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레] 축구는 만능의 시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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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이제 만능의 시대로 간다
- 스트라이커와 풀백의 진화
#0. 전술의 발전은 현대에 와서 한계에 이르렀다
전술의 발전은 하루이틀일이 아니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FA가 설립될 때 부터 축구인들은 저 넓은 필드에 어떻게 11명의 선수를 효율적으로 배치하면 상대팀을 이길 수 있을지 생각해왔다. 즉, 약 200년 가까이 고민해온 문제다.
오늘날의 축구에서 전술과 포메이션은 이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혹시 아직도 "4-3-3이니, 4-4-2 같은 것들은 그저 숫자놀이에 불과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유튜브에 들어가 요즘 축구 경기를 재생시켜줘라. 엊그제 펼쳐진 챔피언스리그나, 일주일전에 펼쳐진 리그 경기도 좋다. 예를 들어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을 재생했다면, 알칸타라와 비달 그리고 알론소의 아름다운 중원 짜임새와 로벤, 뮐러, 코스타, 레반도프스키가 보여주는 화려한 부분 전술과 파괴적인 침투와 패스를 보고도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현대 축구에서 전술과 포메이션은 핵심 중 핵심 요소이다.
현대의 몇몇의 축구 전문가들은 "이제 전술적인 발전은 한계에 이르렀다. 더 이상 1950년대 헝가리가 웸블리에서 선보였던 센세이셔널한 '처진 공격수' 히데구티를 비롯한 유동적인 3-2-3-2나 리누스 미헬스와 요한 크루이프의 토털 사커, 그리고 아리고 사키가 이끌던 AC밀란의 혁신적인 압박과 오프사이드 트랩처럼 전 세계를 놀래킬만한 전술적인 발전은 더 이상 없다." 라고 말한다. 아리고 사키는 현대 축구가 1980년대 후반 등장했던 사키이즘에서 어떤 뚜렷한 발전을 이룩하지 못한것에 대해 "놀랍고도 염려스럽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키의 말대로 아직도 현대 축구는 사키이즘에서 출발, 계승 그리고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그가 강조한 압박은 현대 축구 전술 제 1의 요소일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축구 전술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의견을 뒷받침 하듯 로베르토 만치니는 2007년 베오그라드에서 있었던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앞으로 축구의 진보는 전술이나 포메이션이 아니라, 선수들의 체력적인 준비에서 온다."
만치니의 이 발언은 전혀 뜬금없고, 엉뚱하거나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현대의 클럽들은 새로운 전술을 연구하는데 힘을 쏟기 보다, 훈련 프로그램의 구성이나 과학적인 데이터 연구, 균형적인 영향 섭취 같은 곳에 중점을 맞춰서 자본을 쏟고, 선수들을 관리하면서 시즌을 보낸다.
이런 의견들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전술은 변화하고 있다. 마르셀로 비엘사와 과르디올라가 아직도 이런저런 전술을 시도해보는 것들은 지켜보는 일은 아주 흥미롭다. 두 감독이 틈만 나면 시도해보는 3-3-3-1 포메이션은 주류 전술로는 아주 위험해보이면서 동시에 흥미롭다. 분명 전술은 아직도 많은 축구인들이 고민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고, 발전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현대 축구에선 특히 스트라이커와 풀백의 진화가 눈 여겨 볼만하다. 먼저 스트라이커의 진화에 대해 다뤄보자.
#1. 스트라이커의 진화
과거의 스트라이커들은 상대편의 센터백들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그들을 깨부시고 골을 넣는다는 기본적인 임무와 함께 자신만의 고유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게르트 뮐러와 피포 인자기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골 감각을 무기로, 언제나 뛰어난 위치선정과 찬스에서 냉철한 결정력을 가진 스트라이커들이었다. 이번엔 크리스티안 비에리나 디디에 드록바를 떠올려보라. 우람한 피지컬과 강력한 파워로 수비를 압도하며 강력한 슛팅으로 수많은 골을 넣던 선수들이었다. 또, 티에리 앙리와 호나우두는 압도적인 스피드를 겸비한, 공격진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영향력과 누구의 도움 없이도 파괴적인 드리블로 적 수비를 찢는 그런 선수였다. ?
이들 중에서도 몇가지 장점을 특출난 무기로 쓰기보다, 모든 역할에 어울리는 '팔방미인' 스타일의 선수들도 있었다. 안드리 셰브첸코는 "무결점 스트라이커"라는 별칭을 가진 그야말로 만능 스트라이커였다. 하지만, 이런 셰브첸코 능력들은 고유의 역할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뭐든지 잘한다.' 라는 것은 밀란과 카를로 안첼로티가 세브첸코에게 부여한 역할이 아니라, 그냥 셰브첸코가 만능의 선수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스트라이커는 이것이 역할, 즉 롤(Role)로 이어진다. 그 기원은 펄스 나인(False 9) 전술에 있다.
2007/08 시즌 AS로마의 스팔레티 감독이 4-6-0 전술을 선보이면서 제로톱, 일명 펄스 나인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뒤이어 펩 과르디올라가 이끈 바르셀로나와 비센테 델 보스케의 '유로 2012 우승팀' 스페인은 펄스 나인 전술로 강력하게 상대 수비를 헤집었고,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두 팀의 성공으로 펄스 나인 전술은 전 세계적인 유행의 전술로 자리 잡는 듯 했지만, 구사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까다로운 전술이었던 탓에 그렇지 못했다.
펄스 나인 전술은 득점력과 침투, 수비 가담이 좋은 윙 포워드와 강한 압박과 정확한 패스를 동시에 구사하고 필요하면, 직접 돌파해 득점까지 올리는 중앙 미드필더가 필요했다. 펄스 나인에 해당하는 선수는 뛰어난 전술 이해도와 창의성, 득점력을 겸비한 최고의 선수에게 어울리는 포지션이었다. 때문에 이런 좋은 선수들이 있는 빅클럽 위주로 실험되어졌고, 결국 시대를 주름잡는 전술로 자리 잡는데에는 실패했다.
펄스 나인에 해당하는 선수는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위치하기보다, 2선 미드필더 포지션까지 내려오는 움직임이 잦았고, 종종 3선까지도 내려오곤 했는데, 감독들은 펄스 나인에서 힌트를 얻었다. 펄스 나인이 아닌 역할의 스트라이커들까지 미드필더적인 우직임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미드필더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자 공격의 유동성과 활력이 생겼고, 팀 전체적인 득점력이 살아났다. 스트라이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격 전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수비수와 1:1 경합을 벌이는 대신, 2선까지 내려와 압박을 벗어나는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에 이른다. 즉, 현대적인 스트라이커의 첫번째 진화는 '미드필더적인 움직임'이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 아리고 사키가 AC밀란에서 보여줬던 '사키이즘'의 압박의 개념은 현대까지도 계승되고 있는 이론이다. 현대에 이르러서 압박은 강팀과 약팀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이 되고 있다. 계속해서 감독들은 압박을 지시하고, 전 포지션으로 확대되어 스트라이커가 위치한 1선에서도 적극적인 압박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유프 하인케스와 디에고 시메오네가 각각 만주키치와 디에고 코스타에게 지시했던 전방 압박을 보면 현대 축구에서 1선 압박의 정도가 어느정도 인지 알게 될 것이다. 스트라이커는 이제 1선부터 적극적인 압박을 실시해 볼을 탈취하거나, 상대팀의 실수를 이끌어내 볼을 가져온 그 지점을 다시 공격의 시작점으로 하면서 지속가능한 공격을 이끌어낸다. 즉, 현대적인 스트라이커의 두번째 진화는 '적극적인 1선 압박'이다.

#2. 풀백의 진화
현대 축구에는 두 명의 괴물 공격수가 있다. 2007/08 시즌부터 현재까지 유럽 축구 최고의 자리는 이 두 명에게만 허락되었는데, 바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이 두 선수는 오랜 기간동안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며 수많은 기록과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메시와 호날두는 둘 다 윙에서 프로 커리어를 스타트 했고, 윙포워드의 포지션에서 전 세계의 이름을 알리게 된다. 리오넬 메시는 오른쪽 윙포워드와 펄스 나인의 자리에서 뛰며 총 5번의 발롱도르를 수상하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왼쪽 윙포워드에서 활약하며 총 3번의 발롱도르를 수상하기에 이른다. 메시와 호날두는 윙포워드로써, 사이드라인을 파괴하기보다, 직접 페널티박스로 들어가 골을 노렸다. 이 들이 유럽 축구계를 지배하자 윙어에 대한 개념이 바뀌기 시작한다. 슈팅 각도를 넓히는 목적으로 왼쪽 발 윙어가 오른쪽으로, 오른쪽 발 윙어가 왼쪽으로 가는 등 이제 윙어는 팀의 주 득점원으로써 노골적으로 골을 노리는 포지션이 되었다.
이런 변화 덕에 윙어가 컷-인하여 페널티 박스로 직접 들어가는 일이 잦아지자, 사이드 라인에는 공백이 생겼다. 감독들은 풀백을 오버래핑시켜서 사이드 라인을 채워넣었다. 풀백은 마치 본인이 윙어가 된 듯, 저돌적으로 사이드 라인을 돌파하고 심지어 윙어와 스위칭해서 중앙으로 들어와 득점까지 노리곤 한다. 감독들이 풀백에게 이런 움직임을 지시한데에는 압박과 탈압박이라는 이유가 있다.
현대 축구는 치열한 압박과 중원 싸움으로 선수들의 간격이 좁아지고, 그에 맞춰 압박을 벗어나는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하면 그대로 경기 주도권을 상대팀에게 내주고 경기를 패배하게 되었다. 압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압박을 벗어나는 움직임, 즉 탈압박이 중요해졌고 사이드 라인은 좋은 해결책이 되었다. 팀이 압박을 받을 때, 오버래핑하여 미드필더 라인까지 올라온 풀백에게 공을 전달하면 순간적으로 필드를 와이드하게 쓰면서 중앙에 밀집되있던 압박을 무효화 시킬 수 있었다. 팀이 압박을 가할 때는 순간적으로 중원싸움에 합류해서 수적 우세를 가져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풀백들의 변화로 팀은 전술적인 수를 한가지 더 추가하는 셈이 되었다. 즉, 풀백은 소극적으로 후방에 쳐저 있는 수비만 하던 포지션에서 공격적이고 능동적인 포지션으로 진화했다.

#3. 축구는 만능의 시대로 가고 있다.
스트라이커와 윙어, 풀백의 변화 및 진화 외에도 모든 포지션이 변화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 포지션에 유동성을 부여하고, 다재다능한 포지션 소화능력과 다양한 움직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고정적이고 수동적인 포지션은 이제 모두 사라지고 있다. 개인기가 시스템에 의해 대체되면서 오직 개인능력으로 승부를 보면 시대는 끝이 났다. 유동성이야말로 축구 역사 전체를 통렬하게 꿰뚫는 키워드였고, 센세이셔널 그 자체였다. 고정적 포지션에 대한 개념은 서서히 옅어지고 있고, 다재다능함이 최고의 덕목으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골키퍼까지 최후방 리베로 역할을 한다. 축구는, 이제 만능의 시대로 가고 있다.
알렉산드레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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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Blancos! 2016.04.06우리 죄마도 껴주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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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Bielsa 2016.04.06@¡Los Blancos! 죄마는 두선수에비해 전방압박이 너무 약한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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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amos 2016.04.06최고의 스트라이커는 옵션으로 선가라데 후 사과도 가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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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스코 2016.04.06잘봤습니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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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주먹Ace 2016.04.06정성글은 닥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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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자이 2016.04.06확실히 잘 나가는 팀은 전원이 공격하고, 전원이 수비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더라고요. 결국 아직도 축구의 궁극적 지향점은 토탈풋볼이고, 그것을 세세한 부분전술과 포지션역할다듬기로 현재까지 오지 않았나?? 싶어요
평소에 이런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글로써 명쾌하게 풀어내신 알렉산드레님의 지식에 추천 날리고 갑니다 -
플라티나 2016.04.06고퀄글은 닥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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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 2016.04.06글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때문에 소위 만능이 아닌 스폐셜리스트는 계속 수요가 있을거라 봐요. 무리뉴나 안첼로티처럼 분업화를 능수능란하게 쓰는 감독들이 있듯이요. 라니에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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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묘목 2016.04.06@라그 개인적으로 라그님 의견에 동의, 키퍼도 노이어형이 있는가 하면, 정통 골키퍼들도 존재할테고...날두도 만능형이 되는가 했지만 스코어러로 자리잡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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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 2016.04.06항상 글 잘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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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17 2016.04.06너무 재밌어요 ㅋㅋㅋㅋ ㅊㅊ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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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라인 2016.04.06선추천 후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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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마드리드 2016.04.07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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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SKY 2016.04.07재미있게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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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야신 2016.04.07이런글은 선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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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6.04.08잘 읽고 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