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mania

사실 에스파뇰 리뷰도 쓰다가 아직 다 못 썼는데...

샤흐타르 리뷰부터 먼저 씁니다. 

1. 샤흐타르

 샤흐타르가 자신감이 단단히 생겼는지, 진짜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對 레알 마드리드 3연승을 노리는건지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왔습니다. 에스파뇰처럼 왼쪽의 비니시우스와 벤제마를 견제하면서, 바스케스를 공략하는 무난한 전술로 나왔는데, 창 끝이 조금 무뎠습니다. 자책 골은 덤이구요. 재수가 없게, 혹은 샤흐타르 입장에서 재수좋게 1골이 먼저 들어갔다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2. 멘디, 알라바, 크로스

 멘디가 복귀하고, 카세미루를 배치하면서 알라바의 빌드업과 크로스의 롱패스가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근본적으로 수비에 이점을 가지지 못한 선수들이기에, 무조건적으로 전진 배치하기 어려운 선수들인데 중앙은 카세미루, 좌측은 멘디가 커버해주면서 적극적으로 상대 진영을 교란시켰고 멘디가 좌측면에서 계속 움직이면서 상대의 주의를 쏠리게 해주는 것만으로 크로스의 영향력도 많이 살아납니다. 크로스가 아주 좋은 폼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발끝은 무디지 않았고, 포대 역할을 충실히 해주면서 다득점에 기여했네요.

3. 비니시우스와 벤제마

 개인적으로 볼이 없을 때 영향력을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근본적으로 비니시우스의 돌파, 키패스, 마무리는 지금 매우 좋은 모습이라 할 말이 없네요. 원래 스피드가 빠른 선수다 보니 종적인 영향력은 압도적인 선수였고 문제는 상대가 쌓은 블록을 어떻게 파괴할까였는데 본인 스스로가 자신감이 붙으니 좀 더 적극적이고 모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고, 그게 벤제마의 좋은 폼과 맞물려서 굘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면 음바페가 온다고 해도 쉽게 비니시우스가 자리를 안 내줄거라 봅니다. 

 굳이 여기서 우려되는 점을 지적하자면 역시 벤제마겠죠. 비니시우스의 지금 미친 활약은 벤제마의 더 미친 활약이 우산 효과를 내주는 탓도 크다고 봅니다. 사실상 5골에 모두 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게 벤제마고요. 비니시우스의 폼이 떨어진다고 벤제마에게 큰 영향이 갈 것 같진 않은데, 벤제마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순간 비니시우스의 단점 위주의 공략이 들어가겠죠. 

4.  안첼로티

 5:0으로 이긴 경기에 문제점을 논한다는게 사실 좀 아이러니합니다만, 볼 리커버리와 키핑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운 모습이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허리를 빼고 난타전을 하던 지금까지의 안첼로티볼과 다르게 지단식 크카모의 아웃 복싱이라고 생각을 해도,  바스케스의 부족한 수비력과 모드리치의 좁은 커버 범위, 호드리구의 소극적인 돌파까지 어우러져서 전반전은 사실 우리가 공격을 퍼부었고, 자책골까지 유도해냈지만 루즈하다는 점을 피할 순 없을겁니다. 물론 이게 발베르데를 쉬게 해주려는 안첼로티의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기에 마드리드의 100% 경기력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카마빙가를 선발로 하지 않은건, 모드리치라는 경험 많은 선수를 통해서 난타전으로 가지 않고 좀 더 안정적인 볼 배급과 마무리를 원했던게 아닐까 싶지만(실제로 상대의 하프스페이스가 비는 틈을 노려서 벤제마와 연계, 어시스트까지 올렸고), 사실 전반전에 필요했던 선수는 카마빙가나 발베르데였죠.  

 물론 문제점을 인지하고, 자기 전술이 아닌 이길 수 있는 전술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안첼로티의 판단이 훌륭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사실 오늘 샤흐타르와의 경기는 기본적인 양팀 간의 체급 차와 비니시우스, 벤제마의 폭발적인 폼 덕분에 이루어진 결과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딱히 감독 칭찬을 해주고 싶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