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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

선수 비교질 글 甲 (펌)

라피甲 2010.11.22 10:32 조회 7,356 추천 19
제목은 학구적인 의욕에 찬, 무슨 이론서의 챕터쯤 되는양 써놨지만 실은 순수하게 제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비롯되었으며 그러한 성격이 많이 반영된 글이 될 겁니다. 따라서 아무래도 전문가적인, 세심한 관찰과 여기에서 우러나오는 통찰을 기대하신 분들이라면 실망할수도 있으리라 생각하구요. 아쉬운 일이지만 저도 같은 주제를 두고 자신만만하게 '이건 이러이러하고 저건 저러저러한 것이다'는 식의 단언적인 '설명'을 하기엔 견문도 짧고 아는 것도 부족하여 그나마 할 수 있는 거라곤 '이건 얘랑 비슷한 것 같고 저건 얘랑 비슷하게도 뵈는데 생각해보면 또 다른 점에선 이건 쟤랑 통하는 부분도 있는 듯하다'는 지극히 치졸한 '해석'에 불과하니까요. 다만 축구를 보면서 "어, 이 선수는 예전에 누구랑 닮았다"라 중얼거린 적 있는 분들이라면, 해서 그외에 다른 옛 선수들과 요즘 선수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본 분들이라면, 그러나 그렇게 하기엔 이전의 축구 경기를 많이 보지 못했고 구하기엔 절차가 지난하여 그저 생각으로만 그쳤던 분들이라면 흥밋거리 삼아 읽기 적합할 것입니다.
  
  1. 메시와 날도

  솜씨없고 제 것에 자신없는 글쟁이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관심갖는 소재로 글을 풀어나갈까 합니다. 근래 축구팬들 사이에 한창 불타오르는 화제는 단연 메시와 날도 일겁니다. 흔히 비교글 하나 올라오면 리플 수십개는 기본으로 보장하는 떡밥이며, 굳이 비교를 떠나서라도 그들 각각이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죠. 현 시점에선 서로 동렬에 있다거나, 메시의 근소우위란 평이지만 아직 활약할 시간이 충분히 남은 선수인만큼, 게다가 소속된 팀 역시 그 활약을 뒷받침하기에 무리가 없느니만큼* 향후 평가가 어찌될지 말하긴 곤란합니다. 그러나 보다 나이가 어리고, 축구하면 연상될만한, 하프라인부터 혼자 다 제끼고 골을 넣는 '원맨쇼 플레이'에 능한 메시가 좀 더 우위에 있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하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순 없겠지요. 무엇보다 메시는, 여러 면에서 아르헨티나 최고의 플레이어이자 펠레와 함께 역대 넘버원을 다투는 마라도나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니까요.

  1-1. 마라도나와 메시?

  하지만 역시나 많은 이들은 마라도나의 플레이스타일을 근거로 이 둘의 비교에 고개를 젓습니다. 마라도나는 메시처럼 플레이하지 않았다구요. 실제로 마라도나는 메시와 같은 탁월한 드리블을 자랑하며 종횡무진 필드를 누비기도 했습니다만, 또한 간결한 원투터치와 억소리날 정도로 적확하고 기가 막힌 패스를 통해 게임을 지배했으니까요. 물론 메시 역시 메디아푼타로서도 상당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방면에 있어선 단연 역대 최고라 할만한*2 마라도나와 비교하기엔 무리일뿐더러 당장 같은 팀 소속의 이니에스타에 비해 낫다고 말하기 곤란합니다. 뭐, 이 글에선 선수들의 능력적인 비교를 의도하지 않기에*3 이를 논외로한다하여도 가장 큰 차이 하나가 남습니다. 바로 메디아푼타로서의 메시가 보여주는 플레이는 마라도나의 그것관 상이하다는 것이지요.

  1-1-1. 플레이메이커 메시.

  메시의 플레이메이킹은 마라도나처럼 자로잰듯 정확하고 적재적소에 가서 꽂히거나, 혹은 상대의 의도를 빗겨갈 정도로 창의적인 공을 순간적으로 계산하여 뿌려주는 패스가 아닌, 몇명이 달라붙건 상관 않고 자신의 바라는 상황이 연출될 때까지 최전선에서 버텨나갈 수 있을만치 압도적인 공에 대한 통제, 볼 키핑에 방점이 있죠. 때문에 간혹 메시의 전방 플레이는 반바스텐이나 선수 생활 초기의 베르캄프, 혹은 반니스텔루이가 보여줬던 포스트플레이를 연상케도 합니다. 메시의 경기지배는, 그가 샤비를 대신하여 미드필더에서 볼배급을 할때나 본직인 사이드에 걸친 1.5선에 있을때나, 원톱으로 출장하여 최전방에 설때나 같은 양상을 띄니까요. 볼을 잡고->주변 선수들이 적합한 위치를 점유할때까지 화려한 드리블 테크닉을 이용, 돌리거나 버티고->패스를 뿌린다, 처럼 공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메시의 플레이메이킹은 팀동료인 이니에스타와 유사한 점이 있는데, 아마도 포제션을 중시하여 온더볼 상황에선 키핑을, 오프더볼 상황에서는 유기적인 이동을 통한 공간확보를 최우선으로 삼는 바르샤의 유스 시스템의 효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니에스타는 밑에서 다시 자세하게 다룰테니 이만 스킵하고,

  1-1-2. 플레이메이커 마라도나.

  마라도나를 단순히 메디아푼타로서만 설명하는 건 곤란할 겁니다. 그는 루마니아의 하지나 현재의 메시처럼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자질과 동시에 윙플레이어나 포워드로서도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선수였고, 실상 경기에 임함에 있어 말 그대로 '필드메이커', 지배력에 있어서만큼은 제가 본 바에 있어 누구와도 비교할만한 플레이어가 없던 이였지요*4. 하지만 이런 점들을 스킵하고, 순수하게 트레쿼르티스타 롤에서 마라도나를 정의한다면 그가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음... 누구와 비교해야할텐데 마땅히 떠오르는 선수가 없네요. 그나마 전성기 토티가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에서 마라도나와 비슷하지 않았나 합니다. 독자분들의 이해에도 편할 거구요. 두 선수 모두 간결한 원투터치로 믿기지 않을만큼 정확한 패스를 믿기지 않을만큼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곳에 꽂아넣는데 능했으며*5 강한 바디 밸런스를 자랑하기에 이같은 플레이를 강한 프레싱을 받는 와중에 몸의 중심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탁월한 축구 센스로 무장하였기에 이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해치우곤 했죠. 다만 마라도나는 거의 타고 났다싶을 정도의 연계와 동료를 살려주는 영리한 플레이로, 이러한 특성들이 팀에 무리없이 녹아들었지만, 아니 너무 잘 녹아들어 옆에 서 있는 선수가 달라뵐 정도였지만 토티의 경우 간혹 같이 뛰는 선수를 전혀 인지하지 않을 정도로 알 수 없는 4차원 패스가 툭툭 튀나왔지요*6.

  1-1-3. 마라도나와 메시.

  그리고 마라도나가 자랑하는, 천부적인 동료와의 연계는 메시 역시 갖추고 있는 부분인데요. 바로 이것이 드리블 테크닉과 함께 메시에게서 마라도나의 뒷 모습을 발견하는 이유죠. 동료를 이용하고, 보조를 맞춰서 자기 플레이의 중력장 안으로 자연스레 끌어들여가는 능력은 둘 모두 선수생활 초기부터 보여주었던 모습으로*7 데뷔하자마자 메시가 신인이라기엔 믿기지 않을만큼, 마치 제우스의 머리에서 성장하여 나타난 아테나만양 노련한 플레이를 보일 수 있던 동력이기도 하구요. 이와 상극에 있는 플레이어라면 히바우도일텐데, 플레이메이커로서 마라도나의 스타일이 토티와 유사한 점이 있다면, 그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비교할 이는 단연 공포의 왼발을 자랑하던 브라질리언일테지만 팀에 잘 녹아드는 플레이를 하진 못했습니다. 외려 팀을 스스로에게 녹여버렸죠. 기실, 히바우도가 이렇듯 '이기적인' 면모를 보였던 건 능력부족이라기보단 스스로의 에고가 지나치게 강한 탓이라고 보는 게 옳을텐데, 바르샤에서 자기 플레이에 대한 과신으로 때때로 팀과 배타적인듯한 모습을 보였던 것관 달리 호나우도와 함께할때 히바우도는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호나우도를 서포트했고, 그가 하지 못했던 부분을 직접 찾아 메워주는 면모도 왕왕 보여줬으니까요. 그건 아마 그토록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에 차있던 히바우도 역시, 동료 선수로서 짧은 시간이나마 경이로울 정도의 플레이를 보인 호나우도의 실력에 대한 찬사와 인정이 있기 때문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거기에 호나우도 역시 '자기 플레이의 중력장 안으로' 다른 선수를 끌어들이는 능력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물론, 그 성격이 마라도나와 메시보다 파괴적인 모습을 띄기에 같은 것으로 보긴 곤란할테지만요.

  1-2. 포워드로서 호나우도와 메시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메시는 마라도나보다 호나우도와 흡사한 선수일 겁니다. 윗선에 몇명이 있던 가리지 않는 파괴적인 드리블을 구사하고, 그리고 그 드리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이끌어가며, 이를 최전방만이 아닌 공격라인 전체에서 프리롤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으로 삼아 어느 위치에 서든 비슷한 매커니즘으로 플레이를 합니다. 다른 모든 걸 떠나서, 한경기에도 몇번이고 하프라인을 짓쳐들어가 수비라인을 제끼며 슛을 때리는 메시를 보고 있으면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던 호나우도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지요. 그리고 그처럼, 지금까지 메시는 포워드로서 플레이를 할땐 당대만이 아니라 역대 레벨에서 논할 수 있을만큼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줘왔구요.

  1-2-1. 플레이메이커 호나우도?

  알만한 분들이라면 호나우도의 인테르 시절, 감독이었던 리피가 그를 바르샤에서처럼 최전방에 위치시키기보단 1.5선내지 때론 2선까지 내려 플레이하도록 했다는 걸 아실 겁니다. 종전까진 골과 개인 차원에서의 상대 수비라인 파괴에 집중되어있던 그의 플레이 영역을 보다 넓힌 것이죠. 그러나 리피의 이러한 시도는, 그닥 나쁘지 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물음표로서 남아있습니다. 첫째로 당시 호나우도가 보여준 플레이양상이 이러니저러니해도 최전방에 있을때와 같은 매커니즘으로 수행되었기에 보직 변경한 것을 얼마나 큰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1-1-1에서 언급한 메시처럼 말이죠. 사실 호나우도에게 해당 보직이 적합해서가 아니라 그의 개인기량이 워낙 출중했으므로 이에 대해 언급하는 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후 부상 탓으로 스타일 자체가 골을 목표로 하는 스트라이커에 최적화되었기에 그 이상 확인할 도리가 없지요. 그렇지만 인테르에서 호나우도는 바르샤 시절에 비해 많은 골을 기록하진 못했어도 필드 전체에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 이때의 모습이 바르샤에서의 시즌보다 미세하게나마 높은 평가를 받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1-2-2. 호나우도와 메시.

  메시와 전성기 호나우도의 차이라면 메시가 1.5선에서 출발하여 (적어도 최근의 몇경기에선)최전방으로 이동한 케이스라면, 반대로 호나우도는 최전방에서 시작하여 1.5선으로 내려온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메시를 지켜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적어도 스탯에 있어 08/09/10시즌이 압도적일지라도, 경기를 지배하던 카리스마에 있어선 06/07/08시즌에 미칠 수 없다는 것을요. 물론 그처럼 뛰댕기다가 그 시절처럼 심심하면 눕는 건 곤란하겠습니다만, 그래도 한 사람의 축구팬 입장에선 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이지요. 무엇보다, 메시의 본업은 위에서 언급하였듯 최전방도, 메디아푼타도 아닌 사이드에 처진 포워드입니다. 그리고 메시가 역대 레벨의 선수들과 비교할때 논해질 수 있는 건, 해당 보직에서의 활약에 근거하구요. 이런 메시의 모습을 상기해본다면 리피가 호나우도를 1.5선으로 내린 것 역시, 그의 부상만 아니었대도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으리란 걸 짐작케합니다. 그럼, 보다 더 내려와, 만약 리피가 포워드였던 지단을 트레쿼르티스타로 거듭나게 한 것처럼, 호나우도에게도 비슷한 것을 주문했다면 어땠을까요?

  1-2-3. 플레이메이커 메시?

  이니에스타가 있기에 바르샤에서 메시가 굳이 메디아푼타롤을 소화해야할 경우는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만, 내셔널 팀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를 것입니다. '마지막 정통파 플레이메이커'였던 리켈메의 은퇴 이후 아르헨티나는 팀의 중심을 잡아줄만한 플레이메이커를 찾지 못했고 현재 상황으로 봐선 아무래도 메시 외엔 그 자리에 갈 선수가 없어뵈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진,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변변한 효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지요.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이 문제게 필시 해결 되어야겠지만, 글쎄, 제 개인적인 생각에 메시가 더 이상 어떤 부분을 발전시키고 말고 할 여지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이미 스스로에게 주어진 엄청난 재능을 어떤 식으로 발현하느냐가 문제겠지요. 어찌되었든 분명,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메시는 포워드로서만은 못할지언정 현재 손에 꼽힐만한 기량을 자랑하니까요. 다만, 이는 제대로 된 전술 위에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며 때문에 코파 07을 제외하곤(그나마도 결승에선 추발렸지만) 명성만 못한 활약을 펼친 아르헨티나 동료들의 활약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마치 08/09시즌 바르샤에서 그러했던 것처럼요. 그렇지 않다면? 06/07/08시즌 바르샤에서의 모습이 오버랩되네요. 아르헨티나 입장에선 후덜덜한 멤버를 자랑하던 남아공 월드컵이 아쉽긴 아쉽습니다.

  2. 날도와 메시

  기량에 대한 비교를 차치한다면 제 눈엔 메시보다 날도가 흥미로운 캐릭터로 보입니다. 이건 좀, 논란이 될만한 부분일텐데 꾸준히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랄까요? 날도를 보고 있으면 한시즌 한시즌 변화하고 발전하는 부분이 극명하게 드러나죠. 06/07시즌과 07/08시즌의 차이는 워낙 유명하고, 06/07시즌과 그 이전 시즌들도 분명 다르며, 맨유에 있던 때와 레알에 와서 또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하는 양상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하나의 선수로서 점점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재밌지 않습니까? 이미 당대 최고의 플레이어였던 선수가 기량을 유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외려 발전하고 있는 겁니다. 더욱 재밌는 건, 그 와중에도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구요. 예컨대 메시가 강점을 보이는 팀플레이와 연계부분 정도가 있을까요. 날도는 소화하는 보직을 감안하더라도 워낙 장단이 극명한 선수니까요. 허나 단점으로 보이는 부분이나마 그 스스로 시즌을 거듭하며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리란 걸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메시는, 과연 이처럼 발전하고 있는가, 란 질문 앞에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지요. 요즘 메시가 골을 기록할때마다 "발전이 없다"며 농을 던지는 게 유행인듯한데, 단순히 농짓거리만은 아닌 것이 기실 스탯을 제외한 경기력에서 메시는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정말로 발전이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이미 그의 보직 하에선, 그리고 그의 플레이스타일에선 메시는 갖출만큼 갖춰진 형태로 데뷔했거든요. 등장한 순간부터 발전할 여지가 없었는데 발전하고 말고가 뭐 있겠습니까. 물론 세세한 보직의 변경이라던가, 그리고 단순히 많아졌다, 라고 표현하기엔 굉장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스탯이 있긴 하지만 호나우도가 바르샤 시절에 비해 인테르에서 골기록이 후달리다는 걸 근거로 퇴보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처럼, 과연 메시의 변화하는 스탯을 두고 발전일로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2-1. 날도?

  날도와 메시의 플레이스타일 역시, 아무래도 날도가 좀 더 흥미롭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일텐데, 날도의 플레이는 고유합니다. 곧잘 비교되곤 하는 메시의 플레이가 스타일상에서 지금껏 있어왔던 수준급 플레이어들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죠. 메시는 분명 잘합니다. 허나 메시가 잘하는 건 과거 다른 잘하는 선수들이 보여줬던 것입니다. 얼마나 세련되고, 정교하게, 능숙하게 펼쳐내느냐의 차이 정도가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메시는 굉장히 정통적인 플레이어죠. '축구 명장면'하면 누구나 흔히 떠올릴만한 가장 일반적인 플레이를 선보입니다. 반면 날도는 굉장히 독특한 유형의 플레이어죠. 제가 축구를 봐오면서 이런 선수가 있었던가 싶네요. 분명 날도는 윙어입니다. 필드 위에서 보여주는 것 자체가 윙어의 움직임이에요. 포워드에 가깝긴 하지만, 차라리 윙포라곤 할 수 있을지언정 날도의 움직임은 스트라이커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렇다고 윙어 포지션에 능숙하지 못하냐, 하면 역시 아닙니다. 외려 윙으로서 보자면 당대에 어떤 누구보다 탁월한데, 각도를 무시하고 빠른 속도로 크로스를 때려댈 수 있는 어마어마한 발목힘과 역시나 빈 공간으로 빠르게 짓쳐들어가는 주력을 보유하고 있지요. 이 덕분에 날도는 상대의 수비라인이 채 갖추어지기도 전에 붕괴시켜버릴 수 있다는 이점을 팀에게 선사합니다. 그 자신의 페넌트레이션에 있어서든, 그 무시무시한 빠르기의 크로스에 있어서든 말이죠.

  2-1-1. 날도와 히바우도?

이같은 날도의 스타일은 워낙 고유하기에 그와 비슷한 선수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제가 봐왔던 경기들에선 그와 비슷하다고 말할 만한 선수는 없었고 세평을 보아하니 그 전에도 없었던 것 같군요. 실제로 날도의 07/08시즌을 두고 수많은 언론에서 '이런 독특한 선수가 있었나'하고 자문하며 떠들어댔던 게 생각나구요. '피지컬을 앞세운 윙어로, 타고난 득점감각과 압도적인 제공권으로 스탯이 절정급 스트라이커 수준', 딱 봐도 뭔가 이상하죠. 그나마 마라도나의 트레쿼르티스타 롤을 이해한 것처럼, 몇가지 가닥을 잡아 다른 선수와 맞대어본다면 비교가 좀 될 것도 같은데요. 스스로의 플레이에 대한 에고가 강하다는 점, 때문에 때로 팀동료들의 플레이와 불협화음을 내기도 한다는 점,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도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팀에 녹아들 수 있으며 지금껏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 등이 그러할 겁니다. 마지막 부분에선 날도 팬분들 중에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이 있을텐데 히바우도가 호나우도에게 그러했던 것을, 날도는 카카에게 보여주지 않았나합니다. 실제로 둘의 연계플레이는 양 선수의 보직 탓인지, 비록 히바우도가 호나우도에게 그러한 것처럼 일방적인 한쪽의 서포트 관계는 아니었어도 상당히 훌륭한 모습으로 나타났지요. 무엇보다, 히바우도도 그렇고 날도도 모두 공격라인 전체를 커버링하는, 본래적 의미완 다른 맥락에서의 '멀티플레잉'을 선보이는 선수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겠지요. 레프트로 출전할때면 긱스 뺨때리게 터무니없는 플레이를 선보였고 전방에서는 클루이베르트와 비교할때 대체 누가 스트라이커인지 알 수 없을만치 후덜덜한 스탯을 보유했으며 세트피스 상황에선 압도적인 킥 구사로 상대 수비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던, 그야 말로 공격진 어디에 서든, 어느 각도에서든 상대를 난타해버리는 만능 포워드 히바우도의 모습을 근래 필드 위에서 가장 유사하게 보여주는 선수라면 단연 날도일 겁니다.

  2-1-2. 날도와 굴리트?

  다음으로 날도와 유사점을 공유하는 플레이어라면 아무래도 굴리트일텐데요. 동 보직 다른 선수들과 차원이 다른 피지컬, 이에서 연유한, 가히 터무니없는 제공권*8과 무각도 상황에서 발목 힘만으로 때려대는 무지막지한 러닝크로스 등, 굴리트가 보여주었던 많은 모습들을, 일정 부분 날도에게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100m를 11.2초에 주파한 공식기록이 있을 정도로 큰 키에 비해 굉장히 빠른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었던 굴리트의 피지컬은, 역시나 날도의 그것과 유사해뵈구요. 다만 굴리트의 경우, 그렇게 터무니없는 신체조건이라면 당연히 바디 밸런스까지 초괴수급이겠거니, 하는 일반적인 예상관 달리, 바디 밸런스가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굉장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에 비해*9, 날도는 바디 밸런스 역시 출중하다는 점이 다르며, 또한 선수생활 내내 잔부상을 달고 살았으며 89년 무릎 반월판 부상으로 퍼포먼스가 서서히 하락한 굴리트와 달리 날도는 유명한 강철몸이었다는 것 역시 차이점일테지요. 그리고 날도에게 기대하는 점 역시, 이러한 '차이'에 있는데요. 만약 굴리트처럼 날도가 잔부상으로 신음되었거나 선수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커다란 부상으로 골골대는 선수였다면 변화, 발전하는 양상을 지켜볼 수 있기는 커녕 현재 기량이나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해야했을 겁니다. 그러나 다행히 날도는 타고난 강철몸인데다 본인이 스스로의 몸을 아낄 줄 아는 선수인만큼 앞으로의 모습을 더욱 기대케합니다.

  2-1-2-1. 굴리트.

  허나, 마라도나와 토티의 비교에서 그러한 것처럼, 굴리트는 날도와의 유사점이란 프레임하에서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그에 대한 왜곡과 저평가라할만큼 탁월한 플레이어였습니다. 피지컬적인 부분을 논외로 하더라도, 라보나, 사포 등의 다양한 기술들을 실제 경기 중에 펼쳐보일 정도로 대단한 테크닉과, 최전방 포워드에서 최후방 스위퍼까지 소화하는 멀티플레잉, 경기 중 타보직까지 침탈할 정도로 압도적인 활동 영역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러하죠. 심지어 굴리트는 경기마다 보직을 바꿔 출전하는 선수가 아니라, 경기 중에서도 제멋대로 보직을 바꿔 플레이하는 선수였습니다. 일예로 밀란에서의 91/92시즌 인테르 더비에서(91/92시즌이었는지 92/93시즌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분명 라이트 윙으로 출전하지만, 마싸로를 강제로 쉐도우로 보이게 할만큼 포워드 라인으로 자주 치고 올라가는 동시에 역대 밀란 베스트 11에 꼽힐만한 라이트백인 타쏘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대 오른쪽 공격라인을 꽁꽁 묶어버리는 수비를 홀로 해냈으니까요. 이런 굴리트의 플레이스타일은, 히바우도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이질적이었기에 리누스 미헬스를 제외한 감독들은 그를 보직에 구애치 않고 필드 위에 풀어놓는 방법을 택했구요.

  2-1-2-2. 굴리트와 딩요*10.

  그리고 이같은 점에서 굴리트는, 다른 어떤 이보다 호나우딩요와 닮은 점이 많았던 선수였습니다. 실전경기에서 도저히 써먹을 수 없을 것 같은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뿐만 아니라 피지컬적으로도 우수하기에 상대의 수비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볼을 지켜내고, 원하는 곳에 안착시키지요. 역습 상황, 상대의 수비 라인이 헐거워졌을때 화려한 개인 돌파로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지공시, 상대 수비가 갖추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압도적인 테크닉으로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 볼을 연결하던 딩요의 모습은 여러 면에서 굴리트와 닮아있습니다. 어떤 때엔 히바우도처럼 공격라인 전방에서 맹활약을 하다가도, 때론 피구처럼 보다 아랫라인에서 발 끝으로 파고드는 크로스를 올리는 등 라인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면모도 그러하구요. 아리고 사키 휘하 밀란 제네레이션과 레이카르트 휘하의 바르샤에서 각각 에이스로 활약하며 자칫 팀과 이반될 수 있는 판타지스타적 기질을 팀에 잘 융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두 팀 모두, 탁월한 능력을 지닌 개별 선수들의 플레이와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가다듬은 팀플레이 사이에 이상적인 접점을 찾은 몇 안 되는 팀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지요. 치열한 승부사 기질보단 축구를 놀이로 여기며 즐기는 태도를 보인 것도 비슷한데, 그 성향상 어느 정도 축구 외적인 것에 탐닉하기도 했습니다. 호나우딩요야 잘 아실테니 차치하더라도, 굴리트는 인종차별반대위원이었으며, 부상으로 90 월드컵을 앞두고 1년간 축구를 쉬었던 시기, 가수와 사회운동가로 활동했지요.

  3. 즐라탄과 굴리트?

  많은 분들이 굴리트의 하이라이트나 영상물을 보시고 즐라탄과 닮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던데, 분명 어떤 점에선 굉장히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입니다. 즐라탄 역시 비단 최전방에 구애받지 않고 때론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볼배급을 담당하고, 큰 키에 걸맞지 않는 화려한 테크닉으로 상대를 농락하는 것을 즐기며, 길죽한 발로 공을 따내어 상대의 프레싱 속에서도 발재간으로 볼을 지켜나갈 줄 아는 플레이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즐라탄의 영역이 포워드 라인에 방점을 둘 수 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바르샤에서의 09/10시즌을 통해 드러났듯 업템포의 팀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라인과 업다운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하던 굴리트와 차이를 보이지요.

  3-1. 즐라탄과 클루이베르트?

  외려 즐라탄과 유사한 점이 많은 선수라면 비교적 최근까지 활약하던 클루이베르트를 꼽을 수 있을텐데요. 키크고 탁월한 테크닉으로 포스트플레이를 소화할 수 있는 동시에 다양한 연계능력과 축구센스로 1.5선에서 쉐도우롤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아약스 출신 포워드 라인의 계보를 장식하는 선수로선 이례적인 이들이라는 것 역시 닮았는데, 두루두루 팔방미인의 면모를 보이지만 골결정력이 부족에 시달린다는 점 역시, 이들의 공통점을 말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겠지요. 호마리우와 에투 정도를 제외하면 언제나 타워형 공격수를 선호하던 크루이프 이후 바르샤의 원톱에서 지금까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라면 이러니저러니해도 클루이베르트일 겁니다. 큰 키와 탁월한 테크닉, 그리고 걸출한 연계플레이를 겸비한 원톱은 업템포와 다운템포 방식 모두 소화가능한 동시에 3톱을 중심으로 한 유기적인 스위칭에서 이점을 지니기에 바르샤 감독이라면 누구나 선호할만한 자원이겠죠. 과르디올라가 08/09시즌이 끝나고 즐라탄을 영입한 것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일거구요.

  3-1-1. 클루이베르트와 베르캄프?

  클루이베르트. 네덜란드 팬으로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는 포워드입니다. 여러 면에서 그보다 더 나은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거든요. 클럽 바르샤에선 히바우도를 서포트하며, 반면 오렌지에선 베르캄프의 서포트를 받으며 둘 모두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재능이고, 유로 2000을 기점으로 오웬과 함께 단연 앞으로를 이끌어갈 최고의 포워드로서 손색이 없었는데 결국은 둘 모두 받은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요. 바르샤에서야 총체적인 팀의 위기와 더불어 골게터로서의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부진을 거듭했다면, 네덜란드에선 베르캄프 은퇴 이후 그의 대체자로 성공적일 것이라던 세평과 달리 실망스러운 활약밖에 남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는, 많은 이들이 베르캄프라는 선수를 오해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교본이라는 닉네임과는 달리, 아스날로 이적 이후 베르캄프는 라울과 델 피에로처럼 포워드 라인과 1.5선에 걸쳐져 활약한 선수가 아니라 지단이나 토티처럼 톱 아래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공격의 전개방향을 잡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그의 선수생활 후기를 지나 말기로 갈수록 더욱 심화되었는데요. 유로 2000을 보면 알 수 있듯 베르캄프는 포워드라기보단 거의 공미에 가깝게 플레이했고, 그의 백업도 다른 포워드가 아닌 미들 요원 셰도르프였죠*11. 실제로 베르캄프도 자신을 포워드라기보다 미드필더라고 생각했으며, 이는 그 자신의 베스트 11을 뽑을때, 433 포메이션에서 스스로를 3미들의 중앙에 배치한 것만 봐도 잘 드러납니다. 천재적인 플레이메이커 셰도르프가 그 명성이나 클럽에서의 활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셔널 팀에서의 활약이 미치지 못했던 건, 챔스 깡패시절 아약스에서의 활약을 그대로 국대로 이어간 클루이베르트와 달리 쟁쟁한 선배들 때문에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고, 밀란에서 전성기를 구가할 때엔 오렌지가 축구내외적인 일로 진통을 겪었기 때문이지요. 아약스 시절에야 베르기가 워낙 오렌지 올타임 멤버에 꼽힐만치 괴수이니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그의 대체자가 시급했던 시절 레알과 인테르를 거치며 그 자신 역시 부진에 늪을 허덕였던 건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입니다. 때문에 오렌지는 베르캄프의 10번을 물려받은 클루이베르트에게 베르기가 소화했던 롤까지 맡겼고, 그러나 연계능력이 출중하다해도 어디까지나 포워드였던 클루이베르트는 베르기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지요.

  3-1-1-1. 스트라이커 베르캄프.

  한 두번의 트래핑으로 입 벌어지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볼 터치와 유려한 키핑, 이를 가능케하는 탄탄한 바디밸런스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어시스트 덕에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교본으로 추앙받는 베르캄프지만 선수생활 전반기 그는 네덜란드식 정통파 스트라이커였습니다. 인테르에서의 부진한 활약 이후 아스날에서의 보직 변경 때문에 포스트플레이어로서의 베르캄프를 낮게 평가하는 분들도 계실텐데, 그러나 그는 포스트플레이어로만 봐도 충분히 당대를 대표할만큼 탁월한 선수였습니다. 아약스 시절 이미 오렌지호에 승선하여 유로 92 네덜란드의 4강을 견인했는데, 이때 보여준 활약은 같이 멤버에 있던 쟁쟁한 선배들 모두를 압도할만치 대단한 것으로, 그 활약을 바탕삼아 대회 득점왕과 그해 발롱도르 3위에 마크되는 기염을 토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당시 오렌지호엔 발롱도르 3회 수상자인 동시에 호마리우와 함께 당대를 넘어 역대 최고의 스트라이커 자리를 두고 자웅을 겨뤘던 반바스텐이 있었고, 사상 최고의 클럽팀을 말할때 단연 먼저 첫 손에 꼽히며, 축구사에 있어왔던 최강팀을 논할때 오직 하나뿐인 클럽팀*12으로 후보에 오르는 밀란 제네레이션의 에이스이자 펠레조차 자기와 동렬내지는 아래로 보았던 그 오만한 마라도나가 스스로 자신의 라이벌이라 말한 굴리트가 있었습니다. 비록 둘 모두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만치 포워드에게 가혹한 규정으로 인한 부상 때문에 센세이셔널했던 유로 88만한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는 단서가 붙을지언정, '그 오렌지 삼총사'인데 말입니다. 이어 93년에는 발롱도르 2위를 마크, 또한 94 월드컵에서, 굴리트와 반바스텐이 빠진 오렌지 멤버를 8강으로 견인하나 우승팀 브라질을 맞이하여 아쉽게 석패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때 베르캄프 개인의 활약은 오히려 유로 92때를 상회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반바스텐, 굴리트와 이전에 화려했던 세대들의 은퇴 및 기량쇠퇴로 레이카르트를 제외한 구 멤버들 모두가 전성기만 못한 활약을 보였고, 그러나 오베르마스 등으로 대변될 새로운 세대 역시 아직 스스로의 가능성을 미처 보여주지 못한 시기 베르캄프는 공격진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하며 오렌지를 이끌었지요. 대회 최고의 명경기로 꼽히는 브라질과의 8강에선, 역시나 기량이 쇠퇴한 쾨만이 호마리우와 베베토에게 농락당하며 2골을 내주고 이대로 지나싶던 순간, 간결하며 파괴적인 트래핑을 이용해 수비와 키퍼의 사각을 노리는 특유의 슛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으며, 이후 빈테르의 골로 연결되는 오베르마스의 코너킥을 유도하는 등 대단한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그렇게 2:2 상황에서, 블랑코가 오베르마스의 얼굴을 쥐어뜯는 것을 보고 분개한 네덜란드의 용크와 블랑코 사이의 출동이 빚어지고, 그러나 심판이 먼저 있어던 블랑코의 파울을 보지 못한 관계로 내준 프리킥이 그대로 골로 연결되면서 아쉽게도 베르캄프는 8강에서 짐을 싸야했지요. 그 활약을 바탕으로 인테르로 이적했지만 부진을 거듭하다 굴리트의 권유로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전향, 아스날에서의 모습들은 다들 잘 아실테니 패스하겠습니다. 당시, 크루이프는 이적을 결심한 베르캄프에게 바르샤로 오라고 권유했다는데, 크루이프의 성격상 단순히 자국의 후배 선수를 도와줄 생각이었다고 보긴 힘들고, 여러 면에서 스스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바르샤의 원톱에 베르캄프가 적절하기 때문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톱과 쉐도우, 미들라인에서 모두 탁월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득점력이 뛰어난 다른 동료들 살릴 수 있는 시야와 축구센스, 탁월한 트래핑과 키핑, 바디 밸런스를 겸비한 베르캄프가 호나우도나, 뒤이어올 히바우도와 함께 바르샤에서 플레이를 했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을진 참으로 궁금하네요. 또한 상대적으로 세계축구계에서 epl이 저평가를 받을 당시 아스날에서 활약했기에 그 후반기 활약에 있어 네덜란드에서의 활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후반기 베르캄프에 대한 평가 역시 좀 더 높아졌을 거구요. 물론 맨유의 트레블과 오웬의 발롱도르 수상, 앙리의 약진 등으로 이후 프리미어리그의 위상 역시 다른 두 리그에 비교했을때 꿀리지 않는 것으로 서서히 부상했지만 이미 그 시기 베르캄프는 포워드로서는 공미로서는 전성기라기엔 무리가 있는 서른 중반의 나이였기에 많은 분들께서 기억할만한 그의 활약은 당시에 펼친 것에 국한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조차 베르캄프가 서른여섯살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며 리그에서 25경기 내외로 출장했다는 점, 그리고 어린 선수를 선호하는 벵거가 아담스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아스날에서 은퇴시킨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입니다. 그 긴 활약시기 때문에 라울, 델 피에로와 자주 비교되곤 하는 베르캄프인데, 실제 나이로 보나, 세계무대에서 전성기로 활약한 기간을 보나 전반기 베르캄프(69년생)는 시어러(70년생)나 바티스투타(69년생)와 함께 거론하는 것이 옳을 것이며, 후반기 베르캄프는 맡은 바 롤에 있어서 지단, 루이코스타와 유사하다고 말해야할 것입니다*14.

  3-1-1-2. 반바스텐과 반니스텔루이.

  위에서 언급한 초기 베르캄프의 플레이는, 전통파 네덜란드 포워드들이 공유하는 특징이기도 한데요. 깔끔한 트래핑과 우수한 기본기, 탄탄한 바디 밸런스에서 연유하는 전방에서의 포스트플레이에 상당히 능하죠. 그리고 베르캄프를 전후로 하여 이런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낸 선수가 있다면, 단연 반바스텐과 반니스텔루이가 있을 겁니다. 둘 모두, 골문을 등진 상황에서 볼을 받아 지키는 것에 능하며, 동시에 스트라이커라기엔 사치스러운 패싱으로 이를 아랫 라인의 포워드들에게 넘겨주는 것 역시 장기로 삼지요. 우수한 결정능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우월한 신체능력에서 비롯된, 수비 한둘쯤은 가볍게 제끼며 간혹 선보이는 드리블 테크닉 역시나 수준급입니다. 즉, '스트라이커'할때 가장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선수들일테죠. 에레디비지에 시절 반니스텔루이는 베르캄프를 자신의 롤모델로 삼아 그의 트래핑을 하루에 수십번씩 돌려보며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듯, 골문에 등을 지는 포스트플레이는 반바스텐의 시대만 하더라도 쉽게 선보일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뒤에 골문을 둔 상황에서 발목으로 태클이 들어와도 규정상 아무 하자가 없던 시대인지라, 이를 장기로 삼은 반바스텐의 선수생명이 짧았던 건 당연한 일이었죠.

  4. 레이카르트와 다비즈?

  반할이 아약스를 끌고 챔스에서 깡패 노릇을 하던 시절, 그 반바스텐을 롤모델 삼아 클루이베르트를 길렀다는 건 유명한 일화죠. 역시 다른 오렌지 삼총사인 굴리트와 레이카르트 역시 셰도르프와 다비즈의 롤모델이 되었습니다만, 다비즈를 제외한 다른 둘은 그 위대한 선배들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중론일 겁니다. 물론 클루이베르트와 셰도르프 역시 대단한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만 아무래도 반바스텐과 굴리트에 비할 수는 없겠죠. 반면 다비즈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불리한 체격조건과 녹내장을 딛고 자신의 롤모델인 레이카르트 못지 않은 활약을 선보였지요. 그렇지만 굳이 둘을 비교해야한다면 개인적으로 레이카르트의 손을 들어주고 싶군요.

  4-1. 레이카르트?

  서로 다른 포지션의 오렌지 삼총사가 공유하는 특징이 있다면, 첫째로 자신의 보직에서 맡은 바를 120% 수행함은 물론 부가업무까지 무리없이 처리하는 다재다능함이 있을 겁니다. 우린 앞서 스트라이커 본연의 골게터로서 역할과 동시에 전방에서 볼을 키핑하여 미들 라인에게 뿌려주는 배급까지 맡아하던 반바스텐이나, 워낙 유명하기에 말하기가 입 아픈 멀티플레이어 굴리트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레이카르트는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더 모두를 커버하는 활동 영역을 자랑했는데, 영역뿐만 아니라 해당 범위 내에 위치할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모든 자질을 완벽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유로 88에선 공격적인 센터백이었던 쾨만을 대신해 그의 커버링을 맡아했으며, 밀란에서 알베르티니와 짝을 맞출땐 빈번하게 상대의 골문으로 오버랩하며 저돌적인 돌파와 전방압박을 선보였고, 아약스로 돌아와 챔스 깡패 노릇하던 젊은 애들 뒷바라지하던 시절엔 스스로가 과거 쾨만, 혹은 바르샤 드림팀에서의 과르디올라처럼 수비라인을 보호하는 미드필더와 때론 스위퍼롤을 겸하며 빌드업을 담당했지요. 그리고 이런 다재다능함의 기반이 되는 두번째, 세번째 공통점이 맡은 보직을 무리없이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완숙한 테크닉과 당대 다른 선수와 차별화된 신체조건입니다. 때문에 자연히 오렌지 삼총사를 상대하는 팀은, 각각 공격, 미들, 수비에 있어 세컨볼을 따내기 어렵고 세트피스 상황에선 언제 골을 먹힐지 몰라 두려워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이 신체조건에 있어서 다비즈는 레이카르트를 따라갈 수 없구요.

  4-1-1. 레이카르트와 비에이라.

  때문에 미드필더로서 레이카르트를 근래 선수와 비교한다면, 큰 키와 그 키에서 비롯되는 압도적인 제공권 때문에라도 비에이라를 연상할 수밖에 없지요. 또한 비에이라는, 마치 밀란에서 알베르티니라는 든든한 축과 굴리트라는 멀티 땜빵이 있을때 레이카르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중원에서 머무는 것뿐만 아니라 공수를 활발히 넘나드는 종적 움직임이 돋보이는 선수기도 하구요. 이 두 선수를 논할때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우수한 볼 키핑이 있을텐데 아스날에서 볼 소유시간이 앙리와 함께 가장 길었던 게 비에이라고, 스스로가 자신의 파트너인 알베르티니가 그러했듯 포백보호와 동시에 빌드업을 도맡기도 했던 레이카르트죠. 다만 비에이라의 경우 레이카르트와 달리 그 활동 영역이 미들 라인 윗선으로 한정된다는 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4-1-2. 다비즈와 비에이라

  네덜란드에서 레이카르트의 대체자였던 다비즈와 레이카르트와 유사점이 많은 비에이라는, 시대를 대표할만한 중앙 미드필더로 자주 비교되곤 하는데요. 위에서 언급한 신체조건과 볼 키핑이 비에이라가 갖는 강점이라면 다비즈는 미들 전반과 톱아래에서 최후방까지 넘나드는 왕성한 활동량과 중앙 미드필더라기에 사치스러울 정도의 테크닉, 그리고 경기 중에서도 수시로 사이드와 스위칭이 가능한 멀티플레잉일 것입니다. 첫번째는 98 월드컵, 유명한 브라질과의 4강에서 잘 드러났는데,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누비며 세컨볼을 탈취, 상대의 공격을 자연히 사이드, 그중 다비즈가 활동하지 않는 라이트에 붙밖는데 성공했고*13 그와 동시에 최후방에서 호나우도까지 마크했지요. 그 화려한 개인기는 굳이 나이키 광고 모델만이 아니라 경기 중에도 확인이 가능했는데, 미들 라인에서 세컨볼 경합 중 상대의 압박을 뚫고 볼을 따내는 장면은 딩요의 그것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98 월드컵과 유벤투스에서의, 사이드를 넘나드는 포지션 소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세번째는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테니 패스하겠습니다.

  4-1-2-1. 다비즈?

  이처럼 다비즈의 플레이스타일이 워낙 개성적인데다 그 캐릭터가 매력적인 탓인지 사이드 커버링에 능하며 공격적 재능이 출중한 미드필더들을 보면 많은 이들이 '다비즈같다'고 이야기합니다. 비교적 최근 그같은 선수라면 가투소와 에시앙이 있을텐데요. 둘 모두 윙백을 소화하며, 공격본능을 타고난 선수들이기도 하고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다비즈와 닮은 점이 있습니다. 다만 가투소는 그의 파트너였던 피를로 탓에 공격적인 부분에서의 활약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고*15 에시앙은 볼배급과 키핑에 있어 다비즈만큼 능숙하는 못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정적으로 둘 모두 나이키 대표 모델이 될 정도의 화려한 테크닉을 보유하진 못했죠. 최근 제가 보았던 다비즈와 유사한 플레이어라면 06 월드컵의 제호베르투인데, 당시 황금 4중주라는 말도 안 되는 포메이션이 8강이나마 올라간 건 전적으로 그 덕분일 겁니다. 개인적으로 쩨 때문에라도 브라질이 우승을 하길 바랄 정도였으니까요. 당시 쩨의 플레이야 많은 분들이 보셨을테니 이만 하겠습니다만, 그가 월드컵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다비즈와 닮았다하여 수식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탁월했지요. 둘 모두 레프트 윙에서도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다는 점도 닮았네요.

  4-1-2-2. 에메르손과 캄비아소.

  다비즈와 비에이라를 언급할때 그 시대를 함께 풍미한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퓨마' 에메르손을 빼놓을 수 없을텐데요. 비록 월드컵과 레알, 밀란에서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레버쿠젠과 로마, 그리고 전성기가 지나 그에 견줄만한 활약은 아니었음에도 유벤투스에서 펼친 활약은 당대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능수능란한 볼 키핑으로 포백보호는 물론이거니와, 질리언다운 테크닉과 공격본능을 통해 때론 톱 아래까지 직접 전진하여 공격의 물꼬를 트는 등 전성기 그의 모습은 가히 '완성형 미드필더'란 수사가 딱 들어맞는 것이었죠. 이런 에메르손의 플레이스타일과 가장 유사한 면모를 보이는 선수라면, 제 개인적으론 '꾸추' 캄비아소를 꼽고 싶은데요. 베론과 함께할땐 그를 충실히 서포트하며 사이드 커버링과 중원 장악을 무리없이 해내더니, 칼치오폴리 이후 만시니 체제에선 그 스스로가 공격전개를 도맡아하며, 활발한 오버랩을 선봉기도 해,  어쩔때엔 PK 에어리어 근처에서 직접 즐라탄과 공놀이 하는 등 그 재능이 비단 중앙 미드필더에만 국한된 게 아니란 걸 보여줬습니다. 과장 안 보태고 피구 안 나오는 날 06/07/08시즌 인테르 공격은, 즐라탄, 캄비아소, 마이콘 셋이서 했고 여기서 꾸추가 보여준 공격부분에서의 공헌이란 다른 둘에게 전혀 밀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무링요 부임 후엔 그 스스로가 최후방에서 탁월한 볼 키핑을 바탕으로 하여 포백을 보호하는 동시에 간혹 루시우가 오버랩을 할 경우 그의 뒷공간을 커버링하는, 현대 축구에서 그 모습을 찾기 힘든 리베로/스위퍼의 면모도 유감없이 보여주었지요. 이러한 꾸추는, 완성형 미드필더라는 점에 있어 과거 퓨마를 연상케하는 플레이어인데, 무엇보다 한발 빠른 공간점유를 통해 세컨볼을 따내어 무리없이 중원을 장악, 포제션을 굳히는 영리함은 이 두 선수가 공유하는 가장 큰 공통점일 겁니다.

  4-1-2-3. 다비즈의 공격적인 재능?

  에메르손과 캄비아소의 공격적인 모습이 비에이라, 레이카르트와 같이 필드에서 종적 움직임으로 구현된다면, 다비즈의 그것은 양 사이드를 활발하게 누비는 횡적 움직임으로 대변될 겁니다. 다비즈와 유사한 횡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미드필더로는 4-1-2-1에서 말했듯 제호베르투, 가투소, 에시앙이 있을텐데요. 언급한 이들 중 그 공격적인 면모를 자신의 보직인 중앙 미드필더로서 많은 시즌동안 기복없는 플레이로 보여준 선수라면 단연 다비즈일 겁니다. 그렇기에, 많은 유저분들께서 그를 두고 '지금까지 있던 터프한 미드필더 중 공격적인 부분이 가장 탁월하다'는 말을 하시는데요. 레이카르트의 무지막지한 키를 이용한 세트피스 시 공격가담은 다비즈가 결코 따라올 수 없겠지만, 그 테크닉이나 사이드를 넘나드는 횡적 움직임을 보면 자신의 선배이자 롤모델 이상으로 공격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아뵙니다. 여기에 나이키 광고 모델이라는 축구외적인 후광까지 더해지면서 그 방면에 있어 역시 다비즈에 비견될만큼 탁월한 오버랩과 공격본능을 자랑하던 로이 킨이나 비에이라 이상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분들도 계시죠. 로이 킨이야 아래에서 자세히 다룰테니 여기에선 차치하더라도, 비에이라의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센터 하프 위에서의 활약만큼은 레이카르트와 동렬에 두어도 무방하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아쉬운 선수가, 역시나 앞서 말했던 가투소인데요. 위에서 논한 활발한 오버랩과 공격본능 이외로, 피를로가 부진할 당시, 비록 일시적인 기간이나마 본인의 전성기가 지났음에도 '안드레아 가투소'란 별칭으로 수식되었을만치 빌드업이나 공격라인으로 이어지는 패스 역시 탁월한 수준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때문에 당시 그를 엄습했던 부상이 너무도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일.테구요. 그럼, 많은 분들의 평처럼 지금까지 있던 터프한 중앙 미들 가운데서 공격적인 방면의 활약이 가장 탁월했던 선수라는 수사는 다비즈에게 돌아가야할까요? 그러나 저처럼 클래식 경기를 찾아본 분들이라면 중앙 미드필더 중 공격적인 방면에서의 활약을 논할때 누구보다 먼저 마테우스를 꼽을 것입니다.

  4-1-2-3-1. 마테우스?

  만약 제가 지금까지 있어왔던 중앙 미드필더 중 가장 탁월한 플레이어를 꼽으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전 90 월드컵에서의 마테우스를 꼽을 것입니다. 또한 제가 지금까지 있어왔던 중앙 미드필더 중 두번째로 꼽힐만한 선수를 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전 80년대 뮌헨과 유로 88에서 활약하던 마테우스를 댈 것입니다. 세번째로 거론될만한 선수를 묻는다면? 말할 것도 없이 인테르 때의 마테우스를 댈 것입니다. 과장 아니냐구요? 아닙니다. 중복 아니냐구요? 아닙니다. 마테우스를 본 분들이라면, 20년동안 선수생활을 해온 마테우스가 얼마나 많은 보직과 얼마나 많은 스타일을 소화한 미드필더인지 아실 겁니다. 그야말로,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제외하곤 중앙 쪽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했던 게 마테우스였지요. 톱 바로 아래에서 포워드에게 직접 연결해주는 공미에서부터 최후방 스위퍼까지...... 무엇보다 마테우스가 위대한 것은, 그 모든 포지션에서 요구하는 수많은 재능들을 죄다 갖추고 그 모든 분야에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는 겁니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98 월드컵과 유로 2000때까지 출전하였기에 지지부진한 세대 교체 문제의 대명사가 되며 독일 국민의 빈축을 샀던 선수지만 그가 90년대 중후반 바이에른 뮌헨에서 센터백으로 뛰며 94, 97, 2000년 분데스리가 우승을 일궈낸 마테우스이기에 외려 그런 그를 뽑지 않는 게 이상했겠지요*16. 마테우스를 이야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선수단 내에서 차지하는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지배력일텐데, 필드 위에서의 존재감은 당대 마라도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80년대 뮌헨에서의 활약과, 유로 88에서의 미드필더로서 그의 모습은, 저돌적이며 능수능란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영을 직접 유린하는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의 그것이었습니다. 그리고 90 월드컵에선 압도적인 볼 키핑으로 포백을 보호하는 동시에 넓은 시야와 경기의 맥을 짚는 영리함으로 후방 볼배급/빌드업과 완급조절을 담당했으며 때로는 수비진에도 직접 가담하는 리베로/스위퍼의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인테르에선 디노 바죠와 함께 무지막지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장악하며 상대 미들의 공격전개를 터프하게 끊는 파이터로서의 기질도 유감없이 발휘했지요.

  4-1-2-3-2. 마테우스와 제라드, 혹은 에시앙?

  이같은 마테우스이기에, 수비수가 아닌 미드필더로 한정해도 다른 선수들과 비교한다는 것이 그에 대한 모욕이며 왜곡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그를 타 선수와 비교해야한다면 전 제라드와 에시앙을 꼽고 싶습니다. 단, 여기에서 제라드는 수준급이 아닌 키핑이, 에시앙은 역시나 마찬가지로 단점일 패싱과 볼배급을 보완한 형태겠지요. 공격적인 롤을 소화할때 마테우스는 많은 부분 07/08/09시즌 보여주었던 제라드와 유사한 모습을 띄었는데, 그 저돌적인 드리블과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수비를 끌어내어 공간을 유도하는 플레이, 포워드를 방불케할 정도의 오버랩과 다른 멤버와 원투를 통해 pk 에어리어로 짓쳐들어가는 면면에서 그러하지요. 다만 마테우스는 제라드가 지니지 못한 절정급의 볼 키핑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좀 더 유려한 드리블과 유기적인 패싱 플레이를 펼쳐보였구요. 또한 소속팀에서 카리스마와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한다는 것, 그리고 축구 외적으로 잡음이 많고 이 때문에 필드 위에서의 활약상까지 폄하당한다는 것도 비슷하겠네요. 반면 마테우스가 중앙에 방점을 두고 플레이할땐 타미들과, 속칭 개싸움을 펼치며 터프하게 압박하고 중원을 장악하는 면에서 에시앙과도 닮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역시나 에시앙에게 부족한 볼배급과 패싱이 가능한기에 보다 후방에서 포백을 직접적으로 보호하며 중원에 축을 잡는 역할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겠지요. 실제로 에시앙은, 다른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점 때문에 후방에서 포백을 보호하는 롤에선 그닥 재능을 보이진 못하는데요. 08/09시즌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제라드 전담마크를 했던 때를 제외하면 해당 보직에서 활약한 경기가 드물죠. 외려 공미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미켈이 수준급의 키핑과 패싱, 볼배급으로 첼시에서 포백 앞 선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롤을 맡아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구요. 미켈 이전엔 마케렐레가 이 자리에서 그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줬구요. 재밌는 건 미켈, 마케렐레 모두 유망주 시절엔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자신의 보직을 시작했다는 점인데 그 덕에 일반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이상의 패싱을 보유하고 있었지요. 에시앙이 첼시에서 현존 최고의 미드필더라는 찬사를 받는 것에는, 개인적으로 이 둘의 공로가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4-1-2-3-3. 마케렐레와 마우로 실바.

  페레즈가 마케렐레를 일컬어 '3m 내의 패스밖에 할 줄 모르는 얼간이'라 칭하며 방출시킨 건 유명한 일화인데, 외려 그 스스로가 축구볼 줄 모르는 얼간이 건축업자 인증을 제대로 한 꼴이며, 이 때문에 1기 갈락티코 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가 제대로 된 수비형 미드필더를 찾아 얼마나 골머리 앓아야했는진 유명한 사실입니다*17. 이런 마케렐레와 닮아있는 과거 플레이어라면, 기실 마케렐레와 그다지 연배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닙니다만,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94 월드컵을 제외한 클럽에서의 활약을 말하기에 본 경기도 없는 선수입니다만, 마우로 실바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간결하게 연결되는 패스와, 시즌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게 볼을 뺏기는 우수한 볼 키핑, 무엇보다 그 압도적인 수비능력을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이 둘의 유명한 명품 수비는, 그 방면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치 굉장한 평가를 듣는데, 실제 플레이를 보노라면 그 평가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미드필더에게 요구되는 수비적인 역할에 있어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입니다. 날카로운 위치선정과 목표한 볼을 확실히 탈취하는 태클, 상대 전개의 의도를 완벽히 틀어막는 패스 차단, 여기에 자신의 앞선에 위치한 미드필더를 확실히 서포트하는 안정적인 키핑과 전달 등, 축구 보는 눈이 조금이라도 있는사람이라면 그들이 각자의 소속팀에서 얼마나 거대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지요. 그리고 이 덕분에, 그 파트너였던 94 월드컵의 둥가와 03/04시즌의 람파드가 더욱 빛나는 것일테구요.

  4-1-2-3-4. 람파드?

  람파드가 플랫형 442의 양 미들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했음은 많은 분들께서 알고 계시지만, 그곳에서의 활약 역시 이후의 가공할만한 득점력을 선보인 3미들에서의 활약 못지않음을 아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굳이 웨스트햄 시절까지 거슬러올라가지 않더라도 03/04시즌 첼시에서 마케렐레와 함께 플랫에서 보여준 활약은, 미래가 촉망받는 미들 플레이어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지요. 단순히 잉글랜드식 박스투박스 롤의 소화 뿐만 아니라 사이드로의 볼배급과 공격전개의 키를 잡는 선장으로서 그의 모습은, 무링요의 부임 이후에도 잘 나타나 그저 '득점 기계'에 한정되는 선수가 아님을 잘 보여줍니다. 실로 빵빵한 스쿼드를 자랑하던 첼시가 가장 부진했던 시기는 다른 누구도 아닌 람파드가 부상으로 아웃당하여 일타일격의 공격전개를 이어갈 수 없었던 때이며, 그 공백은 다재다능한 에시앙 및 그 어떤 요원들로도 대체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람파드의 탁월한 활약이 돋보였던 시기라면 04/05시즌을 꼽고 싶은데, 리그에서의 탁월한 스탯과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좋은 경기력 뿐만 아니라, 이후에 잘 드러나는 득점능력과 03/04시즌까지 보여주었던 능수능란한 공격전개가 가장 잘 어우러졌던 때가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득점과 어시 양쪽 스탯 모두 골고루 조화가 이루어져 있었고, 이때 활약을 바탕으로 04/05시즌 FWA(기자협회Football Writer's Association) 올해의 선수에 선정, 발롱도르 2위와 FIFA 올해의 선수 2위를 마크했지요.

  4-1-2-3-4-1. 제라드?

  람파드를 언급했으면 그와 자주 비교되곤 하는 제라드 역시 빼놓을 수 없을텐데, 마테우스만큼은 아니지만 그 역시 시기별로 화려한 보직의 변천사를 자랑합니다. 데뷔 초부터 00/01/02/03/04시즌까진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활약, 로이킨과 비에이라의 뒤를 이을 epl식 로서 주목을 받다가 베니테즈 부임 이후 04/05/06/07시즌 동안은 중앙 미들과 사이드를 전방위로 오가는 전천후 미드필더로서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토레스 영입 이후 07/08/09/10까진 톱 아래에서 포워드를 방불케하는 오버랩과 공격포인트를 선보였지요. 수비형 미들로 뛰었을 당시 제라드는, 타고난 신체조건과 파이팅 넘치는 활동량으로 중원을 장악하며 상대의 패스 차단 및 저돌적인 태클을 보여줬는데 몇몇 분들께선 오웬의 방출이라는 리버풀의 사정상 변변한 공격루트가 없었기에 공격적으로 변모해야했던 게 아쉽다면서, 외려 그때의 플레이를 더 마음에 들어하시죠. 허나 제 개인적인 생각엔, 아무리 터프한 epl 미들이라고 할지라도 수비형 미드필더란 자리인 이상 정도 이상의 키핑이 필수적이고, 실제로 epl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로이 킨, 비에이라, 마케렐레와 같은 미드필더들을 고려해본다면 이후의 전향은 단순히 팀의 사정 뿐만이 아니라 제라드라는 플레이어 개인을 놓고봐도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오웬 방출 이후 토레스 영입때까지, 청년가장으로 요약될만한 제라드의 리버풀에서 행보는 그야말로 전천후 미드필더라는 수식어가 딱 걸맞을텐데, 당시 왼쪽 윙어부터 플랫 미들, 박스투박스, 쉐도우 스트라이커, 라이트백 등을 전전하며 보여준 그의 플레이는 가히 놀라운 것으로, 05/06시즌엔 미들로서 가공할만한 득점을 기록한 람파드를 제치고 PFA(선수협회Professional Footballers' Association)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했지요*18.

  4-1-2-3-4-1-1. 플레이메이커 제라드*19.

  토레스 영입 이후부터 제라드는, 전방 원톱과의 유기적인 호흡과 조직적인 미들진 구성에 의한 활발한 오버랩으로 그동안 플레이메이커가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다던 epl의 전례를 깨고 성공적인 451의 축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전까지 epl에서 전통적인 플레이메이커를 이용한 전술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라면, 속공 위주의 전술 플레이와 공수의 교대가 활발한 잉글랜드 풋볼의 성향상 자칫 중원이 생략되기 쉽고, 중원이 생략된 상황에서의 플레이메이커란 큰 의미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런 epl에서 성공적이라 평할만한 플레이메이커를 중심으로 한 전술이 있다면 트레블 시기의 맨유와 무패우승 때의 아스날,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제라드를 중심으로 한 리버풀이 있을텐데요. 트레블 시기 맨유의 경우 그 플레이메이킹의 방점을 후방에 위치해있던 로이킨에게 두었고, 아스날은 전방에 앙리와 베르기, 사이드에 피레스와 중원의 비에이라가 유기적이고 빠른 속도로 볼을 주고 받는 형태를 띄었기에 가능했다 보여집니다. 제라드와 토레스가 호흡을 맞춘 리버풀의 경우, 이 둘이 약간씩 혼용된 형태일 것입니다. 보다 전방에 위치한 제라드의 떨어지는 볼 키핑을, 볼배급과 완급조절의 방점을 후방에 위치한 알론소에게 둠으로써 플레이메이커의 롤을 분담하는 동시에, 포백보호와 함께 그에게 요구될지 모르는 과부하를 파트너인 마스체라노와 전방의 제라드, 사이드의 카윗 등 수비가담이 탁월한 자원들이 메워주는 형태로 기능했지요*20, *21.

  4-1-2-3-4-1-1-1. 알론소?

  제라드-토레스를 중심으로 한 베니테즈의 451은, 안첼로티의 밀란 4312 미들 구성이 셰도르프 덕분에 가능했던 것처럼, 그리고 레이카르트 시절 바르샤의 433의 유기적인 포워드 간 스위칭이 에투에 의해 가능했던 것처럼 리버풀에 알론소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가 어떻게 해당 포메이션에서 기능했는지를 말하기 앞서, 밀란과 리버풀의 06/07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돌아가봅시다. 당시 1:0으로 수세에 몰리던 상황에서 후반, 베니테즈는 마스체라노를 빼며 공격적인 교체를 합니다(누구였는진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그러나 이에 마스체라노가 지우던 카카가 살아나며 한 골을 더 내주었고, 결국 경기를 그르치고 말았죠. 이때 많은 이들은 대체 왜 알론소가 아니라 마스체라노를 뺐을까 의아해했구요. 허나 당시 알론소가 아니면 중원에서 볼 킵을 하며 포백보호를 수행할 요원이 없었기에 그를 뺀다면 포백이 자연히 상대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역할을 하보에게 맡기는 건 적합하지 않았죠. 이처럼 알론소는 리버풀에서부터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탁월한 키핑과 볼배급을 바탕으로, 포백 보호와 중원에서의 완급조절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경우 자칫, 그 수비적인 부담 때문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습니다. 밀란과의 06/07시즌 결승전에서 보여준 모습이나, 지난시즌 레알에서의 모습들이 그러하죠. 리버풀은 마스체라노를 그의 파트너로 기용했고, 카윗을 포워드에서 미들 라인으로 내리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 이 문제를 해결했다면 레알에선 디마리아와 케디라를 영입하여 난국을 타개했지요. 허나 그와 같은 도우미가 없음에도 알론소가 지금껏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었던 건 그 터프한 epl에서 05/06/07시즌내내 태클성공률 1위를 자랑할만큼의 수비능력을 보유했으며, 평균 10~11km, 많이 뛰는 날엔 13km에 육발할 정도로 보이지 않게 뛰어다니는 그의 활동량이 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4-1-2-3-4-1-1-1-1. 알론소와 과르디올라?

  이런 알론소는, 맡은 바 역할과 그 성명절기인 '대지를 가르는 패스'에 있어서 선배 스페인 미드필더였던 과르디올라를 연상케하는데요. 실제로 그에겐 스페인 시절부터 '뉴 과르디올라'라는 별명이 따라다녔고, epl로 이적한 이후 이전까지 뱌르샤의 샤비처럼 중원에서 볼배급과 경기의 호흡을 고르던 플레이를 했던 것과 달리 보다 후방으로 내려와 포백을 보호하며 빌드업을 도맡게 되면서 보다 유사한 모습을 띄게 됩니다.  
  
  4-1-2-3-4-1-1-1-1-1. 과르디올라와 피를로?
  4-1-2-3-4-1-1-1-1-1-1. 피를로와 알베르티니?
  4-1-2-3-4-1-1-1-1-1-1-1. 알베르티니?
  4-1-2-3-4-1-1-1-1-1-1-1-1. 알베르티니와 자네티, 혹은 암브로시니?
  4-1-2-3-4-1-1-1-2. 알베르티니와 알론소.
  4-1-2-3-4-1-1-1-2-1. 알베르티니와 과르디올라.
  4-1-2-3-4-1-1-1-2-1-1. 레돈도?
  4-1-2-3-4-1-1-1-2-1-1-1. 레돈도와 로이 킨?
  4-1-2-3-4-1-1-1-2-1-1-2. 레돈도와 베론.
  4-1-2-3-4-1-1-1-2-1-1-3. 레돈도와 이니에스타?
  4-1-2-3-4-1-1-1-2-1-1-3-1. 이니에스타와 라우드럽?
  4-1-2-3-4-1-1-1-2-1-1-3-1-1. 라우드럽과 개스코인?
  4-1-2-3-4-1-1-1-2-1-1-3-1-1-1. 개스코인과 카싸노.
  잉글리쉬 미드필더가 갖지 못했던...으로 마무리.

  4-1-2-3-4-2. 람파드와 제라드.

  개스코인과 다른, 람파드와 제라드로 대변될, 피지컬에서 우위를 보이는 잉글리쉬 미들들은, 그러나 상대적으로 테크닉이 탁월하며 능수능란한 키핑과 트래핑을 선보이는 스패니쉬 미드필더들에 비해 저평가를 받곤 하는데요. 물론 4-1-2-3-2에서 언급했던, 마테우스와 비교된 제라드와 에시앙의 단점인 키핑과 볼배급은, 기실 이 두가지만 제대로 갖추고 있어도 미드필더로서 경이로운 활약을 펼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미드필더를 평가함에 있어 이 둘을 최우선 순위에 놓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바르샤와 스페인 축구의 마스코트 격인 샤비가 이를 잘 나타내는 플레이어일테구요. 그러나 메시와 날도의 상이한 플레이스타일 중 어느 것 하나 '틀린 것'이 없는 것처럼 이 두 부류 역시 단지 '다를' 뿐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이점을 갖기에 둘 중 어느 하나를 쉬이 저평가하는 것은 그릇된 것일 겁니다. 예를 들어, '패스'를 놓고 비교해봤을때, 후자가 전자에 비해 갖는 이점이라면 단연 그 '정확성'으로 많은 이들이 '패스성공률'과 같은 명시적인 수치를 통해 '후자가 전자보다 좋은 패스를 한다'고 단언합니다. 하지만 그 정확성 못지 않게 '얼마나 빠르게 아군에게 전달되느냐'도 중요한데, 이 점에 있어서 후자는 결코 전자를 따라올 수 없지요. 상대의 수비가 알아채기 이전, 라인을 붕괴시키며 빠른 속도로 짓쳐들어가는 패스 한방은, '그 패스가 얼마나 정확하고' '얼마나 창의적이냐'에 상관없이 위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수비가 갖춰진 상황에서 센티미터 단위로 주는 패스와 수비가 갖춰지기 전 상황에서 일이미터 내외로 우군의 공격수 앞으로 떨어지는 패스 중 어느 것이 파괴적일지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죠. 이같은 킥력에서 뿜어져나오는 가공할만한 중거리슛, 신체적인 우위에서 나오는 저돌적인 드리블링 등으로 이들은 또한 스패니쉬 미들과는 달리, 그 공격전개에 있어서도 '키' 역할을 담당할만한 재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06/07/08시즌 바르샤를 생각해보면 쉬운데, 당시 부진한 활약으로 욕을 먹던 딩요와 데코지만 정작 그들이 빠진 날이면 제대로 키를 못잡아 헤매기도 했던 바르샤의 중원이었습니다. 당시 바르셀로나가 람파드와 잠시간 링크가 난 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맥락하에서 연결된 거라고 봅니다. 비슷하게는 사이드에서 실바와 이니에스타가 활약하기 전까진 제대로 일타일격을 넣지 못했던 스페인의 미들을 생각해봐도 좋을 것입니다.

  4-1-2-3-4-3. 람파드와 제라드?

  앞서 람파드와 제라드가 갖는 공통점에서 비롯된 특징들에 대해 타 미드필더들과 비교/대조를 해보았다면 이번엔 람파드와 제라드 각각을 서로와 비교/대조해보겠습니다. 같은 국적에, 같은 리그, 그리고 같은 포지션, 비슷한 롤에서 뛰기에 많은 분들께서 이 둘의 스타일을 같다고 이야기하며, 잉글랜드에서 이 둘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을 그 탓으로 돌리지요. 하지만 이 두 선수는 상이하다고 말할 순 없을지라도 몇몇 부분에선 뚜렷히 그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볼 키핑에 있어 그 약점을 보이는 제라드와 달리, 람파드는 그 키핑에 있어서도, 특히나 07/08시즌 이후부턴 더더욱 탁월한 면모를 과시하는데, 이는 무링요가 조탁했던 팀이 선수비 후공격이라는 역습에 방점을 찍는 전술을 채택하기에 나타난 현상으로 이때 공격전개의 키를 쥔 선수는 수준급의 키핑을 보유하고 있어도 원투터치 내로 간결하게 포워드진까지 볼을 연결해야하기 때문에 볼에 대한 통제력을 필드 내에서 펼칠 일이 없지요. 이와는 달리 포지셔닝은 무링요 시절부터 비로소 꽃이 피기 시작한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탁월한 위치선정으로 어지간한 스트라이커를 상회하는 득점을 기록한 람파드입니다. 또한 이같은 포지셔닝은 비단 득점력 뿐만 아니라 4-1-2-2에서 언급했듯 세컨볼 탈취에서 이점으로 작용해 자연스레 중원 장악을 유도하는 효과도 가져오죠. 그러나 스콜라리와 안첼로티가 시도했던 4312, 1의 자리에서 드러났듯, 그의 공격적인 재능은 중앙 미드필더로 나올때 비로소 발휘되지, 톱 아래에서 플레이하기엔 적합하지 않으며, 제라드가 람파드에 비해 갖는 강점은 바로 이곳에 있겠지요. 그 타고난 저돌성과 기동력으로, 상대 수비의 이목을 끌며 포워드 라인까지 직접 침투하는 오버랩은 순간적으로 주변에 공간을 만들어, 여기서 이어지는 원투패스로 톡톡히 재미를 보기도 했던 제라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 덕분에 그는 사이드에서도 주목할만한 활약을 펼치기도 했는데, 이는 05/06시즌, 시소코-알론소 라인의 대두와 믿을만한 사이드 자원의 부재로 말미암아, 라이트로 보직을 이동했던 시즌 중반기 연승해진에서 잘 드러납니다. 이처럼 닮은듯 다른 제라드와 람파드는, 그러나 국가대표팀에선 그다지 좋은 호흡을 보여주진 못했는데, 이들 입장에선 자신들이 전성기를 맞기 전 은퇴한 버트가 아쉬울 것으로 그와 함께한 3미들에서 이 둘은, 몇경기 안 되었지만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무링요가 04/05시즌 첼시로 제라드를 영입하려한 것은, 이 둘 뒤에서 든든히 받쳐줄 수 있는 마케렐레라는 탁월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기 때문이었겠죠. 이후 남아공 월드컵에서, 그 성적에 있어선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배리의 기용과, 리버풀에서의 보직 이동을 고려한 제라드의 레프트 이동으로, 전술적인 면에 국한할시 적어도 이전과 같은 불협화음에서 벗어났다는 소기의 성과는 거두었습니다.

  4-1-2-3-4-3-1. 반더바르트와 스네이더.

  위에서의 람파드, 제라드처럼 함께 기용될 시 영 기대에 못미치는 활약을 보이는 콤비가 바로 반더바르트와 스네이더인데요. 유로 2008에서는 전방의 반니스텔루이와 사이드의 카윗을 둔 451 포메이션에서 멋진 경기력을 선보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해당 대회에 국한된 것으로 이후 남아공 월드컵에선 트레블에서의 활약을 등에 업은 스네이더가 주전으로 발탁, 반더바르트는 철저히 스네이더의 백업으로 대회를 끝내야했습니다. 사실, 유로 2008 당시 그들이 활약할 수 있었던 배경엔 반니스텔루이라는 탁월한 포스트플레이어가 있기에 전방에서의 볼 키핑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남아공 월드컵의 반페르시는 이같은 역할을 소화하기는 커녕 기대에 걸맞지 않는 부진으로 그 자신에게 주어진 포워드로서의 임무조차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개인적인 예상에, 앞으로 전방에서 볼을 킵해줄만한 포스트플레이어내지는, 후방에서 이들을 뒷받침해줄만한 볼 통제력을 갖춘 중앙 미들이 없는 이상 두 콤비를 오렌지호에서 보게 될 일은 많지 않아보입니다. 하기야, 네덜란드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선보인 451을 그대로 유지하리란 보장이 없는데다, 그게 아니라면 이 둘이 같이 기용될 일도 없어보이거든요. 버트나 마케렐레로 대변될만한 수비적인 미드필더 위에서라면 서로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으리라 예상되는 람파드와 제라드의 조합과는 달리, 반더바르트와 스네이더는 마케렐레, 아니 마케렐레의 할애비를 데려와도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줄까, 의문부호가 듭니다. 왜냐면 중앙 미드필더로서 탁월한 람파드, 제라드와 달리 이들은 어디까지나 톱 아래에서 플레이해야할 선수지 그 아래에서 뛸 플레이어들은 아니거든요.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실망스러운 활약을 생각해보면 알기 쉽습니다. 당시 레알엔 변변한 중앙 미드필더가 없었기에 임시 변통으로 이 둘을 중앙에 투입해보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를 그 밑으로 내리면 나올 결과야 뻔하죠*22, *22-1.

  4-1-2-3-4-3-2. 반더바르트와 스네이더?

  선수로서 이 둘의 특징을 대조해보자면, 우선 라피의 경우 유로 2008을 통해 증명된 후덜덜한 활동량과, 쉐도우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출발한 데서 비롯된 탁월한 득점력, 전갈슛이나 백힐 등에서 드러나는, 번뜩이는 센스를 통한 플레이 등이 있을 겁니다. 볼 키핑에 있어서도 슈니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며, 포워드를 방불케하는 전진성 역시 빼놓을 수 없겠죠. 반면 슈니는, 미들라인 전범위를 커버할 줄 아는 포지셔닝과 빠른 볼처리, 기동성있는 전개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잘 아시는 것처럼 데드볼 스페셜리스트이며, 무엇보다 양발이죠. 라피처럼 번뜩이는 천재성을 발하는 건 아닙니다만 일타일격을 적확한 속도로 꽂는 게 일품이구요. 이 일타일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박스 바깥에서 경기의 맥을 잡고 공격의 방향을 잡는 능력을 말하는데, 박스 안 쪽으로 언제가 찔러야할땐지 판단하는 명쾌함과 시야, 재치를 갖추고 있다랄까요. 언뜻보면 활동량이 많아보이는 것은, 그가 그만큼 영리하게 위치선정을 한다는 걸 뜻하구요. 다만 그 활동량에 있어서든 수비가담에 있어서든 라피보단 못하며, 기실 슈니보다 나은 라피 또한 어디까지나 공미치고 출중하다는 것이지 중앙 미드필더 수준은 안 되죠. 라피의 아약스 마지막 시즌, 뒤에 갈라섹을 두고 슈니와 함께 433의 3미들에서 플레이했던 걸 보면 알 수 있는데, 워낙 선수들 자체가 탈 에레디비지에급이라 성적 자체는 좋았습니다만 그 위치에서 라피의 활약이 탁월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더군요*23.

  4-2. 마테우스와 레이카르트.

  당대를 양분했던 두 미들. 공격적 재능과 수비적 재능... 그러나 밀란에선 공격적 재능도 뽐냈던 레이카르트.





  *1 레알과 바르샤야 부언할 필요가 없겠지만, 아무래도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날도의 포르투갈 모두 전통적인 국제무대의 강자라고 하기엔 손색이 있는 게 사실일 겁니다. 포르투갈은 월드컵 우승은 커녕 4강이 역대 최고 성적이며, 아르헨티나는 78년 월드컵과 86년 월드컵의 두번의 우승 경험에 90년 월드컵 준우승이 있다지만, 기실 78년 월드컵은 아르헨티나를 월드컵에서 영구제명해야 마땅할 정도로 더럽고 추잡한 대회라는데 이견이 없으며 그 수혜로서 차지한 우승에 가치를 두는 건 무리가 있겠지요. 그리고 뒤의 86년 월드컵과 90년 월드컵의 경우 분명 대단한 위업일테지만 아무래도 그건 팀으로서의 아르헨티나보단 마라도나란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고, 실제로 마라도나의 불명예 은퇴 이후 아르헨티나는 16강-32강-8강-8강에 그치는 수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들이 적어도 내셔널 팀에서만큼은 그 실력에 걸맞는 성취를 보여주지 못하지 않겠나, 라는 의견이 있지만, 모름지기 시대를 대표할만한 스타 플레이어라면 그 정도의 갭 정도는 줄이고 영광을 쟁취해야하지 않나, 라 생각하구요. 뭐 그렇다고, 아르헨티나나 포르투갈이 웨일즈나 우크라이나까진 아니잖습니까.

  *2 펠레의 플레이메이킹 역시 단연 역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를 꼽음에 있어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을만큼 대단했다고 하며, 실제로 70년 월드컵 우승때엔 포워드로서 플레이하기보단 포워드 뒷선에서 발 끝으로 선수들을 통제하는 메디아푼타 혹은 트리쿼르티스타로서의 재능을 뽑냈다고 합니다. 다만 제가 펠레의 플레이를 본 게 많지 않고, 플레이메이커로서 펠레의 플레이는 더욱 본 게 적어 뭐라고 말하기 그렇네요. 따라서 이때 마라도나를 역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라고 함은, 제가 본 선수들 가운데서, 로 바꿔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3 전 정말 이 글이 그런 식으로 읽히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메시와 날도뿐만 아니라 마라도나와 메시 역시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플레이메이커로서 메시가 마라도나보다 후달리다면 포워드로선 메시가 마라도나보다 낫다. 드리블 테크닉 역시 마라도나보다 한수위로 보이고..."와 같은 메시팬들의 반발을 두려워하는 겁니다. 이러면 백빵 비교의 주체도 날아가버리고 검증도 불가능한 병림픽이 펼쳐질 게 뻔하죠.

   *4 사커라인의 루이스 피구님 말씀에 따르면 그 능력이 아닌 플레이스타일에서 마라도나 이후 마라도나와 가장 유사한 선수는 게오르그 하지라더군요. 뭐, 저야 몇 경기 본 게 없고, 그나마 본 경기도 그 대단했다는 루마니아에서의 경기가 아닌 바르샤에서의 경기였던지라 별달리 인상에 남지 않았습니다만.

   *5 경기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우리가 보기에도 경악스러울 정도로 4차원인 패스는 실제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입장에서 얼마나 당혹스러울지 생각해보면, 그리고 그 패스를 날린 당사자 역시 그들과 같은 2차원의 필드에서 뛰는 이들이란 걸 생각해보면 두 선수의 시야가 얼마나 넓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리고 토티의 경우 다른 능력들에 비해 키핑에 있어 약간 후달려뵈는 인상을 주기도 하는 반면, 마라도나는 그런 거 없었죠. 볼 키핑도 단연 압도적이었습니다.

   *6 직접 경기를 보진 못했지만 선수에 대한 여러 평가를 고려할때, 과거 플레이어들 중 토티와 유사한 선수는 플라티니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트레쿼르티스타라기엔 터무니없는 득점 능력을 지니고 있고, 지단과 달리(그러고보면 이 둘 모두 지단과 흔히 비교가 되지요.) 키핑보다는 간결한 원터치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그럴듯한데요. 근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측으로 때려잡는 거지 제가 직접 플레이를 보지 않았으니 무어라 할 말이 없네요. 플라티니의 선수 시절 플레이를 아는 분들께서 어떠했는지 답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고, 제가 요즘 전처럼 토렌트 돌아댕기면서 클래식 경기들 뒤적거릴 형편이 안 되서요.

  *7 사실 선수생활 초기 마라도나의 플레이는 바르샤에서 엘클라시코 밖에 본 게 없어서 말하기 부끄럽긴 합니다만, 마라도나의 이러한 특성은 여러 매체와 올드 유저분들의 말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지요.

  *8 심지어 골대 높이(2.44m)보다도 훌쩍 높이 뛰는 경우가 왕왕 연출되었으니까요.

  *9 생리학에 조예가 깊은 지인의 말에 의하면 굴리트의 체격조건은 그의 부상빈도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데요. 상체에 비해 긴 다리와 길죽한 목 때문에 몸의 중심이 매끄럽게 잡히지 않아 한번 부상을 당할 경우 치명적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고, 이것이 역대 가장 터프하며 악랄한 수비와 태클을 자랑하던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세리에 분위기를 고려하면, 그리고 제도적으로 이에 대한 아무런 규제가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굴리트가 그리 부상에 골골댄 것이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경기 중 굴리트의 움직임이 휘청이는듯 뵈는 건 바디 밸런스가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이며, 워낙 선수 자체의 신체조건이 사기급이다보니 어지간한 선수는 물론이고 피지컬이 좋다하는 선수들과도 몸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긴 하지만 몸의 밸런스가 좋지 않기에 경합에 의한 피로와 충격이 고스란히 몸에 쌓여 부상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다른 걸 제외하고 신체적인 조건들만 따지고 보면 축구선수라기보단 농구선수에 적합한 체형이라면서요. 물론, 축구에서도 그의 이러한 신체조건이 장점으로 작용한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어지간한 농구선수만치의 서전트 점프와, 길죽한 목 덕분에 도움닫이 없이 목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헤딩을 꽂아넣을 수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했습니다.

  *10 이 부분은 사커라인 루이스 피구님의 칼럼에서 많은 참조를 했습니다. 굴리트가 어떤 선수인지 궁금하신 분은 이분 글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오랜 기간 축구를 보았던 분인만큼, 굴리트 외에 여러 레전드들의 모습을 알 수 있을 겁니다.

  *11 98 월드컵-유로 2000 사이의 오렌지 대표팀에서 셰도르프는 다비즈나 용크, 코쿠 같은 미들 요원에 밀렸다기보다는 베르캄프에게 밀렸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12 보통 푸스카스의 헝가리, 펠레의 브라질, 크루이프의 네덜란드가 같이 꼽히지요.

  *13 브라질 입장에서 보면 레프트겠지요. 하지만 반드시 브라질이 손해보는 것만은 아니었던 게, 당시 브라질이 네덜란드의 수비진을 파괴한 가장 효과적인 공격루트는 카를로스와 히바우도가 버티고 있던 왼쪽 라인이었으니까요. 후반에 데니우손이 교체투입되고 카를로스-데니우손-히바우도는 네덜란드의 오른쪽 라인을 아주 처절하게 붕괴시켰죠. 보스펠트는 뭐 털리는 게 일이었고.

  *14 제가 베르캄프의 팬이기에 다른 선수들 이상으로 많은 비중을 둔 것 하네요. 하지만 적어도 그 활약상과 플레이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같은 정도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기술했다 생각합니다.

  *15 다비즈 역시 유벤투스에서 지단의 서포트를 충실히하며 스스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미들 구성의 차이 때문에 아무래도 다비즈가 맡을 수비적 부담보다는 가투소가 받을 그것이 더 컸지요. 그 때문인지 다비즈는 지단 이적 이후 02/03시즌 유벤투스에선 타키나르디 혼자 남겨두고, 때론 네드베드에게 커버링을 맡기고 자기가 좌측 전방을 치고 올라가는 모습도 종종 보여줬구요.

  *16 물론 마테우스는 고령의 나이를 제외하고도 게르만 삼총사 중 하나인 클린스만과도, 선수생활 내내 지속되는 유명한 불화 문제가 있었지요. 그때마다 번번히 클린스만은 자신이 소속팀에서 이적을 하거나, 메이저대회에선 출전을 보이콧하는 등 마테우스의 위세에 밀린 모습을 보여주었구요. 당대 독일을 대표했던 스트라이커였지만 많음 감독들은 팀의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인 마테우스를 택할 수밖엔 없었을 겁니다.

  *17 하지만 개인적으로 1기 갈락티코의 실패는, 마케렐레의 방출로 대변되는 공수의 밸런스 붕괴에 있다기보다(그것도 물론 심각했지만) 주전 멤버와 이를 뒷받침해줄 로테이션/백업 사이의 갭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마케렐레를 방출하고 베컴을 영입했던 03/04시즌 중반기까지 멀쩡히 잘 나가던 팀이 코파에서의 1전을 계기로(상대가 누구였던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헤타페였던가) 와르르 무너진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변변한 백업과 로테 멤버가 없기에 주전 갈락티코를 주구장창 돌릴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공수 밸런스가 맞지 않기에 일부 선수들의 과로는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물론 이와 별개로 마케렐레의 방출은 1기 갈락티코가 지나 칼데론 시절까지 이어진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를 야기함으로서 그 보이지 않는 존재감이 얼마나 컸는지 실감케하지요.

  *18 당시 람파드는 FWA 올해의 선수상 역시 아스날의 앙리에게 내줌으로써, 그 스탯에 비해 아쉬운 수상기록을 남겨야했습니다.

  *19 이 단락은 SAA 신스라이프님의 글(http://www.serieamania.com/data/view.php?id=calcio_board_5&page=1&sn1=&divpage=10&sn=on&ss=off&sc=off&keyword=신스라이프&select_arrange=headnum&desc=asc&



펌- 세리아매니아
                              DutchMan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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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2

arrow_upward 지단 인터뷰 \"내 경험이 팀을 많이 도울수 있으리라 믿는다\" arrow_downward 그럴일은 없겠지만 엘클라시코에 이과인, 케디라 둘다 결장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