에서 공격 루트를 여러 갈래로 가져가고 뜬금없는 실점을 막는 정석적인 안배라고 봐도 무방하죠. 하지만 이런 밸런스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이 때론 답답함을 야기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오늘 챔스 우승후보급 팀과 대전한 것이 아닌데 말이죠. 

 지단이 셀타 전 때의 문제점을 크게 인식을 못한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지만, 현재의 전술은 미드필더 간의 스타일 문제 때문에 분업화에 가까운 상황이고 선수 개개의 역량과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나 상대가 잘 짜여진 조직력을 들고 나왔을 때는 각개격파되는 상황이 되어서 자칫 말려버릴 가능성조차 있구요. 오늘은 수비/미들/공격이 세 블록으로 각기 나뉘어버린 상황이 되었죠. 수비와 미들은 각기 분투했지만 공격이 수월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실점하면서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카르바할 - 베일 라인에서 선제골이 터졌다면 수월하게 다득점 승리할 수도 있었을거라 보는데 오히려 중간 시간대에 실점 함에 따라 스포르팅은 최소 무승부정도를 각오하고 라인을 내려버려서 어려운 게임이 되었습니다.

 오늘 전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건 상대가 잘한 점도 있지만 공격진, 특히 벤제마의 실책이 큽니다. 현 전술 하에서는 누가 하나 좀 못해도 영향이 커질 수 밖에 없는데 벤제마가 전방 압박은 아예 생각도 안하고 그렇다고 좌우든 전후든 많이 움직여주며 흔드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원시적인 수준의 스트라이커 움직임을 가져가고, 호날두 역시 움직임을 크게 가져가주지 않았습니다. 사실 호날두를 후방에서 밀어주는 마르셀루의 오버래핑 역시 적었기 때문에 특유의 플레이를 제대로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호날두가 좀 더 이타적으로 내려와서 활발하게 움직인다면 풀타임을 소화하기 어려울테고 그의 골 결정력을 생각한다면 호날두에게 경기력에 대해 큰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벤제마는 다르죠. 호날두가 정적인 움직임으로 홈런 한방을 노리는 장타자이고, 베일은 날카롭게 적시타를 날리는 중심타자라면, 벤제마는 끈임없이 움직이고 공간을 만들고 달려야하는 1번 타자죠. 차라리 벤제마가 압도적인 제공권을 이용해서 크로스라도 받아먹는 스타일이면 괜찮은데 그것도 아닌데... 비슷한 전술을 몇번 구사했던 꾸레와 비교하면 MSN은 (컨디션이 좋다는 가정 하에) 메시와 수아레즈, 네이마르가 끊임없이 움직이며 공간을 창출하고 밀집된 수비를 드리블 돌파로 뚫어냄으로서 다른 두명에게 기회를 많이 줍니다. 오늘 BBC는 그런 측면에서는 최악에 가까웠고, 그 책임은 벤제마의 지분이 제일 크다고 봅니다. 미들이나 사이드에서 지원을 많이 못 받는 상황에서 공격진 개개인이 분산되면 순전 개인능력 만으로 골을 창출해야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죠. 벤제마는 아예 박스에서 자주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요. 벤제마는 사실 후반 끝나고 모라타랑 교체되었어야 하는데 지단이 믿고 기다린건지 고민을 많이 한건지 의문입니다. 

 기대보다 못한건 마르셀루입니다. 마르셀루는 우리 팀에서 공격의 핵이고, 어태킹 써드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 중앙 미드필더 진을 고려하면 사이드가 부진하면 확 경기력이 떨어지는데(물론 오늘은 스포르팅의 공격이 왼쪽을 집중 공략하면서 거센 부분도 있지만, 컨디션 절정의 마르셀루는 거기서도 몇번의 공격 찬스를 결정적인 기회로 이끄는 전진성을 가지고 있었죠) 마르셀루가 부진하니 호날두도 덩달아 크게 영향력을 못 주면서 우리 팀의 공격은 오른쪽 라인에서만 살아났죠. 호날두가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환호를 받았지만, 사실 부상 위험이 아니었다면 베일이 남고, 호날두 자리에 바스케스, 아센시오나 하메스가 대신 들어갔어도 할 말 없었다고 봅니다. 지단이 선택한건 호날두를 남기고 베일을 빼는 것이었고 이게 잘 먹혀들어갔지만요. 마르셀루와 벤제마만 평점 6점정도의 활약을 해줬어도 어렵게 끌고 갈 지 언정 우리가 이렇게까지 몰리지는 않았을거라 봅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려면 좋은 해결책은 호날두나 메시만으로 23명을 갖추고 못하면 과감하게 빼버리는 것..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는 빠른 전술적인 교체라고 봅니다. 많은 분들이 하메스의 이른 투입이 필요했다라고 말하시는데 공감하는 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후반전 시작할때 벤제마와 호날두(혹은 베일)을 빼고 모라타와 하메스를 넣는게 낫겠구만... 이라고 생각했었구요. 사실 저는 아예 이런 식으로 풀백이 압도당하고,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며 중원은 더 이상 전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과감하게 중원 싸움을 포기하고 라인을 내리고 스피드한 역습을 노리는게 이득이라고 보는 편이구요. 모드리치나 크로스 둘 중 하나라도 압박을 버티고 어태킹 써드까지 진출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는 모드리치도 오늘은 좀 아쉽습니다. 카르바할과 베일의 컨디션이 좋았기에 모드리치만 조금만 더 전진해서 베일 - 카르바할 - 모드리치 트라이앵글을 형성했으면 베일이 훨씬 수월하게 피니시로 이어줄 수 있었을텐데요. 뭐 크로스는 아예 묻혔지만 왼쪽 라인 자체가 많이 묻힌터라... 저는 최상위권과의 싸움이라면 몰라도, 스포르팅 정도의 팀을 상대로는 선발 라인업의 변화보다는 지단의 빠른 판단이 더 필요했다고 봅니다. 중원이 막히고 사이드가 고전하고 공격진이 분산된 상황에서 66분까지 크게 변화를 주지 않은 점은 지단의 미스라고 봐요. 선수의 컨디션 탓이 크지만, 공격 자체가 상당히 단조롭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점에도 손을 봐야하고요.

 물론 크로스를 빼고 하메스를 넣었다는건, 지단도 현 체계에 대해서 문제점을 인식 못하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단순히 득점을 더 노리기 위해서 넣은 교체는 아니었다고 봐요. 앞으로 우리 팀의 전술 방향성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오늘처럼 과감하게 크로스든 모드리치든 빼는 상황이 많이 필요할거에요. 선발 라인업에서도 말이죠. 카세미루의 대안이 없는 상황이니까요. 카세미루와 하메스가 묘하게 계속 경쟁자처럼 인식되는데 하메스의 경쟁자는 실상 모드리치나 크로스에 가깝다고 봅니다. 공미 - 중미 - 수미를 쓰는건 흔한 전술이고요. 저는 4231을 써서 빌드업의 크로스, 포백 보호의 카세미루, 페넌트레이션의 하메스로 이루어지는 정삼각형의 분업화도 충분히 고려해볼법하지 않나 싶습니다. 굳이 모드리치, 크로스를 동시 기용하겠다면 뭐 안첼로티식 442-433이 답일거고요. (이 경우는 베일이나 호날두 둘 중 하나가 빠져야겠죠)  

 오늘은 벤제마, 마르셀루 등의 주축이 너무 컨디션이 나쁘고 스포르팅이 우리 팀에 맞는 전술을 잘 구사하는 팀이었다는 점에서 상대가 나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붙은게 유베나 바르샤같은 최정상권 팀이 아니었던걸 생각하면 오늘 보인 문제점은 컨디션이 좋은 날에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기에, 지단은 빨리 더 업그레이드 된 팀을 준비해야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베일이 메시급으로 사이드에서 플레이메이킹과 피니시를 동시에 해주면 참 좋겠다고는 생각하는데 그게 맘처럼 되진 않겠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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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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