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 보면서 든 잡생각들
자택근무도 있고, 업무에 자율성이 생겨서 모처럼 매 중계마다 다 챙겨봤네요. 와... 축게도 축게지만 레매 자체에 글 쓰는게 얼마만인지...
제가 제일 처음으로 월드컵을 본건 94년 미국월드컵부터 봤네요. 그 전에도 90년 월드컵 당시에는 꼬맹이시절도 안되어서 채널 틱틱틱 돌리다가 황보관이 중거리슛 부아아앙 날리던건 어떻게 보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축구에 관심가지고 보게된건 94년부터 보게됐네요. 여자 테니스 선수처럼 헤어밴드에 긴 금발머리 휘몰아치며 공차던 라르손 참 좋아했는데 셀틱에서 다시만난 라르손은 머리도 걍 다 밀고 해서 안경벗은 석천이 형인가 싶기도 했었네요. 아무튼,
전술이나 트렌드, 이런거는 다들 잘 아시고 토론도 활발히 이루어지는거 같으니까 전 그냥 즐길거리로서의 월드컵에대해 적어보려 하는데...
1. 로이킨 "골 세레모니로 춤추고 뭐 어쩌고 존중이 어쩌고"
뭐 삼바축구야 보는사람이 즐겁고 월드컵에서 댄스 세레모니는 항상 있어오지 않았나 싶은데, 뭐 골 먹히고 당하는 입장에서야 그렇게 편하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근데 전 딱히 존중하지 않는다, 라거나 불편하다거나 생각하지 않는 편이라서요.
이런저런 의견이 있으시겠지만 전 이거 좋아하거든요, 댄스 세레모니. 월드컵이라 하면 "세계인의 축제" 라는 말인데, 즐겁자고 하는 축제인데, 댄스야말로 축제를 즐기는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여태껏 베베토도 호마리우하고 요람세레모니로 유명하고, 우리 팀이었던 하메스도 콜롬비아 국대에서 춤도 추고 하는데, 로이킨 이 양반은 그날 뭐 좀 거슬렸나 봅니다. 뭐 다들 저마다의 의견이 있고, 티배깅 당한다는 느낌도 없잖아 있는데, 누구 추모경기도 아니고 엄숙한 분위기도 아닌데, 세계인의 축제기간에는 허용범위라고 생각해서 당해도 즐거웠네요 ㅎㅎ
말 하다보니까 상대방에 대한 존중, 이게 세레모니 뿐만이 아니라 경기중 사포나 물개 드리블, 알까기 등으로 상대방을 제치면 농락 및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 점이 좀 걸리더군요. 브라질 선수들은 그런 화려하고 보는 사람이 즐거운 축구를 하는게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뭐 워낙 어려서부터 유럽진출을 하고 브라질의 아이덴티티가 입혀지기도 전부터 유럽축구를 받아들여서 평범한 빌드업 축구나 드리블도 화려함보다는 효율을 추구하게 되다보니 브라질이 예전의 브라질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가 싶기도 하네요. 솔직히 테레비로 유럽축구 보는 입장에서는, 그런 비난이고 야유고 무시하고 화려한 드리블좀 팍팍 써서 제끼는 그런 유형의 깡 있고 살짝 좀 똘끼도 있는 선수들이 자주 나오길 빕니다. 아 왜 거 있잖아요, 테크모 월드컵같이 싱가라던가 바나나킥이라던가....
2. 골키퍼의 빌드업 참여
세계축구의 트렌드중 하나, 빌드업 축구 말입니다만, 패스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상대진영 침투효율의 극대화 및 공수전환 등등 이러저러한 목적을 가진 전술입니다만, 이 빌드업에 골키퍼가 참여하게 되고 골키퍼의 킥으로 한번에 상대방의 진영까지 바로 전달할수 있는 이점등을 위해서 소위 발밑이 좋은 골키퍼, 들이 각광을 받고있는 추세라네요.
아 근데 전 이거 싫어요. 골키퍼면 걍 선방이 최우선 덕목인거같아요. 요즘 감독들 보면 걍 빌드업 잘하는 골키퍼가 아니라, 공격진 미드진 수비진, 그리고 손 써도 되는 수비수 하나 더, 라는 느낌같아요.
골키퍼라면 최후방 관문으로서 안정감 있는게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뭐 킥 까짓거 좀 딸려도 펀칭할때 펀칭하고 후려 까서 내보낼땐 내보내고, 공을 확실하게 잡아세우거나 멀리 차서 내보내는게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제일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어느 특정 골키퍼 저격하는 글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ㅎㅎ
앞으로 4강전, 3,4위전, 결승전이 남았는데, 어떻게 전개될지 참 아리송하네요. 제 예상 및 바램은 5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빗나갔는데, 프잉전 만큼은 원하던대로 되어서 참 기쁘네요. 이상하게 잉국 선수들은 아직까지 좀 정이 안가서.... 뭐 프리미어리그가 최고다, 우리가 최고다 하는데, 정작 잉국 선수들은 최고 선수들 불러다가 들러리같은 느낌들이라... 딱히 케인 말고는 각 팀 에이스들은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인지라.
전 유연하고 드리블 잘하는 화려한 선수를 좋아하는데, 왜 있잖아요, 울팀 레전드 프랑스 대머리랑 앞니 살짝 벌어진 브라질 대머리랑 둘 다 유연하고 화려하고 킥 좋고... ㅎㅎㅎ 근데 잉국선수들 이미지는 베컴덕인지, 탓인지, 화려한 드리블따위보다 효율좋은 킥 및 몸빵이라는 선입견이 아직까지 지배적이네요. 잘 하는건 인정하지만 딱히 좀 즐겨보고 싶은 마음은 아직까지 안든다 뭐 이런거.
암튼 뭐 남은 경기들에 대해서는 말도 못하겠네요 역레발이고 저주고, 걍 입 다물고 있으려고요. 뭐 우리 레메 회원이라면 응원하는 두 팀 뭐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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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 2022.12.12와 글 읽기 좋게 잘 쓰시네요 부럽당.
인종차별적인 드립이나 개그는 어디까지 허용해야하는가? 같은 맥락인거 같아요. 누군가는 불편할 수 있다면 그건 PC하지 않다~ 라는게 요즘 분위기다 보니. 근데 로이킨이 저러는건 사실 좀 웃기긴 해요. 선수나 감독 시절 안풀리면 욕하고 물건 부수던건 얼마나 남에 대한 존중이 흘러넘쳤다고. -
subdirectory_arrow_right 밤의황제 2022.12.12@라그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드는 월드컵이네요 ㅎㅎ 골 넣고 난 후의 세레모니는 월드컵이던 어떤 대회던 프로모션의 용도로 쓰이기도 하는데 댄스는 안되고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서 쉿 하거나 포효하는건 안되고, 그냥 선 넘지 않는 선에서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줬으면 좋겠는데 그 선이라는게 다들 기준이 달라서 어렵네요.
세계인의 축제라는 말에 어울리게 선수들이고 팬들이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라젖 2022.12.132번에 동감합니다. 우선 잘 막아야 좋은 골리죠. 발밑은 플러스알파 같은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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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2022.12.13모욕을 지나치게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죠 ㅎㅎ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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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발 2022.12.13삼바댄스도 크로아티아 전 골넣고는 춤못추더라구요.. 급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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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shed 2022.12.13좋은 글 잘 봤습니다. 첫번째 세러머니 부분은 스포츠의 속성중에 극기도 있지만 오락의 요소가 분명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댄스 세레모니를 통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하는것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겠지만 점수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감독과 같이 춤추는건 좀 선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한 장면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골리에 관한 내용은 현대축구 메타가 상대의 공격을 잘 막자는 것에서 차라리 공격당하는 횟수를 줄이자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빌드업형 키퍼가 각광받게 되었는데 저도 엄청 안좋아합니다. 제가 한창 격투기 즐겨볼 때 화려한 타격스킬로 역대급 선수 등장이라며 각광받던 한국의 모 선수가 생각나더군요. 그 친구도 결국 수비를 도외시한 플레이를 일삼다가 임자 몇번 만나고 추락하고 말았는데 결국 종목 불문하고 최소한의 기본은 챙기고 자기 할거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