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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클라시코 후기 - 이제는 완전히 레알의 흐름 -

해로운슈카 2012.10.08 23:24 조회 2,446 추천 15

오랜만에 라이브로 본 경기였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결과야 2:2 무승부로 끝났지만, 내용 면에서는 아주 훌륭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보다 누캄프에서 지금까지 더 나은 경기 결과들을 보여왔던 우리 팀이었지만, 그것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1차전에서 진 이후, 누캄프에서 약간은 극단적 전술을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번 경기는 리그에서 뒤져있는 조건이 있다고는 하더라도, 시즌을 길게 본다면 쉽진 않겠지만 벌어진 차이를 메꿀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 즉 극단적으로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비교적 일반적인 상황에,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전술로 맞서는 경기였습니다.  그것이 확실히 엘클에서 통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좋은 평가를 하고 싶네요.  


무엇보다 칭찬하고 싶은 건,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도 우리가 잘 하는 걸 그대로 잘 해내고 있다는 겁니다.  

요 몇년 동안, 엘클라시코 솔직히 힘들었죠.  그건 우리 팀이 약하다기 보다는, 바르셀로나가 자체 사이클의 최고 지점에 올라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우리가 그걸 타개할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서였기도 합니다.  어떤 경기에서는 거의 반코트 게임에 가까운 경기 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지난 시즌 리가 2차전을 기점으로 해서, 굉장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어차피 점유율이야 그네들의 축구의 근본 그 자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내주고 들어간다 한다면, 점유율의 불리함을 뒤집을 만한 효과적인 전술이 드디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 부분에서 샤비 알론소와 케디라를 칭찬하고 싶네요.  
이 두 선수는 불과 얼마 전까지도 엘클라시코가 끝나고 선수들의 활약상을 평가할 때, 아쉽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 선수들이었습니다.  알론소는 바르셀로나의 압박에 굉장히 힘들어했었고, 케디라는 섬세한 면이 아쉽다. 는 본인의 단점이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는 더 잘 나타난다는 단점이 있었죠. 

그런데 이 두 선수가 최근의 엘클라시코들에서는 본인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역할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바르셀로나 중원을 상대하는 느낌이네요.  알론소는 압박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에 빠른 판단과 빠른 전개로 공격의 밑그림을 그려주고 있구요.  수비시에는 정확한 위치선정으로 바르셀로나의 중앙 돌파를 영리하게 막아주고 있습니다.  (파울의 빈도가 잦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골키퍼가 카시야스라는 전제가 있다면 위험하다 싶을 때 파울로 끊는 것은 최악의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프리킥 실점들이 있지만, 우리 골키퍼는 카시야스니까요..게다가 불필요한 파울이라기 보다는 메시의 개인 돌파를 막다가 나오는 파울이 대부분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그 기회를 골로 연결 시켰던 메시가 대단하다고 봅니다.)

한편 케디라는, 섬세하고 잘게 잘게 맞서오는 상대에게, 피지컬로 이기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우격다짐이라고 해야 할까요.. 본인의 약점도 있지만, 장점으로 상대를 이겨내는 법을 터득한 것 같은 느낌이네요.  사실 바르셀로나가 압박은 아주 훌륭하지만 선수 면면이 피지컬이 좋은 편은 아니잖아요.  억지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느낌은 있지만, 그것이 확실히 통하고 있습니다.  어제 같은 경기에서는 어딜 봐도 케디라가 있더라구요.  
http://realmania.net/bbs/zboard.php?id=main&page=1&sn1=&divpage=1&sn=off&ss=on&sc=off&keyword=%C4%C9%B5%F0%B6%F3&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30
사롱이 전에 쓰신 글인데요.  케디라의 장점에 대한 좋은 설명이 되어 있어서 링크 걸어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사롱이 케디라에 대해, <벤제마가 나온 경우엔 케디라의 공격 가담이 굉장히 잦아지는데,  이는 벤제마가 최전방에서 버텨주는 플레이 (몸빵이라고 해야 되겠죠)에 약점이 있기 때문에 케디라가 그 부분을 도와준다>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정확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벤제마와 함께 나왔을 때 케디라는 공격 가담이 실제로 매우 활발합니다.  그리고 벤제마 대신 상대 수비수들에게 피지컬에 대한 부담을 주기도 하구요.  

어제 바르셀로나전에서도 그 역할들을 정말 잘 해줬어요.  투박한 감은 있지만, 섬세한 면은 떨어지지만, 본인의 장기로 바르셀로나의 중원에 맞서고 있죠.  "사나에"라는 느낌입니다.  굉장히 뿌듯하고, 멋져 보이네요. 


최근 우리 중원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도 우리가 잘 하는 걸 한다.  이건 크게 두가지의 의미입니다.  하나는 무리뉴 감독이 3시즌동안 많은 엘클라시코를 치루면서 전술적으로 상대의 중원에 맞설 열쇠를 분명하게 찾아냈고, 선수들이 그에 대한 지시를 굉장히 잘 수행하고 있는 것 때문이기도 하구요.  두번째는 샤비로 대표되는 그들의 극단적 볼 키핑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 때문이기도 합니다.  

샤비.. 나이가 들었죠.  아직도 볼 키핑과 게임 전개에서는 현역 선수들 누구보다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의 그 난공불락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중앙에서의 볼 탈취에 이은 윗지역에서의 역습을 바로 전개할 수 있는 것.  즉 위험한 지역에서 더 위험한 지역으로의 속공이 가능해진 것은 "샤비로 대표되는 그들의 중원이 예전만한 촘촘함을 잃었다." 라고도 볼 수 있는 거거든요. 

티토 체제로 바뀐 이후 바르셀로나가 여러 가지 다른 전술적인 시도를 하는 것-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한 측면에서 다른 측면으로 한번에 넘기는 패스를 한다든지, 때때로 중거리슛을 과감히 시도한다든지 하는 것-역시 샤비로 대표되는 난공불락의 중원이 약화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의 전매특허였던 일방적인 티키타카식 전술을 구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는 증거입니다. (그것이 과르디올라 체제와는 구분되는, 티토가 바르셀로나에 불어넣으려는 새로운 전술적 성향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지금의 바르셀로나가 예전만큼의 완벽한 티키타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에서는 결론을 같이 합니다.)


결국, 레알마드리드의 중원은 이제 바르셀로나의 중원에 맞서서, 의도한 걸 다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올라왔다.  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샤비 알론소와 케디라는 엘클에서 레알마드리드가 좋은 경기력을 보이도록 하는 1등공신임에 틀림없죠.   덕분에 이제 엘클을 볼 때, '밀리고 밀리다 언제 실점할까'. 라고 걱정하는 부분은 많이 줄어들었고, '언제 우리가 의도한 플레이 (주로 전의 엘클에서 보였던 역습들보다 좀 더 윗지역에서 역습을 시도하는 것) 를 해서 득점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기대하면서 경기를 볼 수 있게 된 거죠.


하나 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정말 대단합니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네요.  엘클만 끝나면 모든 포털사이트 (레매도 예외가 아닙니다.)의 까임 지분을 독식하던 그가, 엘클 6경기 연속골을 넣었습니다.  새가슴에서 미스터 엘클라시코가 되었죠.  우리 모두가 기대하고 있던 것, 엘클라시코에서 레알의 7번의 위엄을 보여주는 것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면 기대 이상입니다.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이만한 기록을 보여주는 선수는 역대 기준으로도 손에 꼽아야 할 겁니다.  

그냥.. 엄청나다는 말 밖에 못하겠네요.  진짜 눈으로 보고 있어서 덜 대단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서 더 이상 호날두가 레알의 선수가 아니게 되었을 때, 혹은 그가 더 이상 현역선수가 아니게 되었을 때,  엘클라시코를 보면서 호날두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때 호날두라는 선수가 레알에서 뛰었는데, 엘클라시코 때마다 가장 중요한 골들을 터뜨렸다구요.  엘클에서 정말 잘 해준 선수로 라울과 함께 호날두를 꼽게 될 겁니다.  


벤제마가 어제 그 순간에 결정지어주지 못해서 너무너무 아쉽지만, 바꿔 말하면 그 실수 하나가 이 경기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라고 할 정도로 우리가 경기를 잘했다.  그것도 원정에서.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물론 벤제마는 욕 먹어야죠.  진짜 어제 그거 넣었으면 벤제마도 영웅인데 ㅉㅉ 결국 그걸 못해서 ㅋㅋㅋ)  경기 전체가 말려서 엘클이 끝나면 진짜 검은 기운 속에 퐁당 빠져있던 그 때와 비교하면, 최근엔 정말 잘 하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팀이, 위기에서 힘을 내주고 있다는 데에 만족합니다.  맨시티와의 챔스 경기도 정말 힘든 상황이었는데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팀 분위기를 다시 살려냈고, 이번 엘클도 만약에 졌더라면 리그 우승은 점점 더 어려워질 뻔 했는데, 좋은 경기력으로 승점이 더 벌어지는 상황은 막았습니다.  게다가 다음 경기는 우리 홈에서 치뤄지구요, 최근 엘클에서의 경기력이 나쁘지 않으니 그때에는 확실한 승리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다음 엘클까지 우리가 해야 될 것들 -뜬금없이 승점을 잃는 일을 피하면서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것-을 잘 해 나가면서 기회를 기다리다 보면, 리그 우승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 올 겁니다.  

승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나, 충분히 다음 승리를 기대할 수 있게 한 데에서는 좋은 경기였다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논의할 게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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