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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목요일 5시

로테이션이나 전술 근본이 문제일까요?

온태 2015.03.11 00:43 조회 2,204 추천 19







지금이 2월 초도 아니고 코파 떨어진 이후로 8주가 지났는데 로테이션이 부족하다는 핑계가 타당성을 가질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전반기에 여타 팀들보다 조금 더 많은 경기를 치르긴 했지만, 그중 세 경기가 프리시즌 기간에 치룬 경기였고 클럽 월드컵은 바로 밑 모로코로 다녀왔죠. 반대로 다른 경쟁팀들이 주중 코파 경기로 한창 힘 빼고 있을 때 우리는 푹 쉬었구요. 당장 지난 시즌 비슷한 시기의 우리팀과 비교해봐도 세 경기를 덜 치르고 있어요. 이 시기가 보통 시즌 중 가장 힘든 시기임을 고려하면 지금은 다른 팀들보다 못하지는 않을 체력 수준일 겁니다.

이는 크로스로 대변되는 속칭 '노예'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에요. 물론 잘 관리받고 뛰는 것만큼 쌩쌩하진 못하겠지만, 시즌 중 가장 힘들 만한 시기를 비교적 널널하게 보냈기에 비교적 퍼포먼스를 잘 유지하고 있죠. 귀찮아서(...)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지만, 1주 1경기가 시작된 시점부터 whoscored 평점이나 squawka 퍼포먼스 스코어 등을 참조하면 빌바오 전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꾸준히 퍼포먼스의 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whoscored나 squawka의 평점 등이 실제 그 선수의 퍼포먼스를 정확하게 반영하는가에 있어서는 큰 의문이 남지만, 적어도 선수의 스탯을 기반으로 하는 것들인만큼 폼의 균일도 등을 확인할 땐 충분히 활용할 만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안첼로티의 전술적 고집이 문제일까요? 일부 동감하는 바는 있지만, 저는 그것도 썩 올바르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는 안첼로티가 다분히 운이 없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메인 플랜에 대한 준비는 지난 시즌보다도 올시즌에 더 철저히 했다고 보거든요.

현재 팀의 메인 플랜은 사키이즘이 가미된 변형 4-4-2이죠. 제대로 가동되었을 때 절륜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볼을 전진시키고 경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선수들 개개인의 역량을 충분히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선수 구성이 잘 갖춰지지 않으면 돌리기 힘들다는 단점을 갖고 있어요. 라모스(+알론소)-모드리치-벤제마의 센터 라인에 의존한 외줄타기로 지난 시즌을 마친 안첼로티는 이 짐을 덜어줄 만한 선수들로 스쿼드를 보강했습니다. 그게 하메스와 크로스, 후반기에 영입된 루카스 시우바죠. 그러나 현 스쿼드에서 이를 제대로 수행할 선수는 크로스와 벤제마밖에 없습니다. 셋은 부상으로 나가떨어졌고, 시우바는 아직 눈알굴리기 바쁘죠.

물론 이들의 부상이 안첼로티의 혹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라는 반론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을 자세히 살피면, 딱히 그렇지도 않아요. 모드리치는 부상당한 당시 주전 3미들 중 가장 적게 뛴 선수였죠. 부상 시점에서 팀은 총 19경기를 소화했는데, 모드리치는 이중 2경기를 풀로 쉬었고, 1,409분으로 시즌 초반임을 감안하면 그렇게까지 혹사라고 부르기도 힘든 출장 시간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부상도 사실 팀에서 당한 것이 아니죠. 하메스는 어떨까요. 하메스는 두차례 부상을 당했는데, 첫 부상은 충분히 혹사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부상당한 경기까지 모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으니까요. 그러나 휴식기 직전에 당한 부상이었기 때문에 하메스는 12월 한달을 거의 통으로 쉬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경기들에서, 하메스는 팀의 패배를 막진 못했지만 이기는 경기들에선 매번 좋은 모습을 보여줬었죠. 부상 직전엔 연속골을 넣으며 그야말로 날아다녔구요. 이번에 당한 부상도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의해서 당한 것이지 혹사와는 거리가 멀죠. 라모스의 경우 피로누적에 의한 부상이 맞는 듯 하지만, 올시즌은 근 몇시즌 중 센터백 로테이션이 가장 잘 돌아가는 시즌이며, 라모스는 안첼로티 이전에도 클럽과 국대를 오가며 엄청난 출장 시간을 기록한 선수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겠죠.

그리고 이들이 슬금슬금 이탈할 때에도, 안첼로티는 대안을 마련해왔어요. 모드리치의 아웃 이후 전문 중앙 미들인 이야라나 케디라를 제끼고 볼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이스코를 중앙에 세워 크로스의 짐을 덜어준 것이나(이 시기 이스코와 경쟁하던 이야라는 비교적 준수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었죠.), 이런저런 이유로 하메스가 미들 라인을 벗어나게 되자 이스코에게 과감하게 드리블의 자유를 주어 팀의 간격을 메우게 한 것, 마드릴레뇨 데르비에서의 대패 이후엔 베일을 비로소 지난 시즌처럼 활용한 것 등등요. 이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팀에게 승리는 가져다줄 수 있는 방책들이었죠.

물론 최근 두 경기, 특히 빌바오전은 저도 잘했다고 얘기하고픈 생각은 딱히 없습니다. 이스코의 온더볼에 팀의 간격을 전부 맡기는 방식이 좀 불안해보인다는 생각은 했었고, 이번 두 경기는 그것을 완전히 공략당하며 승점을 잃었죠. 몇몇 분들 말씀처럼 더 많이 뛰어서 간격을 메웠어야 한다는 주장에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최근 휴식이 꽤 넉넉했고, 특히 상대에 비해서는 정말 충분히 쉬었기 때문에 응당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다만 이스코가 막혔을지언정 비야레알과의 경기는 아주 나쁘진 않았고, 최근 이스코의 기세가 워낙 좋았기에 과연 이스코가 막혔을 때의 대안을 준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일말의 이해의 여지는 있지 않나 싶습니다. 조금 안일해보이긴 하지만, 곧 모드리치와 라모스가 복귀하는 상황에서 시스템의 변화를 한번 더 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안첼로티의 성향을 생각하면요.

이게 안첼로티의 단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저는 조금은 더 존중받을 만한 성향이라고 생각해요. 운때가 안맞아서 큰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이러한 기질은 뚝심과 연결되어 있고, 이 우직한 뚝심이 없었다면 전반기의 그 강력한 팀도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라 보거든요.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목표를 위해 꾸준히 밀어붙이고, 결국 빛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잖아요. 감독 특징이니 하고 조금 더 믿고 지켜보셨으면 어떨까 해요. 장점만 있는 감독이 어딨겠습니까.

다만 감독을 믿는 것과 별개로, 이제부터는 정말 두눈 똑바로 뜨고 제대로 지켜봐야 할 겁니다. 가시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만한 자원들이 돌아오는만큼 더이상 선수가 없다는 핑계도 먹히기 힘들 테니 말이죠. 마침 엘 클라시코가 기다리고 있네요. 데르비를 승리로 장식한다면 지금의 불안과 비난도 모두 잠재울 수 있겠죠. 부디 그러기를 기대하고 또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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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arrow_upward 원래부터 안감독님은 리그운영에 좀 답답함이 있습니다.. arrow_downward 주요리그 우승 & 챔스권 경쟁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