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ter_list
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Good bye Barca, Hello Madrid.

슈카찡 2012.04.27 13:18 조회 2,212 추천 13

어제로, 길고 길었던 레알 마드리드의 11-12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끝이 났네요. 
아쉬운 마음이야 말로 다 할수가 없겠지만, 그래도 매우 의미있는 대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레알마드리드가 2년 연속 4강에 진출하며, 유럽 전통 강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는 것.  이것이 가장 의미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오랜 시절 챔피언스리그에서 눈물을 흘려온 우리였기에,  어느새 그 힘들었던 과거를 뛰어 넘어, 우리 팀이 이만큼 강하다는 걸 전 세계 앞에 증명하고 돌아온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물론, 우승까지 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무리뉴의 레알은 여전히 젊고, 단단하며 투지가 넘치니, 희망을 품고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어제의 아쉬운 패배를 뒤로 하고, 또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팀과, 선수들과, 팬들이 할 일이겠죠. 


이제 또 앞을 바라봐야 합니다.  
아직 리가 우승은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당장 앞에 있을 세비야전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반드시 승리를 거두어야 혹시라도 일어날 말도 안되는 이변을 막을 수가 있죠.  세비야전에 이기고, 빌바오 원정에서 승리하면 자동으로 우승확정입니다.  챔피언스리그의 아쉬움을 씻어내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자부심을 선물할 수가 있게 되죠.  4년만인가요.  이과인이 마지막에 골 넣고, 긴 머리 휘날리면서 달려가던 그 모습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보는 우승세레모니가 될 겁니다.  그걸 위해서는 당장 다음 세비야전이 중요하죠.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이 탈락했기 때문에, 약간은 허탈함에 빠져계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물론 저도 어느 정도는 허탈하구요. 
하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리그 우승과 세레모니가 남아있으니, 마지막까지 화이팅해서 팀을 응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챔피언스리그는 끝났지만, 호날두-메시의 득점왕 경쟁이라거나, 남은 경기에서 사힌이나 그라네로를 어떻게 쓰는 지에 대해서라거나.. 아직도 시즌의 볼거리는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아쉬움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가 끝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번 지옥의 3연전.  바르셀로나에게는 더 아픔이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도 실패했고, 홈에서 열린 엘클라시코에서도 패배했으니까요.  그동안 지는 법을 모르는 듯 했던 그들에게 이 3연전의 결과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겁니다.  펩 과르디올라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르셀로나를 떠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죠. 

이것은, 비록 우리의 라이벌이었지만, 그야말로 08-09부터 11-12까지 세계 축구를 호령하던 한 세대가 저물어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르셀로나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공격 축구,  토털 사커,  그리고 과르디올라의 손을 통해 완성된 "킹 메시 체제"가 흔들린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과르디올라가 이끌어온 바르셀로나는 확실히 강했습니다.  레알 팬들도 그것을 인정할 만큼요.  리오넬 메시를 완벽하게 이용할 줄 알았고, 그들의 유스 출신 선수들을 활용해 최고의 점유율 축구를 했습니다.  어떤 팀들도 지금의 바르셀로나만큼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하지 못할 것이고, 바르셀로나처럼 패스를 통한 공격을 풀어내지 못할 겁니다.  그 부분에서 펩의 바르셀로나가 얼마나 강했는지는 그들과 가장 많이 상대한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었죠.  

그들의 전술은 지나치게 정형화된 탓에, 그들의 전술에 맞지 않는 선수는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한시즌만에 쫓겨나듯이 팀에서 나가야만 했고, 다비드 비야는 측면으로 이동해감에 따라 그 특유의 빛나던 플레이를 잃었으며, EPL의 중원을 누비던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주춤 주춤 눈치보며 라인 무너뜨리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지나치게 정형화된 그들의 전술"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가장 화려한 듯한 그들의 축구는, 실상 스쿼드의 두께가 얇을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가지고 있었고, 한명의 선수라도 이탈하게 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위험성 또한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3연전 그들이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이런 부분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게다가 플랜B의 부재로 인한, 전술의 유동성이 없다는 문제 역시 고개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막는 방법은 레알마드리드와 첼시에 의해 전세계에 노출되었습니다.  그들에겐 측면에서의 크로스가 없기 때문이죠. (이는 마드리드가 반드시 보완해야할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중앙에서 이뤄지는 그들의 패스플레이를 측면으로만 밀어낼 수 있다면, 거의 90퍼센트 이상 봉쇄가 가능했었으니까요. 중앙에 촘촘히 수비 진영을 펴고, 앞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패스들에 현혹되지 않은 채, 제 자리만 지킬 수 있다면, 그들의 공격을 대부분 무력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줄 수 있는 변화는 없었습니다.  교체자원은 필드에서 뛰는 베스트 11의 마이너 버젼일 뿐이었고, 그들이 투입된다 한들, 방금 전까지 계속 되던 그들의 패스플레이를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을 뿐", 새로운 공격 루트를 만들지는 못했죠.  메시를 위주로 한 그들의 공격은 강한 만큼 단조로웠으니까요.  산체스를 테요로, 이니에스타를 쿠엔카로, 샤비를 티아고 알칸테라로 바꿀 수 있을 뿐, 메시를 루카토니로 바꾼다든지 하는 카드는 생각할 수가 없었죠. 


어찌 되었든, 이러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할지라도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는 분명 강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수많은 강호들을 쓰러뜨리고 많은 컵들을 들어올렸으니까요.  챔피언스리그에서 그들이 받는 승리 배당율이, 그들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주는 근거가 되기도 하죠.  수많은 강호들이 바르셀로나와 맞붙을 때에는, 굴욕적인 배당율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랬던 바르셀로나기에, 지금 과르디올라와의 이별은 어떻게든 독이 될 겁니다.  

사실, 바르셀로나는 펩이 사임하지 않더라도, 푸욜의 노쇠화, 샤비의 체력 저하로 인해 빠르든 늦든 약점을 노출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 시기에, 메시와 함께 그들의 색깔을 대표하던 펩 과르디올라가 팀을 떠남으로써, 언제고 일어날 수 있었던 혼란이 조금 앞당겨진 것이죠.  그가 만들어낸 극단적인 점유율 축구, 메시를 가운데에 놓고 그 옆의 선수들과 함께 공격해나가는 전술.  그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 체력 훈련 등.  분명 그만의 색깔이 녹아있던 팀이었으니까요. 

어떤 식으로든 전술에 다소의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샤비가 갈수록 폼이 떨어지는 한은 말이죠.  비야를 위주로 공격진을 개편해 메시를 측면으로 보낸다든지, 지금의 샤비 자리를 장기적으로 세스크 파브레가스나 티아고 알칸테라로 대체해 나간다든지 하는 식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겠죠.  바르셀로나의 차기 감독으로 누가 결정될지는 모르겠으나, 그 역시 바르셀로나라는 강팀에 자신의 색깔을 어떤 식으로든 입히려고 할 테니까요.  

문제는, 이미 더 이상 강해질 수 없을 만큼 강했던 바르셀로나에, 어떤 식으로든 수정이 가해진다면, 지금의 위력보다는 약해질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이미 자체 최고 사이클에 올랐었습니다.  어떤 전술의 변화라도 이 이상 강한 바르셀로나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현재의 바르셀로나에서 푸욜과 샤비를 뺀 다른 형태.  그 어떤 형태라도 지금보다 강하진 못할겁니다. 이게 결국 우리 레알마드리드에겐 호재인 것이죠. 


지금까지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 세시즌 동안 90점이 넘는 승점 전쟁을 해왔습니다.  95점 이상을 따내야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지극히 비상식적인 전쟁을 치뤄왔죠.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한번의 무승부, 한번의 패배가 바로 리가 우승 타이틀과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런 살얼음판을 우리 팀은 걸어왔구요.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더 이상 지금까지의 강한 모습이 아니라면, 승점 전쟁에서 조금은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예상을 해볼 수가 있게 됩니다.  물론 다음 시즌부터 바로 약해지는 모습은 아니겠죠. 그들의 최고 무기인 메시는 여전히 건재하고, 이니에스타, 알렉시스 산체스, 다니엘 알베스 등은 다음 시즌에도 강할테니까요.  하지만 서서히 최고 사이클에서 내려오게 될 겁니다.  미드필더와 수비의 핵이 힘을 잃어가는 이상은 말이죠. 

어찌 되었든, 바르셀로나는 창단 이후, 그들의 가장 빛나던 전성기라고까지 할 수 있는 펩 과르디올라 체제와 이별합니다.  한 시대를 주름잡던 그들의 축구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 지, 지켜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겠네요. 


반면에, 레알 마드리드는 전력 누수가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우리는 카르발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주전들이 그대로 제 기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팀의 핵심이 된 메수트 외질, 카림 벤제마, 앙헬 디마리아는 아직도 젊고 어립니다.  지금보다는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그런 선수들이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여전히 위력적이고, 수비수로서 페페와 라모스는 이제 전성기로 접어드는 나이일 뿐이구요.   

샤비 알론소 쪽에 걸리는 과부하가 문제일 수 있지만, 이번 프리시즌을 거치면서 누리 사힌을 좀 더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말 그대로 다음 시즌은 이번 시즌보다 더 강해질 거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겠네요.  이번 시즌에 리그 우승컵을 차지한다면, 다음 시즌에는 본격적으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위한 준비를 할 테고, 그에 걸맞는 적절한 영입도 이루어질 테니까요. 

바르셀로나의 전성기 앞에서도, 차근차근 우리는 준비를 잘 해왔습니다.  충분한 두께의 스쿼드도 확보해 두었으며, 스쿼드의 면면을 보아도 젊고 활기차며, 훌륭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리뉴와 선수들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신뢰하고 있으며, 페레즈 회장은 팀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고 있죠.   바야흐로 마드리드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볼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천천히 정말 잘해왔습니다.   


이제, 바르셀로나는 한 시대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알마드리드는 이제 시작입니다.  무리뉴와 함께 어우러진 팀의 젊은 선수들은 세시즌 째에 이르러 완벽히 제 맛을 내기 시작할 겁니다.   다음 시즌부터 유럽 축구는 흰색 일색으로 물들 것이라는 달콤한 상상을 해 봅니다.  

다시 한번, 이번 대회, 우리 팀의 강함을 증명함으로써, 팬들에게 용기와 자부심을 준 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눈앞으로 다가온 리그 우승을,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할 겁니다.  

이번 시즌 마무리 잘하고, 다음 시즌에 또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주길,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Good bye, Barcelona.


Hello, Madrid. 

format_list_bulleted

댓글 12

arrow_upward 비난보다는 격려를 arrow_downward 축구계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