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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니테즈 레알 마드리드를 불안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가

vistart 2015.11.05 03:09 조회 2,939 추천 15


베니테즈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에 온지 네 달은 된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의 성적만 놓고 본다면, 초반만큼은 누구보다도 좋습니다. 지난 시즌의 안첼로티와 비교해도, 단언컨데 이렇게 순조로운 출발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베니테즈의 레알 마드리드가 내고 있는 그 결과의 속까지 들여다보면, 주전의 부상이라는 큰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전 감독이 안첼로티가 전술가로서는 탁월했지만 시즌 매니지먼트에 실패를 한 케이스라면, 지금까지 베니테즈가 보여주는 모습은 매니지먼트의 관점에서는 유연하게 대처를 하고 있지만(부상 대처 및 선수 체력관리의 관점), 전술가로서의 역량에 대해서는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베니테즈의 선수 기용 방식에 대해 상당히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시즌에 최상의 모습을 보여준 전술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는 팀이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시즌의 유일한 문제점은 스쿼드 뎁스였다는 점이지, 전술의 운용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팀의 허리 골격을 뜯어고치다시피 한 지금의 상태는 불안정해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오류들이 있는데, 이걸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더더욱 걱정스럽게 바라봅니다.

 

베니테즈가 프리시즌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지난 시즌에 비해 나아졌는가라고 물어본다면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비교를 하기 위해, 안첼로티 감독의 전술에 대해 잠깐 지면을 할애하겠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수비시 호날두와 벤제마를 제외한 모든 인원을 골대 앞에 박아두고, 수비에 대한 마인드가 있는 8명의 선수가 강한 저지선을 구축하며 공격을 막습니다. 볼을 탈취한 이후로는 이스코-모드리치-크로스-하메스를 위시한 4명의 축구도사와 벤제마가 서로 빌드업 협업을 하며 공을 안정적으로 패널티 박스까지 끌고 들어갑니다. 볼을 돌리다 호날두가 오프 더 볼을 통해 치고 들어가면 패스가 들어가거나, 크로스(선수X)가 들어가거나, 혹은 호날두가 적을 유인하면 그 틈으로 다른 선수들이 파고 들어가는 식으로 플레이를 했었습니다. 정해진 플레이메이커도 없고, 정해진 청소부도 없지만, 크로스라는 확실한 빌드업 리더와, 킥력을 버리고 오프 더 볼에 집중한 호날두라는 타겟맨, 그리고 빠르고 커버범위가 넓은 마르셀로-라모스-페페-카르바할의 4백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는 모든 미드필더와 벤제마가 플레이메이커가 되고, 날두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청소부가 되는 전술로 22연승을 하기에 이릅니다. 그 과정에서 수비 전술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베일로 인해 잡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어쨌든 그 동안은 순항을 하고 있었고, 주전의 지나친 혹사가 03-04시즌처럼 패망하는 결과를 불러오게 되었습니다.

 

베니테즈 감독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위의 전술에 비교 했을 때, 과연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아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입니다. 일단 크로스는 볼을 돌리는 과정에서 자기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힘을 받는 선수입니다. 쉽게 말해, 크로스가 안정적으로 빌드업을 리딩하고, 페네트레이션에 관여하면 관여할수록 그 가치가 나오는 선수라는 의미입니다. 지난 시즌을 예로 들겠습니다. 하메스가 적을 유인하고, 벤제마가 미드필더-호날두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고, 호날두가 드리블 보다는 패스에 치중을 하면서 볼이 순환이 되고, 이스코가 하메스 반대 방향에서 드리블 돌파를 하며 적의 진영을 좌우로 갈라놓습니다. 그리고 크로스가 슬금슬금 치고 올라오면서 팀이 더 높은 곳에서 볼을 돌리고, 더 위험한 찬스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죠. 뮌헨 시절만 해도, 크로스의 뛰어난 전술 이해도, 시야, 패스, 탈압박 능력을 하인케스가 적극적으로 이용했고, 공미로 사용해 공을 높은 위치에서 돌려 리그에서 재미를 많이 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크로스는 빌드업에서부터 상당히 제한적인 롤을 맡고 있습니다. 2선의 선수들에게 빠르게 공을 넘겨주는 것 외에, 크로스가 공격에 크게 관여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베니테즈 감독은 수비의 1차 저지선으로 크로스-카세미루를 임명하면서, 크로스에게 수비 가담과 커버플레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알론소와 크로스의 큰 틀에서의 차이는 활동범위입니다. 크로스는 알론소에 비해 나은 기동력과 동료를 활용하는 연계능력이 더 뛰어나지만, 알론소만큼 역동적이고,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성향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알론소가 빌드업 리더를 하면서도, 홀딩까지 같이 할 수 있기에 매력적인 선수라면, 토니는 빌드업과 페네트레이션의 축을 모두 담당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데, 베니테즈는 토니에게 오히려 수비적인 홀딩을 주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드리치에게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긴다는 것만큼이나 맞지 않는 옷을 입히는 행위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모드리치의 킥은 드리블 능력에 비해 좋지 못합니다. 볼 운반이 필수가 되는 박투박에서는 강점을 발휘하지만, 적의 골대에 직접적인 타격을 해야 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나 넓은 시야로 넓은 곳에 공을 뿌리는 수비형 미드필더와는 맞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크로스를 지금 공미로 쓰고 있지 않느냐, 쓰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활약이 좋지 않은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베니테즈는 크로스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이, 많은 협업-패스 플레이를 하는 것을 장기로 하는 선수에게, 외질의 역할을 맡기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무링요 시절로 잠깐 돌아가겠습니다. 알론소-케디라, 그리고 마르셀로-라모스-페페-아르벨로아가 밑에서 웅크리고 있고, 상대방이 공격을 합니다. 디마리아가 밑까지 내려오고, 호날두-외질-벤제마는 상대 최종수비와 근접한 위치에서 대기를 하고 있습니다. 공격을 하다 공을 탈취하고, 디마리아-외질- 호날두에게 알론소나 케디라가 찔러줍니다. 가까이 주면 디마리아고, 조금 멀리 준다면 호날두, 외질입니다. 한 명이 공을 받는대로 무섭게 공을 몰고 앞으로 나가고, 4명의 공격진이 사선으로 움직이면서 적 수비를 분산시키거나, 빈 공간으로 들어가 빠른 원투를 주고받으면서 상대 문앞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호날두가 피니시를 넣습니다. 중간중간에 마르셀로가 공격 가담을 할 때도 있고요.

 

무링요는 굉장히 제한적인 인원을 배치했고, 굉장히 빠른 속도의 역습을 구사하면서 승점 100점을 따냅니다. 하지만 안첼로티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무링요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의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역습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길 원했고, 그걸 실현시켰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유일한 이유는 외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외질은 탈압박이나 판단력에서는 토니보다는 밑이지만, 페네트레이션에서 패스 3~4번 주고 받을 것을 한 방에 끝내버리는 킥력이 있고, 굉장히 빠른 주력을 갖고 있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활동 범위가 무지막지하게 넓습니다. 당시의 공격자원들 모두, 판단력이나 패스의 흐름을 읽는 부분은 미흡할지라도, 물리적인 주력만큼은 좋았습니다. 안첼로티 체제에서의 공격과, 무링요 체제에서의 공격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올려봤습니다. 100% 들어맞는 예시는 아닙니다만, 무링요 체제에서 어땠는지를 보세요. 선수들 간의 간격이 매우 넓지만, 패스가 정확하게 이어지고, 빠른 주력으로 상대방을 분산시키면서 패스를 받기 좋은 위치로 전진하고 있습니다. 공을 돌리는게 아니라 공을 몰고 역습 들어가는 상황에서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외질의 능력을 120% 활용할 수 있는 전술입니다.

 

 

<무링요 감독 체제에서 보이는 대표적인 모습>



<지난 시즌의 공격 작업 예시>

하지만 크로스는 아닙니다. 볼을 높은 위치에서 돌릴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크로스의 옆에는 중앙지향적으로 움직여줄 선수들이 필요합니다. 뮌헨에서는 로벤과 리베리, 뮐러가 있었습니다. 안첼로티 체제에서는 하메스와 이스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드리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베니테즈는 크로스를 사이드에서 보조해줄 수 있는 그 어떤 방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헤세나 바스케스는 중향지향적인 선수들이 아닙니다.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공을 몰고 순식간에 주파하는 선수들일 뿐. 이스코 1명으로는 너무 버겁습니다. 카세미루는 뒤에서 보조를 하고 있지, 모드리치처럼 바로 옆에서 도와주는 친구는 아니죠. 게다가 호날두는 폼이 많이 떨어졌고, 어디까지나 피니셔이지 크로스를 보조할 수 있는 선수는 더욱 아니죠. 애매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팀의 기조를 넓은 위치에서의 윙어 돌파로 잡아놓고, 좁은 공간에서의 협업을 잘하는 선수에게 전방 플레이메이킹을 맡기니 팀의 공격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습니다. 부상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격진 이야기지, 미드필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베니테즈 감독이 보여주는 전술적인 부분은 상당히 아쉽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력이 지난 시즌에 비해 나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슈팅을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 없는 수준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베니테즈는 압박에 신경을 많이 쓴다, 밸런스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러므로 레알의 수비력도 많이 나아질 것이다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경기를 뜯어보면 과연 베니테즈는 수비에 신경을 쓰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라스 팔마스와 있었던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수비할 때의 진형을 봤었습니다. 안첼로티는 8인 블록을 했었지만, 베니테즈는 6인 블록을 택했습니다. 4백과 2명의 미드필더가 자리잡고, 공격진 4명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거나, 돌아오더라도 매우 천천히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공격진 자체를 상대 진영에 계속 두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링요 감독도 굉장히 잘 써먹었던 패턴입니다. 공이 일단 공격진에게 가고, 공격진 자체가 자기들끼리 원투를 주고받으며 문전까지 침투 가능하면 오히려 좋은 전술입니다. 수비를 하다보면 공이 골대에 들어갈 횟수보다는 공을 탈취할 확률이 더 높으니까요. 그 공을 빼앗아 바로 공격진에게 줄 수 있다면, 라인을 그쪽에서 올렸거나, 수비 가담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바로 4:4, 4:3의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버립니다. 빈도는 적지만 확실한 찬스가 되는 거죠. 그리고 그게 먹히면 상대방은 의식을 하게 되고, 라인을 올리느냐, 내리느냐에 대한 딜레마를 안겨줄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디마리아는 수비에 참여를 했었습니다. 축구에서 수비의 기본은 머릿수입니다. 6명이 수비를 하는 것과, 7명이 수비를 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특히 수비가 중요시 되는 챔스에서, 2선이 수비에 역동적으로 가담을 하지 않는현상은 큰 마이너스가 됩니다. 바스케스, 헤세 모두 수비가담을 못하는 선수가 아닌데 저렇게 놔두는 것은 매우 위험해 보입니다. 왜 저렇게 하느냐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으로 계속 고민을 해봐도, 카세미루의 수비력을 너무 믿고 있다는 것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네요. 안첼로티 감독이 8, 무링요 감독이 7명을 투입하고도 리그 우승을 하지 못했는데, 베니테즈 감독은 6명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크로스의 문제와 이 문제가 시너지를 일으키며 공격은 공격대로 뭔가 나사가 빠진 듯하고, 수비는 수비대로 계속 문제점을 노출하는 시나리오로 가고 있죠.

 

수비 국면에서 발생하는 두 번째 문제는, 레알 마드리드의 역동성입니다. 정적, 동적 관련해서 게시판에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제가 글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제 입장에서 이 문제를 정의하자면, 애매한 공, 루즈볼 등의 상황에 대해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부상으로 선수 뎁스가 얇아서 몸을 사리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라스 팔마스 전만 해도 저런 공에 너무 늦게 반응하거나, 반응을 하지 않아 위험한 역습 기회로 이어지는 일이 후반에만 4회가 넘게 있었습니다. 실점이 더 많았던 지난 시즌에도 이런 일은 발생하는 횟수가 적었습니다. 겉으로는 레알 마드리드가 골을 많이 넣었기 때문에 공격에 치중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실상은 안첼로티 무링요 감독 모두 안정적인 수비를 꾸리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베니테즈 레알 마드리드 체제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 베니테즈 감독이 주도하는 잘 짜여진 전술적인 방향이 아니라, 헤세의 부활, 카세미루의 수비력, Keylord , 개인 전술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벌써 시즌 시작한지 2달이 넘은 지금, 어떠한 개선점이 딱히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안감을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페예그리니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를 맡을 때, 리그에서 승점 97점을 벌어다 줬습니다. 하지만 라사나 디아라의 수비가담 문제, 마르셀로의 불안한 수비력, 호날두-이과인-알론소 세명에게 지나치게 공격을 의존하는 형태, 카카의 문제(카카 개인의 멘탈이 문제였지만) 중 아무것도, 1시즌동안 해결하지 못하며 리그 2, 챔스 16, 코파 탈락이라는 참사를 낳았습니다. 저 세 가지의 문제가 무링요 감독 부임 후, 리그의 절반이 지나자마자 해결되었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또한 우리는 안첼로티 감독 체제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과정 상의 큰 오류가 있고 그걸 방치하거나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곪아 터지게 된다는 교훈입니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결과를 요행으로는 얻을 수 없습니다. 장기 레이스인 리그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베니테즈 감독 임명을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퇴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건 더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안첼로티 감독에 비해서 팀 매니지먼트의 측면에서는 더 발전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제발 전반기에 승점을 최대한 획득하고, 체력을 많이 아끼고 전술 기조를 확립해서, 후반기에 바르샤와의 격차를 더 벌려 안정적으로 우승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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