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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수요일 5시

떠나는 아자르를 회고하며..

UXLee 2023.06.13 01:23 조회 8,329 추천 6

아시다시피 '이든 해저드'라고 욕먹던 아자르가 계약해지로 떠났습니다.


레알팬들 사이에서도 몇 년 동안 많은 욕을 먹던 친구였는데, 그냥 욕만 먹고 떠나기에는 안타까운 면도 있어서 그를 반추하며 작별인사를 해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자르는 다소 독일인(?)스러운 특이한 개성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플레이스타일 말고, 성격적인 측면에서요.


보통의 슈퍼스타들은 자신의 에고가 매우 강하며, 적극적인 자기표현이 익숙한 서구권 문화 상 "내가 최고야. 너넨 다 틀렸어."라는 식의 발언을 일상적으로 하곤 합니다. 그 극단의 예가 즐라탄이겠지요. 


그런데 아자르는 자기객관화를 상당히 냉정하게 내리고, 그것을 차분하면서도 겸손하게 언론에 표현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 부분이 독일인스럽다고 앞서 표현한건데, 흔히 토니 크로스가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요. 자신의 에고보다도 깔끔하고 과한 욕심없이 상황을 바라보는 경향이요.


아자르를 그렇게 생각하는 몇몇 사례로

2022년 월드컵 때 "나도 그렇고 팀원들도 트로사르가 선발일 줄 알았는데, 왜 경기에 뛰지도 못하고 있는 내가 선발인지 의아했다."라고 인터뷰 했던 부분,


또 부진을 거듭하고 선발 라인에서 제외되자 "내가 부족해서 그렇고 팬들의 불만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한 부분, 등등 꽤 많은 인터뷰를 통해 아자르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과거 베일이 "레알팬들이 나를 욕하는데 내가 잘 할 수가 있나?"라고 어이없게 인터뷰했던 사고방식과는 매우 상반되지요.


저는 그래서 아자르가 밉지는 않습니다. 물론 간간이 나올 때도 폼이 안좋기는 했지만, 사실 안첼로티의 소극적 로테이션 탓에 후반부에는 좀 과하게 기회를 못 받은 억울함도 있었을건데 그걸 표현하지 않았지요.

또 이건 마리아노나 오드리와도 좀 결이 다릅니다. 그 둘은 어릴때부터 진성 레알팬이어서 레알 유니폼만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목표를 달성한 느낌이었고, 그래서 계약만료까지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죠. 근데 아자르는 물론 레알팬이라고는 하지만, 여러 뉘앙스 상 그 둘과 같은 느낌 정도는 아니었고 챔스 우승 후에도 "내가 기여한 게 없었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기쁘지 못했다" 같은 승부욕과 자존심도 가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많은 레알팬들이 아자르를 욕하는 이유가 첫째, 과한 이적료와 주급으로 인한 리빌딩의 지연 + 둘째, 식단조절 실패로 인한 경기력 저하로 보입니다.


그를 위해 약간의 변을 하자면 우선 첫번째 이유는 굳이 따지면 아자르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페레즈와 '아자르를 그렇게 원하고 잘 쓰지도 못했던 2기 지단'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뭐 물론 외데고르처럼 쌩뚱맞은 포지션에 뛰게 한게 아니라, 꽤나 적당한 포지션/롤을 맡겼는데도 못한 부분은 지단 입장에서도 당혹스럽긴 하겠죠)


 사실 막대한 이적료도 맥락없이 튀어나왔다기 보다는 꼬마가 그리즈만 판 돈으로 그대로 주앙 펠릭스 샀었던 것처럼, 레알도 호날두를 1억 유로로 판 돈으로 빠르게 대체자를 구해야 했기에 그에 상응하는 돈으로 (1년 뒤에) 질렀었지요.  뒤돌아보니 주급도 과했지만, 메시가 (추후 연봉계약서가 발표되었죠) 미친 기이한 주급으로 바르샤 재정을 파탄내는데 큰 지분을 차지했어도 아무도 메시를 탓하지 않고 그렇게 안일하게 퍼줬던 회장을 욕했던 것처럼 많은 주급을 준 것을 온전히 아자르의 탓을 하기에는 과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메시는 잘 하기라도 했지, 아자르는 그 돈 받고 뭐 한게 없지 않냐'라고 지적하실 수 있고, 그 대표적인 미운털 사건으로 두번째, 식단조절 실패를 들 수 있겠지요. 아자르는 아시다시피 첼시 시절부터 '게으른 천재' 였습니다. 훈련을 성실히 하지 않았고, 문제가 되었던 식단조절도 첼시 시절에도 매시즌 하는 연례행사(?)였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것도 그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프로는 어떤 행동을 하든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고, 그는 첼시에서의 대성공 방정식에 본인의 상수(=식단)가 문제가 안되었기에 레알 초반에도 그렇게 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실 지단도 흡연자였잖아요) 문제는 그렇게 행동하는게 안 좋다는 것을 경험한 후에 바뀌었느냐, 안 바뀌었냐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아자르가 충분히 노력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 뒤 시즌마다 체중조절을 잘 해서 나타났거든요. 물론 어떤 시즌은 조금 살이 오르긴 했지만, 제가 기억하기로 잠깐이었지 한 시즌 내내 살이 플레이에 문제가 될 정도로 찌고 그랬던 적은 없던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워낙 햄버거라는 프레임이 강력한 임팩트를 가져서 좀 걸그룹 데뷔 전 식단 체크하는 느낌으로 다들 눈 크게 뜨고 노려봐서 민감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연상이 되는게 아무래도 베일 입니다. 베일이 아자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레알에서 굵직굵직한 업적들을 서포트 했지만, 저는 베일이 더 싫습니다. 그가 말년에 보여준 불성실한 태도와 기만적 행위, 발언들, 마음은 떠났는데 에이전트 통해 언플하면서 어떻게든 돈을 뽑아내려한 집착은 팬으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릴 정도로 다소 혐오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레알마드리드가 1등해서 팬을 하고, 2등을 한다고 떠나는 팬이 아닌걸요. 하지만 과거 옆 동네 흑인/백인 선수처럼 일본 투어가서 동아시아인 대놓고 인종차별하고, 제대로 반성도 안하고 이런 선수들이 계속 팀에 있으면 팬 안할 거 같습니다.(발베르데는.. 아픈 손가락이지만 적어도 변명하지 않고 바로 사과했으니 넘어가려 합니다) 


그런면에서 아자르는 그래도 끝까지 노력했고, 매너를 지켰고, 끝날 때도 깔끔하게 떠나려 한 점에서 고맙지는 않지만, 적어도 고생했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계속 출전제외 되어도 말년 이스코처럼 볼멘소리 없이 묵묵히 있고, 우승 세레모니할때도 적어도 분위기 초치지 않게 웃는 얼굴로 같이 어울리고 그런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돈 많이 받으니 웃을 수 있는거 아니냐"라고 별거 아닌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에고가 큰 슈퍼스타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당장 첼시의 루카쿠만 생각해보아도 알 수 있지요. 그런 팀원이 있는 팀에서 과연 우승까지 분위기가 순조롭게 단합될 수 있었을까요? 적어도 시즌 중에 스키 타러가서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으며(노이어처럼) 부상 회복 과정 중에 이곳저곳 놀러가면서 재활에 충실하지 않았지도 않았으며(포그바처럼) 훈련 중에 불성실한 태도로 문제가 되지도 않았습니다.(델리알리처럼) 


저 역시 레알에서의 아자르를 딱히 좋아한 적은 없지만 (좋아하기에는 보여준 게 없으니) 그래도 팬들에게도 역적으로 떠나는 모습이 마음이 안 좋아서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사실인지, 에이전트 쪽 언플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론보도를 보면 계약해지 때도 위약금 안 받으려 하다가 구단에서 제의해서 1/3 정도로 합의했다고 하네요. 팬분들도 떠나는 선수에게 너무 악감정 가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외부인이나 라이트팬들의 경우 스탯적인 차원에서만 선수를 평가하니 먹튀네, 나쁜놈이네 그럴 수 있지만,, 이런 정성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구단팬들이 선수를 품어주지 않으면 세상 누가 품어주겠습니까.

아무쪼록 아자르가 좋은 말년 보내고 은퇴하였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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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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