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첼로티와 압박.
코멘에서 압박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잠깐 든 생각입니다.
1.
10년 넘은, '카를로 안첼로티의 전술론'이란 글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아마 안첼로티의 전술관을 한눈에 보여주는...(변하지 않았다면요)
'감독이 어떠한 전술을 선택할까를 결정하는 최대 요소는 팀이 어떤 선수를 보유하고 있느냐지 감독 자신의 이상과 전술사상이 아니다.'
또한 안첼로티의 성향을 보여주는 몇몇 구절이 있습니다.
'나 자신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점유에 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점유를 중시할지, 카운터를 주체로 한 전술을 활용할지는 팀을 구성하는 선수의 자질과 능력에 맞춰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점유를 통해 주도권을 쥐고 공격을 만들어나가기보다도 롱패스와 속공에 의한 카운터 어택을 기본으로 채택하는 쪽이 실점의 리스크는 훨씬 적다.'
'점유는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리듬을 컨트롤할 수 있으나, 패스를 연결하며 볼을 계속 소유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팀의 조직적인 밸런스가 붕괴된다.'
'로우라인 프레싱(프레싱 바소) - 볼에 가까운 선수가 단독으로 압박을 가하고 동료가 복귀하는 시간을 벌어 자기진영 안에서 수비진형을 정비한 다음에 조직적인 액션을 취하는 것'
2.
현재 안첼로티는 레알 공격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비니시우스의 스피드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그 공격을 보다 유려하게 만들어주고 완성시키는 축인 벤제마가 중요도 자체는 더 높지만(아예 대체가 불가능하므로), 일단 주무기는 비니시우스라는거.
따라서 카운터 어택 - 로우라인 프레싱을 레알의 주전술로 삼은거죠. 문제는 이게 어떻게 보면 능동적으로 주도권을 잡는다기 보다는 라인을 올리는 상대에 맞춘 수동적인 전술이라는 것.
물론 상황에 따라 상대가 약팀이고 굳히는 수비를 하고 있다면 라인을 올려 상대를 공격하지만, 비교적 밸런스를 추구하는 안첼로티가 전술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선수들을 오프더볼을 이용해 중앙이나 박스로 투입하며 숫자를 늘리는 건 우리가 끌려다니고 있을때나 기용하는 수로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 압박은 상대에게 뺏길 경우, 근처 2-3명이 잠시 압박을 가해서 상대가 빠르게 카운터 어택을 하지 못하도록 시간을 지연시킨 후 대형을 취하는 형태가 많습니다. 이 움직임을 가장 잘 수행하는 선수가 바로 발베르데죠.
3.
아예 선수가 해줘라는 식의 전술로 내던지는 수준은 절대 아니지만(상황에 따라 전술을 변화시키는 것이 2기 안첼로티호를 보는 묘미라 생각해요), 이러한 식의 대응-수동적 -카운터 전술은 결국 주축이 되는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에 많이 달려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긴 리그 레이스에서 종종 고꾸라지는 거.
다만 토너먼트에선 일품이죠. 특히 능동적으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라인을 올리는 강팀이 많은 챔스에서는 더더욱요. 우리가 여러 포지션에 아쉬운 소리를 해도 다른 팀과 1대1대응을 했을 때에는 보통 우리 팀 선수들이 보다 우월한 경우가 일반적이죠.
4.
보다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는 성향의 감독이 한번쯤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그런데, 누가 오든지간에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두긴 힘드리라는 생각에, 그나마 안첼로티를 계속 지지하게 보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암튼 토너먼트의 귀재 답게 내일 벌어질 코파 델레이 엘클도 승리로 이끌었음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레비도, 페드리도 없는 바르샤에게 진다? 변명의 여지가 없죠.
댓글 12
-
페레스의 로망 2023.03.02지난 시즌 초반만 해도 전방압박을 통한 전술을 한 번 시도했는데 결국 실패로 귀결된 게 생각나네요. 선수 구성과 전술 측면에서 같이 보자면 양풀백들이 온전치 않거나 온전하더라도 공격 작업에 영향을 거의 못 주는 상황이라 두줄 수비가 많은 리가에서 고전을 더 많이 하는 듯 합니다. 기동성과 역동성이 낮은 크카모에 양쪽 풀백 다 만족스럽지 못 하니 잘 안 굴러갔고 다시 회귀한 부분도 크다고 생각이 드네요. 다시 말하면 또 \'맞춤전술\'인 셈이지만.
공격의 부분에서는 저는 역으로 벤제마와 비니 중심으로 좁은 공간을 팔 수밖에 없는 부분에 풀백들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역동성이 좋은 빙가가 좌풀백으로 나왔을 때와 아닐 때를 비교해보면 좌측에서 선수들간 간격이나 공간 창출이 차이가 꽤 나거든요. 풀백들만 바꿔도 벤제마-비니 의존도가 꽤나 해소될 것 같습니다. 물론 또 크로스 중심의 방향전환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ㅠ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03.02@페레스의 로망 거친 파울을 바탕으로 한 두줄 수비를 뚫어내려면 좀 더 전방에 인원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데 안첼로티가 그런 성향도 아니고 말씀대로 지금 풀백들도 영 아쉬운 상황이긴 해요.
비니시우스랑 발을 맞춘 풀백들이 꽤 많은데...발을 맞춘 풀백들 역량도 부족하지만, 비니시우스가 풀백을 이용하는 이지선다가 좀 어색한 부분도 있습니다. 아직도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니...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ㅎㅎ -
sonreal7 2023.03.02비니시우스 스피드를 활용하는게 확실히 저번시즌 챔스에서 더 잘먹혔던거같아요 저번시즌 챔스에서 안첼이 원하는대로 비니의스피드를 활용할수있었던건 말씀대로 벤제마 덕이 가장 큰것같고..
안첼이 가진 가장 큰 문제가 주도권갖기위한 압박시스템 부족 이거하나인거같은데
이 문제는 주도권을 가질수없는 팀 상대로 선제실점을 했을때인데.. 제 생각에 이런 상황에 안첼감독이 상대를 압박하는 대응을 잘해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 순전히 운이 좋아서(비니시우스의 진짜 말도안되는 단독돌파나 벤제마의 말도안되는 신들린 원터치슛감각이라던가..) 따라가는 골 넣는 경우가 대부분인거 같아요.
지단때는 선제실점했을때나 주도권을 가져오기위한 압박시스템이 괜찮앗던가요? 제 기억에는 지단땐 챔스에서 거의 선제실점을 안해서 주도권을 빼앗기위해서 에너지레벨을 올리고 압박시스템을 빡세게 가동한적이 없었던거같네요.오히려 상대가 주도권 잡기위해 압박들어오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챔스경기가 대부분이었던거같은..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03.02@sonreal7 음. 말씀대로 팀의 특징을 살리는 부분도 있는 반면, 안첼로티 본인이 강력한 전방압박+탈취 전술을 잘 못짜는 부분도 있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선제 실점을 하면 예의 강팀들 보다도 상당히 끌려다니게 되는 것 같고.
지단 역시 안첼로티의 제자죠. 안첼로티보다는 점유와 주도권을 좀 더 중시하는 부분도 있지만, 역시 전방압박의 강도가 대단히 높다든지, 질서가 있다든지 했던 건 아니었다 생각합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sonreal7 2023.03.02@마요 토니크로스같은 원래부터 상대를 쫀쫀하게 압박하는데 약점이 있는 선수거나 아니면 모드리치처럼 나이가많아서 스피디하고쫀쫀한 압박망, 압박타이밍을 작동시키지못하는 선수가 스쿼드에 포함될때 무조건적으로 안고 가야하는 리스크일까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압박시스템을 짜는건 선수구성의 문제가 더 중요해 보이는것 같기도하네요.. 로페테기가 압박탈취주도권축구 비슷한거 뭐 해보려다가 폭망했던 기억도 있기도하고..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03.02@sonreal7 압박과 탈압박이 현대 축구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또 그게 축구 전술의 전부는 아니기도 하죠. 아무리 조직적이고 질서있는 압박을 행하더라도 높은 라인에서의 압박은 선수 체력을 갉아먹는 부분이 있고, 뒷 공간에 대한 리스크가 노출이 되니까....
토니야 상대를 피해 팀의 공격방향을 설정하는데에는 가히 1-2인자를 다투는 양반이고, 모드리치는 플레이메이커로서 공을 키핑하며 전방에 창의성을 불러넣을 수 있는 발롱도러고.
이 둘의 장점이 전방압박 전술을 구사하기 어려운 단점(이건 뭐 감독 특징이기도 합니다만)을 상회하는 부분이 있었고, 다만 나이를 먹고 활동량이 줄고, 플레이 정확도가 줄어드는 시점이 온 이후부터는 말씀하셨던 리스크가 슬슬 커지고 있어서 더 젊고 기민한 자원을 쓰자는 요구가 계속 있었던 것 같고요.
텐하흐도 날두를 최전방에 세우는 형태로는 압박하는 축구가 어려웠죠. 선수 구성, 그리고 감독의 전술적 지향점...그런게 모두 어우러져야 전방압박을 하는 축구가 잘 되는 거고.
다만 서두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지만, 전방압박 축구가 축구의 정점이자 가장 모범이 되는 전술은 아니니까요. 결국은 상성도 중요하고, 그때 그때의 대응도 중요한 것 같아요. 부분 지역 전술이나, 선수 개인의 능력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고... -
subdirectory_arrow_right sonreal7 2023.03.02*@마요 리가는 비기면 손해니까 손해라봐야겠고..
챔스에서 선제실점안하고 정규시간안에 어쨋든 승부봐서 이기는 경기하면 지금의 수동적인 전술이 챔스대회에서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지금 팀이 실점안하고 버틸수만있으면 어찌됐든 한골만넣고 이기더라도 이길확률이 높은 희안한 팀이라고 생각 해서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들거든요
후반 막판까지도 순간적인 스프린트로 공간찢어버릴수있는 발베르데 비니시우스가 있어서 이렇게 생각드는건지..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03.02@sonreal7 라인을 올리고 전방압박을 시도하는 팀이라면 우리가 하드카운터가 될 수 있겠죠. 챔스의 강팀들이 대부분 주도권을 잡으려 할테니 분명 우리가 유리할테고.
다만, 우리가 상대의 전방압박이나 공격을 버텨내질 못한다면 걍 와르르 무너지는 거고요. 안첼로티가 근래들어 공격이 어떻다기 보다는 수비집중력을 유독 강조하는 것도 그런 연유인거 같아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안뱅바요르~ 2023.03.02@sonreal7 비슷한 주제로 코멘에서도 얘기했었지만
크로스의 뮌헨 시절이나 국대 때 모습을 떠올려 보자면 압박에 약점이 있는 선수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본인의 축구력을 바탕으로 팀단위 압박을 해나가는데 있어
일인분 이상을 충분히 잘 수행한다고 봅니다
다만 본문에서 언급해주신 프레싱 바소라는 개념 하에서의 역습을 잠시 지연시키기 위한 개인압박전술이 크로스에게는 피지컬적인 제약으로 맞지 않는 옷인것 같습니다
크로승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03.02@안뱅바요르~ 뭐, 단순히 크로스가 압박을 못한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고, 오히려 크로스의 전진압박은 감독이나 코치의 주문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다만 기민한 부분이 떨어져서 1:1 수비 같은데에서는 좀 에러가 있는 것 같고...
-
마르코 로이스 2023.03.02현대축구가 압박과 역압박 그리고 빠른 공수전환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만 막상 그 팀들이 메이저 토너먼트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었는가를 생각하면 이것 또한 완전무결한 전술이 아니라는걸 알 수 있겠죠 그걸 증명한 것이 작년 챔스 토너먼트였던거 같구요
이런걸 보면 선수의 기동성과 감독의 압박 전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결국 필드에서 뛰는 선수의 기량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있네요
사실 생각해보면 게임이 아닌 사람이 하는 스포츠기 때문에 기량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건 어쩌면 당연한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
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3.03.02@마르코 로이스 결국 소위 TOP10선수들을 보면 걍 전술이고 뭐고를 넘어 그네들의 기량만으로 당대를 지배한 선수들이죠. 그렇다고 해서 얘네들이 모든 우승을 휩쓴것도 아니고...
전술이라는게 서로 상성이라는게 있고, 선수들간의 기량도 사실상 종이 한장씩 차이라...이미 10여년전에 전방압박의 카운터가 전진한 상대 뒷공간을 노리는 빠른 역습이라는게 나와 있었고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같기도 해요. 포터를 보면 선수보다도 감독이 확실히 팀을 망칠? 수는 있는 것 같은데;;;(본인이 의도한건 아니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