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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이야기 3편 : 가고와 구티, 그라네로

ㅏ인부우 2010.04.02 10:39 조회 2,582 추천 1

맨시티로의 이적이 어느정도 추진되던, 그리고 전후반기 통틀어 10경기도 채 못나왔던 가고가 최근 4경기 연속 그라운드에 얼굴을 드러내게 된 계기는 언제였을까요?

 

 

저는 리옹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리옹전 끝나고 미드필더에서 카카랑 구티가 가루가 되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구티에게 많이 호의적인 분위기인지라 내가 잘못 봤구나 ㅠ 하고 묻어뒀다가, 요새 가고가 중용되는 거 보고 조심스레 다시금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 구티가 못했다기보다는, 가고가 왜 구티대신에 알론소롤에 기용되기 시작했는가라는 관점에서 말이죠 -

 

 

잠깐 썰을 풀고 시작하자면

 

 

 

백태클, 무한 허슬플레이를 통한 상대팀 견제가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 축구에서는 주심의 엄격함, 징계의 세분화, 선수 교체 숫자의 증가등으로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한국과 포르투칼전이 좋은 예시였죠. 한국의 빠른 역습과 치밀한 팀워크를 견제하기 위해 무리한 허슬플레이를 펼치다가 2명이나 퇴장당하면서 자멸했던 경기.

 

 

대신, 조금 더 미들라인을 치밀하게 하고 빠른 패스워크와 한박자 빠른 압박을 통한 '개싸움'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10번들과는 달리, 현대 축구의 10번에게 이러한 빠른 패스워크와 압박을 가능하게끔 하는 체력을 요구하는 현상이 그와 같은 것이죠.(물론 카카, 딩요 같이 압박에 프리하게 풀어두는 경향도 있습니다만, 레알과 밀란의 조기탈락에서 보듯이 이와 같은 특정인의 프리롤 역할은 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타이밍에, 개싸움을 견제하는 방법은(정확한 표현은 '극복'가능하게끔) 개인적으로 두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개싸움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절대적인 크랙의 활용입니다. 바로 바르셀로나의 싸비가 좋은 예시겠죠. 원래 라인을 위로 바짝 올려서 디펜스-미드필더-오펜스간의 유기적인 압박과 패스웍을 강조하던 아스날은 싸비라는 공격,수비,체력.. 3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싸비 에르난데스라는 절대적인 크랙 앞에 무너지고 맙니다.(전반전 두차례 즐라탄의 조공만 아니였어도 아스날은 대패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싸비가 몇차례나 보여주었던, 수비 뒷공간을 노린 로빙패스 보고 경악했습니다. 얘는 하필 메시랑 같은 팀에 있어서 묻히는거다, 라고.)

 

 

아스날이 죽어라 밀고 당기고 하는 와중에 싸비의 패스 성공갯수는 '넘사벽'을 찍고 있습니다.(114개의 패스를 시도해서 95개의 유효패스를 성공했군요) 말 그대로 '넘사벽'의 클래스로 상대팀의 개싸움을 무력하게 만든거죠.

 

 

두번째는 각팀에 '개싸움' 전문꾼을 두는 경우인데, 과거의 그라베센이 좋은 예시겠습니다. 그라베센의 경우 지능적인 수비보다는 탄탄한 바디 밸런스와 많은 활동량, 그리고 '반칙'을 두려워하지 않는 저돌성으로 한없이 우아하기만 하던 레알 마드리드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던 대표적인 선수인데요. 상대팀의 예공에 반칙성 플레이를 통해서 상대팀의 적극성에 두려움을 불어넣고, 이는 결국 '기세싸움'에서의 우위를 점하게 합니다.

 

현재의 저희팀에는 라쓰와 알론소가 상당히 지능적인 플레이로 저 역할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라쓰- 마하무두 디아라는 상대팀과의 점유율 싸움시 특유의 투박한 플레이로 기세를 꺾는다면, 반대로 알론소- 가고는 역습상황시 영민한 위치선정과 뛰어난 태클로 기세를 꺾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구티는 성질 뻗치면 나가는 거친 태클과 뛰어난 축구지능으로 둘의 역할을 어느정도 수행할 수 있지 않나 싶었는데, 그날의 구티는 미드필더 장악력에 있어서 큰 미스카드였습니다. 구티 대신에 상대팀과의 직접적인 충돌로 기세를 꺾는 역할을 그라네로가 다 했었고, 구티는 공격에만 신경을 썼죠.

 

 

 

<사진 : 알론소와 구티의 비교다. 가시적인 패스성공률을 별반 차이가 없지만, 활동량과 반칙횟수에서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1. 구티 이야기

1차전 3미들의 마침표 역할이었던 알론소와, 2차전 3미들의 마침표 역할이었던 구티입니다.

 

둘은 크게 두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는 활동량입니다.

 

2차전 구티의 활동량은 정말 아쉬운 부분입니다. 60분 뛰고 VDV랑 교체되었던 그라네로가 당시 8.5km를 찍었는데, 30분이나 더 뛴 구티는 그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입니다. 1차전때 그라네로는 11.5km에 육박하는 활동량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90분 다 뛰었다고 전제한다면 구티는 미드필더중에서 가장 적은 활동량을 보여준것입니다. 리옹의 3 미들 피야니치, 툴라랑, 마쿤(<>쉘스트롬), 그리고 우리팀의 수비형 미드필더 라쓰, 구티, 그라네로중에서 가장 적게 뛴 축이라는 말이죠.

 

반대로 1차전때의 알론소는 양팀 통틀어서 활동량 압도적인 no.1입니다.(그라네로는 팀내 2등, 양팀 통틀어서 3등 ^^) 

 

 

또 둘의 차이는 2번째에 있습니다.

 

역습 일변도로 나왔던 리옹의 2차전과는 달리, 1차전에서의 리옹은 미드필드 지역에서 저희와 적극적으로 맞붙는 분위기를 연출했는데요. 이때 알론소, 디아라, 그라네로 라인이 확실히 말리기는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유율에서 비슷하게 붙었던 이유는 분명히 알론소의 고군분투에 있습니다.(경기를 봤을때 알론소보다 그라네로, 카카의 안 좋았던 위치선정이 많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알론소는 1차전 당시 4개의 반칙을 '했'습니다. 즉, 상대팀의 역습이나 미드필더에서의 싸움시 적극적인 커트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엄청 노력했다는 말이죠.

 

 

이는 비단 1차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가 압승을 거두었던 마르세유전때도, 패했던 밀란전에도 알론소의 파울 갯수, 활동량은 팀내 최다범위에 있습니다. 반대로 구티의 활동량, 파울 갯수는 어느 경우에서나 하위권에 속해있는 경우가 많구요.

 

즉, 피를로나 싸비급 공격전개 능력이 아니고서야 상당히 중요해지는 수비적인 요소에서, 구티는 크게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겠지요. 특히나 후반전 시작하자 말자 리옹이 상당히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구티는 위치를 잡지 못하고 쉽게 휩쓸리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면서 결국 팀의 역전패 아닌 역전패를 눈앞에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사진 : 이에로와 레돈도의 번호를 이어받은 자들의 만남. 이에로의 후계자는 더 나아가 말디니의 후계자로까지 점쳐지고 있다. 과연 레돈도의 후계자는? >

 

 

 

 

2. 그라네로, 가고 이야기

 

 

 

 

보통 저희팀의 3미들은 그라네로(마르셀로)-알론소-라쓰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론소가 왼쪽으로 빠지고 라쓰가 중앙에, 그라네로가 오른쪽에 나온 경우도 몇번 있기는 하지만 여튼 기본적인 3미들의 골조는 이렇습니다.

 

 

지난 2편에서 이게 다 카카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하면서 카카의 전성기를 보냈었던 AC밀란의 3미들이였던 쉐도르프, 피를로, 가투소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한바가 있었습니다.

 

쉐도르프 - 볼운반,볼전개,수비가담 삼위일체(대천재님 허억허억)

피를로 - 볼운반, 볼전개

가투소 - 역습 차단

 

 

현재 레알은 피를로 60: 가투소 40의 비율로 알론소가 활약을 해주고 있고, 피를로 10: 가투소 90의 비율로 라쓰가 활약하고 있습니다. (라쓰가 가투소만큼 꾸준히 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여튼 피를로, 가투소의 공백은 크게 없는 가운데, 저 쉐도르프 롤이 문제입니다. 바로 공수가 완벽해야 하는 좀 많이 '이상한' 자리인데요. 안첼로티는 저 자리는 오직 쉐도르프만을 위한 자리라고 이미 몇차례나 언급했습니다. 또한 쉐도르프의 기복이 널뛰기 시작하던 07/08부터 밀란의 망조가 보이기 시작했구요.

 

 

여튼, 그라네로의 경우 측면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모두 다 소화 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공격전개능력도 보유하고 있고, 또한 생긴 것과 다르게 상당히 적극적인 수비 가담, 활동량을 보유하고 있는 상당한 재능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그라네로는 과거의 플래쳐와 인상이 많이 닮아있습니다. 바로 눈에 '띄지가' 않습니다.

 

다만, 플래쳐는 스콜스, 박지성, 호날두, 루니, 긱스같이 공격을 해줄 자원이 썩어넘쳤기에 조용히 뒤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역할만 하면 되었던 반면에, 현재의 레알은 아직 조직력이 100에 올라오지 못했기에 개개인의 역량으로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점에서 공격가담과 수비가담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경험부족, 상황판단력 부족'의 그라네로는 크나큰 짐이 됩니다.

 

 

 

1. 구티의 부족한 활동량, 적극적이지 못한 몸싸움

2. 그라네로의 뛰어난 수비가담에 비해 부족한 공격에 대한 기여도

 

 

그리고 남은 한가지는 알론소가 레알에서 여전히 100%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라쓰보다 좀 더 영민한 마스체라노와 압도적인 활동량의 제라드의 리버풀.

알론소의 부담을 덜어주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레알은 알론소에게 지나친 짐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피를로같은 공격전개도 해야되고, 틈만 나면 측면으로 뛰쳐나가는 라쓰의 뒤치닥 거리도 해야 되고, 마르셀루가 뛰어나가면 그 뒷공간도 감당해야 합니다. 좀 더 알론소의 롤을 덜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가고가 선택된겁니다.

 

 

 

아마도 라쓰가 부진하지 않았다면 그라네로가 가고와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라네로에 대한 페예그리니의 기대는 어마어마하다는 겁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좀 더 경험치를 쌓게 해주면 터지지 않을까 싶어서 계속 기용하는 거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다음 경기에 디아라, 가고 조합이 모처럼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니면 다시 라쓰가 복귀할 수도 있겠구요. 왜냐하면 라쓰의 공백이 드러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라네로를 빼고 수비에 100% 몰빵할 수 있는 디아라를 넣느냐, 혹은 그라네로를 조금 더 위쪽으로 올릴 수 있는 라쓰를 넣고 가고를 빼느냐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그라네로가 터지나, 가고가 먼저 터지나의 흥미진진한 싸움이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혹은 라쓰가 정말로 팀을 떠나느냐, 라는 찌라시성이 다분한 떡밥도 제시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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