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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

그만해야하는 건 알지만 올라오는 글들 보고 몇 자 적어봅니다

USD 2013.05.19 04:00 조회 2,003 추천 15


저를 비롯한, 레알 마드리드의 모든 팬 분들이 이번 코파 델 레이 결승전, 그것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렸던 결승전에서 자판기에 힘없이 무너진 레알 마드리드에 굉장히 실망하셨을 꺼라고 생각합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있듯이, 원래 레알 마드리드 상대로 좋은 판정 해준 적 없는 클로스 고메스도 경기 내용에 한 몫을 했지만, 주심을 탓하기에는 우리 팀 선수들 경기력이 상당히 좋지 않았습니다. 보면서 코파 델 레이니까 막말로 경기력은 망해도 우승컵만 따내면 장땡이다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우승컵도 들어보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져 버렸습니다. 이로써 올 시즌은 카시야스 커리어에 "홈에서 자판기한테 깨짐"을 추가하면서 무관으로 남게 되었네요. 

이번 시즌, 프리시즌부터 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시즌이였습니다. 카카가 나가네 마네 루머가 이적시장 전부터 돌더니 결국 이적시장이 닫힐 때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었고, 모드리치 딜은 알론소 48사건만큼, 이적시장이 닫히는 그 마지막 날까지 질질 끌렸죠. 선수들 대부분은 유로 때문에 (득점왕을 예상했지만 빵골에 그치고 휴가 즐기러 떠난 벤제마는 빼고……) 이미 체력소모가 상당했고, 회복할 겨를이 없이 새 시즌과 바르샤를 상대로 수페르 코파를 치뤄야 했습니다. 

시즌 초, 아직까지 기억 나시는 지는 모르지만 한때 레알 마드리드가 강등권이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시즌 두번째 경기인 헤타페전(라고 쓰고 제가 밤 새서 경기보다 열받아서 모 운영진 분한테 승질 팍팍 부렸던 경기. 차라리 그냥 자라고 하지 끝까지 같이 보자고 해서 핫식스 큰 캔으로 두개나 마시며 봤는데 털려서 욕 나왔던.. 이게 다 그 분 때문입니다. 역시 4롱을 깐다..)만에 사실 리그를 포기했다는 말을 지인들에게 할 정도로 시즌 초반은 정말 형편 없었습니다. 전반기에 극장 경기라고 뽑히던 맨시티와의 챔스 조별경기도 사실 글쎄요, 레알 마드리드의 이 스쿼드로 애초에 맨시티한테 두 골이나 먹힌 게 과연 극장이라고 불릴 만한 경기였을까 의문이 드네요. 셀타 비고한테도 졌었고, 진짜 어떻게 보면 08-09시즌보다도 더 화나는 시즌이 되어 버렸습니다. 무리뉴의 프레스 컨퍼런스에서의 발언처럼, 올해는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에 최악의 시즌이 맞죠. 

여기서 많은 분들이 "그동안 레알 성적 모르냐, 이것도 많이 이룬 거다" 혹은, "눈이 높아졌다"라고 말씀 하시는데, 제가 레알 경기를 보기 시작한 2003년도에도, 레알은 항상 우승 후보에 있었습니다. 챔스에서 계속 성적이 안 좋았던 건 사실이지만, 언제나 기대치는 컸습니다. 그 동안에 누가 레알 마드리드가 광탈할 줄 알았을까요.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에, 07-08 이후 계속 바르샤한테 내 주던 리그 우승컵도 역대 최고 승점 수립과 함께 되찾았고, "코파는 버리는 컵 아닌가요" 라고 말이 나올 만큼 운이 없었던 코파 델 레이 대회에서도 우승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바르샤 별 거 아니네"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만큼, 엘 클라시코에서 바르샤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챔피언스 리그는 계속해서 4강에 진출했죠. 

네. 이 기록들 인정 안하는 거 아닙니다.  그런데 전에도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무리뉴 감독을 이런 이유에서 데리고 온 게 아닙니다. 이제 곧 레알을 응원한 지 10년차가 되가는 저도 한번도 보지 못한 챔피언스 리그 우승, 라 데시마를 위해서 무리뉴 감독을 데려온거죠. 그런데 결국 올해도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실패했고, 거의 우승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던 코파 델 레이 우승컵도 놓치게 되었습니다. 

무리뉴에 관한 논쟁의 중점이 바로 여기에 맞춰져야 하지 않을까요. 축게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무리뉴 팬 VS 그렇지 않은 팬의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데, 포인트가 잘못된 건 아닐까요. "무리뉴 팬이라 레알을 좋아하게 되었다". 네, 저같은 경우 피구를 좋아해서 레알을 좋아하게 된 팬이라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로 레알 팬이 되셨다는 분들도 있겠죠. 이유나 동기가 어찌 되었든 지금은 다 같이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는 팬들이니까요. 그런데 올라오는 글 들을 보면 "무리뉴 말고 누구 있느냐" "무리뉴 없으면 레알이 망한다" 라는 뉘앙스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이런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레알은 무리뉴 없다고 무너지는 팀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과 마찰이 생기면서 자꾸 그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네요.  
  
"팀 위에 선수 없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클럽 위에 감독"도 없습니다.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들을 살펴보면 디렉터의 힘이 감독보다 더 강했습니다. 저는 이 세상 모든 구단에서 감독을 위해 디렉터를 내친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선수 영입도 최대한 감독의 입맛에 맞는, 무리뉴가 원하는 선수들로 영입 해 줬구요. 이런 지원 하에, 이정도면 보드진에서도 엄청 참고 기다려줬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죠. 첼시 만큼이나 성적이 안나오면 감독을 가차없이 자르고 데려오던 게 레알 마드리드였습니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 스쿼드에, 무리뉴한테 했던 것처럼 선수 영입 지원을 한다면 우승까지 이뤄낼 새 감독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사실 아틀레티코 경기로 아직까지 열받아있는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써 내려간 글이기 때문에 제가 위에서 무슨 소리를 했는지 잘 모르겠네여. 암튼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무리뉴 찬양 VS 깎아내림 보다는 레알 마드리드라는 클럽이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와 기록에 맞춰서 생각해야겠지요.

그리고 하나 더, 레알매니아에서 "하얀 호구"시절이나, "언제부터 레알이 우승을 했다고" 라는 식의 표현을 보는 게 좀 그렇네요. "그 시절"부터 경기를 봐 왔던 사람이고, 지인들한테 가끔 농담삼아 얘기를 하고는 하지만, 팬사이트에서 이런 말들이 마치 그 시절은 아무것도 아니였다는 듯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이제 시즌 종료까지 딱 두 경기 남았습니다. 다음 시즌에 무리뉴가 남던, 새 감독이 오던, 우리는 시즌 끝까지 "레알 마드리드"라는 클럽을 응원하고 다음 시즌 우승을 기대해봐야겠죠.  여기 계신 분들은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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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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