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모로코전 감상평
이전에 자게에 생존신고 할때도 썼었지만, 와이프가 브라질 사람인지라 브라질 대표팀 경기는 항상 강제 관람(?)하고 있는 유령 회원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브라질 국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가능하다면 챙겨보고 있긴 하지만요. 특히 제가 워낙 좋아하는 안감독님이 브라질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에는 더더욱 관심이 가긴 합니다. 각설하고, 오늘 있었던 브라질과 모나코의 조별리그 첫번째 경기 감상평입니다. 경기보다는 브라질 대표팀 자체에 좀 더 포커스를 뒀습니다.
1. 모로코는 확실히 강팀이다.
브라질 얘기를 하기 전에, 모로코 얘기부터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한 마디로 심플하게 정리하자면, 잘하네요. 특히 키미히. 개인적으로 오늘 경기 22명 중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였습니다. 에너지 레벨도 어마어마하고 공수 다방면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브라힘 디아즈, 마즈라위 정도는 꽤 눈에 띄는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월드컵에서의 돌풍은 우연이 아니었으며, 이번 월드컵에서도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되더라구요. 경기는 비겼지만 경기 내용으로 봤을 땐 모로코의 판정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 브라질 국가 대표팀의 정체성(?)
브라질은 축구에 미친 나라가 맞습니다. 국가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대부분의 회사나 가게가 휴무를 때리고, 출근하더라도 경기 시간엔 다 축구만 보고 있습니다. 월드컵 최다 우승국이라는 자부심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만큼, 단순히 이기기만 하는 축구는 브라질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합니다. 2002년 마지막 우승 때의 그 멤버들이 했던 것처럼 압도적이고 화려한 공격으로 상대를 박살내는 수준을 원한대요. 그래서 요즘의 브라질 대표팀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꽤 많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브라질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선수는.. 네이마르..겠죠..?
3. 브라질 대표팀의 상대 열위
그렇다면, 예전의 브라질 대표팀과 비교해봤을 때 가장 부족한 부분이 어디일까 고민해봤습니다. 역시나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역시 풀백의 퀄리티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카를로스, 마르셀루, 카푸, 마이콘, 알베스 등 수많은 월드 클래스 풀백이 넘쳐나던 나라가 브라질이었는데, 지금은 웨슬리, 이바녜스, 더글라스.. 심지어 웨슬리는 부상이라고.. 예전의 브라질은 좌우 풀백의 미칠듯한 오버래핑, 언더래핑으로 측면을 씹어먹었었는데, 이번 경기에서 풀백들의 공격 가담은 상당히 아쉬운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하피냐가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인데다 종종 왼쪽 하프스페이스까지 활용하게 되면서, 이바녜스의 오른쪽은 아예 공격 작업 자체가 쉽지 않았구요. 그렇다면 차라리 3선의 선수들이 측면 전개에 도움이 되어주면 좋았을텐데, 카세미루, 김아랑이라..
4. 카세미루와 김아랑
동감하지 못하시는 분이 많으시겠지만, 저는 예전 전성기 크카모 때부터 카세미루의 클래스 자체는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고 줄곧 얘기해왔던 사람입니다. 크모의 여러 특장점에 대한 반대 급부로, 포백 라인 앞에 박아둘 진공 청소기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 한정적인 툴에 한해서만 정말정말 기가 막히게 딱 맞아떨어졌던 선수가 카세미루였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 경기에서는 수비적인 기여는 나쁘지 않았더라도 중원 싸움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이 제가 생각하는 카세미루의 한계이기도 하구요. 김아랑 같은 경우에도 키핑이나 조립 능력 자체는 카세미루보다 더 나은가 싶기도 하지만, 둘을 합쳐놓고 봤을 땐 좀 지나치게 수비 지향적인 조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수비적인 툴로 역할을 한정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비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어낸 것을 보면 앞으로의 토너먼트에서 이 투 볼란치가 상당한 약점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궁예질을 좀 해보자면, 포백+투 볼란치를 제외하고 나면 '소는 누가 키우냐' 급으로 다른 선수들이 공격 지향적이므로 공수 밸런스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거니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 결과 상당한 차이로 중원 싸움에서 모로코에게 밀리게 되었고, 안첼로티 특유의(?) 중원 삭제 축구가 되어버렸다 생각합니다.
5. 그럼에도 희망적이다.
현재 가장 브라질리언다운 축구를 하고 있는건, 미우나 고우나 우리 비쪽이인 것 같습니다. 그대로 흘러갔다면 졌을 공산이 컸던 경기를 개인 역량으로 결국 승점 1점을 챙겼어요. 몇년 전부터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유럽 클럽들이 데려가는 유망주들의 연령이 점차 낮아짐에 따라 브라질의 신동들도 굉장히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떠나게 됐고, 유럽에서의 훈련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잃고 현대 유럽 극한의 시스템 축구, 효율 축구에 자신을 끼워맞추게 된다는. 이것이 나쁘다, 잘못 됐다를 논하는건 아닙니다. 그저 예전같은 브라질식 축구의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예요. 오늘 비니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스타일은 소위 '삼바 축구'와는 거리가 멀어보였습니다. 하피냐는 옆동네 친구라 종종 플레이를 보게 되는데, 매번 느끼는게 로봇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효율을 추구하는 현대적인 스타일로 보입니다. 정말 짜증날만큼 잘하긴 하잖아요. 오늘 경기에서도 꽤 눈에 띄었습니다. 파케타, 쿠냐, 엔히키 같은 선수들도 브라질스러움은 없을지언정, 썩 괜찮았습니다. 다만 조금 걱정되는 것은, 죽이되든 밥이되든 개인 역량으로 다해먹었던 브라질스러운 축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스템 축구도 아닌 어정쩡한 그 어딘가의 축구같아 보인다는 점이네요. 그래도 공격진의 퀄리티 자체는 기대를 가져봐도 좋을 것 같아요. 프랑스 음올뎀에 비하면 그정돈가? 싶긴 합니다만, 적어도 아주 꿇리진 않는다고 봅니다. 결국 이 친구들한테 적절하게 공만 투입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공격진이 있어서 이 부분은 희망적이라고 생각 됩니다.
6. 총평
예전 3R+카카만큼의 무게감은 아니지만, 분명 공격진의 퀄리티는 우승에 도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고, 풀백은 애매할지언정 마르퀴뇨스 마갈량 센터백 듀오는 분명 이번 월드컵 최고의 조합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원이라고 봅니다. 비니시우스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평소 자신들이 해오던 현대 유럽의 축구를 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현대 축구의 대표 키워드라고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전방 압박과 중원 장악은, 카세미루, 김아랑 이하 현재의 브라질 대표팀이 쉽게 해내지 못할 것 같아 보입니다. 홍철 없는 홍철팀처럼, 알빠노 압박과 중원 삭제의 현대 축구 같은 느낌..? 더 불안한 것은, 원래부터 안첼로티는 전방 압박과 중원 싸움에 약점을 보여왔던 양반이었다는 점이구요. 그래도 약점은 가리고 장점은 극대화시키는 것에 도가 텄으며, 토너먼트에 꽤 강한 안감독님이니 기대는 해보려고 합니다. 썩 압도적인 모습이 아닌 브라질 대표팀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 지 궁금해지네요.
* 세줄 요약
1. 모로코 왤케 잘함?
2. 공격진과 센터백 듀오는 합격점, 체계적이지 않은 압박과 만주벌판 중원은 불안요소
3. 토너먼트의 안감독은 모른다..!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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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레알 06.15키미히가 아니라 하키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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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Allen Moon 06.15@백의의레알 네 하키미요 ㅋㅋㅋㅋ ㅠㅠ 뻘쭘해도 일단 그냥 두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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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안뱅바요르~ 06.29@ Allen Moon 앗 저는 이상함을 못느꼈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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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흰둥이 06.29@안뱅바요르~ 너는 감독 눈높이가 많이 낮은가보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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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안뱅바요르~ 06.29@흰둥이 오타 못알아챘단 얘기 하는데 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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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흰둥이 06.29@안뱅바요르~ 아니 ㅋㅋ 모나코라니까 모로코지 그걸 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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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안뱅바요르~ 06.29@흰둥이 AI 기술 아직 갈 길이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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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흰둥이 06.29@안뱅바요르~ 안 그래도 로봇 심판이 오프사이드 판정 헷갈려 하는 거 보니까 아직 AI가 축구 분석은 힘들긴 한가 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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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06.15뭔가 공격쪽에서 창의성이 좀 부족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 토너먼트의 안첼로티가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 건 확실히 느껴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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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Allen Moon 06.15@마요 네 완전히 공감합니다. 공격 쪽에서 창의성이 부족한데 오히려 수비가 안정적인 브라질을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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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레알 06.15근데 브라질은 원래 체급으로 씹어먹어야 하는 팀인데 센터백이랑 비니시우스말고는 체급이 낮아서…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히바우두, 카카, 카를로스, 카푸, 아드리아누, 루시우 같이 체급으로
씹어먹을 수 있어야 우승하는데… 2014년엔 그래도 네이마르랑 마르셀로 콤비네이션으로 4강까지는 비볐는데 이번엔 8강 정도 예상해봅니다. -
No.5_Zidane 06.15웨슬리의 부상이 제일 뼈아프죠 웨슬리의 오버래핑 능력을 중심으로 전술을 짰는데 그게 처음부터 어긋나버려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