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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타 비고토요일 5시

날두를, 메시를 인정하는데 걸린 시간

Raul~ 2009.08.05 13:17 조회 1,929
기억이 난다. 날두의 데뷔전...
날두의 데뷔전은 놀라웠다. 특히 그 달리는 스피드와 지금과는 다른 촘촘히 보폭을 짧게 하여 빠르게 달리는 드리블...마치 비센테와 흡사하단 느낌을 받았다. 그런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면도날같은 엄청난 크로스... 스핀이 먹혀서 갑자기 아래로 뚝 떨어지는게 잘못 맞으면 수비수 자살골도 될 수 있는 듯한... 오... 이 녀석 굉장한데?라고 생각했었다. 루드가 몇개 날려먹지만 않았으면 어시스트가 몇 개는 됐을텐데...ㅋ

하지만, 당시에도 난 이미 유럽최고의 신성은 토레스라 굳게 믿고 있던차라 오늘날 토레스와 날두의 위상이 이렇게 역전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ㅋ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이 녀석이 바뀌었다. 뛰는 스타일도 바뀌고 근육이 붙더니...아니 그 날두는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전혀 매력이 없잖아! 이건 아냐. 이건 뭐 페인팅도 난잡한데 통하지는 않고 드리블 실력도 별로고 당췌 이게 뭐란 말인가!? 엉, 꾸역꾸역 골은 넣는군. 역시 공수전환이 빨라. 이러니 공간이 많이 나지. 역시 박지성은 EPL 가길 잘했어.엥?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이 녀석은 왜 이렇게 꾸역꾸역 스탯을 쌓는 것인가? 그렇다. 이 꾸준함... 왠만해선 부상도 안 당하는 강철같은 몸... 날두란 녀석의 최대장점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란 것이다. 90분 내내 뛰다보면 결국 뭔가 하나는 건진다. 그러니까 90분 내내 뭔가 얻어내기 위해 계속해서 시도하다보면 분명 뭔가 하나는 해준다는 것이다. 그게 엉덩이로 넣든, 머리로 넣든, 프리킥이든 아님 어시스트이든간에... 그러고보니 느끼는게 이 녀석은 그동안 굉장히 많이 단련되어 왔구나라는 걸 느꼈다. 그래, 이젠 인정할 수 밖에 없구나. 대단한 녀석이다. 이렇게 날두를 인정하는데 몇 년이 걸렸다. 그것조차 최근의 일이지만...

메시는 내 경우엔 아주 높게 평가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적어도 지지난 시즌까진 그랬다. 이전에 다른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나는 아구에로를 메시보다 높이 평가하던 사람이고 특히나 드리블이나 슛팅 타이밍 등 아구에로가 훨씬 높게 평가받을만 한게 많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도 아구에로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08-09 시즌 들어 보니, 아닌게 아니라 정말 메시는 "달랐다." 피치 위에서 뛰는 그 어떤 선수들보다 비교할 수 없었다. 메시는 전혀 다른 축구를 하고 있었다. 마치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는 안중에도 없는 듯... 주위에 다른 모든 선수가 톱클래스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하나 하나의 움직임, 볼다루는 솜씨, 드리블, 크로스, 슛팅 모든게 마치 다른 레벨에 있는 선수처럼 느껴졌다. 최근에 아르헨티나 국대경기를 보면 성적이 정말 말이 아니지만, 메시의 움직임 하나하나만을 뜯어보면 정말 '차원이 틀렸다.' 너무나 쉽게 볼을 차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자신만의 게임'을 하고 있더라는 얘기다.

선수들이 흔히 하는 얘기중에 상대가 얼마나 강하든 난 나만의 게임을 할 것이다...라는 얘기가 있다. 이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피치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 어떤 외부요소에 방해받지 않고 100% 모두 보여줌으로써 그 게임을, 최소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범위안에서는 자신만의 무대로 만들어 상대를 압도하겠단 얘기다. 나는 메시를 보면서 그걸 느꼈다. 그리고 그제서야 왜 다른 선수들이 "메시는 다른 선수들과 레벨 자체가 틀리다."라는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토록 볼을 자유자재로 편하게 차는 선수는 피구 이후로 처음이다.(자유자재라는 말에서 '호나우두'를 떠올리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말하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힘들이지 않고 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호나우두나 오웬 같은 경우는 드리블이나 페인팅시 근육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부상경력이 상당했다.) 가벼운 몸 탓일까? 정말 볼을 쉽게 찬다.  메시의 경우엔 날두보다 그를 인정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냥 어느 순간 그걸 느낄 수 있었다. 꾸준함이 문제였다면, 지난 08-09시즌의 메시는 정말로 꾸준했고 훌륭했다. 올해는 역시 메시가 발롱도르를 탈 것이다. 절대적으로...

날두와 메시... 이건 굉장히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내 보기엔 둘은 다르다.

날두는 누군가 기를 쓰고 막는다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어느 순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분명 높은 수준을 90분 내내 유지할 수 있는 체력과 집중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순간이라도 뭔가 일을 낼 수 있는 선수다. 이게 정말 강력한 무기다. 게다가 부상빈도도 적다. 흡사 바르싸 시절의 히바우두를 떠올리게 한다. 부상도 적고 스탯도 계속 쌓아주고 가끔 멋진 장면도 보여주고... 날두는 리가와 챔스, 코파까지 기나긴 일정을 치뤄야 하는 팀 입장에선 정말 좋은 선수인 것 같다. 체격/체력, 스피드, 프리킥, 헤딩, 슛팅 날두는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다. 정말 대단한 선수다.

그렇다면 메시는? 메시는 '순간'이 돋보이는 선수다. 아니 저럴수가?라는 장면을 수십번도 더 보여줬지 않은가? 그렇다. 놀랍다. 한 순간 자신이 가진 것을 그렇게 피치 위에서 발현할 수 있다니...이건 정말 대단한 재능이 아닌가? 그렇다. 감동이다. 순수한 축구팬의 입장이라면 난 메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왜냐하면 난 스탯보다 '장면'에 감동하는 부류니까... 아름답다. 메시의 플레이는... 즐겁다. 그걸 보는게...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자. '뷰티풀 게임'은 걍 됐고... 선수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개인의 성적... 둘은 비슷하다. 플레이는 다르지만, 그 둘의 능력은 그 팬들의 수만큼이나 호각세를 이루는게 분명하다. 비교하기 힘들다. 정말 어려운 문제다.

레알로선 메시에 필적하는 아이콘을 데려왔다는 측면에선 날두 영입은 성공적이다. 09-10시즌엔 날두가 리가 15골 15어시스트 정도만 해주면 좋겠다. 리가랑 챔스는 당연히 우승해야 하고... 스스로 세계 최고 몸값의 사나이임을 증명했음 한다. 그래야 맨유와 레알, 그리고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지 않겠나! 믿는다. '감동'은 없어도 좋다. 날두가 레알을 빅이어로 인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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