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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흑묘 백묘 _ 첫번째, 이과인 이야기.

슈카님 2012.02.21 07:54 조회 2,583 추천 35

흑묘백묘라는 말이 있죠.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그게 다라는 이야깁니다.  
우리 팀의 원톱 자리가 딱 그와 같습니다.  묘하게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행보를 걸어온 이 두 원톱 선수들이 레알마드리드 안에서 딱 흑묘백묘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네요. 

한명은 아르헨티나의 No.9 이고, 한명은 프랑스의 No.10 이죠.  어느 선수든 레알마드리드가 아닌 타팀이라면 벤치에 있는 것이 더 이상할 만한 기량과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레알마드리드의 4-2-3-1에서 마지막 꼭지점 자리에 위치할 수 있는 선수는 한명뿐입니다.  그래서 우리팀은 상대 전술과 그날 우리 선수들의 구성, 팀의 전술에 따라 두명의 선수에게 출전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면서 기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요한 경기에서 벤제마를 더 많이 기용하는 흐름이지만, 이과인의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초이스가 될 테구요. 

어찌 되었든 우리 팀 원톱인 두 선수의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습니다.  곤잘로 이과인과 카림 벤제마.  나이도 동갑, 레알마드리드의 원톱 공격수.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No.9 스타일의 골게터.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선수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는 화제가 될 것 같아요. 


먼저 이과인이 걸어온 행보를 살펴볼까요. 
이과인은 06-07 카펠로 감독 시기에 리베르플라테에서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해온 선수입니다. 87년생이니까 만 19세의 나이로 레알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죠.  

솔직히 처음에는 이과인이라는 이 선수를 왜 영입했을까. 그 당시의 스카우터들은 이과인에서 무엇을 보았길래 이 어린 선수를 영입한걸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레알로 이적해오기 전 그의 기록을 살펴보면, 04/05시즌 4경기 출장 0골. 05/06시즌 14경기 5골, 06/07시즌 18경기 5골로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기록을 가진 "아르헨티나에서 매년 나오는 수많은 공격수 유망주 중에 하나"로 여겨졌거든요. 

오히려 같은 시기에 레알마드리드로 영입된 페르난도 가고에게 모든 초점은 맞춰져 있는 듯 보였습니다.  당시에 가고는 레돈도의 후계자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레알마드리드에 입성했으니까요.  오히려 이과인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죠. 

그리고 경기에 기용되었던 이과인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리가 데뷔전이었던 사라고사전에서는 유연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만, 그 바로 다음 경기부터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이때쯤 해서 생겼던 이미지가 "골대 앞에서 골을 못 넣는" 공격수. 였을 정도로 첫 시즌 몇경기동안의 이과인은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과인이 만 19세의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렇게 눈에 띌 만한 기록으로 레알로 이적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당시 감독이었던 카펠로는 리가 경기에서 꾸준히 이과인을 기용했다는 겁니다.  당시 부상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습니다만, 엘클라시코 원정경기에서조차 선발 출전해서 풀타임을 뛸 정도로 카펠로는 이과인을 많이 기용합니다.  

그당시 그가 맡아 보던 자리는 투톱의 쳐진자리,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위치였습니다.  카펠로가 이 선수에게서 무엇을 보고 그를 그렇게 기용했는지, 그때까지도 저는 몰랐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경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극장 of 극장 경기로 꼽는 에스파뇰과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3-1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  그러나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한 상황.  후반 43분 터진 이과인의 역전골.  이과인의 20번 유니폼을 번쩍 치켜들며 베르나베우를 찾은 마드리디스모들에게 이과인의 존재를 어필하는 루드 반니스텔루이. 여기서부터 이과인은 레알마드리드 안에서 자신의 그 무엇인가를 찾아내게 됩니다.  

이어지는 07-08시즌.  이 당시까지 이과인은 아직 유망주의 이름표를 떼어내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슈스터는 시즌 중반으로 가면서부터 이과인에게 차근 차근 기회를 주기 시작했고, 이과인은 좌측 측면, 우측 측면, 최전방, 세컨톱 자리를 오가며 25경기 8골을 기록합니다.  

이때의 이과인의 움직임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지금은 앞에서 누구보다 매섭게 골을 노리는 하이-스코어러로서의 면모가 강합니다만, 이 당시, 그리고 이어지는 08-09시즌까지도 이과인은 포지션과 상관없이 활동반경 넓고, 돌파가 좋은 "크랙"으로서의 기질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기억하는 바로 그경기. 
 
35라운드 오사수나전.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레알마드리드의 리그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후반 40분까지도 우리 팀은 끌려가고 있었고, 다음 라운드까지 우승확정을 미뤄야 하나.. 하고 실망감이 감돌던 무렵, 후반 41분에 로벤의 동점골이 터집니다.  그리고 기세를 타게 되죠.  이어진 후반 43분.  저는 과장 쫌 보태서 딱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마시고 있던 맥주를 코로 뿜어낼 뻔했죠.   당시 레알매니아에서 정모를 가졌었는데, (저는 그때에 아직 레매인이 아니어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때의 분위기도 굉장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럴만 했죠.  축구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 경기였으니까요.  로벤이 헤딩으로 동점 골을 넣었습니다.  

이때부터 과인이를 설명하는 단어로 많이 쓰이게 된 것이 (06-07에도 쓰였지만) 영웅본능이라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그 면모는 08-09에 이르러서 완벽하게 폭발하게 되죠.  08-09시즌은 레알 팬에게 정말 너무나 힘들었고, 암울했고, 잊고 싶은 시즌이었지만, 곤살로 이과인이 가져다 준 행복으로 버텨냈던 그런 시즌이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08-09의 레알마드리드는 딱 두명의 선수로 정리됩니다.  로벤과 이과인.  
호비뉴는 딱히 특별한 대안도 없이 팀을 떠난 상태였고, 새로 영입된 VDV는 초반에만 반짝하고 무한 잠수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루드 반니스텔루이는 부상, 라울은 감각은 여전했지만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구요.  이 힘들었던 레알마드리드를 마지막까지 끌고 간 선수가 이과인과 로벤이었죠.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과인의 당시 플레이는 스코어러의 그것도 그것이지만, 확실히 "크랙의 면모" 가 강했습니다.  우선 포지션 자체가 지금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었죠.  그 때 레알마드리드에 믿을 만한 날개는 로벤뿐이었기 때문에, 이과인이 반대쪽 측면에서 뛰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잘했어요.  매우 잘했습니다.  오랫동안 크랙의 부재로 고심했던 레알마드리드에게 이과인은 한줄기 희망이었습니다. (로벤의 경우엔 부상이 문제였죠.  물론 출전한 경기에선 대체적으로 크랙이었지만) 뿐만 아니라, 쳐진스트라이커의 자리에서도 좋은 활약이었고, 최전방 포워드의 역할을 맡아서도 잘 했습니다.  딱 라울의 후계자로 점찍을 만 했죠.  아마 이때의 이과인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단어가 "다재다능"일 겁니다.  


그리고 09-10.  팀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크랙이 합류하게 되면서 이과인의 역할은 지금까지의 그것과는 다른 형태를 띠기 시작합니다.  투톱의 한 자리에서부터 좌측 측면을 혼자서 다 소화하는 호날두 덕분에 이과인은 톱의 한자리에서 호날두와 함께 골을 노리는 역할만을 수행하면 충분한 그런 상황이 되었죠.  (이 무렵부터 마르셀로가 터지기 시작했던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호날두와 함께 톱에 기용되며, "폭발적인 스피드로 무장한 레이싱 카에서 아스트랄한 드라이빙을 하는 느낌" 으로 엄청난 수의 골들을 만들어냅니다.  확실히 둘의 호흡이 좋았다. 고는 말하기 애매합니다만, 시너지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이과인의 모습이 바로 09-10때의 "재빠른 피니셔로서의 이과인" 일 겁니다.  빨랐고, 정확했고, 날카로웠습니다.  움직임의 동선도 넓었죠.  호날두의 반대편을 완전히 커버하면서 많은 득점까지 올렸던 말 그대로 완벽했던 이과인이었습니다. 


이윽고, 감독이 페예그리니에서 무리뉴로 바뀌면서, 이과인은 무리뉴가 요구하는 원톱으로서의 움직임을 요구받게 됩니다.  

사실 무리뉴 감독 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선수들은 바로 원톱 밑의 두 선수.  즉 측면 플레이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레알마드리드의 선수 구성으로는 더욱 그러하죠.  
세계를 양분하는 크랙인 호날두.  그리고 우리 팀에서 가장 많은 전술적 움직임을 소화하는 선수중의 하나인 앙헬 디마리아.  게다가 중앙에는 사비 알론소-외질로 이어지는 막강한 라인.  이 상황에서 원톱이 해야 할 일은 하나입니다.  찬스를 살려 골을 넣는 것.  (물론 지금 벤제마가 중용되는 형태에서는 좀 다르지만요)

무리뉴가 요구하는 원톱으로서 이과인이 선택한 방법은 "침투와 결정력" 이었습니다.  벤제마와 차별화되는, 그리고 호날두와도 차별화되는, 그리고 어떤 선수가 어떻게 영입되더라도 자신이 레알마드리드 원톱의 1st이기 위해서, 이과인은 "가장 효율적으로 골을 넣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 을 익혀야만 했고, 그것을 익혀나갔습니다.  

수비 선수들과 동일선에서 그 라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을 갈고 닦았으며 볼을 잡고 슈팅까지 가져가는 그 움직임에 군더더기를 줄였고, 가끔씩 요구되는 포스트플레이를 위해서 몸도 키웠죠.  기어이 해냈습니다.  디마리아와 이과인의 호흡은 완벽했고, 드디어 터지기 시작한 케첩은 넘치는 줄도 모르고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디스크로 이탈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길다고 할 순 없지만, 결코 짧다고도 할 수 없는 재활이 끝나고, 이과인은 팀에 복귀했습니다, 그 사이 팀의 상황은 벤제마가 자신이 잡은 기회를 살려내기 시작하면서 이과인의 이탈 전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죠.  

이탈 전까지만 해도 첫번째 초이스로 여겨지던 이과인은 복귀 후에 벤제마와 출전 시간을 나눠 받게 됩니다.  지금까지도 그렇구요.  결과적으로 팀에게는 훨씬 유익한 일입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벤제마가 터졌으니까요.  그리고 이과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무리뉴 감독이 요구하는 원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니까요.  


복귀 이후부터 지금까지, 벤제마와 차별화되는 이과인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공격수로서 다재다능한 모습을 갖고 있었던 것은 이과인이나 벤제마나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가면서 두 선수의 플레이는 극과 극이라고까지 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상당히 차별화되었죠.  두 명의 선수로 전혀 다른 두가지의 공격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만큼 이과인이 초기의 스타일과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과인이 이렇게 변화했구나 하는 것을 벤제마의 플레이를 보면서 깨닫게 됩니다.  굉장히 재미있으면서도 묘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ㅎㅎ


여기까지가 이과인의 레알 이적후의 행보입니다.  행보라기 보다는 변화라고 해도 좋겠네요.  
움직임은 좋으나 결과를 만들지 못하는 선수 -> 다재다능한 크랙의 면모를 띤 선수 -> 완전한 스코어러로서의 모습.  이 변화가 이과인이라는 선수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이적해온 06-07부터 이번 시즌인 11-12까지 (이과인도 레알마드리드와 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네요) 카펠로-슈스터-라모스-페예그리니-무리뉴.  이렇게 다섯명의 감독과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선수단의 구성도 베컴부터 외질까지 완전히 바뀌었죠.  당연히 선수 구성이 바뀌었으니 전술도 바뀌었을 테구요.  

수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자신에게 요구되는 플레이를 익히면서 진행된 이과인의 플레이는 곧 레알마드리드의 플레이의 변화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느 시즌에 이과인이 어느 역할을 맡아보았는지를 보면, 레알 마드리드가 어떤 전술을 사용해 왔고 또 어떻게 전술을 변화시켜 왔는지를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번 시즌에 이르러서 변화의 마침표를 찍은 것 같습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골을 노리는 스트라이커.  이것이 무리뉴 체제의 레알에서 이과인이 찾아낸 답임과 동시에 벤제마와 차별화되는 그만의 스타일이기도 하구요. 

이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는 확연하게 갈립니다.  특히나 08-09, 09-10의 이과인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더욱 그렇구요.  하지만 이과인이 킬러로서의 면모를 갈고 닦았기 때문에 그만의 자리가 확고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과인뿐만 아니라 벤제마에게도 이과인의 이같은 변화는 아주 중요합니다.  만약, 이과인이 08-09 때의 다재다능했던 그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레알마드리드는 벤제마와 이과인이라는 두 선수를 동시에 보유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점이 있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이과인은, 이 스타일로 아르헨티나의 No.9의 자리까지 올라가고, 세계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격수 중의 한명이 되었습니다.

레알마드리드가 만들어내고 조련한 흑묘입니다.  힘들었던 시기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섯명의 감독과 함께 하면서 자신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자신을 변화시켜온, 레알마드리드가 다듬고 완성시킨 선수입니다.  레알마드리드산 공격수죠.  

2000년대 들어서 라울 이후에 레알마드리드와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한 공격수는 없었습니다.  루드도, 로니도, 카사노도, 호비뉴도 그만큼 오래 팀에 남아서 진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이 이과인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영광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골을 노리는 그의 플레이는 세계적으로도 톱클래스이니까요.  이과인만큼 골 냄새를 잘 맡는 No.9 스타일의 공격수는 타 리그에도 없습니다.  오로지 메시와 호날두만이 득점력으로서 이과인보다 위에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에요.  게다가 저 둘은 전형적인 공격수도 아니니까요.  

앞으로 바라는 것은, 그저 오랫동안 레알마드리드와 함께 하면서 자신의 전성시대를 맞이하는 것이네요.  특히나 레알마드리드에게 가장 중요한 시즌이 될지도 모를 이번 시즌의 리가 후반기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해주는 것.  그것만을 바랍니다. 


(원래는 벤제마의 이야기까지 다뤄보려고 했는데 이과인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너무 길어져서;; 벤제마는 다음 번에 써보려구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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