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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늦은 후기

삼수생 (11월 컴백) 2015.11.22 22:58 조회 1,795 추천 13
실로 오랜만에 축게에 글을 쓰네요. 공부 외에 모든 것에 흥미가 있던 재수 시절에 아는 것 하나 없는 상태에서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이야기들과 캡쳐 몇 장으로 빈약한 내용들을 그럴 듯이 포장해서 쓴 공갈빵 같은 글들을 몇 번 올렸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거의 1년이 훨씬 지났네요..아무튼 오늘로 기나긴 삼수 생활이 진정 끝난데다 마침 충격적인 엘클라시코도 라이브로 본 터라 짧게 나마 글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이번 시즌 경기 중 풀경기로 본 유일한 경기가 바로 이 엘클라시코라 팀 전체의 전술적인 얘기는 자세히 못 할 것 같습니다. (봐도 못하겠지만요..)


-후기-

뭐 문제점이 너무도 명확하게 드러난 경기라 후기 자체가 이미 나온 지적들의 되새김질 밖에 안 될 것 같아 그 와중에 제가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몇 가지만 꼽아 보려고 합니다.


1. 다닐루 기용

카르바할이 얼마전까지 부상이였다 하더라도 후반전에 카르비가 보여준 폼을 보았을 때 선발 기용이 무리는 아니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제가 다닐루의 선발이 마음에 안들었던 건 비단 흔히들 언급하는 다닐루의 수비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차피 요즘의 네이마르의 폼이라면 다닐루가 됐건 카르바할이 됐건 혼자서 1대1 매치업을 이겨낸 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일이라 봅니다. 진짜 마음에 안 들었던 건 다닐루의 공격 작업시의 움직임입니다. 

공격 작업시의 가장 보편적인 풀백의 역할은 직선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윗선의 선수들과 함께 수싸움과 페너트레이션 작업을 이끌어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팀의 마르셀로처럼 팀 전체 빌드업의 가장 베이스적인 과정부터 영향력을 미치면서 1인 크랙의 역할까지 할 수 있는 풀백도 있지만 그야말로 흔하지 않은 케이스죠.)  이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을 얼마나 완성도 있게 수행하느냐가 풀백의 클래스를 좌지우지 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다닐루는 이 과정이 매끄럽지가 않습니다. 상대 엔드 라인은 커녕 상대 3선 라인의 너머로 다닐루가 공을 가지고 혹은 페너트레이션에서 영향력을 보인 장면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반면 카르바할은 상대 페널티 박스 안까지 공을 운반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에 풀백이 공을 가지고 엔드 라인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상대 수비진의 라인은 반드시 풀백의 위치에 따라 후진하게 되고 그만큼 팀의 공격진이 공을 상대 박스 안에 가져갈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집니다. 이번 경기에 다닐루가 보여준 이런 문제점은 3선의 포백 보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변명과 아주 별개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또 그리 개연성이 있는 문제라고 보진 않습니다. 


2 정체성 없는 압박

제가 느꼈던 오늘 우리 팀의 압박은 왠지 선수들 승부욕에 의한 무질서하고 영양가 없는 전방 압박에 불과했다고 밖에 생각 들지 않습니다. 안첼로티 레알에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필드를 세 조각으로 나뉘어서 진행 되는 유기적인 압박 전술이였습니다. 그 중에 최고는 하프라인 부근부터 세워지는 블록 두 개 였죠. 베니테즈가 들고 나온 라인업을 봤을 때 우리 팀이 펼칠 수 있는 압박 전술은 단 하나 블록 형성 밖에 없었습니다. 설마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한 감독이 부스케츠와 이니에스타 그리고 라키티치를 상대로, 그리고 아군 블록 사이에 수아레즈를 두고 전방압박을 통해 상대 주도권을 뺴앗아 오려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도대체 어제 우리 팀이 보여준 압박 전술은 뭐냐 하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우리 팀 3선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만 그 이야긴 뒤에서 더 자세히 하려고 합니다.


3. 교체

뭔가 했습니다. 하메스가 나가고 마르셀로가 나가고.... 뭐 한준희 해설위원의 말처럼 선수들의 상태는 벤치가 가장 잘 알겠지만 이 두 교체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네요. 기동성 확보?, 미들진의 수싸움?, 1선의 패턴 변화? 그 어떤 이유로도 이 두 교체를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교체 되어 들어온 두 선수 모두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지만 (퇴장은 뭐...) 이 두 선수와 함께 교체 되어 나간 두 선수가 함께 있었다면 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네요.



토니 크로스


사실 진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토니 크로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어제 경기를 보면서 크로스 대차게 욕 한 번 먹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레매에서도 토니 크로스에 대한 불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네요. 사실 자칭 토니 크로스의 광팬이라면서 토니 크로스가 영입 될 때 그에 대한 불안 요소에 대해 엄청난 쉴드를 쳤던 사람이지만 그런 제가 봤을 때도 토니 크로스는 확실히 한계가 있는 선수입니다. 애초에 가지고 있는 피지컬 적인 한계 때문에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공미가 보여줄 수 있는 1인 크랙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도 아닐 뿐더러 파트너도 꽤 타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활약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면 더할나위 없는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죠. 하인케스가 로벤을 벤치로 내리면서도 뮐러와 크로스를 2선에 함꼐 박았던 이유, 뢰브가 애제자 외질과 토니의 공존을 위해 숱한 포메이션 변화를 시험했던 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죠.

우리팀에 온 이후 토니 크로스의 자리는 줄 곧 피보테 자리였으나 그의 역할은 전형적인 피보테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피보테로서의 수비적인 부담은 모드리치와 상당수 나누어 가졌으며 상대 공 소유의 빈틈이 보이면 적극적인 태클링과 함께 역습시 상대 엔드라인까지 직접 공을 몰고 가거나 페너트레이션에 함께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죠. 이는 다른 보통의 3미들에서 부스케츠나 사비 알론소 같은 피보테들과 다를 뿐더러 상당히 비슷한 포맷을 가져갔던 4미들의 가비와도 다른 형태의 그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지난 시즌 토니 크로스가 수비적으로 별 탈 없이 경기를 치룰 수 있었던 것은 최상의 몸상태의 페페와 라모스의 상식 밖의 커버범위와 모드리치의 헌신의 공이 크다고 봅니다. 포지셔닝이나 센스, 태클링이나 맨 마킹 등 수비적으로 그 어떤 면도 뛰어나다 볼 수 없는 크로스에게 피보테로서 팀의 블록의 중심을 잡으면서 수비적인 공헌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디마리아의 부재로 2선에서 기동력을 잃지 않으면서 하메스와 플레이메이킹의 부담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선수로선 모드리치가 더 적합한 상황인데다 3선에서 알론소가 수행하던 볼 순환의 완성도를 이야라멘디에게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였기에 안첼로티 감독의 그러한 전술이 나오게 되었고 때마침 최상의 컨디션이였던 페페와 라모스가 그 전술의 완성도에 큰 공헌을 하게 된거죠. 

하지만 현 상황은 다르다고 봅니다. 바란은 페페보다 커버범위가 반경 5M는 좁은 선수인데다 라모스 역시 지난 시즌의 몸상태는 아닌 것처럼 보이고 모드리치 역시 잦은 부상으로 지난 시즌만큼의 공헌도를 기대하기란 무리라고 봅니다. 다행히 피보테로서 카세미루란 선수가 큰 성장세를 보여주었고 그에 따라 토니 크로스의 수비적 부담을 훨씬 덜 수 있었겠지만 하메스가 빠진 상태에서 토니 크로스와 모드리치의 미들진으론 기동력에서 이점을 발휘 할 수 없었으며 그에 따라 부여받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본연의 보직 역시 호날두라는 파트너와의 호환 문제로 큰 활약을 펼치기 어려웠을거라 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토니 크로스가 역량을 백분 발휘하기 위해선 공간을 창출해 줄 혹은 기동력을 보완해줄 뮐러나 케디라 같은 파트너가 필요한데 호날두나 바스케스는 이 두 경우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 선수였을테니까요. 현 상황에서 토니 크로스를 활용하기 위해선 하메스와 헤세가 가장 최적의 파트너라고 생각이 되는데 호날두와 베일이 있는 상태에서 당연히 현실성 없는 대안이죠. 

따라서 요즘 대두 되고 있는 토니 크로스에 자리, 역할에 대한 문제의 원인은 토니 크로스의 폼 문제가 아닌 그의 플레이 스타일, 즉 본질적으로 피지컬적인 요소에 기인한 이유가 가장 큰 부분이라 보기 때문에 쉽사리 해결되긴 힘들다고 봅니다. 그저 더 좋은 전술, 즉 삐뚫어진 퍼즐들에 알맞는 더 세밀하고 완성도 높은 틀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쓰는 글에다 정리 없이 풀어낸 글이라 난잡하기 그지 없을 것 같네요...

아무튼 우리 팀이 하루 빨리 제 궤도를 찾고 승승장구 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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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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