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상세

악몽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교체카드였던 구티의 한방은 실패로 돌아갔다. 마드리드는 81분동안 볼을 지배했고 효율적이진 못했지만 리버풀의 페널티에이리어 부근에서 끊임없이 공격했다. 리버풀은 계속 막았고 마드리드가 지치길 기다렸다. 그리고 82분 베나윤이 일격필살을 가했고 마드리드는 무너졌다. 나를 비롯한 마드리디스모들은 지난 4년간처럼 포기하지 않고 2차전에 그들을 묵사발낼수 있다고 굳게 믿고있다.

살아있는 전설 라울 곤잘레스는 오늘 스크린에서 사라지는 마법을 사용했다. 리버풀은 튼튼했고 라울은 철저하게 마킹당했다. 라울은 거의 필드에서 보여준것이 없었다. 최근 그의 폼이 살아나는 것 같아서 오늘은 뭔가 보여줄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무겁고 느렸다.

이 마드리드 극장의 주인공 곤잘로 이과인은 최근 그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레알을 구원해내지 못했다. 최근 몇경기에서 이과인은 믿기지 않을정도로 침착하고 노련했다. 하지만 오늘은 겁이라도 먹은것인지 한박자 느린 패스, 소극적인 드리블등을 보이며 공격에서의 플레이를 잘 풀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를로스의 후계자 마르셀로는 전반전 45분을 무난하게 플레이했다. 라모스감독은 구티의 한방이 마르셀로의 '나름' 괜찮은 크로스보다 나을것이라고 판단했지만(우리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것은 비극적이게도 틀리고 말았다. 마르셀로는 전반전 2차례의 훌륭한 슈팅을 날렸는데 오늘 마드리드의 유효슈팅이 5개인점을 감안하면 그가 후반전까지 남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네덜란드산 총알탄 사나이 아르연 로벤은 이과인과 더불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오늘 리버풀의 전술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들은 로벤을 집중견제하면서 그가 드리블을 치지 못하게 했다.(로벤의 크로스가 형편없다는 걸 알기때문에) 덕분에 마드리드는 저질 크로스를 통한 무의미한 공격을 계속 해댔고 그 결과는 1:0이다. 로벤이 부디 2차전에서 안필드의 사이드라인을 탈탈 털어버리길 바란다.

이 레알마드리드의 젊은 브레인은 90분 내내 투쟁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팀은 패배했다. 다들 봤겠지만 가고의 볼키핑능력과 트래핑이 놀라울정도로 향상되었다는 것을 볼수 있었다. 전진패스 역시 나쁘지 않았다. 팬들이 아쉬워하는 점은 단 하나다. 가고는 스스로 경기를 바꿀만한 (암브로시니와 같은)헤딩이라던가 (제라드같은)중거리 슈팅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마드리드 연승행진의 진정한 숨은 공로자 라싸나 디아라는 훌륭한 수비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의 태클은 거의 실패하지 않았다. 워낙 수비적인 부분에서 그가했던 공헌이 컸지만 공격에서 보여준것은 아쉬웠다. 그는 좋은패스를 보급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패스를 빨리 넘겼어야 했지만 스스로 드리블하며 치고나가는 바람에 역습템포를 다 짤라먹어버렸다.

82분 공포의 반칙을 하기전까지는 그래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가브리엘 에인세는 그의 주무기인 쓸데없는 파울을 저질러서 마드리디스모들을 악몽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경기에서 그의 크로스가 상당히 좋았는데 오늘은 평소로 돌아가버렸다.

칸나바로는 정말 위대했다. 오늘 마드리디스타들은 몇몇선수를 제외하고는 리버풀의 강력한 압박에 귀찮았는지 공간을 찾아 뛰어들어가지 조차 않았다. 칸나바로는 스페니쉬보다 더 정열적으로 몸을 날려 수비했다. 젊은 선수들이 그의 열정을 보고 뭔가 깨달은 것이 있길 바란다.

오늘 마드리드에서 가장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던것은 페페다. 지난 경기에서 충격적인 실수들을 하면서 리버풀전을 앞두고 팬들을 걱정시켰지만 오늘 그는 완벽 그 자체였다. EPL 최고수준의 공격수(리가에선 아니였지만) 페르난도 토레스를 잠재워버리는가 하면 헤딩경합과 볼커팅도 훌륭했다.

사실 오늘 마드리드는 중앙수비수를 제외하곤 측면 수비수들은 별로 수비할 것이 없었다. 리버풀은 중앙지향적인 공격을 펼쳤고 라모스는 안심하고 공격을 나갔다. 라모스는 사실 이런 선수가 아니다. 그의 크로스는 베컴을 연상케 할정도였고 드리블은 파워풀했고 아크로바틱한 플레이를 자주 펼치는 환상적인 선수였는데 오늘은 어찌 된건지 모르겠다. 저질 크로스로 일관했다.

마드리드의 신 카시야스도 베나윤의 헤딩골을 막을순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 빨랐기 때문이다.

마드리드의 부주장 구티는 후반 45분동안 산책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