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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혼전 후기 & 외질이야기.

Super_Karim 2011.12.04 12:45 조회 3,594 추천 17

이제 엘 클라시코까지 한 경기밖에 남질 않았네요.  현재 두 팀은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을 정도로 엄청난 상승곡선을 타고 있습니다. 
레알마드리드는 매 시즌 까다로웠던 스포르팅 히혼 원정을 성공적으로 치러냈습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엘 클라시코를 앞두고 헤타페에게 입은 불의의 일격의 상처를 거의 다 씻어낸 듯 보입니다.  

이번 라운드는 두 팀에게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죠.  바르셀로나가 누캄프에서 극강 모드를 보여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바로 지난 경기에서 라요에게 득점세례를 쏟아부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으니까요.  

레반테가 이번 시즌 돌풍의 주역이라고는 했지만, 겨울이 다가오면서 페이스가 떨어지는 상황에, 누캄프에서 만나는 매치였기 때문에, 바르셀로나로서는 엘 클라시코 직전에 주축 선수들을 점검하는 의미로 경기를 치룰 수 있었습니다. 


반면, 우리 팀은 작년부터 히혼과 껄끄러운 경기를 계속 치뤄왔는데요.  지난 시즌에 프레시아도-무리뉴의 장외설전, 1차전 히혼 원정 경기에서 히혼 팬들의 끊임없는 도발(외질이 귀여운 욕설을 했던 그 경기가 아마 히혼전이었을 겁니다)이 우리 팀을 괴롭혔죠.  경기적으로도 쉽지 않았던 히혼이었어요.  

마치 버서커를 쓰고 전방부터 계속해서 압박하는 축구로 우리 팀 중원을 눌러댔습니다. 원정에선 이과인이 천금같은 결승골을 넣어 1-0으로 승리했고, 2차전 베르나베우에서는 충격의 패배를 당한 바 있었습니다. 

게다가, 엘 클라시코를 정조준 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히혼전에 대한 집중력이 저하되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고, 호날두는 부상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었던 데다가, 알론소가 없는 상황에서 히혼 원정을 치뤄야 했으니, 바르셀로나보다는 우리에게 더 부담스러웠던 일정이었죠. 


경기 양상은 생각보다 답답했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알론소의 자리에 사힌을 투입해서 90분을 사용하는 대신, 케디라-라스로 중원을 구성했죠.  그리고 코엔트랑이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우측 풀백으로 출전했고, 공격 라인은 외질-호날두-디마리아-이과인이 포진했죠. 

케디라-라스 두 선수가 수비시엔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인다고는 하더라도, 공격시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패스를 보내기에 두 선수의 공격적 퍼포먼스는 좀 제한되어있죠.  개인적으로는 왜 사힌을 풀타임 소화시키지 않았는지 궁금했던 모습이었네요.  

그랬기 때문에, 2선에서 볼 돌림이 원활하지 못한 모습들이 전반 초반에 계속 나왔습니다.  최 전방의 이과인은 고립되었고, 호날두는 충분한 공간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중거리슛만 시도했을 뿐이죠.  그나마 마르셀로가 계속 공격에 가담해주면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들을 벗겨내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만족스러운 모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외질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외질은 어제 경기에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수비수를 달고 뛰어주는 것도, 깊숙이 찌르는 패스로 이과인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호날두-디마리아에 대한 수비를 분산시켜주는 것도... 어느 하나 특별하게 만족스럽지 못했네요.  

깊숙이 내린 상대 수비진과 맞서서, 외질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영리하게 벗겨내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에 외질이 가장 빛났던 것 중에 하나는, 좁은 공간에서의 패스 플레이를 주도하는 모습이었거든요.  상대 팀이 몸으로 밀고 들어오더라도, 동료 선수들과 짧은 원투를 주고 받으며, 혹은 공간이 나있는 다른 선수들에게 송곳처럼 패스를 보내주는 모습, 이런 것들이 굉장히 빛났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그런 모습들이 잘 보이지 않네요.  상대 수비들에 맞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느낌이랄까요.  상대 압박에 대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로, 중앙의 벽이 두터우니 측면으로 돌아나가는 모습 외에 임팩트 있는 모습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의 외질과, 우리 팀에서의 외질이 어떻게 다를까... 제가 독일 경기를 잘 보진 못하지만, 외질은 앞에 공간을 충분히 갖고 있을 때 최고의 위력을 내는 선수임을 생각해보면, 독일에서는 외질을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주변에 있는 선수들이 계속 수비수들을 분산시켜 주는 역할을 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네요. 

토마스 뮐러라든지, 포돌스키라든지, 슈바인슈타이거라든지 하는 선수들이 끊임없이 헌신적으로 움직여 주면서 외질이 마음 놓고 공을 터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레알마드리드에서의 외질은 독일에서의 역할과 조금 다릅니다.  정확히는, 주변에 있는 선수들의 스타일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외질과 동일선에 포진하는 선수들은 디마리아와 호날두입니다.  

디마리아는 전방에서부터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고 많이 뛰어주는 선수임에는 맞습니다.  그러나 이 움직임은, 1차적인 수비를 할때에 두드러지는 움직임이고, 공격시에 동료 선수에게 공간을 내주는 이타적 성격의 플레이어의 모습에 가까운지는 잘 모르겠네요.  

호날두 역시 마찬가지죠.  좌측 깊숙한 곳에서 중앙 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많이 뛰는 것은 맞지만, 그 움직임 자체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찬스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 이지, 동일 선상의 동료선수에게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한 움직임" 은 아닙니다.  

이과인 역시도 내려와서 볼을 돌리고 주고 받고 하는 플레이보다는, 상대 수비라인과 동일선상에서 기회를 노리다 한번에 침투해서 득점을 올리는, "기다리는 플레이"에 더 능한 모습입니다.  자신의 마크맨을 떨쳐 내고 쇄도하는 움직임은 세계 최고지만, 빌드업에 참여하고, 자주 자리를 옮겨가며 혼선을 주는 플레이는 아직도 성장해야 할 점이 남아있죠.  


그런 고로, 레알마드리드에서의 외질은, 독일 대표팀에서와는 달리, "자신이 동료 선수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10백을 마주하고 있는, 피지컬적으로 아직도 약점을 보이는 외질이, 상대 중앙미드필더와 교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움직임은 "측면으로 빠져서 동료들에게 중앙쪽 공간을 제공하는" 움직임 정도로 제한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외질이 측면으로 빠져줄 때, 상대 수비수들이 외질을 따라서 움직여 준다면, 공간이 열리겠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따라와 주지 않는다면 외질의 수비 분산 시도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외질이 주로 우측으로 빠져주면서 디마리아가 안쪽으로 치고 들어오는데, 여기서 공을 한번 더 돌게 할 선수가 중앙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마리아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전방을 향해 크로스하는 것이죠.  지금까지는 디마리아의 정확한 크로스로 득점에 성공한 장면들이 꽤 있었지만, 생각해 봐야할 플레이가 아닌가 싶어요. 


일단 외질에게 필요한건, 개인능력인데요.  외질이 한참 컨디션이 좋을 때에는, 동료를 이용해 감각적인 2:1패스로 이 난관을 돌파했던 모습들이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그 모습이 잘 보이질 않습니다.  

지난 시즌을 생각해보면요, 외질과 호날두의 원투, 외질과 벤제마의 원투는 레알마드리드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력적인 플레이였거든요.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이런 모습들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외질 자체가 상대 수비를 등지고 공을 받는 빈도 자체가 적습니다..  

동료선수들이 외질을 도와줘야 되요.  사실 벤제마가 원톱으로 나왔을 때, 외질과 벤제마는 스타일상 굉장히 잘 맞습니다.  그리고 벤제마가 경기에 나오면 "이과인 보다는 경기력 적인 측면에서 다채롭다" 는 표현들을 많이 쓰는데요.  다채로운 플레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겁니다.  벤제마가 앞선에 있을 때는요.  굉장히 넓은 지역을 왔다갔다 하면서 "공을 더 많이" 돌게 만들죠.  볼을 주고 받고, 침투하고, 움직여주고, 동료들을 이용하는 그런 플레이를 해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질이 더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호날두-외질-벤제마까지 시너지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죠.  더 크게는 호날두-외질-벤제마-마르셀로까지요.  

그러나, 레알마드리드에는 주역이 되어 줄 선수가 굉장히 많습니다.  디마리아, 호날두, 이과인 모두 해결사의 면모가 강한 선수들이구요.  그 사이에서 외질은 영리하게 자신의 답을 찾아야 합니다.  동료 선수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자꾸 어필해가면서 동료선수들의 움직임을 만들어 주고, 지시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니면 피지컬 부분에서 자신을 가다듬어서 스스로가 빠른 탄환이 되는 방법도 있죠. 
어제 카카가 경기장에 들어오니 확실히 공격이 살아나는 모습이 있었잖아요.  카카가 투입되었을 때 경기 양상이 나아진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스피드" 입니다.  우리 진영부터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스피드,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카카의 피지컬.  이것이 카카가 외질보다 더 나은 모습이거든요.  

호날두와 카카가 뛰면 창 두개가 상대 진영 깊숙이 날아들어가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 두 선수가 역습을 할 때에는, 많은 패스가 필요하지 않아요.  결정적으로 한두번 주고 받으면 그만입니다.  자신들이 충분히 공을 운반할 수 있는 스피드를 갖고 있으니까요. 

외질 스스로가 , 레알마드리드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동료를 활용하고, 자신이 공간을 만들어낼지에 대해서, 자신만의 답을 내려야 합니다.  이 선수는 앞으로 최소한 5년은 레알에서 공격을 이끌 선수입니다.  너무 조급할 필요는 없지만, 차근차근 자신이 생각하는 "외질마드리드"의 색깔을 입혀야 합니다.  아직 시즌이 길게 남았으니, 앞으로 외질이 어떻게 레알의 공격을 이끌어나갈지 기대와 걱정을 해 보네요. 


외질이 부진하긴 했으나, 어제 우리 팀은 디마리아가 만들어낸 원더플레이에 힘입어서 승리할 수 있었죠.  1골과 1어시스트의 순도는 아주 높았습니다.  대단한 선수입니다.  시즌 초반 헤매던 모습에서 어느새 가장 믿고 기용할 만한 옵션이 되었네요.  특히나 어제와 같이 이렇다할 팀플레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디마리아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엘클라시코에서 반드시 기용되어야 할 선수중의 한 명입니다. 

호날두 역시도 많은 팬들의 우려를 뒤로 하고, 골을 만들어냈구요.   마르셀로는 가장 열심히 뛰어주면서 공격에 윤활유를 더해준 선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디마리아와 함께 어제의 MOM이라고 생각하네요.  

수비진의 견고함은 말할 것도 없었죠.  일단 라스와 케디라가 중원에 포진했고,  센터백 라모스는 어느샌가 진리가 되었구요.  어제 공 커트해내는거 보니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더라구요.  라인을 바짝 올려서 뒷공간을 줄 수도 있는 수비 형태였습니다만, 라모스의 개인 능력이 공을 다 미리 끊어내더군요.  어제 컨디션 정말 좋아보였네요. 

코엔트랑도 무리하게 오버래핑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충실하게 잘 수비해줬습니다.  후반전에 우측 윙의 자리까지 올라와서 플레이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움직여줬구요.  확실히 좋은 옵션이 되네요.  

어제 우측 수비까지 뛰면서, 코엔트랑은 레알마드리드에서 1, 중앙미드필더 2. 왼쪽 윙  3. 왼쪽 풀백  4. 오른쪽 윙  5. 오른쪽 풀백 .. 이렇게 다섯개의 포지션을 소화했죠.  어떤 포지션에 갖다놔도 자기 해야할 걸 잘 해주는게 신기합니다.  부상만 없다면, 과장 조금 보태 다섯명의 선수를 영입한 효과를 코엔트랑 한 명으로 볼 수 있을 정도네요 ㄷㄷ


이제 아약스 전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만, 아약스전에 투입된 선수들이 엘클까지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되네요.  그런 면에서 카카가 아약스전을 얼마나 소화할지, 그리고 암스테르담에 벤제마가 갈지, 이과인이 갈지도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미 로테이션 멤버들로 자그레브를 박살을 냈기 때문에 아약스전의 결과자체는 별로 걱정이 되진 않지만, 어떤 주축 선수들이 얼마나 경기를 소화할 지 유심히 보는 것이 엘 클라시코에 어떤 선수들이 선발될지와 관계있기 때문에.. 주목할 부분이 아닌가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질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서 외질 이야기를 좀 해보았어요.  외질은 이번 시즌 내내, 그리고 다음시즌, 2010년대를 이끌어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선수중의 한명입니다.   가까이 보면 이번 엘클에서도 가장 중요한 활약을 해주어야 하고, 멀리 보면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하는 데에도 반드시 필요한 게 외질의 능력인 만큼, 외질의 지속적인 성장이 레알마드리드의 성장이라고 봐도 좋으니까요. 


무리뉴의 두번째 시즌, 마드리드는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라스가 오른쪽 풀백으로 뛰어주면서 스쿼드에 깊이를 더해주었고, 사힌이 감을 찾아가고 있고, 호날두는 계속해서 득점포를 쏘아대고 있습니다.  벤제마-이과인도 부상없이 완벽한 로테이션을 수행하고 있구요.  알론소는 세시즌이 지난 지금 레알의 키맨이 되었습니다.  마르셀로는 어느 새 세계최고의 왼쪽 윙백이 되었구요.  카르발료의 잦은 부상은 라모스의 센터백 이동으로 완벽하게 메꾸어졌습니다.  디마리아는 무리뉴의 레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선수가 될 가능성이 보이구요.

남은 건 외질입니다.  외질과 카카만 자신들의 역할을 잘 해주면 무리뉴 레알의 두번째 시즌은 완벽합니다.  벤제마-이과인이 훌륭하게 로테이션을 해주는 것만큼만 해주면 되요.  외질-카카는 이미 공존의 가능성도 확인했잖아요.  카카가 이제 점차 살아나고 있고, 뭔가 잘 안풀리는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자원으로 요긴해졌다면,  선발은 외질입니다.  외질이 얼른 감을 찾아주기만 하면 우리 팀의 마지막 조각까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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