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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체::

경기 없을 때 써보는 몇 가지 이야기

벤금님 2013.11.22 17:16 조회 3,188 추천 26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사실 요새 A매치 기간이 길기도 하고, 호날두의 A매치 활약도 대단해서, 레알마드리드에 관련된 걸로는 딱히 할 얘기가 없더라구여. 

경기가 없으니.. 뭐 이야기 소재가 별로 없었죠.  케디라가 부상당한 게 정말 큰 문제인데.. 경기가 없었으니, 아직 케디라 부상 후로 우리 경기력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좀 이른 감이 있고요. 

체감상으로 굉장히 길었던(?) A매치 기간이 지나고, 조금 있으면 다시 레알마드리드의 리그 경기들이 시작됩니다.  케디라가 빠진 상태에서 어떤 조합으로 어떻게 상대 팀을 공략할지, 안첼로티 감독이 어떤 대책을 마련했을지.. 일단 경기를 봐야 판단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기회에 평소에 생각하던 몇 가지 얘기를 해보고 싶네요.  그냥 생각으로 해 오던 것들인데 딱히 할 기회가 없다가 요즘 경기도 없고 하니 이런 얘기나 나눠보는 건 어떨까 해서 적어봅니다.  두서가 없더라도 이해를 부탁드려요. 


1.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호날두가 13-14 시즌 들어서 미친 활약을 이어감으로써, 이번 피파-발롱도르의 수상 확률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네요.
  
일단 무엇보다도 기쁜 건, 호날두가 "주변 환경과는 상관없이 최고인 자신의 가치"를 계속해서 증명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곳 레매에서 다뤄졌던 얘기는 아니지만, 축구와 관련되서 한마디씩 하는 축구 커뮤니티들에서 나온 얘기들만 봐도,  "외질이 없으면 호날두의 골 수는 줄어들 것이다."  "호날두는 주변 선수들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이런 얘기 굉장히 많이 봤죠.  

이제 와서 저런 이야기들에 코웃음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기분좋네요.  솔직히, 이번 이적시장에서 외질 내보내고 이스코, 베일 데려오면서 얼마나 말이 많았습니까.   초특급 어시스터인 외질이 나가면 호날두 골이 줄어든다.  뭐 수학 공식처럼 외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호날두는 13-14시즌 들어서 지금까지 봐왔던 어느 때보다 페이스가 좋습니다.  

확실히,  이건 호날두의 클래스입니다.  주변에 누가 있고 없고,  스쿼드에 누가 포함되고 되지 않고를 떠나서 거의 일정하게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있고, 커리어하이라고 생각했던 11-12 때보다 더 가파른 페이스로 골을 넣고 경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프리 시즌과 시즌 초반만 해도 "호날두를 공격수 위치에 고정해 두고 쓸 것이냐, 아니면 전과 같이 왼쪽 측면에 두고 쓸 것이냐" 하는 위치 논란과 더불어 이렇게 쓰면 호날두의 움직임과 득점력이 배가될 것이다. 혹은 줄어들 것이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죠.   실제로 프리 시즌과 시즌 초반엔 좀 무딘 모습이기도 했고, 팀 자체의 전술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호날두도 뭔가 감 잡기 전이고, 외질도 막 나간 직후니 이야기가 나오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죠.  

뭐 그런데 본인이 증명하네요.  경기들을 치루고 몸이 올라오고, 전술이 안정되니까 그 누구보다도 위력적인 모습.  웬만한 상위권 구단의 그것보다 가열찬 득점 페이스. 


무관이라는 것 하나만 제외하면 호날두 말고 다른 선수가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것을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네요.  팀 성적이 좀 안 좋았던 것이 걸리긴 하는데, 그걸 뒤집고도 남을만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니 할 말이 없을 뿐입니다.   

재계약이 확실히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호날두가 본격적으로 페이스를 올리기 시작한 시점과 재계약의 시점이 거의 맞아 떨어지는 걸 보면, 구단에서 대규모의 재계약을 하면서 호날두에게 믿음을 보여줬고, 그것이 선수에게는 안정감을 느끼게 했을 테죠.  
이번 시즌에 대체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 

아 그리고 메시가 부상이니 호날두가 수상하게 되었지, 메시가 부상만 아니었으면 올해도 메시가 발롱도르를 수상했을 거다.  이런 얘기가 간혹 타 축구 커뮤니티에서 보이던데 참 실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누가 부상당하라고 했나요. 메시의 득점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한 딱 그 무렵에 햄스트링 부상이 겹치면서, 메시가 이번 시즌에 부진한 건 전적으로 부상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 마르티노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메시의 활약이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죠.   아마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았더라도 지금의 호날두만큼의 활약은 보이지 못했을 겁니다. 



2. 레전드들의 호날두 지지 문제 


이 얘기도 심심치않게 나오는 것들인데,  사실 레알마드리드의 레전드들이 특정 선수 누구와 누구를 비교하며 "레알의 선수가 더 낫다." 이렇게 편을 들어준 경우는 (제가 알기로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게.. 대체적으로 점잖은 듯한 우리 레전드들의 성향도 있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별나게 자기네 선수를 치켜세우고 타 팀 선수들을 깎아 내리기 좋아하는 모 팀"이 특이한 거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그 팀의 몇몇 레전드들을 제외하면 자기네 선수 옹호하고 치켜세워주는 일로 세월을 보낼만큼 한가한 사람들은 별로 없죠. 
그나마도 기사화되는 건 펠레나 마라도나 정도.  게다가 취사형식으로 몇몇 자극적인 발언들만 사이트에 게재하는 포탈사이트의 성향 상, 그 모팀의 레전드들이 부리는 주접이 더 기사화되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 레알마드리드의 레전드들이 상대적으로 인색해보이는 거죠.  

반바스텐이 반페르시 칭찬해주는 거 보기 어려워요.  보비 찰튼도 마찬가지.  "리버풀의 레전드 xx, 제라드는 세계 최고" 이런 기사 못본지 꽤 된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아요.  어느 특정 팀이(어디라고 말은 안하겠지만) 거의 펠레 수준으로 언론에다 수다떨기를 좋아하고, "진짜 몇십 년만에 나온 자기네 출신 에이스"를 치켜세워주기 바빠서 상대적으로 우리 팀 레전드들이 인색해보이는 것.  그냥 이렇게 이해하면 조금은 받아들이기 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레알마드리드 팬들의 성향 문제 


레전드 얘기가 나온 김에,  점잖고, "열광적이지 않기로" 유명한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네요.  

레알마드리드의 팬들은 열기가 부족하다.  열성적이지 않다.    이런 얘기 사실 낯설지 않습니다.  몇몇 중위권 팀 혹은 하위권 팀보다도 어떨 땐 응원 열기가 약하고, 열성적인 환호보다는 야유를 보내는 쪽에 더 익숙하다.  이런 얘기도 있죠. 

근데 모든 건 팬들의 "기대감" 문제입니다.   레알마드리드라는 팀에 어느 정도의 기대를 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응원의 형태는 자연스럽게 달라지게 되는 거죠. 

그럼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레알마드리드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까요.  상승의 팀,  이기는 게 당연하고 지는 게 이슈가 되는 팀, 홈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패한 것이 "재앙" 수준으로 받아들여지는 팀.  이게 사실 아닐까요? 

이 기대감은 "1승 1승이 소중한 강등권의 팀" 이나, "승점 1~2점 차이로 유럽 대항전을 나가고 못나가고가 결정되어, 다음 시즌의 수입에도 큰 타격을 주는 팀" 들의 기대감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제가 스페인에 살지 않아서 뭐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제가 경기를 볼 때만 해도 "과연 오늘 레알 마드리드가 이길까? 질까? 두근두근!!!" 이러고 경기를 보진 않습니다.  "당연히 이기는데 골은 누가 넣을까." 정도의 기대를 하고 경기를 보죠.  당연하죠.  질지도 모르는 경기를 보려고 새벽 세네시에 잠 안자고 컴퓨터 앞에 앉고, 다음날 피곤함을 감수하지는 않잖아요.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보기 때문에 이기면 "역시" 하는 거고, 지면 그 때부터 왜 졌는지, 뭐가 문제인지 눈에 불을 켜고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현지팬들은 뭐 크게 다를까요?  그다지 다를 것 같지 않은데요. 


이런 팬심은 어쩔 수 없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명문 팀의 팬이니까요.  승리와 득점이 당연한 팀이기에, 팀이 득점하고 승리하는 것이 특이한 것이 아니게 되는 거죠.  비슷한 얘기 하나 해볼까요?  호날두.  요즘에 호날두가 1골넣고 경기 끝나면 솔직히 좀 무덤덤하지 않나요? 그렇게 잘하는 줄 모르겠지 않나요?  최소한 멀티골, 혹은 1골에 1어시는 해야 '오 호날두 오늘 잘했구나' 싶고, 해트트릭을 기록해도 "어 또 해트트릭했네" 하게 되지 않았나요? 

호날두가 1득점 한 거랑, 야누자이가 1득점 한 건 완전히 반응이 다르죠.  기대감이 다르기 때문에.   레알마드리드가 승리한 것과 스포르팅 히혼이 승리한 것은 완전히 반응이 다르죠.  기대감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실 최상위권의 팀을 응원하는 서포터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모습들이죠.  베르나베우가 조금 더 심하냐 덜 심하냐의 문제이긴 하지만.  

레알마드리드는 승리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클럽이고, 우리는 그걸 응원하는 팬이고, 레알 마드리드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되는 팀이라는 걸 알기에, 기대감은 큰 거고, 팬들을 열광하게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극적인 연출과 극적인 순간이 필요한 거죠.  예를 들면 레반테와의 극장 경기라든지, 아니면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라든지.



4.  원톱 문제. 


벤제마가 잘하고 있습니다.  엘클라시코 때 선발에서 제외된 것이 본인에게 자극이 되었는지, 아니면 이제 어느정도 맞아 돌아가는 팀의 전술 아래에서 자기 역할을 찾은 건지.. 이유야 어떻든 최근에는 굉장히 고무적인 활약을 해주고 있는데요.   현재 12경기 출전(940분), 6골 5어시네요. 약 85분에 1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신 못차리던 시즌 초반을 생각해보면,  살아나기 시작한 최근의 활약은 기록보다 더 좋다고 봐야 되겠죠.  

12 경기에 나와서 11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는 건 사실 훌륭한 겁니다.  특히 골과 어시가 고른 점이 벤제마의 단점이라면 단점,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벤제마의 어시스트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외질의 기록을 보겠습니다.  이번 시즌 아스날에서 신대접 받고 있는 외질이 3골 6도움을 기록하고 있네요. 

이건 사실 놀라운 일입니다.  EPL로 가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킨 공미랑 우리 팀에서 시즌 초반에 부지런히 삽질했던 "공격수" 랑 비교했을 때 어시 기록 차이가 한 개뿐이네요.   뭐.. 외질의 패스는 지루가 받고, 벤제마의 패스는 호날두가 받는다는 차이는 있지만, 결국 벤제마의 도움 능력이, 공격 포인트를 만드는 능력이 "수치로만 봤을 때는" EPL이 신으로 모시는 외질에게 그다지 꿀릴 게 없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란 거죠. 

흔히 하는 얘기로, 왼쪽에 호날두 오른쪽에 베일입니다.   이들 사이에서 가운데에 서는 공격수.  클래식한 9번의 역할보다는 다재다능함이 요구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벤제마를 어시만 잘하는 선수라고 하기에는 "이번 시즌에 드디어 터졌다는" 산체스와 비교해서 1골 적습니다 .  나폴리로 떠난 이과인보다는 1골이 많네요. 
호날두와 메시의 기형적인 득점 능력 때문에 기준이 매우 높아져서 그렇지, 보통 2경기에 1골을 넣는 공격수는 월드클래스입니다.   메시-호날두의 시대가 오기 전엔 리그 득점왕은 20~25골 사이에서 정해졌었죠.  2경기에서 1골보다 조금만 더 넣으면 득점왕이 될 수 있었던 게 그리 오래된 얘기도 아니에요.   


그러니 조금 더 인정받아도 되는 선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 프랑스가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고 월드컵에 가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해냈죠.  09-10부터 지켜본 벤제마는 "흐름을 타면 더 잘하는" 타입이었어요. 10-11 후반기가 그랬고, 11-12 시즌이 그랬죠.  잘되기 시작하면 계속 좋은 모습 보여주고, 안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안되는.. 그런 타입이었는데,  팀이 슬슬 제 자리를 잡아 가고 있겠다, 대표팀도 극적으로 월드컵에 진출했겠다.  어느 정도 조건은 갖추어졌습니다  계속해서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네.  제 글이니 기승전벤이죠.  이러려고 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ㅋㅋ 
레알마드리드 경기도 없고, A매치데이도 끝나고 해서 이것 저것 생각하던 것들을 적어봤습니다.  이 얘기는 좀 해보고 싶었는데 딱히 꺼내기가 애매해서 안하고 있던 것들을 기회가 생긴 김에 해보고 싶었어요.  

케디라의 부상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었는데,  케디라가 빠진 안첼로티 레알마드리드의 모습은, 예측은 할 수 있을지언정,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몇 경기를 보고 나서 얘깃거리가 있다면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어서 제외했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지금으로서는 안첼로티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활동량이 좋은 디마리아를 쓰든, 이야라멘디와 모드리치 알론소의 역할 분담을 새롭게 하든, 일단은 안첼로티 감독의 복안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생각이 다르거나 다른 논의할 게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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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

arrow_upward 근데 리베리가 왜 발롱도르 강력한 후보중 한명으로 뽑히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arrow_downward 이번에 호날두가 발롱도르 수상하게 된다면 의미가 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