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선생님
고등학교때 과외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수학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쪽집게 과외 선생님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분께 받았지요.
과외를 시작한 것이 고3 4월달이라, 6월 시험을 대비해서 받기 시작한 것이였지요.
선생님은 오시자마자 출제율이 높은 문제와 출제 예상 문제들을 가져오셨고, 저에게 풀이과정을 외우는 방식으로 가르쳐 주셨어요.
6월 성적은 순식간에 15점 정도 상승했고, 3등급정도에 있던 성적이 2등급까지 올랐어요.
저는 앞으로도 15점씩 상승한다면, 1등급은 쉽게 맞을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8월이 되었지요. 하지만, 점수는 계속해서 2등급.
9월 모의고사는 다가오고, 마음은 초조한데 성적은 제자리 걸음이었어요.
그 때 형이 선생님과 저의 공부방법을 물었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형은 과외를 그만두게 하고 자신이 직접 과외를 해주었어요.
이론부분부터 차근차근, 지수와 로그부터 통계까지 확실하게 개념정리를 했지요.
물론 9월은 성적이 제자리 걸음이었지만, 저는 저에게 수학의 '내공'이 쌓인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리고 11월 수능, 그 당시 등급제였던 수능에서 1등급을 맞았구요.
축구 감독도 과외 선생님과 다를 것이 없다는게 저의 지론입니다.
우선 페예그리니 감독은 쪽집게 과외선생님이 아닙니다.
확실하게 기초부터 잡아가고, 시간을 통해 성적을 내는 정석적인 선생님이지요.
시간은 벌써 1년이 지났지요. 내년은 저희 팀이 성적을 낼 수 있는 시기입니다.
쪽집게 선생님이 만든 성적을 내기 위한 축구가 아닌, 만들어진 축구를 통해서 말이죠.
올 시즌 우리 팀은 잘했습니다. 리그우승도 다른 리그였으면 가능했겠지요.
실제로 다른 리그 우승팀 가운데, 우리팀만큼 승점이 높은 팀도 없지요.
다만 상대가 바르셀로나였다는 것이 짜증나게 만들 뿐이죠.
그리고 다른 감독을 데려오는건 정말 반대네요.
(하긴 제가 반대했던 선수들은 대박나는 경우가 많더군요;;
호날두도 반대했었고-리베리 밀었죠;;, 반니스텔루이도 반대했었고-토니를 밀었죠;;, 이과인도 반대했었고-이땐 파투;; 근데 제 아이디가 이과인이네요. 아마 한국에서 이 아이디 쓴 사람 제가 처음이 아닐런지ㅋㅋㅋ....)
분명 후임으로 들어온 감독이 쪽집게 스타일이면 '수비축구로 경기가 재미없어! 경기력이 이게뭐야! 감독바꿔!' 이런말이 나올테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스타일이면 '좀 되가는거 같은데 성과가 없네? 저감독의 철학은 뭐지? 빨리 제대로된 축구좀 보여주지? 못해? 바꿔!' 이런말이 나오겠지요.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건 우리가 바라는 공격축구를 하면서 쪽집게 축구를 할 수는 없습니다.
바르셀로나 같은 완성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단지 성적을 위해서 단기간에 만들어진 '수비지향적인 단단한 팀'을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보고싶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