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속시원히 다 얘기해보렵니다
I. 경기 후기
처음 시작하고 나서 해설위원도 지적했다시피 너무 허둥지둥 하는게 눈에 띄게 보이더군요.
수비진에서의 클리어링은 제대로 된게 없고, 미들진과 공격진에서의 압박은 아예 없었으며, 패스와 크로스, 심지어 코너킥에서의 정확도 마저 믿기 힘들정도로 부정확했습니다.
첫번째 골이 우연히 들어간 듯 했습니다. 사비의 키핑력을 의도치 않게 도와줘버린 마르셀루.
두번째 골도 우연히 들어간 듯 했습니다. 잘할때의 주장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공.
후반전 시작하고 선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더군요.
압박이 강해졌습니다. 무리뉴가 라커룸대화 신공을 쓴듯 보이더군요. 근데 비야의 골이 들어가면서,
오프사이드라고 해도 온사이드라고 해도 논란의 여지가 되지 않을, 전반전의 무기력한 모습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나마 올라갔던 패스 성공율이나 점유율은 다시 곤두박질 쳤으며 한번더 무너지며 4번째 골 까지 먹히더군요.
온갖 육두문자가 다 나왔습니다. 잠깐이지만, 레알팬 하기 참 힘들다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내가 왜 이거때문에 그렇게 며칠전부터 긴장하면서, 오늘 발표도 있는데 안하고 새벽부터 일어나 치킨 뜯고 있는건지.
근데 곧바로 이 장면들이 나오더군요.


저도 고개가 숙여지고 거짓말 조금 보태면 눈물도 나더군요.
II. 무기력해 보인 무리뉴
솔직히 외질과 디마리아 벤제마까지 다 투입했을때 '아차' 하긴 했습니다.
무리뉴가... 그 무리뉴가...
현대축구에서 아니 역사적으로도, 바르까홈에서 바르까를 상대로 점유율을 가져가는 맞불축구를 놓아서 이길 수 있는 팀이 있기야 할까요.
더군다나 수비지향적인 무리뉴 감독이,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감독인 무리뉴 감독이,
바르셀로나를 이기는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무리뉴 감독이 그걸 몰랐을까요.
공격축구를 구사하는 레알마드리드의 색깔이 오히려 무리뉴를 옥쇄에 묶어버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꼭 페레즈가 한마디 한것만 같더군요.
"수비 축구 no no, 맞불작전 go go"
뭐 다 제 공상과학 소설이지만...
경기내내 의외로 차분하고 포기한듯한 모습이 더욱더 안쓰러워 보이더군요.
III. 투지
엘클라시코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100에서 10도 안됩니다. 조직력 이런것 역시 10도 안됩니다.
80이상이 투지입니다.
리가1위랑 17위랑 할때도 언제나 경기는 박빙이었으며, 우승경쟁을 할때는 물론, 스쿼드 절반 이상이 경기에 못나와도 싸워서 더비를 치루는것의 원동력은 투지입니다.
두팀다 투지가 만땅일때 이제 조직력과 선수 개개인의 능력으로 경기의 내용을 좌우하게 되는거지요.
오늘 선수들을 보면서 투지란것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뛰는 선수들도 찾기 힘들더군요.
오히려 '질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라고 말한 무리뉴 감독의 말이 투지아닌 투지로 보이더군요.
수비진의 집중력은 말할것도 없고, 공격에서의 악착같은 맛도 없더군요.
그누구도 뭐 빠지게 뛴 선수가 없는것 같아요.

누가 이런거 까지 바란건 아닌데 그래도....
IV. 레알 마드리드의 두번째 아들 - 라모스
근래에 2등만 하던 아들이 너무너무 안되니깐, 2년하고 6개월만에 도저히 못참아서 1등하던 놈을 때렸습니다.
심하게 구타했죠. 이유야 어떻든 잘못했습니다. 잘한거 하나도 없어요. 근데 그밖에는 참 잘해주고, 믿음을 언제나 보여줬던 아들입니다.
집에서 괜히 어줍잖게 훈계를 해서 의기소침하게 만들기 보단, 오히려 부모된 입장으로써 믿음을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밖에서 잘못해서 혼난거, 학교에서 징계를 먹든 어떻든, 거기에 대해 불복하는 쪼잔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가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쿨하게 징계 받고, 더 성장하길 바라며 반성하고 있는 아들을 믿는게 더 좋은 부모죠.
학부모 회의때 다른 부모들이 우리 아들 욕하는거, 거기에 대고 잘했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고개숙이고 있다기 보단 한마디 하는게 더 나을겁니다.
"이번엔 실수로 홧김에 저지른 일이다. 징계 달게 받을것이고, 우리 아들은 더 성장할것이다. 이해해달라" 라고. 부모 아니면 그 누가 두둔해 줍니까.
명백히 잘못한일이기에 세상사람 다 손가락 질 하는데.
전 주위에서 뭐라하면 라모스 당당하게 쉴드 칠겁니다. 잘했다고는 말 안해요. 하지만, 쉴드는 칠 수 있어요. 적극적 두둔은 하지 못하겠지만, 소극적인 두둔은 할수 있습니다.

V. 마지막으로
솔직히 소리내어서 응원하는거.
다음에 더 잘하자 라고 하는거 지칩니다. 오늘 경기보고 나가면서 현관문 잠그면서, "바르셀로나 팬할까..." 이런 생각도 찰나였지만 들더군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축구는 오직 레알마드리드만을 좋아하는데.
가슴속엔 오직 레알마드리드만이 있는데.
에휴.
Uno, dos, tres... Hala Madrid!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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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 201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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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무 2010.11.30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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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UAIN 2010.11.30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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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신달래 2010.11.30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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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 201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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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a 2010.11.30저도 눈물났어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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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이에로 2010.11.30제가하고싶은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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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rio ronaldo 2010.11.30ㅠㅠ 정말. 잘쓰시고
속이조금 뚫리는거 같습니다. -
크레이지구티 2010.11.30저도 내내 가만히 있던 무감독님이 약간 이상하게 느껴졌는데 ;; 그렇다고 페레즈가 그랬다는 것 아니고요 흠... 훌훌털고 다시 좋은 경기 보여줬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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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ti 2010.11.30*오늘 결과를 보고 내가 바르셀로나 팬이었으면.. 막 이생각했었는데 ㅋㅋㅋ 뭐 있을수도없죠 이런 생각을 갖는다는게 레알에게 미안한일.. 우리 앞으로는 더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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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키 2010.11.30오늘따라 0809시즌 누캄프에서의 투혼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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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성 2010.11.300809 살가도옹 투혼은 진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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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쌀허세 2010.11.30@전효성 앙리 혼자 막았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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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Miroslav 2010.11.30@전효성 75분이었나...... 본인실수로 pk내줬을떄도 원망이 안 들었을 정도로 너무 잘했었음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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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10.11.30라모스 쉴드 같이 쳐요!!!!
우리의 라모스는 반드시 더 성장할겁니다!! -
운명의멜로디 2010.11.30얼릉 다 잊고 남은 경기에 집중해줬으면 ㅠ 감독님이 잘 해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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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Pacino 2010.11.30*잘 읽긴 했지만.. 많은 분들이 투지에 관한 면을 많이 말씀하시던데 사실 프로 급 축구에서는 냉정할수록 좋죠, 투지라는 신념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고 칭찬을 받지만 감독의 정해진 각본대로 따라갔을 때 이길 수 있다는 가정하에 언제나 냉정을 빨리 찾을수록 더 좋은 게임이 나옵니다.
반대로 스페인이나 바르샤의 경기를 보면 얼마나 투지가 없어보입니까.. 감정이 이입되지 않은 듯한 경기를 펼치죠 절대 욕심부리지 않고 특별한 상황을 만드려고 어설픈 쓰루패스를 남용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적이 된 건 레알선수들일겁니다 감정적이였기 때문에 일찍 포기를 했죠 그런 상황에서도 냉정을 찾았더라면 계속 같은 모습을 보여줄수 있었겠죠 이런 점을 미루어볼때 투지를 가장 높은 덕목으로 놓는 것은 별로 신통치 않아보입니다..
이번 패배가 아주 쓰라리긴 합니다만 냉정을 찾고 계속 조직력을 올린다면 한단계 발전할수있는 계기가 되겠죠 레알의 근 10년간은 이런 모습 이후 감독을 경질하고 시장에서 엄청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고 또 이적시키고 다시 패배를 당하는 딜레마에 빠졌지만 이번 만큼은 잘 헤쳐나가길 빕니다..
여담으로 무리뉴는 의외로 맞불작전을 놔서 어떤 효과를 원했지만 실점을 너무 빨리했죠.. 바르샤같은 팀에게 먼저 실점을 한 후 이기는 팀은 거의 본 적이 없네요, 굉장히 늪 같은 팀이죠
어쨋거나 무리뉴 체재 아래서 1~2 시즌만 더 지나도 충분히 대항할 만한 전력이 갖춰질거라고 생각하고,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선수단 구성과 선발진멤버가 전년대비 절반이 바뀌고 감독은 채 몇개월 된 상황에서 조금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쨋거나 욱일승천하는 레알마드리드가 되길.. -
subdirectory_arrow_right 쌀허세 2010.11.30@Al Pacino 아 저는 막 투쟁심같은걸 말씀드린게 아니라, 이기려는 마음가짐? 정도로 해석하였어요. 오늘 우리팀은 겉으로 보기엔 정말 이기려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듯 보였거든요.
알파치노님 말씀처럼 스페인이나 바르샤는 냉정하게 하는데, 냉정한것은 투지, 투혼의 그 다음단계 아닐까요? 불살르는 투혼을 내면화시키는것이 냉정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얘기해 봅니다.
진짜 이번만큼은 알파치노님 말씀처럼 감독경질+선수대거영입+대거방출이라는 블랙홀의 늪에서 빠져나가길 간절히 빕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구또띠 2010.11.30@Al Pacino 냉정과 열정을 떠나서
피치위에서 쓰러지더라도 이놈들 한테만큼은 어떻게든 이겨보겠다는 깡다구라도 보였다면 이렇게 화나진 않았겠죠. -
필요악 2010.11.30저도 바르셀로나 팬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잠깐... 1초간 들더라구요.
하지만 뼈속까지 레알팬이라 그런지 도저히 그러진 못하겠더라구요.
믿고 기다려야죠... -
마르세유룰렛 2010.11.30투지..엘클라시코가 어떤 것인지 처음 접해 본 선수들이 꽤 되어서 오늘 투지가 약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다음 엘클에선 베르나베우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해주었으면 하네요 선수들이 -
플리트윅 2010.11.30저도 초등학교 때 처럼 다시 바르샤팬할까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미 제 마음속엔 레알에 대한 사랑으로만 가득차있어서 그렇게는 못하겠더군요..다음번에 우리가 매너,실력,투지에서 다 좋은모습 보여주며 이겼으면 좋겠습니ㅏㄷ -
미야토비치 2010.11.30아 나 왜케 공감되죠.... 진짜 오늘 보면서 이거 뭐 조직력 떠나서 애들이 정신력 시망이더군요... 진짜 이 엘클 하나에 모든 걸 걸고 하얀 유니폼의 그 정신을 이해하고 해야 하는데 그게 없어 보였습니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진짜 오늘 경기 완전히 참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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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4Ever 2010.11.30저도 공감가네요...ㅠ 오늘 경기보고 몇년간 해온 이 팬질도 이제 그만해야하나 라는 생각도 잠깐 들더군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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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레전드 2010.11.30아어.. 오늘 하루종일 우울한 날을 보내고 집에와서 이 글을 보니 울컥 눈물이 나네요-_ㅠ
아침에 경기보고 출근준비하면서 니네들이 뭔데 내 하루를 이렇게 망쳐놓냐!! 원망도 해보고
\"차라리 바르셀로나 팬하는건 어때?\"라는 말을 듣고
지금 꾸레들은 얼마나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잠깐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꾸레는 될수 없다-_-;;
저도 저 생각 했었는데ㅋㅋㅋ라모이야기 너무 공감되요
내 자식 아무리 잘못했어도 내치는 부모는 없듯이 우리가 보듬어줘야지 어쩌겠냐며... 대놓고 쉴드칠 수는 없지만..-_ㅠ
미우나 고우나 내 자식.....
이길때도 있고 질때도 있는거지.. 라는.. 쿨한 팬이 되보고 싶네요-_ㅠ -
오렌지렌지 2010.11.30바르샤가 축구는 더 잘할지 몰라도
가끔 너무 챙피하다 싶은 짓들을 많이 해서
그 쪽 팬 되면 더 부끄러울 거 같은데요 ㅋㅋㅋㅋ -
살찐호돈신 2010.11.30저도 도저히 무리뉴의 맞불작전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베르나베우에서라도 승리를 챙기길 바랄뿐이죠. -
Luffy 2010.11.30저도 라모스 쉴드 칠건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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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봄 2010.11.30\'내가 바르샤팬이어서 이렇게 이겼으면 어땟을까\' 생각보다 \'우리팀이 이렇게 통쾌하게이겼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던데요...
경기내내 이켈 저런표정짓고있는거보며 가슴아팠는데 지금또보니 참...
마지막에 날두짤보고 왜 눈물이나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