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사자와 벌꿀
레알 마드리드와 보르시아 도르트문트의 경기는 아주 흥미로운 경기였다.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다시한번 부흥기에 있는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아주 씁쓸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 시즌 두 팀간의 대결에서 많은 호기심 어린 이목들이 모였다. 또 다시 꿀벌이 하얀 사자를 아프게 할 것인가?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하얀 사자는 맹수답게 꿀벌을 쉽게 해치우고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중요한 것은 이번 경기의 두 팀간의 승패를 좌우한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매우 단순하고 명료하게 '전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혹자는 안첼로티의 전술자체에 회의를 가지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탈리아 출신답게 무리뉴와 같은 승부수를 띄우는 과감성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안첼로티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한다는 것이다. 빠르게 몰아치고 또 물의 흐름을 때로는-아니 자주 거스르기를 좋아하는 것이 무리뉴 스타일이라면 안첼로티는 물의 흐름을 이용할 줄 아는 스타일이라고 하고 싶다.
도르트문트 전을 놓고 보면 이렇다.
무리뉴 마드리드는 철저하게 레알 마드리드가 도르트문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에 비해 안첼로티 마드리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물론 도르트문트 선발 선수구성이 다른 것도 매우 주요한 이유이겠지만 전체적인 큰 틀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보이는 것은 중앙 압박이다. 중앙 압박과 장악은 공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초기지 확보를 하는 것과 같다.
안첼로티는 도르트문트와의 1차전에서 중앙압박과 장악에 가장 큰 비중을 둔 것 같다. 호날두와 베일이 철저하게 수비에 참여함으로 벤제마 정도가 레알 마드리드 수비 시에 참여를 안하는 선수였다. 이 것은 수비의 안정감을 주었다. 경기 내내 보면 레알 마드리드가 중앙에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중앙을 지배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허리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한 경기였다. 수비의 안정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경기이기도 했다. 수비의 안정감은 수비의 방파제인 미드필더의 중앙 장악력에 달려있는데 결국 팀의 실점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되어있다.
(수비의 안정감) = (실점 최소화)
(중원의 장악력) = (수비의 안정감)
고로, (중원의 장악력) = (수비의 안정감) = (실점 최소화) 라는 결론에 도달해보일 수 있다.
추가로, 가정이긴 하지만 이스코 대신에 디 마리아가 선발출전하였다면 그의 특출난 활동량과 적극적인 수비의지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재성으로 공수 전면에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수도 있다-물론 디 마리아가 기복을 보인다면 어찌됬을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기복과 무관하게 중앙에서 좋은 장악력을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와의 경기들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밀린 것은 중앙에서 귄도간이나 벤더같은 선수들에게 밀렸고 이들을 중심으로 도르트문트는 아주 야무진 공격을 해나갔다. 그러한 측면에서 안첼로티의 선수비 후공격이라는 매우 단순한 전술은 정확한 판단이었고 결과적으로는 볼 점유율을 유리하게 가져오면서 수비시의 부담을 최소화하였고 공격을 하기 유리한 위치에서 상대를 두드리면서 안첼로티의 전술은 유효했다.
수비적인 측면에서 도르트문트의 유효슈팅이 2번밖에 되지 않는 것과 도르트문트의 볼소유를 빼앗은 횟수가 102번으로 마드리드의 84번보다 크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몇번의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는 도르트문트는 전체적으로 득점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적었다는 것이고 그것은 중앙에서 볼배급이 최일선까지 윤활하게 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페의 수비력이 단연 독보적이었다는 것도 레알 마드리드에게 있어 상당히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인간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아쉬운 점은 순간적인 집중력이 무너졌던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화내고 제어 안되는 감정 수비수에서 남을 토닥일 수 있는 감성 수비수로 모습을 바꾸고 있는 듯한 페페와 아직 감정 수비수 같은 라모스, 이 둘의 조합은 이번 경기에서 가장 위험한 실점 기회-54분경의 상황를 상대에게 내주었다.
또한 카르바할과 코엔트랑이 중앙장악력을 기초로 적극적으로 공격을 해나간 것은 매우 좋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몇 안되지만 매우 중요했고 매우 실망스러웠던 옥의 티의 상황들-특히 54분경의 상황에서 윙백들의 복귀가 매우 아쉬웠다. 코너킥 상황에서 역습당한 54분경의 상황에서 라모스의 복귀가 늦었기 때문에 중간의 알론소가 커버를 해줘야했다. 그러나 알론소가 혼자 였기 때문에 중원에서 혼자 상대의 역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페페와 라모스의 복귀가 늦어지고 상대의 역습이 속공으로 진행되었고 뒤에 있던 코엔트랑이 라모스와 겹치면서 중앙에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연결만 제대로 되었다면 여지없는 실점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비를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수비에 치중한다고 공격이 허술 했던 것은 전혀 아니다.
공격의 가장 최우선 옵션은 빠른 역습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 속도는 공히 세계 정상급이며 이것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정확한 롱패스를 구사 할 수 있는 알론소와 모드리치 그리고 라모스-?- 그리고 그 공을 받을 수 있는 호날두와 베일, 그리고 지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디 마리아때문이다.
베일과 호날두의 강점으로는 속공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효 슈팅이 11번으로 상대 도르트문트보다 5배정도 더 크다. 또한 지공 시에 중앙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알론소, 모드리치, 그리고 이스코까지 비교적 편안한 경기 운영 및 볼 배급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알론소-모드리치가 핵심적인데 활동량과 공수에 있어 밸런스 있는 능력들은 공격시 팀에게 더 많은 공격 옵션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들 위에 누가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이스코와 같은 선수는 공격적이고 수비에 대한 적극성 그리고 활동량이 아주 큰 선수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알론소-모드리치가 체력적 수비적 부담과 압박을 받는 것이 매우 클 것이다. 반대로 디 마리아나 케디라 같은 선수가 뛴다면 체력적 수비적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 팀에 따라 이 조합의 파트너를 설정하는 것은 안첼로티에게 가장 중요한 전술적 선택이 될 것이다.
레반도프스키와 귄도간등의 전력누수가 이번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고 할 수도 있겠다. 로이스와 여러 공격진에게 있어 레반도프스키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일선에서의 공격 작업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또 직접 결정짓는 레반도프스키이기 때문이다. 중앙 장악에서도 문제를 보였기 때문에 단순히 레반도프스키 하나의 문제라고 하기보다는 여러 선수의 전력 누수가 확실히 마드리드에게 있어서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그것은 핑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승패의 변명은 여러가지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 변명이 백번 맞는 말이라고 해도 승리와 우승을 가져올 수는 없다. 가지고 있는 재료를 가지고 최대한 맛있는 음식을 낼 수 있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경기의 결과로 2차전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였다. 거기에 도르트문트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보여준 16득점 13실점은 레알 마드리드의 32득점 7실점에 너무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고 심지어는 홈에서 패배를 두번했기 때문에 2차전을 통해 통합경기결과를 바꾸기가 매우 어려워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궁지에 몰린 꿀벌들이 사자에게 마구잡이로 침을 쏜다면 사자는 쓰러져버릴테니 상대의 상황을 지혜롭게 이용하는 전술과 태도가 레알 마드리드에게 요구 될 것이다. 안첼로티 성향상 2차전에서 크게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수비적 지향적으로 나와서 상대가 공격을 주로 하는 양상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이번 경기와 마찬가지로 승리지향적으로 공수 균형잡힌 전술의 채택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또한 중앙에서의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활동량과 적극성이 높은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이 매우 필수적일 것으로 판단된다.ㅣ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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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뤠췌 2014.04.04사실 도르트문트 부상이 90%이상이었다고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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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aki 2014.04.04벌꿇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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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 또레스 2014.04.04부상만 아니었으면 전술이고 뭐고 지난시즌이랑 비슷했을것 같기도해요
원래 주전들의 체력만 만땅이면 뮌헨상대로도 자신들의 축구를 하는 팀이니
특유의 원투패스와 로이스의 움직임보면 확실히 클래스있는팀 -
아모 2014.04.04감성수비숳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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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er Casiups 2014.04.04믿고보는 엘렷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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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zo 2014.04.04근데 벌꿀이 아니라 꿀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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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Reus 2014.04.04@Enzo 본문엔 꿀벌이네요
달달한게 땡기시는듯 -
subdirectory_arrow_right 진리의호벤베 2014.04.04@Enzo 꿀벌의 꿀을 잘 먹었다는 뜻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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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Cafu 2014.04.04@Enzo <img src=\"https://encrypted-tbn0.gstatic.com/images?q=tbn:ANd9GcR_-fdlGISuGKM-OPbUGcdT_Q873w_dqTDsU_v57p0yWOq73F2o\">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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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로버트 패틴슨 2014.04.04@Cafu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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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메이홀릭 2014.04.04@Cafu 역시 꿀은 바쁜 벌꿀이 최고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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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홍 2014.04.04죄송한데 마드리드는 흰사자가아니라 백곰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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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맥킨 2014.04.04@키드홍 흰사자가 맞을걸요? 저는 백곰군단이란 말을 피온3에서 처음 들어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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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7번라울 2014.04.04@키드홍 흰사자로 알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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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진리의호벤베 2014.04.04@키드홍 흰사자 백곰 다 맞을겁니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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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AlbertCamus 2014.04.04@키드홍 백곰은 갈락티코때 처음 만들어진 별명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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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M.Salgado 2014.04.05@키드홍 예전에 베컴의 말장난식 별명이 백곰이라서 퍼진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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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GanZi 2014.04.04레포트를읽은것같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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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arlos 2014.04.042차전 여유로운 승리 기원합니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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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ing 2014.04.04독일원정 승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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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스틴 2014.04.05이스코와 카르비같이 젊은 선수들이 잘해줘서 너무 기분이 좋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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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4.04.05잘 보고 갑니다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