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첼로티 실험도 이해가 가네요.
-시즌 1/3인 시점에서, 그것도 엘클라시코에서, 처음 보는 전술을 들고 나와서 많이 당황하셨어요?
시기상으로 왜 엘클라시코에 실험인가, 라는 물음에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도 말했듯이 바르셀로나의 우세를 인정하는 눈치였고 지금까진 만들어온 전술로는 아직 부족하다라고 판단하여 가급적 작년의 전술로 회귀한 것 같아요.
전반전을 두고보면 벤제마를 베일로 바꾼 지난 무리뉴의 마드리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풀어나갔다고 봐요. 무리뉴의 마드리드에서 중추 역할이었던 알론소는 라모스로, 외질은 때에 맞춰 전진하는 모드리치로 해결하려 했던 것 같아요.
전반만 하더라도 최전방 공격수의 압박, 특히 호날두는 전혀 수비에 가담하지 않았고 허리에서의 압박을 통해 탈취한 볼을 최전방에게 건내는 식의 지난 몇년간 대 바르셀로나 전에서 가장 위협적인 전술을 꺼내들었다고 봐요. 다만 모드리치는 외질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벤제마를 대신하여 나온 베일은 그간 벤제마가 보여줬던 유려함에 비하면 아직까지 폼이 올라오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고 호날두, 디마리아와의 동선이 겹치거나 너무 벌어지는 모습을 보여줘서 더욱이 답답한 최전방이었던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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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으로 넘어와서 이야라와 벤제마가 투입되고 이는 한준희 해설의 말처럼 전반전 전술의 실패를 시인하는 셈이 되었는데 웬 걸, 오히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니 팬들로 하여금 진작에 저럴것이지. 라는 생각이 드는거야 당연합니다 :-{
후반전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전반전에는 주로 측면으로 오버래핑하던 케디라가 후방에 자리를 메꿔줄 이야라가 들어오자 서슴치 않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했고 이는 두차례에 걸쳐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 했다는 것.
그리고 알론소를 대신하여 나온 라모스는 활동량에 있어서는 알론소보다 위일인지 언정, 위치판단으로 상대의 공격을 끊어내는 예측력은 부족했다고 봐요. 롱패스만큼은 누구보다도 알론소에 가깝지만 수비시엔 라모스 이름을 생각하면 아쉬운 모습이었어요.
라모스를 대신하여 나온 이야라멘디는 보다 민첩하고 숏패스로 주고 받는 플레이에 능한 모습을 보이면서 안첼로티 마드리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추 인물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벤제마는 확실히 최전방에 선 공격수들 중, 동선에 대한 이해가 가장 뛰어나고 공중볼에 대해선 여유롭다고 할까요. 우선 부대끼는게 아니라 낙하지점을 먼저 포착하여 자리를 선점하고 편한 트래핑으로 볼의 소유권을 가져오는 것. 그리고 볼을 발 밑으로 부드럽게 굴리면서 동료들이 들어갈 시간을 벌어 주는 것. 모라타가 떠오르는 신성이지만 역시나 압박이 강한 강팀을 상대할 때, 더욱이 빛나는 벤제마의 키핑 능력이 돋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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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에 대해선 말 그대로 운이 가른 경기
어느팀이 이기고 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양팀 모두 결정적인 찬스가 많이 있었던지라 비록 지긴 했지만 그동안 안첼로티가 실험했던 전술이 압박이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과연 무리뉴의 마드리드와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 라는 실마리를 보여준 걸로 만족해요.
그리고 또 하나 만족하는 점은 호날두가 비록 골을 넣진 못했지만 7경기 연속 누캄프 공격 포인트와 엘클라시코 첫 어시스트를 기록했다는 점, 신입선수들이 골고루 엘클라시코를 경험했고 그 중 이스코가 나올거란 예상을 엎고 대신 나온 헤세는 골까지 기록하며 모라타와 함께 존재감을 입증 했네요.
마지막으로 메시가 딱 두장면 빼고는 아무것도 못했다는.... :-)
(쓰고보니 네발로 볼 끄는 장면도 추가하고 싶네요. 정말 네이마르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