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ter_list
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요즘 세상 사는게 즐거운 지단 인터뷰

지쥬 2013.07.16 15:35 조회 3,517 추천 20

나는 제로에서 출발한다 
두려움 없이 


레퀴프 매거진 2013년 7월 인쇄판 







6월의 오후. 지네딘 지단을 만났다. 최근 언론에서는 향후 지단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맡게 될 역할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는 중이다.(안첼로티에 의하면 어시스턴트 코치로 부임하게 될 것이라고) 지단은 형과 함께 마르세유 북부 교외에 스포츠 컴플렉스를 만들었고, 그 곳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지내며 축구대회도 열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컴플렉스 내 분위기는 화기애애 하다. 어린 선수들부터 함박미소를 지으며 손자들과 함께 구경 중인 지단의 아버지까지. 지주(Zizou)는 지금 고향에 있다. 




Q> 지금도 축구 하는거 좋아하나요?

시간 있을 때는 항상 하죠. 친구들이랑 할 때도 있구요. 5 대 5 축구가 적당하고 재밌는 것 같아요. 제 나이 되어 보세요. 11명씩 떼로 뛰면 죽어요 죽어;; 아무리 저라도요.




Q> 지네딘 지단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죠.

잘하고 싶다, 잘해야 겠다 이런 생각도 없이 단순히 축구가 재밌어서 했어요. 유스 시절에도 쭉 그랬고 그보다 어릴 때도 이웃 친구들이랑 정말 맨날 축구만 하면서 놀았죠. 제가 축구 컴플렉스를 연 목적은 단 하나에요. 다양한 인종, 여러 세대의 사람들이 차별없이 축구를 공유할 수 있게 하자. 그게 바로 이 곳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어렸을 때 형이랑  '언젠가 우리에게 딱 맞는 멋진 축구장이 생겼으면 좋겠다!' 떠들곤 했거든요. 어린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축구장. 그것이 우리의 꿈이었어요. 형과 저는 콘크리트 위에서 볼을 찼죠. 우리 형제는 체육관도, 경기장에도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어릴 때 이게 한이 됐나봐요. 처음 급료를 받았을 때부터 늘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어요. "나중에 은퇴하면 동네 꼬마 애들 축구하는거 뭐가 됐든 내가 도와줄거야"  이걸 사업으로만 국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형과 저는 가난한 어린이들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 했거든요. 사회 환원도 비즈니스만큼 중요합니다. 




* 이게 어릴 때 설움설움 열매를 먹고 자란 지단 형제가 만든 종합 스포츠 센턴데요. 축구장 말고도 안에 뭐 이것저것 많아요. 인터뷰 중 지단이 한 말대로 '차별없이'가 여기 모토라 여성 축구단이나 유아용 짐, 장애인 운동관도 있다고 하고요. 기본 개념은 엄연히 비용을 지불하는 센터이되 마땅히 축구할 공간이 없는 단체나 학교에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주거나 빈곤 계층 어린이들이 와서 축구하며 놀 수 있게 해놨대요. 2011년 완공인 걸로 아는데 지단이 대학 다니기 시작한 즈음과 시기가 비슷합니다. 매니지먼트-코치 수업 받은 거 여기서 실습 해봤다는 소문이ㅋㅋㅋㅋㅋ




Q> 지단은 어떤 것들을 따르는 편이죠? 본능?

제가 직접 보고 들은 것, 예감. 그런 것들이 저를 보호해줍니다. 저는 늘 의심과 질문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Q> 직관. 불신. 이런 점들이 당신에게 걸림돌이 되진 않았습니까?

일정 부분 그런 면도 있죠. 하지만 제 모습의 일부인 걸 부인하진 않습니다. 저는 많은 찬사와 유명세를 얻었지만 그게 단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압니다. 늘 '지금 위치를 알자' 되뇌이죠. 사람들이 '저 인간은 글러먹었다' 고 말한다면 그건 진짜 글러먹었기 때문에 하는 소리에요. 아무리 내가 최고고 제일 잘났다며 위안해 봤자 결국 초라한 현실을 깨닫게 되죠. 제가 그런 밑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은 이유는 이게 축구 선수의 삶이라는걸 일찌감치 알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칭찬이나 관심이 모아지길 바란 적도 없어요.  항상 현실 파악을 하자는게 제 신조라서요. 월드컵 우승을 했을 때 개선문에 제 사진이 크게 걸린 걸 봤을때 이런 말만 나오더군요. "응. 사진 예쁘네. 하지만 평소대로 돌아가자. 곧 이 열풍도 지나갈거야" 딱히 저에 대한 비난이 없더라도 항상 스스로를 경계합니다. 대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땐 풀어지죠. 형이나 누나 또는 우리 집사람이나 아이들 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저를 '그' 지네딘 지단으로 보는게 아니라 남편으로, 아빠로 대해주는 것 그게 참 좋아요. 보통 사람으로 돌아간 것 같거든요. 



Q> 요즘 뭘 공부하고 있다구요?

여러가지요. 제가 해야 할 과정들이 많았어요(*프랑스 중부 리모주 대학에서 스포츠 경영학을 배웠으며 축구 지도자 과정을 따로 거침) 하지만 역시 일상에서 알게 되는 것들도 무궁무진 하죠!



Q> '지네딘 지단'은 유명 인사라 보는 눈들이 많죠. 그런 점 때문에 진로에 대해 움츠러들 때가 있진 않습니까?

꺼려질게 뭐가 있나요. 사실 저는 다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게 정말, 참 좋네요. 코치 연수를 졸업하는 일처럼 말이죠. 좋은 선수가 훌륭한 감독이 되진 않는다는거 저도 잘 압니다. 현역 시절 경험이 일정 부분 도움은 될 지언정 그 이상의 결과를 내놓진 못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다시 무(無)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게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심마저 드네요.



Q> 안심이 된다고요? 왜요?

그 편이 논리적이고 옳은 결론이기 때문이죠. 아직 일천한 수준이지만 심지어 제 나이에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잖아요! 저는 그렇게 할 겁니다. 제가 하고팠던 일을 실현할 방법을 찾았으니까요. 



Q> 어떻게요?

제가 모르는 것들이 어마어마 하더군요. 다행스럽게 이 분야에 대해 가르쳐 줄 분들이 계셨고 백지 상태인 제게 여러가지를 알려주셨죠. 뭐...가끔 내 머리에 문제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답답해서 완벽히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그 때를 계기로 '이 분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었습니다.  감독, 코치는 많은 경험이 필요한 직업이죠. 그만큼 배울 것도 많더라구요.




Q> 훌륭한 코치를 정의해주시죠.

우승을 하면 사람들은 절 좋은 코치라고 말하겠지요. 결국 훌륭한 코치란 승리를 이끄는 사람입니다.



Q> 앞으로 당신은 사소한 결정 하나 하나에도 온갖 비평을 받는 위치에 서게 될 겁니다.

압니다. 그리고 그게 제가 하려는 일이죠. 타인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이야 말로 제게 가장 큰 밑거름이 된다고 믿습니다. 저는 독불장군이 아닙니다. 토론과 변화를 아주 좋아하죠. 그게 서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믿으니까요. 그래서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듣는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레알 마드리드 회장님이나 여기 스포츠 컴플렉스의 직원 같은 이들로부터요. 맞아요. 경청과 배려가 제 장점입니다. 이게 제가 지난 인생을 꾸려온 비결이죠. 휴식기 동안 앞으로 제 남은 삶에 어떤 목표들이 있는지 살폈고 점점 그걸 현실로 실행해야 할 때라는 걸 알았어요. 앞으로 저는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감독에 대한 목표 의식이 없었다면 전 지금 집에서 낮잠 자고 있을거에요. 감독을 꿈꾸는 자가 지단이든 지단이 아니든, 이 꿈을 이루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학위를 따야하고 필드 위에도 서야하고 타인과 소통도 해야하죠. 그런 과정이 필요해요. 그리고 사실 이런 일련의 단계들이 저와 무척 잘 맞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부터 배우며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은 아주 흥미롭고 매일 새로이 얻어가는 것이 많아요.  



Q> 최근 가장 중요한 깨우침은 뭐였죠?

몇몇 팀에서 지내면서 느낀건데 신뢰만으로는 팀이 돌아가지 않는다. 뭐, 이를테면 스태프진을 꾸리는 일 같은 것들이죠. 보통은 함께 오래 일해온 사람들이 같이 팀을 만드는 편인데 사실 그런 인맥보단 능력이 우선 순위에 있어야 해요. 특히 선수 피지컬을 만들 땐 무조건 그 쪽 분야의 전문가를 데려와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원래는 '우선 제가 알고 있는 인물 중 일을 맡길 만한 사람'을 택하던 편이었거든요.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기만 하다면 생면 부지의 사람과도 함께 일할 수 있어요. 



Q> 팀이 안좋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한결같은 충성을 기대하는건 무리일까요?

스쿼드 내 23인 모두가 각자의 성향이 있죠. 음, 연수중에 제가 뭘 배웠느냐 물으신다면, 팀 내 선수들을 분류하는 법 같은 거죠. 오로지 감독에 기대 충성하는 유형, 운동 선수의 책임감으로 따르는 유형, 서열 정리에 따라 복종하는 선수가 있다고요.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인간 군상과 똑같아요. 그래서 우정에 더불어 '우승을 위해 하나로 뭉치자!' 이런 이상적인 조직은 가장 도달하기 힘든 레벨이라고 합니다.







Q> 선수 지네딘 지단은 위대했지만 감독이 되고자 하는 지단은 아직 햇병아리 입니다. 그 간극이 당신을 괴롭히진 않습니까?

저는 감독을 꿈꾸는 사람이고 그 길이 쉽지 않은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좋아요.



Q> 그 말씀 할 때 아주 만면에 미소가 그득 하시네여...

정말 즐거워서 그래요. 하나씩 배워 가는게 참 좋네요. 차곡차곡 완성해 가는거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저는 20년동안 단 한가지 행동만 할 수 있었고 거기에만 매여 살았습니다. 바로 축구를 하는 거죠. 어릴 때 동네에서 뛰놀 때나, 유스 시절, 제 소속 팀들, 월드컵에서 뛰던 순간들 그 어느 때도 저는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 같은 건 없었어요. 그냥 그 순간 제가 필드 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게 제 지표였죠. 현역 땐 사소한 것 하나도 다 계산하고 움직였어요. 취침해야 하는 시간대, 휴식 시간, 제 축구 장비 같은 것들까지. 그래서 은퇴 후 다음엔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불현듯 제가 해온 기계적인 선택들에 의문이 들더군요. 오늘날 저는 꽤 많이 달라졌다고 스스로도 느낍니다. 저는 여전히 성장할 수 있고 성취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걸 알게 되니까 마음이 기뻐서 웃어요. 제게 있어 이건 큰 도전이고 아직도 많은 숙제들이 남아있다는 것. 그 모두 다요.







가족 얘기 조금(사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선수를 조종한다는 표현을 싫어한다고도 했고 선수와 감독은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런 이야기도 했어요. 지엽적이거나 중요하지 않은 건 뺀다고 뺐는데 기네요. 
format_list_bulleted

댓글 22

arrow_upward \'카카 테라피\'를 시작한 안첼로티 arrow_downward 아디다스 후원을 받게된 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