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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오래본것이 벼슬인가요

맥마나만 2009.01.02 01:02 조회 2,517 추천 18
사실 요즘엔 축구글을 쓴다는것이 엄두가 나지 않을때가 많습니다.
젊은 친구들하고 보는 시각이 너무 다르다는것이 느껴질때가 많고, 그래서 댓글이나 달면서 눈팅하고 있는데 최근 박지성 관련글과 그 댓글들을 보면 뭔가 한참 잘못됐다는게 보이더군요. 그래서 민감한 소재고, 웬만하면 말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한번 끄적여 보겠습니다.

소위 '무개념 맨유빠' 비슷한 개념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 시작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개막된 그해 k리그, 이동국과 안정환, 고종수등 이른바 신세대 스타들이 혜성같이 등장하며 k리그에 관중바람을 몰고왔던 시절이죠. 당시에는 k리그를 경기장가서 본다는것은 상당히 마니아적인 취미생활이었고 중계도 거의 없는 유럽 축구를 시청하는것은 더더욱 마니아틱한 취미였습니다. 그래서 소위 '마니아'들은 그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신성한 축구장에-당시 그들의 생각은 축구장에는 오로지 선수와 서포터만 존재한다는 생각-빠순이들이 난입해 축구장을 더럽힌다는 시각이었죠.

몇년뒤 그들이 어디로 갔을까요? 네, 대다수는 자연스레 서포터집단으로 흡수되었습니다. 물론 한때 잠시 좋아하다가 축구를 잊은 사람들도 많죠. 현재 수원삼성에 여성서포터가 굉장히 많은 이유는, 그들의 대부분이 10년전 고종수빠순이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빠순이로 시작했으나, 점차 축구를 알게되고 팬으로, 서포터로 발전해 나가는거죠. 시작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결국 잠재적인 축구마니아입니다.

지금의 맨유와 박지성도 이런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맨유이적 초기에 비해 어느정도 팬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하고 있죠. 중요한것은 그들이 어떻게 축구를 보기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팬으로 발전하느냐입니다. 굉장히 우려스러운것은 '박지성 맨유가고 나서 축구본' 사람들은 무조건 '무개념맨유빠'로 몰아가는 시선입니다. 축구보는데 위아래가 있나요? 축구 오래본것이 벼슬은 아닙니다.

소위 '축구골수팬'들의 일종의 특권의식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는지 어찌보면 이해할 수도 있을것 같네요. 10년전만해도 세리아7공주팀을 외우고 있고, 맨유의 챔스 우승횟수를 알고있으면 전문가못지않은 마니아로 우러러보는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개나소나' 그걸 안다는거죠. 그게 그리도 배알이 꼴리는건가요? 네버엔딩떡밥인 EPL논쟁, 최근 축구팬들은 EPL이 최고리그이던 시기밖에 모르고 그전에는 축구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는겁니다. 단지 무식할 뿐이죠. 그럼 그것을 알려주면될것을 '저러니 무개념EPL빠지' 하는 식으로 몰아가는것은 넌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박지성관련글에서 제가 가장 놀랐던것은 박지성이 레알오면 무개념맨유빠의 난입으로 인해 레알의 명성에 흠이간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예, 물론 무개념맨유빠도 조금 있을겁니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강을 흐리는거죠. 어느팀이나 그런 사람은 존재합니다. 그런데 맨유의 경우엔 그 '무개념맨유빠'라는 것이 심하게 과장되어있다고 봅니다. 가장 악명높은 네이버와 아프리카의 경우 대부분의 액면상 무개념맨유빠들은 '낚시' 를 하기위한 맨유와 박지성안티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인터넷만 10년 넘게한 저는 낚시면역숙련 400이라 낚시와 진실글은 대부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축구는 어려운것이 아닙니다.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입니다. 규칙도 17개밖에 안되고 공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 계기가 무엇이었든 유럽축구 대중화는 상당히 긍정적인 사건입니다. 저도 다시는 새벽에 인터넷주소 한줄 가지고 조악한 화질의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 중계와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문제점이 있습니다. 문제점은 타협점을 찾아 해결해야 하고, 급속히 유입된 축구초보들이 성숙한 팬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축구골수팬'들이 도와줘야 하는겁니다. 지금처럼 편을 가르는것은 축구발전에 아무 도움이 안됩니다.

우리는 지금 과도기에 있다고 봅니다. 과도기에는 마찰도 많고 시행착오도 많습니다. 10년정도가 흘러 지금의 혼란이 한국축구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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