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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화요일 5시

팀의 아버지

라젖 2009.05.18 21:49 조회 1,382
 제가 좋아하는 소설 피를 마시는 새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두 사람 이상이 완전히 동의할 수 있는 말은 없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백 퍼센트 들어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예를 들어 공자님의 유명한 '지지자는 불여호지자요, 호지자는 불여낙지자니라' 같은 말에는 누구라도 동의하지 않을까 싶네요.
 시즌 종료와 회장선거를 앞두고 무수한 루머가 쏟아지고 있고, 감독 루머들도 상당히 양산되고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것은 대충 보아 아스날의 웽거 감독인 것 같은데요. 웽거 감독 좋습니다. 아스날을 오래도록 이끌며 좋은 성적을 내주었고, 패스를 통한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하며 레알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죠.
 그 능력의 밑바탕에는 웽거 자신의 '낙지자'로서의 면모, 즉 아스날의 감독임을 즐기는 면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레알의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만큼 레알 감독은 살아남기 힘들죠.
 이번 시즌 제가 카카보다도, 호날두보다도 바라는 것은 레알에 애정이 있는 감독이 와주는 거예요. 그리고 감독이 누가 됐든, 그가 레알의 감독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보드진이 만들어 주는 거고요. 웽거가 온다면 적어도 5년 정도는 감독직을 맡아 줬으면 하네요.
 망가질대로 망가진 현재의 스쿼드를 개편하는데는 분명 명장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손길이 단순한 프로페셔널함보다는 '레알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원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게 제가 과르디올라 같은 팀 레전드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한두 시즌 부진하더라도 점차 가다듬어지는 팀을 보며 즐거워할 수 있는 팬들이 되자고요. 더 이상 반 시즌, 한 시즌만에 감독을 경질하는, 한 경기의 패배에 감독이 역적이 되어버리는 졸속주의를 레알에서 보고 싶지 않습니다.

 09-10시즌, 팀의 아버지가 되어줄 감독을 기원합니다. Hala Mad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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