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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 맨시티 홈 단평

라그 2022.05.06 01:17 조회 3,114 추천 12



 챔피언스 리그 4강에 걸맞는 수준 높은 경기였습니다. 양팀 선수들 하나하나가 모두 수준 높은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순수하게 양 팀의 팬이 아니더라도 재밌게 볼 만한 경기 아니었나 싶습니다. 극적인 결말을 포함해서요. 





1. 

 그놈의 오버씽킹 논란 때문인지 펩은 최대한 잔재주 없이, 정석적인 라인업으로,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로 대응했습니다. 핵심 선수들은 그전 리그 경기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고요. 마땅히 최전방을 캐리해줄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맨시티의 고질적인 문제는 덕배가 직접 제로톱마냥 직접 공을 몰고 올라가거나 박스 바깥에서 중거리 슈팅을 지속적으로 시도했습니다. 일단 리드한 상황인 맨시티는 무리해서 공격할 필요는 전혀 없었고, 한방이 있는 비니와 벤제마를 철저하게 견제하면서 좋은 위치에서 공을 받지 못하게 미들과 분단시켰습니다. 


 맨시티가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라면 이 시점에서 선제 골을 넣지 못한 것일텐데요. 제수스와 포든, 마레즈가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셋 다 모두 볼을 다루는 능력이든 침투하는 능력이든 종합적인 능력에서 결코 떨어지진 않지만 상대 수비를 무력화하는 극적인 킥력이나 돌파력 등을 갖지 못한 선수라는게 큰 문제였습니다. 마드리드도 지난 경기 이른 실점에 대비해서 라인을 높이지 않고 더블 보란치를 유지했고요. 셋 중 1명 만이라도 상대 수비를 넘길 수 있는 레벨의 선수가 있었다면 얘기가 달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은 쉬지 않고 미들과 연계하면서 계속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하고 횡전환을 시도하면서 공격했습니다. 계속된 전방 압박으로 밀리탕과 멘디를 매우 괴롭혔고요. 


 그나마 가장 맨시티스럽지 않다는 얘길 듣는, 소위 한방의 능력을 가진 마레즈는 워커와 함께 비니 견제와 아예 내려앉은 멘디, 그리고 중원의 크로스에 포위되서 사실상 전반은 거의 아무 것도 못했습니다. 


 차라리 주력이 빨라서 종방향에서의 전진성이 높은 선수가 하나 있었다면 위험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후반에 그릴리쉬가 그런 역할을 수행하더군요. 경기를 보면서 굉장히 위협적으로 느껴졌었는데 정작 그릴리쉬가 나온 이후에는 덕배도, 제수스도 없었기 때문에 돌파 이상의 결과물을 이끌어내진 못했고요. 


 맨시티는 선제골을 넣지 못한 것 빼고는 무난하게 초반 경기를 리드했습니다.




2. 

 마드리드도, 카세미루의 복귀가 복귀했지만 알라바가 없고, 지난번처럼 빠른 선제골을 차단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득점을 해야 이길 수 있는 상황이지만, 선제 골을 먹는 순간 매우 어려워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작정 공격하기 어려웠습니다. 


 안첼로티는 평소 자주 쓰는 4-3-3과는 다르게 4-2-3-1에 가까운 형태로 평소와 다르게 모드리치를 좀 더 폭넓게 움직이게끔 전방에 넣어두고, 반대로 크로스와 카세미루를 더블 볼란치로 맨시티에게 최대한 공간을 내어주지 않게끔 유도했습니다. 발베르데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측면과 중앙을 오고 갔으니 굳이 따지자면 4-2-2-2라고 해도 되겠지요. 이는 적중해서 맨시티가 자랑하는 테크니컬 군단을 무실점으로 잡아둘 수 있었고, 유효슈팅을 내주기는 했지만 1차전과 다르게 쿠르투아가 충분히 막을 수 있게끔 슈팅 각을 좁혀주는 것까지는 성공했습니다. 맨시티는 기습적인 중거리 슛으로도 골을 노렸지만 쿠르투아는 이를 잘 방어해내면서 무실점을 지켰습니다. 


 다만 그만큼 공격에 있어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모드리치와 발베르데, 카르바할이 애는 썼지만 공격진에게 좋은 찬스를 제공하긴 어려웠고, 벤제마의 미묘한 슈팅 미스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습니다. 맨시티도 공을 위로 전달할 수 있는 비니시우스를 경계하면서 비니시우스가 공을 잡으면 옆과 앞에서 둘이 붙어서 절대로 틈을 내주지 않았고, 비니시우스가 발재간으로 한명을 제끼더라도 볼을 전달하기 못하게 방해했습니다. 맨시티의 측면과 로드리는 모드리치와 발베르데를 철저하게 차단해서 결과적으로 벤제마를 고립시켰구요. 벤제마가 움직임이나 결정력 모두 오늘 좀 부진했는데, 아무래도 득점에 대한 압박이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기회를 너무 노리다보니 오히려 움직임이 딱딱해지더군요. 물론 좋은 기회도 없었구요. 


 크로스가 내려앉아서 수비와 빌드업에 전념하다보니, 숫적인 불리는 차지하더라도 높은 위치에서의 횡전환이 거의 일어나지 않은게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거기에 발베르데는 거의 우측을 총괄하다보니 침투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카르바할도 자유자재로 오버래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니까요. 카세미루가 계속 공격에 가담해주긴 했지만 그리 효과적이진 않았구요. 사실상 공격 루트는 주력에 의존한 종방향 공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3. 

 합계 스코어에서 앞서는 맨시티는 0-0으로 마무리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상황이었고 마드리드는 최소 1골이 먼저 급한 상황이죠. 후반전 결국 안첼로티는 크로스를 빼고 호드리구를 투입하는데, 이는 당시에는 큰 위기를 가져왔습니다. 바로 카세미루가 크로스가 없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마음이 급했는지 지나치게 우측에 치우쳐진 플레이를 하는 바람에 중앙의 베실바가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였고, 중앙을 주파하여 나초와 1:1 상황을 만듭니다. 침투하는 제수스를 막기 위해 멘디와 밀리탕이 빠르게 커버하려고 들어오는 순간, 아무도 마레즈를 경계하지 않았고 측면을 따라 달려온 마레즈에게 베실바가 톡 건네주었고 드디어 쿠르투아를 무너뜨리는데 성공합니다. 우리 뿐만 아니라 맨시티도 직전 덕배가 나가고 귄도안이 들어오면서 전체적으로 진형이 바뀌는 사이였는데 대응이 느렸죠.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쿠르투아에게도 조금 변명을 해주자면, 제수스를 막기 위해 들어온 멘디가 하필 쿠르투아의 시야를 반정도 가려버렸고 팔을 뻗는 타이밍이 아주 조금 늦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쿠르투아는 정확하게 반응했지만 마레즈의 킥이 워낙 빠르고 정확하기도 했고요. 


 시간은 얼마 안 남았는데 2점 차 상황이 되면서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안첼로티가 상정한 상황 중 이게 제일 최악이었을 거에요. 후반에 선제 실점. 안첼로티도 바로 아센시오와 카마빙가를 투입하면서 바로 오픈 게임, 무조건 득점을 위한 상황으로 전환합니다. 사실상 도박이나 다름없는 위험한 판단이었죠.




4. 

 여기서 펩은 이제 지친 선수들을 교체해주면서 느긋하게 마드리드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마드리드의 베테랑 미들이 모두 나간 상태에서 빈 공간을 노린 그릴리쉬의 측면 돌파도 위협적이었고, 멈추지 않는 포든과 베실바의 활동량은 마드리드를 끈덕지게 방해했습니다. 


 여기서 펩은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게 되는데, 바로 마레즈마저 교체해버린 거였습니다. 팀내 최다득점자를요.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이지, 사실상 연장까지 갈 가능성이 적으니 앞으로 남은 리그 경기와 체력 소요를 감안해서 교체해주는게 당시 상황에서는 무리한 판단이 아니었죠. 하지만 이 교체는 크게 결과적으로 스노우볼링을 일으키는 시작이 됩니다. 호드리구의 집중력과 벤제마의 분발로 인해 3실점을 해서 위기에 처했는데 팀내 득점 능력이 있는 선수들은 많이 빼버렸고, 남은 카드는 이번 시즌 부진했던 스털링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안첼로티가 시즌 중 코파때 연장전을 의식하고 교체를 미뤘다가 막판에 골을 먹고 탈락해버린 적이 있었는데, 참 축구는 결국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죠. 정석적으로 굳히기 위해 체력적으로 지친 선수들을 빼버렸는데, 하필 연장전으로 흘러가버렸으니까요. 연장전 시작하자마자 추가 실점을 하고 말았고요. 물론 마레즈가 있었다고 그 결과가 바뀌었을지는 모르는 거긴 하지만요.





5.

 뭐 사실 수준 높은 팀 간의 경기에서는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어요. 이런저런 실수들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실수라고도 할 수 없는 부분이고,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얘기기도 하거든요. 미스가 많았던 1차전과는 달리 양 팀 모두 코어를 확실하게 유지해서 경기했고요. 굳이 거시적인 차원에서 얘기하자면, 펩의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축구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 라는 것과, 투지같은, 계산하기 힘든 변수가 계산할 수 있는 상수를 넘을 수 있다는 증명이겠지요. 


 펩의 계약기간이 다음 시즌까지인데, 재계약 여부와는 별개로 맨시티는 다음 시즌 스트라이커와 백업 선수들을 영입해서 대권에 도전하겠지요. 우승후보 1순위라는 맨시티의 7번째 도전이 과연 어떻게 될지 참 흥미진진해졌습니다. 명장병, 오버씽킹, 변칙을 안 써도 져버렸으니 더 할 말이 없겠죠. 


 아직 어린 선수들은 이번 시즌 참 남는게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위닝 멘탈리티는 어려운 경기에서 이겨나간 경험이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시즌은 그런 경기가 굉장히 많았어요. 토너먼트에서 다 한번씩은 패배를 겪을 정도로 격전이었으니까요. 밀리탕, 비니시우스, 호드리구, 발베르데, 카마빙가.. 하다못해 멘디까지 모두 좋은 경험이었을거라 봅니다. 앞으로 이 선수들이 다음 시즌의 마드리드를 만들어가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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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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