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팀 다시 까보기
조금 감정이 가라앉으니 써보는 글입니다.
제가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졸전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월드컵에 절박한 '주전'이 없다, 는 것이었고 하나는 경쟁이 없다는 것.*
* 전술론적인 이야기를 끄적이려고 했는데, 지금 대표팀은 전술 이야기조차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술론. 즉, 전술vs전술의 싸움은 어느 정도 경기가 되는 양상이 벌어져야 서로의 의도를 읽어내고 누가 한발 앞서 한수를 던지는지가 중요한데. 홍명보의 팀은 그 최소한의 방향성조차 없었습니다. 마이클 타이슨이 도전자 1라운드 15초만에 KO 시키면 아무도 경기 해설 안 하고 타이슨 짱. 도전자 방심함,으로 정리하잖아요. 같은거죠 뭐.
굳이 따지면 기성용은 공격하고 한국영은 위치를 못 잡고 포백은 그 덕에 융단폭격을 온 몸으로 받아냈습니다. 그리고 전방에서 썬더는 따봉을 했습니다.
1. 경쟁이 없다는 점
대한민국 베스트 11
썬더
유일한희망 구글구글 청량리
묵직
한국영
홍명보양아들 리피양아들 홍정호 이용
재키찬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본인이 잘 아는, 그리고 오랫동안 발을 맞춰왔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썼어야 했지요. 그때랑 다른 점은 박주영은 2012 올림픽때만 해도 일단 경기에는 출장을 했었고, 또한 군대를 피해야만 했던 절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자철, 기성용, 박종우의 퍼포먼스가 가히 눈 부셨지요.
여튼, 그때보다 선수들 폼은 내려왔는데 경쟁은 더욱 줄었습니다. 만약 16강에 성공했더라면 팀워크를 극대화시킨 리더쉽이었을테고, 실패했다면 나태해지게 만드는 경쟁 구도. 그리고 결론은 나태해진 대표팀으로 끝맺음을 맺었습니다. **
** 올 시즌 J리그에서 바닥of바닥을 찍은 김창수, 한국영, 황석호가 대표팀에 발탁된 순간부터 이미 나락으로 빠질 수 밖에 없던 팀이었습니다.
2. 월드컵 때문에 눈물 흘릴 선수가 없다
2002 월드컵은 전 국민과 모든 선수가 절박했습니다. 특히 황선홍, 홍명보는 월드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황선홍은 2002년 6월 폴란드전 첫경기 이전까지는 국내용이라면서 욕을 먹고 있었지요.(이동국이 우루과이전 골 넣었더라면 평가가 바뀌었을 테크랑 비슷합니다.) 그러니 오명 탈피를 위해서라도 필사적이었을테고, 황선홍뿐만 아니더라도 모든 선수가 절박했습니다. 전 국민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으니까요.
2006 월드컵 또한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월드컵에 절박한 선수가 대거 포진해 있었지요. 유럽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이천수가 유럽 진출을 위해 한몸 부셔저라 뛰었고, 조재진 역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날랐습니다. 커리어 마지막 월드컵을 위해서 뛰던 이을용, 최진철등이 주전이었구요.
2010 월드컵은 기성용, 이청용 등 모든 선수가 절박했었지요. 국가대표팀 커리어를 마무리 해 가던 이운재나 이동국, 김남일, 안정환, 박지성, 이영표등 노장들의 절박함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감히 짐작할 수 없었을 겁니다.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것을 이룬 선수들이 가장 절박했다는 것이 아이러니.
그런데 이번 2014년 발표된 스쿼드를 보면서 아, 얘네들은 절대로 절박하지 않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일단 월드컵에서 가치를 증명해야 할 국내파 선수가 국가대표팀 주전 중에서는 없었고(눈에 띄어서 어떻게든 유럽에 가거나 CF를 하나 물어야 하는), 두번째는 이미 2012년에 국가대표팀 커리어 하이(동메달)를 찍어버린 선수들이었기 때문입니다. ***
*** 같은 비판이 2002 직후 2003, 2004년도에 있었습니다. 2002 대표팀 멤버를 거의 그대로 쓰다보니 기존 멤버들이 너무 편해진 나머지 경기력이 안 올라온다는 비판이었지요. 저는 당시 그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앙의 허리 라인인 유상철, 이민성, 김태영, 최진철이 너무 늙어서 팀의 기동력이 내려앉아서일 뿐입니다. 4-2-3-1도 당시 대표팀 실정에는 맞지 않았구요.
대한민국 베스트 11
박주영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
기성용
한국영
윤석영 김영권 홍정호 이용
정성룡
이중에서 국내파(아시아 리그)는 한국영, 정성룡, 이용뿐입니다.
허나 정성룡, 한국영은 리그에서조차 퍼포먼스가 바닥이었습니다. 한국영은 J리그에서 철저히 실패해서 올 시즌 벤치워머 신세고(올 시즌 7경기 출장에 불과. J리그는 현재 14라운드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정성룡은 올 시즌 12경기에서 12실점. 가시적으로 보면 괜찮은 성과이나 12경기 중 5경기를 2실점 이상하는 기복 심한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
대표팀에서 가장 열심히 뛴 선수가 아이러니하게도 첫 월드컵이자 국내파이자 벤치멤버였던 이근호, 김신욱, 이용, 김승규. 그리고 올림픽 메달도 못 딴 손흥민이라는 점이 그 하나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
**** 공격수가 12경기 12득점인데 6경기에서 득점을 몰아치면 기복이 심하다고 비판 받지요(1012 솔다도같은 케이스.).
***** 반대로 김승규는, 올 시즌 2실점한 경기가 단 한경기 뿐입니다. 실력의 고하를 차치하고, 팀이 융단폭격 당할때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는가 또한 알 수 있는 상황.
2-1. 월드컵인데 절박하지 않은 선수가 있을까?
네, 맞습니다. 누구나 절박하고 필사적일 겁니다.
허나, 이 각오의 경우가 훨씬 덜할 것 같습니다. 홍명보가 적어도 이들의 각오를 필사적으로 끌어올리려고 했다면 논란이 되었던 박주영, 기성용. 그리고 폼이 안 좋던 정성룡, 한국영, 구자철은 대표팀에서 몇번 배제하고 뽑았어야 했다고 봅니다. '그래? 날 안 쓴다고?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주지.' 라는 마인드가 이 선수들한테 있었을까요?
레알 팬 사이트니까 이야기한번 해봅시다.
대한민국 선발 라인업 중에서 발롱도르를 되찾아오기 위해서 화난 표정으로 뛰던 메시의 긴장된 표정이 보였습니까? 발롱도르 지키고 싶어서 온갖 노력은 다 하던 호날두의 절박한 표정이 보였습니까?
연애에서 밀당이라는 것이 괜히 중요한게 아닙니다. 상대방을 밀면서 상대방이 내게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해야, 상대방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내가 얼마나 중요하고 멋진 사람인지 보여주기 위해 힘을 내서 당기지요.(물론 저는 연애를 안못 합니다.)
홍명보는 이 과정에서 너무 당기기만 했습니다. 결국, easy come easy go. 쉽게 줬던 신뢰는 쉽게 형편없는 결과로 박살나게 되었지요.
'정말 필사적인 결의'가 없었다는 것은 결국 경기력으로 증명되었습니다. 필사적인 노력도, 활동량도, 지표도, 스탯도, 결과도, 과정도 아무것도 없이 말입니다.
실력, 전술 모든 것이 축구후진국 그 자체였지만 진짜 '필사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98 대표팀. 물론 저는 저기 다쳤는데도 붕대 두르고 뛰는거 정말 안 좋아합니다 ㅠㅠ. 저러다가 무릎 나가서 커리어 망친 선수를 알고 있어서요. 다만 아, 저 아저씨들 진짜 죽기 살기로 뛰는구나,는 절실히 느껴졌네요. 참고로 저기서 몸 굴리는 아저씨는 유상철...
원팀, 원스피릿이라고 외치던 홍명보호는 원팀 원맨 원포인트로 끝나고야 말았습니다.
p.s 딴 말인데, 제가 종종 가는 커뮤니티에 국가대표팀은 항상 옹호하는 회원분들이 많이 계십니다.(저도 그 중 한명. 무조건 감독은 오래 봐야한다는 주의). 심지어 본 프레레도 옹호했었습니다. 그런데, 딱 쉴드 안 치고 기대치 접자는 여론이 그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적이 두어번 있는데 한번은 조광래, 한번은 홍명보. 감독이 원칙과 철학을 어기는 순간 코어층도 붕괴됩니다.
p.s2 K리그에서 본좌 놀이 하는 김승대, 이명주, 김광석, 이재성, 김은선중에서 1명은 승선했어야.
댓글 18
-
호당이 2014.06.28많이 공감합니다.
특히 붕대감고 뛰던 이임생 선수를 보니 잠실에서의 혈전 끝에 머리에 피를 흘리며 앰뷸런스에 실려가시던 정켈메님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눈물을 흘리지 아니 할 수가 없네요 ㅠ.ㅠ -
subdirectory_arrow_right 구또띠 2014.06.28@호당이 아 이거 보진못했지만 대충 그림 그려지네여..ㅋㅋㅋㅋ 실축에서 그런일이 있으셨군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정켈메시야스 2014.06.29@호당이 모 회원님은 심지어 제가 피 흘리는데 옆에서 웃고 계시다가 사진 찍힘.
-
바레시 2014.06.28지난 번 부터 참 좋은 글을 올려주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구또띠 2014.06.28역대 최고의 조편성을 최악의 결과로 날려버린 오만과 아집의 결정체였죠. 눈물 흘리면서 열심히 뛴 이근호 손흥민은 무슨죄..
-
Butragueno 2014.06.29공감이요. 절박한 선수가 없었음. 홍명보는 짧은 기간 대표팀을 만들기 위해 알던 선수만을 썼을 뿐 올림픽 동메달 이상의 동기부여를 할 수 없었어요.
-
Butragueno 2014.06.29또 수비수 출신이라 그런지 너무 하던 것을 계속 하려고 함. 4-2-3-1 선수 구성, 각 위치마다의 역할이 너무나 똑같은데 그것만 믿고 올림픽, 월드컵 두 대회를 해먹으려는 것은 욕심이죠. 상대 팀 감독이 바보가 아닌이상. 선수기용도 그렇고 전술도 그렇고, 너무 홍명보는 새로운 변화를 무서워하고 안정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것만 좋아해요.
-
MadLife 2014.06.29홍명보의 선택이 이해가 안가는건 아닙니다...그래도 폼이 망가진 선수들은 아무리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라 했어도 뽑으면 안됐어요....하...
-
Super Hero 2014.06.29*손흥민 이근호가 욕 안먹는 이유는 잘했다기보다도 정말 열심히 뛴게 보여서 안먹는거죠. 박주영이 아무리 못났어도 열심히 뛰는 모습만 보였어도 지금먹는 욕의 반은 줄었을겁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손흥민 2014.06.29@Super Hero 그쵸. 이근호가 벨기에전 실점의 빌미(물론 제 1원흉은 오프사이드 똑바로 못 본 부심)인데 열심히 뛴 게 있으니 아무도 뭐라 안하죠.
-
스타벅스 2014.06.291번2번 모두 공감합니다. 특히 2번이 진짜 극 공감되네요. 홍명보의 지시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진짜 빡세게 뛰는 선수가 없었던.. 벨기에전처럼 열심히 앞선 두경기를 뛰었다면....
-
손흥민 2014.06.29우리 대표팀이 아닌 니들 대표팀의 느낌
(단어 선택 심하게 하면)역적한테 권좌를 찬탈당한 느낌
못해서 열받는 게 아니라 대표팀 사유화 때문에 열받네요. -
공주랑살래 2014.06.29얼마전 철밥통을 옹호하던 갈락머시기 그 분이 이 글 꼭 좀 보셨으면 좋겠네요 ㅠㅠ
-
내사랑백곰 2014.06.29카 좋은글 잘봣어요. 홍맴바 애들한테 좀 손수 돌려서 일게하고싶네여 뭐 지네들은 나름 절박햇다고 항변하것지만.
-
El unico 2014.06.29좋은글 잘 봤습니다.
-
카드캡터 라모스 2014.06.291번 진짜 공감되네요. 잘 봤습니다..
-
백암선생 2014.06.29황석호 말고 김광석이 왔다면 홍정호 빠졌다고 바로 흔들렸을까 싶기도 하네요.. 근데 미드필더는 잘 모르겠네요 기성용 파트너로 뛰려면 수비력이 확실해야 되서.. 이재성 김은선이 분명 리그에서 잘해줬는데 그런 측면에서 잘해줬는지는... 아, 그리고 구자철 말고 이명주 데려가야했다는건 구자철이 대회내내 증명 ㅜㅜ
-
subdirectory_arrow_right 디아라모신 2014.06.29@백암선생 김은선이 괜찮더라고요 기성용을 올려도 괜찮은 듯한 안정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