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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애슬레틱] 레알의 페널티 문제 설명

닥터 마드리드 2025.04.08 16:26 조회 3,760 추천 5


이번 주 스페인 스포츠 신문 마르카(Marca)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 위기(crisis de los penaltis)’를 언급하는 헤드라인이 실렸습니다.

스페인어를 아주 조금만 아시는 분이라도 굳이 번역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유럽 챔피언이자 스페인 챔피언이며 늘 승리를 거듭해온 레알 마드리드가 요즘 페널티킥에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지난 주말 발렌시아와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놓쳤고, 지난달 챔피언스 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에서는 공을 골문 위로 날려버렸습니다. 킬리안 음바페는 이번 시즌 초에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의 페널티킥을 실축했는데, 두 번 다 골키퍼 왼쪽, 구석으로 가지 않은 애매한 높이의 슈팅이었고 모두 선방에 막혔습니다. 주드 벨링엄도 이번 시즌 페널티킥 하나는 성공시키고, 하나는 실패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시즌 라리가와 챔피언스 리그에서 총 15번의 페널티킥(승부차기 제외)을 시도했으며, 이 중 10개를 성공시켰습니다.


문제는, 이 실패들이 꽤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음바페는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경기(2-1 패배)에서 하나를 놓쳤고,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는 1-0으로 앞서고 있을 때 페널티를 실축한 후 결국 2-0으로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에서 놓친 킥은 경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연장 끝에 간신히 승부차기로 이긴 상황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위태로웠습니다.

사실 숫자만 보면 10/15는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성공률로 계산하면 66.7%입니다. 일반적으로 페널티킥은 보통 70% 후반대 이상의 성공률을 기록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이 수치는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게다가 레알 마드리드 정도의 팀이라면 더더욱 실망스러운 기록이기도 합니다.

다른 팀들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바르셀로나는 10개 중 10개 성공, 성공률 100%입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7번 중 6번 성공으로 85.7%.  

챔피언스 리그에서 경쟁 중인 팀들 중에서는 파리 생제르맹(PSG)도 100% 성공률, 바이에른 뮌헨은 14개 중 13개 성공, 93.3% (해리 케인 덕분이죠), 인터 밀란은 78.6%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레알 마드리드보다 더 낮은 성공률을 가진 유일한 팀은 이번 화요일에 맞붙을 아스널입니다. 아스널의 성공률은 57.1%로, 매우 저조한 수준입니다.  

만약 두 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게 된다면, 정말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아래 차트가 보여주듯,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최소 10번 이상 페널티킥을 시도한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팀들 중 다섯 번째로 낮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마드리드가 겪고 있는 하락세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다음 그래픽에서 확인할 수 있듯, 최근 다섯 시즌 동안 페널티 성공률이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2019-20 시즌에는 완벽한 성공률을 자랑했지만, 그 이후 몇 시즌은 좋게 봐도 들쭉날쭉한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누가 페널티킥을 맡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페널티 성공률이 완벽했던 두 시즌 동안에는 세르히오 라모스와 카림 벤제마가 대부분의 페널티를 나눠서 맡았습니다. 물론 이 두 선수도 완벽하진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벤제마는 몇 년 전 오사수나와의 경기에서 7분 사이에 두 번 연속으로 페널티를 놓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라모스(2021년 이적)와 벤제마(2023년 이적)가 떠난 이후로 마드리드의 페널티 성공률이 하락한 것을 보면, 이들의 부재가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선수들이 전부 실력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음바페는 커리어 전체적으로 약 80%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2022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페널티킥 세 번(경기 중 두 번, 승부차기 한 번)을 모두 성공시킨 이력입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이번 시즌 전까진 정규 키커가 아니었지만, 한동안 페널티 연습을 꾸준히 해왔고, 기회를 기다려 왔습니다. 실제로 마지막 두 번을 실패하기 전까지는 7번 모두 성공시킨 기록도 있습니다.  

벨링엄은 유로 2024에서 잉글랜드 대표로 페널티를 성공시키며, 기술적 능력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성도 갖추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하락세를 초래하고 있을까요?  그 원인 중 하나는 ‘일관성 부족’으로 보입니다. 이 일관성 부족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됩니다.

하나는 페널티를 누가 차는지 계속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 페널티킥을 특정 선수 한 명에게 고정하지 않고 나눠서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기준으로 보면, 음바페가 8번을 시도하면서 사실상 주전 키커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7번은 벨링엄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나눠서 차고 있습니다.

이렇게 명확한 키커 없이 ‘순환제’처럼 운영하게 되면, 선수들이 경기 중 갑작스럽게 압박을 받거나 리듬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성공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여러 명의 선수가 페널티킥을 나눠 차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팀에서는 주전 키커 한 명이 중심을 잡고, 그 선수가 부재 중일 때만 다른 선수가 대신 차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의 경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다니 올모, 하피냐가 이번 시즌 페널티킥을 시도했지만, 후자의 두 선수는 레반도프스키가 경기장에 없을 때만 페널티를 맡았습니다.

인터 밀란도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총 다섯 명의 선수가 페널티를 시도했지만, 하칸 찰하노글루가 명백한 주전 키커이고, 그가 경기장에 있었음에도 다른 선수가 페널티를 찬 유일한 경우는, 지난 10월 챔피언스 리그에서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앞서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때 메흐디 타레미에게 팀 데뷔골 기회를 주기 위해 페널티킥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이런 방식이 아닙니다. 이번 시즌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벨링엄이 찬 모든 7번의 페널티킥 당시, 음바페는 경기장에 있었습니다.  

즉, 프랑스인을 제치고 다른 선수가 페널티를 찼다는 건 의도적인 결정이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나마 볼 수 있는 흐름이라면, 한 선수가 페널티를 실패한 이후 다음 키커가 바뀌는 경향입니다.  

음바페가 지난 11월 리버풀전에서 실축하자, 며칠 뒤 헤타페전에서는 벨링엄이 페널티를 차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패턴은 아틀레틱 클럽과 발렌시아와의 라리가 경기에서도 반복되었습니다.  챔피언스 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에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실축한 뒤에는, 다음 페널티를 음바페가 찼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즉, 페널티를 성공시켰다고 해서 다음번도 자동으로 그 선수가 찬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현재 페널티킥 키커 선정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결정하지만, 이는 선수들과의 논의를 거쳐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안첼로티 감독의 일반적인 팀 운영 스타일과도 부합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선수 개인별 페널티킥 방식에서도 일관성이 부족합니다.  

음바페는 이번 시즌에 멈칫하는 스텝(stutter step)과 매끄러운 러닝을 번갈아 사용했고, 킥 방식도 골키퍼의 움직임에 따라 차는 방식과 그렇지 않은 방식을 오가고 있습니다. 벨링엄은 발렌시아전에서 골대를 맞춘 장면에서 멈칫했다가 조르지뉴 스타일의 '홉 스텝'(hop step)을 시도했으며, 이 역시 명확히 고정된 루틴은 아니었습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도 다양한 러닝 방식을 시도해 왔습니다. 중간에 멈추는 듯한 동작, 양발 스텝으로 리듬을 꼬는 방식, 혹은 단순하고 부드러운 접근.

일관된 패턴이 없습니다.

이처럼 키커 선정 방식도 불명확하고, 선수 개개인의 킥 스타일도 들쭉날쭉하다 보니, 전체적인 페널티 성공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관점을 완전히 반대로 보면, 일관성이 없다고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양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즉, 골키퍼들이 페널티킥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경험한 결과들을 보면, 이런 시도가 과도한 고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골키퍼가 뭘 하든, 한결같이 자신 있게 차는 쪽이 더 나은 전략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한 명의 키커에 대해서는 일정한 ‘패턴’이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호아킨 케틀룬(Joaquin Ketlun)은 아르헨티나 출신 골키퍼로, 현재 아이슬란드 3부 리그의 KF 비디르(KF Vidir)에서 뛰고 있는 선수입니다. 현역 선수로서의 경력은 대단하지는 않지만, 틱톡에서 골키퍼 관련 콘텐츠와 분석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틱톡 영상

그는 최근 한 영상에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페널티킥 러닝 루틴에 '신호(tell)'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니시우스가 공 쪽으로 달려가다가 오른발로 멈추면, 골키퍼의 오른쪽으로 슛을 합니다. 반면, 양발로 멈추거나 스터터(멈칫하는 동작)를 할 경우, 몸을 열고 골키퍼의 왼쪽으로 찹니다. 최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처럼 러닝 도중 멈추지 않고 그대로 차는 경우에는, 보통 몸을 열고 높은 쪽으로 슛을 시도합니다."

케틀룬의 분석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이며, 그가 알아챘다면 상대팀의 스카우트들도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알아챈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접근 방식에는 예측 가능한 요소가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한 가지 덧붙일 점은, 레알 마드리드가 경기 중 얻는 일반적인 페널티킥(success rate 기준)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보였지만, 승부차기에서는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페인 슈퍼컵까지 포함하면 최근 승부차기에서 5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었고, 그 중에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리버풀을 탈락시킨 경기,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와의 승부, 그리고 2016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꺾고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결승전도 포함됩니다.  

이런 점은 레알 마드리드 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기 중에는 아무리 위태로워 보여도, 결국에는 트로피를 들고 있는 팀이니까요.

이 문제는 완전히 무의미할 수도 있고, 혹은 극도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페널티를 얻지 못하면 실패할 일도 없지만, 동시에 페널티킥 하나로 챔피언스 리그, 월드컵의 향방이 갈린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의 이번 시즌 페널티킥 성적이 작지 않은 우려의 요소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안첼로티 감독은 이제 좀 더 ‘일관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릅니다. 마르카의 보도에 따르면, 다음 페널티킥은 음바페가 차기로 이미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 위기(crisis de los penaltis)’가 진짜로 끝날지, 그 여부는 시간이 말해 줄 것입니다.

원문

(원문에 리버풀 탈락에 관해서 오류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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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필드 전술은 자기 스타일이라는게 있으니 어떻게 봐줄 수는 있어도, 명확한 규칙과 순서가 필요한 페널티까지 자율성을 보장하는건 좋게 봐주기가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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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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