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edule
오사수나::

이케르 카시야스의 '갈락티코스의 일상' 14회

하루 2006.11.28 23:05 조회 1,772 추천 7

사실은 사무가 있는 바르샤와 대결해 승리하고 싶었지만...
드디어 해냈어요!!! 얼마나 이 날을 기다렸는지. 10월 22일, 홈그라운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전통의 클라시코에서, 우리는 숙적 바르샤에 2 : 0 승리를 거뒀습니다.

지난 시즌 홈에서 열린 클라시코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0 : 3 치욕적인 패배를 맛봤습니다. 그 굴욕을 씻기 위해서라도, 이번 경기에서 이기지 않으면 안 됐어요. 1년 전 호나우지뉴에게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마드리디스모를 다시 한 번 괴롭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승리는 각별했습니다. 작년의 복수에 성공했다는 것 말고도, 리가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섰다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난 리가 경기에서 우리는 헤타페에 불의의 패배를 당한데다(0 : 1 패전) 만약 클라시코에서 졌더라면 바르샤와의 승점차가 8점까지 벌어질 참이었으니까요.

특히 헤타페전 결과는 제가 7년 전 레알 마드리드 A팀에 데뷔한 이래 최악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경기였으니, 그 나쁜 흐름을 질질 끌지 않고 확실히 분위기를 반전해 경기에 임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물론 헤타페전과 클라시코 사이에 열린 챔피언스리그 슈테아우아전에서 쾌승을 거둬(4 : 1) 팀 전체에 활기가 있었다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지만요.

또, 근래 몇 년간 클라시코에서 그다지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었기 때문에(지난 네 시즌의 성적은 1승 1무 2패), 그 점에서도 오랜만에 속이 후련해졌어요.

시합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피치 가운데에 자연스럽게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팀 메이트들이 모여들었는데- 이런 일은 상당히 드물어요- 이것도, 그만큼 이번 승리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겠지요.

지난 회 칼럼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바르샤는 역시 사무(에투)의 결장이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사무는 레알 마드리드 유스 시절의 팀 메이트였고, 그때부터 굉장히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어요. 지금도 무척 사이가 좋답니다. 그가 클라시코에 결장한건 레알 마드리드에 있어서는 호재였지만 친구로서는 복잡한 기분이었어요. 할 수만 있다면 사무가 있는 바르샤와 싸워서 이기고 싶었습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는 나의 '천적'이니까 확실히 이번 승리에 있어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어요. 유럽 전체를 봐도 사무만큼 굉장한 스트라이커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고요.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에투가 없는 바르샤에 뭔가 빠진듯한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물론 저도 그 중 한 사람이고요. 부상으로 몇 달 팀을 떠나지 않으면 안된다는건 확실히 시련의 시기입니다만, 그가 하루라도 빨리 피치에 돌아오기를 마음 속 깊이 바라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희 어머니가 에투의 팬이라는 사실은 이미 모두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 사무가 결장한 클라시코에서 그녀가 누구의 유니폼을 원했느냐 하면...... 이번엔 '패스' 였습니다. 아무래도 어머니는, 사무에의 '충성'을 다짐한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그 대신... 이랄 것은 없지만, 동생 우나이에게서 특별 오더가 들어왔습니다. 클라시코 전날 합숙소로 쓰고 있는 호텔로 출발하려는 제게 그가 이렇게 말했어요.


" 이케르, 샤비의 유니폼을 부탁해도 될까? "


마아, 이 리퀘스트에 응하는건 간단했어요. 샤비와는 예선부터 좋은 친구로 지내왔으니까요. 유스시절 대표팀에서 함께 싸운 사이인데다, CM 촬영을 함께 한 적도 몇 번인가 있어서 그와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친합니다. 그래서 클라시코 하프타임에 별 어려움 없이 동생에게서 받은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답니다.

샤비와 유니폼을 교환한 후 땀을 닦고서 두번째 유니폼을 입었습니다만, 그 유니폼은 누구의 손에 들어갔느냐...... 그건 이름도 알 수 없는 골 뒤쪽의 서포터. 시합이 끝난 후, 승리의 감격에 취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스탠드에 유니폼을 던져버렸거든요.





필요 이상으로 재빨리 볼을 돌려준 페드로에 대해
클라시코 내용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해 볼까요. 역시 경기 시작 직후(2분)에 터진 라울의 선제골이 중요했지요. 그 골로 팀 전체가 안정을 찾은데다 그 후 우리들의 페이스로 경기를 이끌 수 있었으니까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시작이었어요.

그렇지만 후반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51분) 뤼트(판 니스텔로이)가 추가득점을 하기 전까지는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었습니다. 바르샤의 공격, 특히 메시의 드리블은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의 큰 골칫거리였지요.

클라시코라는 것이, 언제 경기를 하든 늘 아슬아슬한 공기가 흐른다고 할까, 어쨌든 모두들 90분 내내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요. 그래서 저도 가끔 냉정을 잃어버릴 때가 있지요.

이번 시합에서 제가 '아, 잘못했다...' 하고 후회했던 일은 골 뒤쪽에 있던 볼보이에게 저도 모르게 화를 내 버린 것......

게임 중에는 '임기응변' 이라는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 경기를 리드하고 있는 팀이 파울을 당하면 좀 과장해서 넘어져 시간을 번다든지 하는 것도 그 중 하나죠. 그래서 이번 클라시코에서는 2점차로 리드하고 있던 종반쯤엔 나도 일부러 천천히 볼을 받아서 골 킥을 한다거나 해서 바르샤 선수들을 초조하게 만들어 줘야지, 하고 생각했단 말이예요. 뭐어, 이것도 축구 전술중 하나니까요.

그런데 그 날, 골 뒤편에 있던 볼보이- 나중에 이름을 물어봤더니 페드로라는 소년이었어요- 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골 라인을 넘어선 볼을 필요 이상으로 재빨리 주워 저한테 줬답니다.

그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클라시코에서의 긴장은 특별하거든요. 완전히 열받은 저는 페드로에게 스스로도 놀랄만큼 큰 소리로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 그렇게 빨리 볼을 돌리지 말란 말이야!!!!!! "


하고요. 정말로 그 애에게는 미안한 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뭔가 선물이라도 해서 벌충을 해야겠어요.

클라시코 다음날 어느 TV 프로그램에 바르샤의 데코와 함께 게스트로 출연했었는데, 거기서 다시 한 번 제가 볼보이를 윽박지르는 장면을 보고서 스스로도 어른스럽지 못했다고 반성했어요. 그렇지만 데코는


" 클라시코의 특별한 공기가 선수들을 그렇게 만들어요 "


라고 저를 두둔해 줬지만요.

맞다맞다, 다른 이야기긴 한데요, 그 프로그램 중에 데코의 등에 있는 굉장한 문신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데코 본인의 설명에 의하면 그건 '게이샤를 묘사한 것' 이랍니다. 문신이라면 데코 뿐만 아니라 지금도 많은 선수들이 팔이나 다리, 게다가 목에까지 여러가지 그림이나 문자를 새기고 있지요. 레알 마드리드에도 하고 있는 선수들이 굉장히 많아서 모두들 노상 저한테도 '일단 한 번 해봐~' 하고 권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거절했어요. 문신에 반대하는 특별한 주의가 있는건 아니지만, 어쩐지 모르게 좋아지지가 않아서요. 뭐어 아마도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언젠가 문득 문신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면 제일 먼저 여러분들께 보고할게요(웃음).





출장기회가 줄었다고 감독을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건 그렇고, 클라시코에서 승리한 그 다음 주에는 별로 즐겁지 못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카사노에 관련된 일이었지요.

8R 힘나스틱전 후 선수 기용을 둘러싸고 카펠로 감독과 입씨름을 벌인 안토니오(카사노)를, 클럽은 일시적으로 팀에서 격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편집부 주/ 힘나스틱전 후반 내내 워밍업을 계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전하지 못한 카싸노가 카펠로에게 '당신은 수치를 모르는 인간이다' 라는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하였다).

카펠로 감독은 시합은 물론 팀 전체훈련에도 안토니오를 일절 참가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실히 밝혔습니다. 상당히 엄격한 페널티지요.

그렇지만 아무리 출장기회가 줄어들었다 해도, 그런 감독 비판은 잘못된 일입니다. 우리들 선수는 감독의 지시에 따르고 클럽에서 정한 규칙을 지킬 의무를 지고 있으니까요. 개인이 아닌 팀이 우선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프로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은 당사자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결코 기분 좋은 것이 아니예요. 하루라도 빨리 문제가 해결돼 안토니오가 팀에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늘 농담만 하는 카사노지만 피치에 서면 정말로 의지가 되는 남자인데다, 그 재능은 우리 공격진 사이에서도 발군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으니까요(편집부 주/ 11월 8일 현재 카사노에게서 공식적인 사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는 의연한 자세 그대로 팀에서 격리된 상태이다).

자 그럼 사모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이번 칼럼을 끝내도록 할까요.

시즌 최소실점 GK(한 시합의 평균 실점)에게 수여되는 이 상을, 나는 아직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이겠지요? 시즌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기자회견 중 매번 정해진 순서처럼 같은 질문이 들어옵니다.


" 올 시즌에는 사모라상을 수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


하고요. 물론 언젠가 손에 넣고 싶은 상이긴 합니다만, 정말이지 이런 류의 질문에는 진절머리가 나요. 전 개인 타이틀보다 팀 전체의 타이틀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전부터 항상 그렇게 말해왔는데도, 기자들은 제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제게는 사모라에 대해 생각한 순간 컨디션이 망가져버린 괴로운 경험도 있어요. A팀에 갓 데뷔한 시즌(99/00)이었습니다. 알라베스의 GK 엘레라(현 에스투디안테스)와 경합하던 저는, 사모라를 의식하기 시작한 중반 이후부터 실점이 늘어서 정말로 몇 포인트차로 타이틀을 놓치고 말았어요. 그래서 이 일에 대해서는 솔직히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확실히 지금 단계에선 사모라상을 둘러싼 경쟁에서 우위에 서 있습니다(편집부 주/ 9R를 끝낸 현재 1위는 마요르카의 프라츠로 시합 평균 실점이 0.56, 카시야스는 0.67로 2위). 그렇지만 지금은 어쨌든 팀의 승리만을 생각하며 싸울 생각이예요.

20061128
translation by harusion


+12월 7일자 월드사커다이제스트에 실린 이케르 칼럼 번역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세요 ^^

format_list_bulleted

댓글 14

arrow_upward 레알이 남미 유망주 또 하나 노리네요. arrow_downward 전설-라울곤잘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