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라운드 비야레알전 단상.
상대가 올시즌 워낙에 부침을 겪고 어수선한 분위기인데다가, 30대 중반의 상대적으로 민첩성이 아쉬운 미드필더 2명을 빌드업에 사용한다는 것을 감안, 적극적으로 압박을 하며 상대를 공략했는데 그 노림수가 바로 통했던 경기였습니다.
1.
주전 미드필더의 줄부상으로 인해 꺼내들게 된 크로스와 발베르데를 내리는 4222 형태의 전술은 의외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노련한 크로스와 부지런한 발베르데가 합을 맞추며 공을 점유하고 돌리면서 기회가 되면 탁월한 롱패스능력을 바탕으로 좌측에서 우측앞 방향, 우측에서 좌측앞방향의 양방향으로 대각 공격전개를 할 수 있는 사기적인 조합이죠. 과연 추아메니와 카마빙가가 돌아오는 시점에서 어떻게 할지 궁금할 정도로요.
그 앞은 보통 벨링엄과 모드리치가 맡는데 결국 중앙의 4명이 축구력이라는 점에서는 더할 나위없는 도사들이다 보니 상대가 어중간한 수준이라면 장악이 수월합니다. 짧고 긴 패스를 전방향으로 뿌려대는 크로스는 물론이거니와, 모드리치 역시 번뜩이는 패스와 무브로 결정적인 국면을 곧잘 창출해내죠. 그러나 경기를 보면 볼수록 공격과 공격전개에서의 능력과는 별개로 둘다 수비, 특히 역습 수비 장면에서는 무게추로 작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결국 이 팀의 베스트 미들조합은 추아메니-카마빙가-가 합류한 시점에서야 나올 수 있지 않을까.
2.
제 생각과는 달리 호드리구의 짝으로 선택된 것은 브라힘이었습니다. 볼호그성 드리블 스타일과 약한 피지컬이 안첼로티가 기용을 꺼리는 요소가 될 거라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장점을 본 것 같아요. 우측 톱으로 기용되며 아주 넓게 포진하지는 않지만 너른 활동량과 창의적인 드리블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게다가 거의 완전한 양발에서 나오는 독특한 리듬감과 창의성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주전으로 기용해야만 한다...는 아니지만 여러모로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선수죠.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3.
윙포워드는 여러가지 역할이 있을 겁니다. 득점에 보다 치중하는 윙포도 있을 것이고, 드리블로 상대를 돌파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고. 호드리구는 아마 그 사이 어디에서 보다 결정적인 장면을 창출하는 윙포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드리블에 이은 골로 연이어 기세를 올렸던 경기 이후로 오히려 템포를 좀 다운 시키며, 무리하게 슛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보다 주위에 있는 동료를 이용하고 동료에게 내주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거의 라인에서 붙어서 공간이 넓은 곳에서 볼을 잡은 후,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본인 축구력을 바탕으로 다지선다를 던지며 공격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플레이 하는 것이 호드리구란 친구가 윙포에서 보일 수 있는 본래 역량이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플레이를 통해 득점에 가까운 순간을 자주만드는 플레이가 농익고 정확해지면 정말 말 그대로의 또다른 형태의 크랙이 되겠지요.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4.
벨링엄은 그냥 말이 필요 없는 선수에요. 기껏 보이는 단점은 다소 다혈질이고 신경전을 즐긴다는 것 정도. 팀에서 공격수 포함, 득점을 창출하거나 할 때 침투 움직임이 가장 좋은 선수가 벨링엄이란 건 참. 고대 괴수인 굴리트 얘기가 나오는게 다른 이유가 아니겠죠.
5.
알라바의 부상은 우리 센터백 뎁스를 생각하면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입니다. 시즌 내 복귀는 커녕, 복귀해서도 예전의 운동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예측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뤼디거는 올시즌 내내 혹사에 가깝게 기용되고 있습니다.
리그-챔스-컵 경기 모두 가시권에 들어 있는 지금, 성적을 내기 위해서라면, 단순히 구색을 맞추기 위한 선수가 아니라 그 이상 수준의 선수 영입이 필수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초대형 유망주가 되든, 노련하고 당장 즉전감으로 써야할 베테랑이 되든 빠르게 결정해서 겨울 이적시장에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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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 벨링엄 2023.12.18이번시즌만큼은 리그와 챔스 더블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니 겨울 이적시장 좀 잘 활용해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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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12.19@주드 벨링엄 사실 생각보다 정말 잘 버텼어요. 안첼로티의 공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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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aki 2023.12.19굴리트 얘기하시니까 생각나는데 벨링엄이 스피드까지 빨랐으면 주목도가 더 높았겠다 싶네요. 시원한 맛까지 보여줄 수 있었을 거라 유튜브에 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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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우주특공대 2023.12.19@Inaki 과유불급.....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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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12.19@Inaki 길쭉길쭉하긴 한데 폭발적이진 않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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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TheWeeknd 2023.12.19@Inaki 스피드도 준수하긴 한데 욕심 같아선 발베 수준으로 빨랐으면 더 개쩔었겠단 생각도 좀 드네요 사람 욕심이란게 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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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침착맨 2023.12.20@TheWeeknd 발베르데가 전성기 로번보다 빠른 걸로 아는데. 벨링엄이 이 다리 장착했으면 굴리트고 뭐고 밸붕일듯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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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차타 2023.12.19킥이나 속력에 있어서 덕배같은 폭발력이 없긴 한데 골결정력이 레벤수 전성기급이라 어떤식으로 성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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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12.19@아자차타 모르겠어요. 정말. 처음 보는 유형의 선수입니다. 1시즌 보고 나서야 뭐라 말할 수 있을듯. 정말 얘를 상수로 두고 팀을 운영할 수 있다는게 넘 사기인듯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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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TheWeeknd 2023.12.19*@아자차타 덕배도 스피드는 딱히 폭발적이진 않은거 같은..걔도 그냥 준수한 수준으로 봤네요 그동안 덕배 플레이 본 느낌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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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 2023.12.19항상 좋은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잘 부탁드리겟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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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12.20@콩깍지♥ 그냥 망글 일기장 같은 거에요 ㅎ콩깍지님도 글 많이 남겨주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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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로이스 2023.12.19사람들이 바랬던 어린시절 포그바에 대한 기대치가 현 벨링엄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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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12.20@마르코 로이스 아 말씀 듣고 보니 포그바 생각도 나긴 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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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젖 2023.12.20벨링엄은 포워드 전향시켜도 잘 할 것 같고, 풀백도 보라면 볼 것 같아요. 골키퍼 센터백 제외 뭐든지 다 잘 할 것 같은 놀라운 녀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