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edule
엘체::

결국 지금의 펩과 바르셀로나를 괴물로 만든 건 8할이...

2012.01.23 14:32 조회 3,235 추천 5

 우리 무감독님이 아닐까 싶네요.

 

 물론 바르샤가 (현재 최강전력의 주축들로 평가받는)
메시-사비-이니에스타-푸욜-아비달-발데스등을 그대로 데리고도
우리에게 발리며 죽쓰고 있던 시절 데뷔해 트레블을 했다는 점은
분명 그가 준비된 감독이었단 사실을 증명하는거겠습니다만......

 지금까지의, 길지는 않지만 무감독님 못지 않게 화려했던 FM같은
그의 커리어를 주욱 돌이켜보면(가끔 인생 로드 신공쓰는 거 아닐까 의심해보곤 합니다.그러지 않고서야 그렇게 계속 결정적인 운으로 이길 수가 없어요...)


 우리 무감독님 포르투 시절 맨유와의 챔스전 결승골이 그랬듯이
될성부른 나무가 떡잎시절 대선배의 노련함에 자칫 짓밟힐수도 있었던 걸
오브레보라는 '작은 디테일'이 살려놓았고

 '갈락티코 2기'라는 명함의 위용에 (지금은 좀체 보기 힘든)
잠시 움츠려든 모습까지도 보여줬던 두번째 시즌 누 캄프에서의 첫 클라시코에선
호날두의 슈팅을 막아낸 발데스의 발, 그리고 700억짜리 한 골을 넣은 즐라탄의 '정말 작은 디테일들'이 그와 바르사 전부에게 더 큰 자신감까지 심어주었죠.

  
 바로 이 시점에 챔스 조별예선에서 무감독님의 인테르와 대면할때만 해도
지금의 이 상황이 다가올거라 예측한 사람은 없었겠습니다만.......
4강에서 무감독님이 보여준 과감함과 재빠른 결단력 앞에 스프링쿨러를 트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는 무력함을 (그의 감독 경력상 사실상 처음) 느끼면서
그가 한층 성장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무감독님에게서 수비전략에 관한 영감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레매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바르샤 선수들의 볼 키핑력과 탈압박, 공간 창출 능력에 관한 언급은 많지만 그들의 수비적인 역량에 관한 언급은 많지 않거든요.


 최근 엘 클라시코를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가 기본적으로 지고 들어가는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중 하나가 공수전환시 빠르게 조직되는 그들의 수비에 있다고 보입니다.
사실 그동안 주욱 원인으로 지적받았던 그들의 압도적인 공격 능력은
무감독님의 전술운용과 선수들의 면역으로 이제 어느 시점까지는 제어가 가능하다고 보여지는데이것이 결국 한계를 드러내는 이유가

 어쨌든 우리 팀의 강점은 공격이고, 그 공격이 날카롭고 유효한 찬스를 많이 만들어내는 만큼
그들이 자신들만의 플레이를 펼치는 데 제한을 받을텐데, 어렵사리 공을 빼앗아 공격을 전개할 때 그들이 수비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기민함(압박과 라인유지 사이)이 우리가 공격에서 보여주는 조직력보다 단연 낫다는 게 문제인거죠.

사실 지금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건 공격시의 창의적인 움직임들이 아닐까요?

 

 통상 우리가 알고 있는, 볼을 빼앗겼을 때 그들의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보여주는 압박 뿐만 아니라 수비수들이 라인을 올리고 내리는 작업을 매우 빠르고 적절하게 판단해 실행하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밀린다고 보여집니다.


 우리의 기본전술이 선수비 후역습에 있었기 때문에 소수의 공격수들이 역습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팀 득점장면이나 공격상황을 보면 (대개 라인을 올리고 플레이하는)
대부분 바르샤 수비의 숫자가 우리팀 공격숫자보다 많죠.

지금의 바르샤가 펩 초기의 바르샤보다 명백히 강하게 보이는 부분도 바로 이 점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건 우리 무감독님이구요.  

 

 

 바로 그 무감독님께서 바르사라는 초강력 팀이 버티고 있는 라 리가에
자기 커리어의 명성이 무너질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넘어오고
(결국 결코 적다 할 수 없는 것들을 잃고 있죠)


여러모로 긴장될 수 밖에 없었던 첫 엘 클라시코에서는 발다노와의 내분과
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무 감독님의 (평소같지 않은) 냉정함이 결여된
전술준비로 인해 펩은 전혀 기대치도 않았을 대승을 거두며 이 때부터 바르샤 전체가
'무링요 공포증'을 완벽히 극복하고 심리적인 우위를 확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여기에 심취해 있다가 후반기에 무감독님이 보여준 '신의 한수'와
날두의 코파 컵 헤딩 한 방에 펩은 자칫 지금까지 이뤘던 걸 모든 걸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역전당해 잃을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보통의 명장들도 자주 겪는 그런 느낌을)
처음 맛보았을테지만 (바로 이 때 그 기자회견장 욕설 사건이 있었죠.
'위선자'의 속내가 마침내 까발려졌기에 이를 반겼을 사람은 비단 무감독님 뿐이 아니었겠지만...)

 그에게는 이를 만회하고도 남을 중요한 챔스가 2경기나 남아있었고
무감독님 부임이후 부쩍 머리숱이 적어지고 심지어는 병까지 날 정도로
무감독님에 대한 압박감과 위태롭게 맞서고 있던 펩은 피치 위에서
무감독님이 보여주는 단연 한 수위의 전술운용과 용별술을 보고 영향을 받으면서
거기에 대응하는 전술운용을 보여주는 '성장'을 하기에 이르렀고
(이 중 가장 압도적인 부분은 - 아마 철두철미한 무감독님마저도 예상치 못했을 - 헐리웃 액션 카드)


성장한 그의 전술운용과 양 팀의 전술을 초월하는 카드라 할 수 있는 메시가 보여준 활약으로
우리 팀은 패배하고 맙니다.(솔직히 말해 페페의 퇴장이 중요한 분수령이 되긴 했지만, 전 이것이 펩의 전략이 거둔 가장 거대한 성과 중 하나라고 보고요. 또 이 챔스 2경기에서 우리 팀이 보여준 경기력과 열정이 코파 결승 때 만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왜 이렇게 베르나베우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이 답답한 지 모르겠어요.)

 


 
 부임 후 그 여느때보다도 수명을 성적과 많이 맞바꿨을 시즌이 끝나고
공포의 '무리뉴 2년차'를 맞아 펩이 무병장수를 위해 도망갈 궁리를
안했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지금껏 쌓아놓은 최고의 자산에 대한 자신감으로 '남자답게' 끝장을 보려고 남은 것 같구요.(여담이지만 제 생각엔 지금 이 시점부터 나오는 펩의 이적설 내지 재계약 고민설은 전부다  펩 자신의 정신력과 동기부여 고양을 위한 헛소리일 뿐입니다. 그는 이제 자의로 바르샤를 나갈 이유가 거의 없어요.)

 


 그 첫번째 결전장으로 무감독님이 다분히 야심차게 준비한 수페르 코파에서
크게 데이고 난 후 (이 때부터 운이 펩과 바르샤를 살리기 시작했죠)
같은 수의 미드필더 운용으로는 더 이상 전과 같은 우위를 확보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3백이라는 다소 과격하기까지한 전술을 도입했습니다.

 

 아마도 바로 이 부분이 현재 우리 팀이 리그순위에서 그들보다 앞서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고요. 바로 레알에 특화된 전술을 도입하려다 기존의 강력함을 어느 정도 상실하는 도박을 벌인 거지요.

 

'리그 몇 경기 좀 놓쳐도 레알만 잡으면 결국엔 우승이다'라고 판단한 게 우인지 아닌지는
시즌이 끝나봐야 알겠습니다만, 어쨌든 적어도 우리와의 경기에서는 그 전술이 확실히 효과를 봤고 다시 예전처럼 중원에서 압살하는 게 가능해졌죠.

 

 사실 이 리그 첫 엘 클라시코는 지난 시즌의 첫 엘 클라시코와는 다른 의미,
즉 주변 환경의 영향없이 순수하게 무 감독님이 전술적으로 패배한 경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좀 치밀하지 못했달까요. (이 때 펩이 코멘트한 '용감함'이 그 무엇보다도 명백한 무 감독님의 영향이라고 생각한 건 저 뿐일까요)

 

 이 경기의 영향으로 인해 무 감독님은 지난 코파에서는 다시 수비적 미드필더 운용을 시도했고,
여기서부턴 이미 심리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기 시작한 펩의 바르셀로나에겐
수페르 코파까지만해도 드러나지 않던 우리팀의 'Barca Fobia'라는, 치명적인 이점마저 있었죠.

 

 비록 (무감독님이 여전히 최강이라 할 수 있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부분, 전략적인 부분에선
격차가 거의 없어진 상태로 경기를 시작한 양 팀이었지만 그렇게 차이가 좁혀져가는 사이에
우리 팀에 두려움과 압박감이라는, 머리로는 더 이상 좁히기 힘든 차이가 이미 자리를 잡아버렸달까요.

거기에 펩이 보인 라커룸 사기고양 마법과 '잃은 게 없다'는 몰빵정신으로 수비수들의
후반 공격가담 지시, 또 다시 한 경기 쟁취.

 메시라는 카드가 그랬듯 푸욜이란 자가 보여준 정신력의 차이 역시도
무 감독님의 패에는 없던 카드였던 게 분명하지만, 이렇게 주욱 돌이켜보면 결국 펩이 멈추지 않고 건강과 머리카락을 포기해가며 무 감독님의 거센 도전을 받아들인 것이 '무 감독님 커리어 사상 최강의 팀'과 현재 바르샤의 차이를 만들어 놨다고 보여지네요.

 

 

 

 

 


------------------------------ 현재 상황에 대한 좀 더 개인적인 의견 ------------------------

 


 뭔가 이상해요. 느낌이...... 무 감독님과 우리 팀은 현재 있어서는 안 될 상황에
처한 것 같단 느낌이 강하게 들곤 합니다. 탓할 수 있는 건 이제 많지 않지만 뭔가 불공평하고,
정당하지 못한 것 같다고 푸념할 자격이 충분히 넘치고도 남아요.


최고의 팀이라는 정의에 최고의 감독이라는 개념이 포함된다면 거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팀은
우리 레알이라고 전 확언할 수 있습니다. 물론 '특정 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감독'이라면 펩이고, 그 팀이 역대급 최강이라면 그 팀이 아주 조금 더 강하긴 하겠지요......


 바르샤란 팀은, 불완전으로 점철된 인생과 축구판에서 정말 확률 낮은 우연들이 모여
만들어낸 '완전에 가까운' 상태같아요.

왜냐하면 제 생각에, (실현 가능성은 제로지만) 만약 저희가 그 팀에서 푸욜이든 피케든
이니에스타든 부스케츠든 세스크든 심지어는 메시든 누군가를 빼와서
지금의 우리팀에 섞는다 한들 지금의 바르샤같은 플레이는 안 나올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챠비는 제외시키려고 합니다.) 

아마도 스페인을 제외한 나머지 바르샤 멤버들이 각자의 대표팀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을
본다면 충분히 유추 가능한 예상일듯 합니다.

 

 위에 언급이 안 된 선수들과 감독, 그 외 저희가 알 수 없는 모든 기타 환경적인 요소들을
아울러 현재 '바르샤'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극소수의 확률을 뚫고 뭉쳐진 팀에게
이기기란 쉬운 게 아니죠.

저 뿐만 아니라 적잖은 레매 회원분들이 그러시겠지만 몇 년간 열등감에 시달리게 했던
'딩요셀로나'시절이 지금의 시절을 견디는 경험으로 작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바로 그 갈락티코가 깨지던 시절에 대한 악몽 때문에
몇몇분들이 '멘탈'이라는 이유로 심심찮게 그리워하시는 라울, 구티 뿐만 아니라
지주, 호돈신, 피구, 베컴, 카를로스가 각자의 전성기 때 모습으로 돌아와서
무감독님의 지휘를 받지 않는 이상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딩요가 종종 팀워크를 해치는 모습을 보이고, 데쿠가 기복을 보이며 메시는 유리몸이고
푸욜과 사비는 장기부상 찍고 측면수비가 약점이었던 레이카르트의 바르셀로나와
지금의 펩코셀로나는 차원이 달라요.


 저 스스로도 절대 일어나선 안되고, 그러지 않을거라 스스로 믿고자 노력하지만

 정말 냉정하게 보자면

다음 코파 경기에서의 패배와(다소 비관적인 시선이지만, 저는 이게 대패가 아니길 빕니다)
바르샤의 사상 첫 챔스2연패가 여타 다른 일들의 가능성보다 높아보이는 게 사실이입니다.
그 이유로 이제 펩은 전리품으로 전보다도 더 많은 좋은패를 가지고 있고,
무감독님은 이제 가진 패가 몇 개 없으니까요.

(그나마 새로 뽑은 카드 몇 개가 지금 개패로 취급되고 있으니......)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희박하지만 유일한 가능성은
첼시 시절 라이벌로 평가받던 베니테즈를 박살낸 리버풀과의 원정경기에서 보여준,
기본적으론 안정추구자인 무감독님이 좀체 시도하지 않는 과감한 스탈의 전략과 선수운용이
펩이 들고나올 전략(이 뭐가 될지 이제 감 잡기 힘들어졌지만...)에 맞춰서 나오고
이게 먹혀서 대승을 거두는 거지요.

 

 절대! 무 감독님이 주유가 되고 펩이 공명 취급 받는 일이 일어나선 안 돼요.
현재까지 진행형 상태이긴 하지만 말이죠......


 전 이번 시즌 우리가 코파를 잃고 리그를 먹을 확률이 아주 높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믿습니다.
펩이 무감독님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영향을 받았지만 그 '무리뉴 강박증'이 바르샤에
미세한 기스를 낼 수 있다고 보여지는 증거가 이번 시즌 현재까지의 리그 순위이거든요.


 절대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특히 변수가 가득한 챔스에서 만난다면 그 경기야말로
우주에 존재하는 거대한 가능성들이 충돌할 경기가 되겠지요. (좀 찌질하긴 하지만 메시 or 챠비 부상 / 바르샤 선수 퇴장 한번 나올 때도 됐는데 말예요.화산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껏 수많은 종목의 수많은 팀들을 응원해왓지만, 제가 어떤 팀을 응원하고 그 팀이
이런 최강의 상대를 만나 벽을 느끼는 기분은 과거 한국배구의 현대가 신치용 감독의 60연승 삼성을 만나 매년 결승전에서 패했을 때의 느낌 이후로 처음이네요.

결국 포기하고 세월이 흘러 '루니'가 극복시켜주긴 했지만... 이번에도 그 세월이 얼마나 길지,
어떤 식으로 끝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네요.

분명 다시 시대가 바뀌겠지만 그때까지 무감독님과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을지,
최근 현지 팬들의 반응을 보면서 걱정하곤 합니다.

 

 언젠가 이 커뮤니티에서 레매 회원분들이 지금의 이 어려운 시기를 회상하며

한층 넓어진 여유와 안목을 가지고 다가올 시대를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 무지하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format_list_bulleted

댓글 12

arrow_upward 진인사대천명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arrow_downward 호날두 레알 이적 후 공식 득점 기록(12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