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관점도 있습니다. 4강전은 피리 부는 사나이와 인형술사의 대결
감독의 매치 플랜이 고도화, 공학화 될수록 경기는 훌륭해집니다. 게임을 조종하듯 비슷한 성향의 선수들이 공간을 분할하고 공을 점유하며 마무리 짓는 장면을 보면 감탄이 나올 지경이죠. 사람들은 이런 시스템을 칭송하고 어디에도 통할 전술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만능전술이란 없습니다. 결국 축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고... 우리가 스포츠에서 감동을 받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모든 것을 토해내는 인간의 감정...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죠.
과르디올라는 여전히 피치 위에 있다
그가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선수로서는 물러났으나 감독이라는 머리를 빌려 여전히 경기장 안에서 뛰고자 합니다. 그의 지나친 경기관여, 오버씽킹을 전술 통제형 감독의 실수라기보다 오히려 목적으로 봐야합니다. 대역 축구를 하려면 선수의 (계산 밖) 불안 요소를 제어하고... (대역의) 전술 수행능력을 극대화해야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따라서 경기에 투입될 선수는 감정이 거세되고 고도의 기술을 갖춰야 하죠. 축구 인형같이 임무를 수행하던 그들은 경기가 끝나도 아쉬워만 할 뿐 쓰러지거나 눈물조차 흘리지 않더군요. (확인요망)
피리 부는 사나이
안첼로티도 한때 뛰어난 축구 선수이자 조직가, 전술가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그는 현대 축구를 따라가기 벅찬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잃지 않은 것이 있다면 사람에 대한 포용력입니다. 인간은 통제만으로 조직되지 않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거대 클럽은 불협화음이 상존하며... 높은 에고의 선수들과 성공을 추구하는 관계자들과의 완충지대가 필요 합니다. 그는 그것을 해내고 있으며 누구와도 흥을 낼 줄 압니다. 감독로서 선수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능력과 개성을 믿는 접근 방식... 멘토로서 가족처럼 다독여줌은 선수를 더 나은 축구인으로 성장시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성장한 선수들이 스스로 경기 템포를 만들어 신뢰에 보답했죠. 답답한 과정의 연속이었으나 레알 선수단은 ‘돈 카를로의 패밀리’이며... 이제 그는 ‘대부’의 시가렛 대신 피리를 들고 있습니다.
베르나베우의 극장
시스템이 축구를 90분간 설계해도 이기고자하는 (능동적인) 개인의 몇 분을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감정과 정신은 미지수와 같은 것. 그 강렬함은... 전술로는 다 설명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역량을 남김없이 이끌어내니까요. 축구는 선수가 하는 것. 그곳에서 발현되는 인센서티야말로 전술의 원초적인 모습이자 종착역이 아닐까요?
우리는 챔피언스 리그를 통해 이를 라이브로 보는 중입니다. 구단은 시스템 보다 선수 퀄리티를 선택했고 안첼로티는 그런 선수들의 감정을 거세하지 않는 대신 피리를 불었습니다. 이것이 늘 정답은 아니나... 그간 우리가 성공했던 방식이고 그렇게 쓰여진 내러티브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팀의 결승 진출을 축하합니다. 할라 마드리드~! 모두들 수고했습니다.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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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마루 2022.05.05제생각을 정확히 표현해 주셨네요.
시합은 선수가 하는 것이고 선수는 기계가 아니고 인간이죠. 오늘 레알마드리드가 그것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정말 위대한 팀이고 위대한 선수들이고 위대한 인간들입니다. -
erious 2022.05.05만화같은 관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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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gio canal 2022.05.05정말 다른관점이지만 딱 들어맞는거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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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2022.05.05좋은 관점입니다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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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 2022.05.05안첼로티가 강팀에서 명장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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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신왈왈이 2022.05.05오오오오 너무 재미났습니다 또 써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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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권가 2022.05.05너무 감동적인 글입니다
낭만이 있는 우리팀 너무 좋네요 -
Inaki 2022.05.05와 추천
재밌어요 자주 써주세요 -
San Iker 2022.05.05너무나도 공감 가는 표현들이라 감탄만 나오네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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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우레알 2022.05.05와~~~대단한 관점 훌륭한 관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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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디나 2022.05.05사실 어제 경기를 이겼고 올시즌 성적이 잘 나와서 좋은 분위기인거지 결승전에서 클롭한테 전술적으로 깨지고 진다면, 결국 아쉬운 소리는 나올수밖에 없어요.
좋은 말씀이고 색다른 관점이지만, 결국 결과가 말해주는거고 축구는 선수가 한다, 축구는 감독 놀음이다는 정답이 없는 하늘에 달린 결과론적 평가에 불과하죠.
다만 오늘만큼은 안감독이 전술적으로도 좋았고 결과까지 챙겼으니 공감받는 글이 되었고요 ㅎㅎ -
subdirectory_arrow_right 디온ㅇㅅㅇ 2022.05.07@꽃디나 축구에서 승부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접근법의 완성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관점들 간의 우열에 의해서가 아니라요.
리버풀에게 전술적으로 패배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 선수들의 퀄리티가 거기까지였을 수도 있고, 컨디션 등 일시적인 조건들 때문일 수도 있고, 상대의 전술적 완성도가 우리의 접근법보다 우월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결국 어떤 접근법을 택하든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11명의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런 얘기야말로 어찌보면 의미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
El Secreto 2022.05.05민망한 이 글에 과분한 공감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놀랬습니다… 레매 최고~ ! 질책에도 동의 합니다. 사실 안감독에 대한 제 입장은 걱정과 실망이 더 많으며 할 수 있는 비판도 감독님 뱃살만큼 두둑한데… 이제는 박수 쳐주자입니다. 이 글의 취지이기도 하고요… 감독이 선수를 신뢰하고 선수가 감독을 고쳐쓰는… 뭐 그런.. 긍정의 힘을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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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ano 2022.05.05저도 근 10년간 만들어낸 우리의 성과를보면서 떠오른 레알 축구의 정의는 “히어로 축구”가 아닐까 생각해요. 결국은 영웅이라 부를 수 있는 선수들이 기적을 선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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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빙가 2022.05.05훌륭하고 재미있는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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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머 2022.05.05필력 대단하심다.. 오랜만에 추천 누르고 가는 게시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자주 써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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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르기도메타 2022.05.08제가 이런 뉘앙스로 글을 써보려했는데 이미 있군요 ㅋㅋ;; 월클 노장들 많은 팀에는 오히려 안첼로티같은 리더십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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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허세 2022.05.09이런글은 또 처음이네요 와 좋은글.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