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델레이 16강전 단상.
1.
솔직히 대진운이 좀. 선수단의 피로도가 한계치에 와 있는 상태였습니다. 사우디까지가서 벌어진 연장전+엘클. 거의 전경기 풀 출장하고 있는 뤼디거-발베르데-벨링엄-호드리구는 특히 그랬죠.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카르비도. 문제는 얘네들을 아예 뺄 수는 없는 대진이었다는 것. 아마 일정이 여유 있었다면 엘클 결승 라인업을 그대로 들고 나왔겠지만, 그 보수적인 안첼로티가 그나마 타협한 것이 카마빙가와 모드리치를 선발로 출장시킨 것이었다 봅니다.
카마빙가-발베르데의 조합은 확실히 스피드라는 면에서는 좋지만, 후방 빌드업에서의 견고함이랄까? 이런면이 다소간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모드리치는 솔직히 전방에 미치는 영향력이 잘 보이지 않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흐름 자체는 저희가 적어도 6:4 정도로 우위를 가져가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벨링엄이 우수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고,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도 나름의 역량은 보여주고 있었고. 그리고 상대도 아무래도 실점에 대한 대비가 강한 가운데 상대의 5백은 2명씩, 혹은 중앙미드필더도 각각 좌우로 합세하여 3명씩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를 견제하며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고, 공격할때에는 모라타-그리즈만을 향하는 롱패스가 주가 되었습니다. 수비는 곧잘 된 편이었으나 그래도 우리가 좀 기회를 잡았지만 운이 없었고, 공격할때 우리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는 디테일이 아쉬웠고 모라타-그리즈만이 그렇게 좋은 컨디션은 아녔고요.
다만, 어수선한 판정이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다소간 억까를 당한 그런 불운이 어쩌면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지 않았나 싶습니다. 굴절로 인한 골이 2골, 게다가 골대를 맞춘 것도 2장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교체를 했지만 키플레이어들의 체력이 한계치에 다다른 우리가 여력을 더 짜내긴 어려웠고요. 아마 다들 3번째 실점에서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들으셨을 거라 봅니다. 우리가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선수가 많은 것도 아닌데, 측면에서 제대로 크로스도 못올라 가더군요.
그래서 올시즌 트레블을 향한 여정은 여기까지. 연장에 안가고 졌으면 좋았겠지만? 눈치없이 벨링엄-호셀루가 동점골을 넣는 마당에 쩝.
2.
루닌은 확실히 선방에 있어선 A급 이상의 키퍼. 다만 다소간 억까를 하자면, 빌드업에서 선택지를 빠르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 조금 아쉽고, 페널티 에어리어안에서의 영향력...스위핑이랄까요 커버랄까요. 그런 부분이 좀 좁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2번째 실점장면이 굴절과 스핀이 있었어도, 어쩌면 막아줄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
3번째 실점장면에서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것은 추아메니의 커버. 축구를 좀 한다는 선수라면 이미 중앙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은 우리 팀 선수들이 마크 하고 있었으므로 그리즈만이 밀고 들어오는 루트를 차단했어야 합니다. 거기로 가지 않은 선택이 영 마뜩치가 않네요. 뭐랄까, 자기 역할 같은 것이 아직도 정돈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그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브라힘은 더비의 열기와 열정에 취한 나머지 가장 안좋은 시야가 좁은 드리블러의 모습을 보여주며 턴을 다소간 낭비했습니다. 이런 때일 수록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3.
벨링엄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저 덩치가 저렇게 흐느적대면서 양발로 섬세하게 드리블을, 그것도 상대 골문 근처에서 한다는 게 정말 대단합니다. 그저 이렇게 굴려지는게 미안할 뿐입니다. 우짜겠노.
젊은 친구들이 많은 만큼 팀 분위기가 신날때는 신나지만 또 가라앉을 때에는 한없이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금 다들 마음을 다잡고 더블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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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비 2024.01.192-1시점부터 봤는데 2,3번에 많이 공감이 가네요
추아메니는 느지막히 교체로 들어온 것까지 감안하면 굉장히 별로였다는 생각이 들고 브라힘도 활기를 불어넣는듯하면서도 템포를 끊어먹는게 좀 아쉬웠네요..
근데 뭐 떨어질거면 꼬마같은 강팀한테 지는게 명예로운 죽음 아닌가 싶기도 해서 엄청 아쉽지는 않고.. 리그랑 챔스 잘 해나가면 좋겠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4.01.19@아케비 4강에서 떨어지는 것보단 낫다고 자위해야죠 ㅎㅎ곱씹을수록 추멘이 아쉽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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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마리아 2024.01.19그냥 느낌이 무패행진 끊길 때 됐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아쉽게 졌네요. 일정상으로도 상당히 불리했고 선수들 지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당연히 패배라는 결과가 좋을 수는 없고 어차피 떨어진거 리가, 챔스에 집중했으면 좋겠네요.
오늘 경기까지 진짜 쉼 없이 달려온 선수들 몇몇 있는데 한 숨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4.01.19@디마리아 솔직히 아쉽긴 한데, 지나간 일이니 너무 의미부여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우리는 트레블 중 가장 쉬운 편인 컵 경기를 왜 매번 탈락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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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차타 2024.01.19스페인 사우디 항공이 6시간쯤 걸리더군요. 아무리 좋은 전세기라고 하더라도 왕복 12시간에 3연속 더비는 너무 빡셌습니다. 어설프게 3대회 노리는것보다는 훨씬 좋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벨 발빼고 귈러가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참 아쉽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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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4.01.19@아자차타 아직 귈러가 이런 박빙의 경기에 투입할 정도는 아니라고 안감독이 판단한 듯 합니다. 이해가 가기도 하고,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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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특공대 2024.01.19루닌이 선방은 좋은데....
문전 실수가 종종 나와서
안정감이 떨어지내요..
그래도 세컨 골키퍼가 이 정도 해주고 있어서
뭐라 말은 못하겠습니다.
연장전은 비니 욕하면서
조마조마,재미있게 봤습니다.
져서 기분은 나쁘지만
120분동안 꿀잼이었습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4.01.19@우주특공대 벨링엄 옵사골이 못내 아쉽긴 하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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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le 2024.01.19새벽에 눈 떠 다음날 컨디션 버려가면서 보는 입장에서 다 이기길 바래도 참 어쩔 수 없네요.
몇몇 얘기를 하자면 비니시우스는 저기만 가면 저 상태인데도 언제까지 꾹 참아가며 믿어줄 지 궁금하네요. 대체 얘 화내고 집중 못하는 모습을 이 새벽부터 봐야하나 모르겠습니다.
발베르데는 우루과이에서 주장 역할하고 있지만 이 선수단 사이에서 어떤 모습으로 주장할 지 궁금하네요. 실력적으론 의심의 여지 없으나 이런 끈적끈적하고 찝찝한 경기에서 조차 팀원이나 상대편에게 소극적으로 어필하고 땅만 바라볼 지.
추아메니는 본인이 교체로 나와서 그런가 뛰기 싫어하는 모습 같았습니다. 수비 커버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떨어지는 지 왼발잡이 스페셜리스트가 왼발로 슛 차는데도 그 자리 지키고 있더라고요. 자기 경기 리플레이 보는 선수로 알고 있는데 실점 장면 꼭 돌려봤으면 합니다. 젊고 에너지 넘칠 나이의 선수한테 바라는 수비는 크로스나 카세미루의 수비 적극성이 아녜요.
루닌은 좋은 피지컬로 공을 잘 밀어내나 여러가지 상황으로 자신이 판단해야할 순간이 오면 머뭇거리는 느낌입니다. 그게 지체 없이 실점으로 이어졌으니 더 말할 필요 없을 정도. 쿠르투와 보고 싶네요.
모드리치는 오늘 전 경기까지 세트피스 발 끝 감각이 좋아보였으나 오늘은 차는 코너킥 마다 다 짧게 갔는데 그걸로 컨디션 확인 다 했다 싶었어요.
쨌든 끝났으니 선수들도 좀..잘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4.01.19@Adele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추아메니는 많이 아쉽습니다. 발베르데는 전 리더십이 있는 선수라 믿어서...아마 자기 역할 잘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모드리치의 킥이 짧다는 건 체력과 근력의 문제기도 하죠. 85년생 38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