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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내일 5시

04/05 카시야스는 왜 위대한 선수인가

라그 2022.07.12 01:24 조회 6,055 추천 5


1.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사실 전 카시야스 싫어합니다. 무리뉴와의 갈등, 그리고 그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프로 선수 의식 부재를 너무 많이 느꼈고,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면서 말년에 마드리드에 민폐를 많이 끼쳤거든요. 한때 리더십의 상징이었던 선수가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까지 언급되게 되버렸구요. 포르투에 가서 뛸 때의 기량을 봤을 때 사실 12-13 시즌부터 시작된 감독 간의 불화로 인한 폼 저하, 그리고 불운한 부상이 없었더라면 더 긴 시간 뛰면서 마드리드에 공헌할 수 있었을 겁니다. 레매 올드비 중에서는 카시야스 많이 까서 절 불편하게 여기시는 분도 많았구요.


 하지만 그와 별개로, 카시야스가 눈부신 능력을 가진 골키퍼라는 건 부정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나 04-05 카시야스는 정말 미친 기량의 선수였거든요. 흔히 선수마다 한번 정도 있는 몬스터 시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위상이 정말 대단합니다.

 당시 마드리드에 대한 설명을 좀 하자면 갈락티코 1기 당시 소위 지단&파본 정책으로 수비는 유스 승격시킨다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가, 얕은 백업진 때문에 충격적인 4위를 한 다음 시즌입니다. (바로 마켈레레가 빠져서 망했다..라고 흔히 오해받는 03-04 시즌입니다) 구단은 시즌 막바지 5연속 패배와 4위라는 충격적인 리그 순위에 분노해서 우드게이트/사무엘/오웬/그라베센이라는 전 포지션을 보강합니다. 하지만 오언을 제외한 셋은 경기에 아예 못 나오거나 눈 썩는 경기력을 선보였고(사실 오언조차 주전급 활약이라고 하긴 어려웠고) 이는 카시야스라는 골리의 절대적인 기량에 의존하는 시즌이 되었습니다. 한 경기에 유효슈팅만 5개씩 날라왔으니, 그야 말로 끔찍한 시즌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당 실점은 1.0이 안된, 말도 안되는 시즌입니다. 그냥 불가능해보이는 상황에서도 그 짧은 체구로 어떻게든 공을 쳐냈어요. 

 단순히 말로만 잘한다 잘한다 하는게 아니라 현 시대 탑 골리 10명의 커리어 하이 시즌과 한번 비교해볼게요. 현재의 최고 골키퍼로 꼽히는 선수들과, 골리 계의 레전드 부폰을 추가해봤습니다. 쿠르투아, 알리송, 데헤아, 나바스, 부폰, 노이어, 카시야스, 돈나룸마, 슈테겐, 오블락까지 해서 총 10명을 비교해볼게요. 풀시즌이 아닌 시즌과, 5대 리그 밖의(쿠르투아의 벨기에 기록 정도) 기록은 제외했습니다.



2.


 보시면 아시겠지만, 첫 번째 표는 10명의 골키퍼의 가장 선방률이 높았던 시즌을 표시한겁니다. 카시야스는 탑 골리의 커리어 하이라고 보통 일컫는 80%를 넘어 84%대를 유일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표는 각 골리가 세이브를 가장 많이 한 시즌을 정리한 겁니다. 주로 빅클럽을 가기 전 수비가 부실한 팀에 있을 때 세운 경우가 많죠. 여기서도 카시야스는 최다 세이브 164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수비가 어느정도 좋은 팀을 주로 다녔던 쿠르투아는 아예 커리어에서 단 한번도 시즌 100세이브를 찍어본 적이 없군요. 



3.

 일반적으로 골키퍼의 기량이 동일하다는 전제 아래서는 선방률은 팀의 수비가 좋으면 오르고, 세이브 갯수는 팀의 수비가 안 좋으면 많아집니다. 가령 11-12 부폰은 유베의 막강한 수비를 기반으로 한 선방률이기도 하죠. 수비가 좋으면 유효 슈팅의 질도 같이 떨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상대적으로 선방률은 오릅니다. 부폰도 98-99 시즌처럼 많은 유효 슈팅을 허용하면 세이브 갯수는 늘어날지언정 선방률은 80.6%로 고점 기준보다 떨어집니다. 물론 골키퍼의 기량과 폼은 동일하지 않고 매년 변동이 있기 때문에 오블락이나 나바스의 고점 시즌처럼 팀의 수비가 안 좋아도 좋은 선방률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카시야스도 마찬가지구요. 


 결국 '몇 % 차이 안나는거 아냐? 별로 차이 안나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탑 골키퍼의 커리어 하이와 비교를 해서 그럴 뿐더러, 이 몇 %가 가져오는 승리기여도는 결코 낮지 않습니다. 숫자로 환산하면 그 몇 %는 3~8골을 더 막은 걸로 환산될 수 있는데 이 중 승점과 무관한 선방을 제외하더라도 결정적인 패배를 막거나, 승리를 지킨 선방이 반정도인 2~4골만 되어도 승점 4~12점이 차이가 날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소위 탑 골리의 커리어 평균적인 선방률은 72~77% 정도입니다. 04-05 카시야스의 경우는 84.5%죠. 보통 한 시즌 유효슈팅을 140개 정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14골 ~ 16골을 더 막아주는 효과입니다. 리그의 평균적인 골키퍼가 아니라, 시대를 풍미한 탑 골키퍼 평균 기준으로요. 정말 말도 안되는 수치입니다. 좀 비약을 해보자면 우리가 근 10년간 승점 5~10점 전후로 2위, 3위를 차지한 모든 시즌에 나바스나 쿠르투아가 아닌 04-05 카시야스가 있었다면 전부 우승으로 바꿀 수 있다는거에요. 



4.

 선방률과 세이브 갯수는 사실 요즘에 와서는 큰 의미 없는 클래식 스탯입니다. 실제로 xG와 실점 등으로 계산하는 PSxG +/-로 환산하면, 쿠르투아의 폼은 20-21이 아닌 21-22가 월등하게 좋습니다. 사모라 상을 받은 20-21의 적은 실점은 수비 역량과 전술의 기여도도 컸다는거죠. 다만 카시야스의 경우 축구 스탯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라서 해당 데이터를 찾아볼 수가 없네요. 


 하지만 04-05 카시야스의 경우, 선방률도 탑골리 10명의 고점과 비교해도 1위, 세이브 갯수마저도 1위라 충분히 해당 선수의 위대함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과감하게 적어봤습니다. 데이터가 근거되지 않은 개인적인 추측이긴 합니다만, PSxG +/-도 04-05 카시야스가 결코 낮을 가능성은 없을거라고 봐서요. 보통 수비가 나쁘면 떨어지는 비율 스탯인 선방률조차 압도적인 시즌이니까요. 그 당시 수비가 문제였던건 누구나 아실 문제고요. 


5.


 
말년을 망치긴 했지만 사실 아직 마드리드 부동의 골키퍼 상징은 카시야스죠. 유스, 이른 데뷔, 고난의 시기, 스페인 최고 전성기 시대 국가대표 골키퍼라는 부분도 커서 쿠르투아가 카시야스를 넘을려면 앞으로 3~5시즌은 이번 시즌 정도의 기량과 그에 걸맞는 우승컵을 가져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챔스 4연패? 트레블? 발롱도르? 그정도는 해야 비교 선상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래의 댓글에 소위 부폰 - 카시야스 - 노이어로 이어지는 탑 골키퍼 라인에 쿠르투아가 들 수 있지 않을까 라고 했었는데, 그 라인에는 들 수 있어도 마드리드 대표 골키퍼의 자리는 정말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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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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