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엘 클라시코에 대한 단상
이젠 좀 진정이 되어서 훗날을 기약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아직도 화를 못 삭이고 스트레스 해소하려는 분도 있을테며 저처럼 잠도 못자고 휴일에 하루종일 맨붕상태로 있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만큼 오늘 새벽의 결과는 너무나도 잔인했습니다. 1분만에 선제골을 맛보고 5-0 참패의 치욕을 그대로 돌려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환상은 깨지고 말았습니다. 특히, 후반에는 눈물나올정도로 털렸습니다. 골수까지 빨린 기분입니다.
패인에 대해서는 다른 레매분들이 의견 개진을 한 사항에 대해서 거의 대부분은 동의 합니다. 에이스 호날두의 부진, 운없는 2번째 실점 후 맨붕현상, 그리 좋지 못했던 교체 용병술 등. 그러므로 여기선 따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이런 것만 집중적으로 언급하다보면 글 작성하는 도중에 격앙될 것 같아서요.
오늘 포메이션은 아래처럼 나왔죠.
벤제마
호날두-외질-디 마리아
알론소-라스
수비진
카시야스
사실상 외질, 알론소, 라스가 바르샤의 중원에 대항한 셈인데 중원에서 패스가 잘 풀리지 않더군요. 바르샤의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중원입니다. 중원에서의 게임 플레이메이킹을 중시하는게 바르샤죠. 심지어 메시도 2선으로 내려와서 게임을 풀어나갈 정도니.
'니들은 니 잘하는 것 해라. 우린 우리 잘하는 걸로 승부할련다.'라는 마인드보다는 이 녀석들이 잘 하는 것을 어떻게든 방해하고 그 뒤에 살 길을 연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어쩔 수 없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페페는 다시 중원으로 와야한다고 봅니다. 그럴려면 리키가 부상에서 복귀를 해야겠구요.
레알의 장기 중 하나가 빠른 역습인데 바르샤 이 녀석들은 볼을 잡으면 좀처럼 내주질 않아서 역습의 기회를 얻어내기가 많이 힘듭니다. 그나마 후반전에 카카가 몇번 기회를 살리긴 했던것 같은데 이마저도 여의치는 않았죠. 빠른 역습에서의 윙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바르샤 수비진도 녹록치가 않아서요. 오늘 경기에선 디 마리아는 폭발적인 드리블링과 미친듯한 압박 등 좋은 모습도 보여줬습니다만 왼쪽 라인에서의 호날두는 알베스와 푸욜에게 지워졌다고 봐야죠. 특히, 알베스는 저번 수페르코파 2차전에서도 완벽하게 호날두를 지워내더니 이번에는 지워내는 것도 모잘라 오른쪽 윙어처럼 활동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왼쪽 라인을 지배했습니다. 제 2의 애슐리 콜의 등장일지도.
4-2-3-1에서의 주요 포인트가 빠른 역습, 윙어들의 경기 지배력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이번 경기에선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포메이션을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 한 번 해봤습니다.
호날두-벤제마
디 마리아(혹은 카카)
알론소 - 페페 - 라스
수비진
카시야스
이렇게 말이죠. 레매 평점에서 mom을 받았을정도로 오늘 라스는 교체되기 전까지 훌륭했다고 봅니다. 신의 한 수라고 일컬어지는 페페 중원 기용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내봤으면 좋겠구요. 공격진은 저렇게 되면 어떨까라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 포메이션의 목적은 바르샤의 중원을 최대한 무력화 시키고 카운터 어택을 날린다. 이 정도겠네요.
알론소와 페페, 라스로 중원을 구성한다면 분명히 바르샤도 본인들 뜻대로 플레이를 할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균열이 발생해야만 이길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봅니다. 중원에서의 미칠듯한 압박과 커트 후 역습으로 나서는 것이죠.
호날두와 벤제마를 투톱으로 위치 시킨것은 바르샤전에서만큼은 호날두가 윙으로 뛸 때 재미를 크게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착안해봤습니다. 골 결정력과 역습시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로 파고 드는 능력은 호날두가 최고니까 이 장점을 최대한 활용을 하자는 것이죠.
그리고 디 마리아를 투톱 뒤에 넣은 것은 현재 공격진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수비와 압박에 적극적인 선수라는 점에서 입니다. 게다가, 패스 센스도 훌륭해요. 기가막힐 정도의 스루패스도 이따금씩 나오고요. 하지만 디 마리아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윙어로만 뛰다가 저런 자리에 놓는다면 적응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네요. 따라서 카카도 저 계획에 포함을 시켜봤습니다. 카카는 AC밀란 시절에 이미 골든 트리오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확실히 요즘의 호날두는 스코어러죠. 댄서 호날두라고 불리던 시절에 비해서 드리블 능력은 떨어졌고 골 결정력은 올라갔으니까요. 이러한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투톱으로 놓는다고 해서 바르샤전에서 호날두를 살릴 수 있는 포메이션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유일하게 돌파가 되던 디 마리아나 카카가 뒤를 받쳐주고 어떻게든 킬 패스가 한번은 온다는 믿음을 갖고 골 넣는 역할에만 철저하게 집중을 한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네요.
굳이 이 포메이션이 아니더라도 다음 엘 클라시코에선 페페가 꼭 중원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무기력하게 지는 레알이 아닌 경기가 끝날때까지 끊임없이 바르샤를 괴롭히고 승리를 쟁취하는 레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엘 클라시코에선 오늘처럼 허무한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