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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

이제부터 안첼로티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꽃디나 2022.04.21 19:28 조회 4,389 추천 10

먼저 이 글은 글을 통해 안첼로티가 펼치는 축구가 무엇인지 제 생각을 밝히고, 댓글로 여러분들의 생각을 듣고 좀 더 배우고자 하는 의도에서 쓴 글임을 밝힙니다. 보시기에 생각하는 것과 다른 점이 쓰여있다면 욕박고 댓글 남겨주세요. 배워가겠습니다.


1. 안첼로티가 이번 시즌 비판받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첫째는 로테이션이고 둘째는 전술의 부재로 인한 답답한 경기력입니다. 첫째, 로테이션의 경우 어제 경기도 그렇고 최근 교체타이밍도 그렇고 코치진들과의 협의가 있었던 것인지 피드백이 잘 되고 있고 도리어 용병술도 기가막혀 이제는 장점이 아닌가 싶을 정도까지 올라왔으니 말할 것이 없죠.


문제는 둘째인데, 그 마저도 사실 결국 결과를 내고 있으니, 상대팀들이 대처하기 어렵고 마땅히 파훼법이 없는것 아니냐 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잠시 그저 안첼로티 마드리드의 전술색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 라이브 경기를 보며, 코멘에서도 밝힌 이야기 입니다만, 기본적으로 안첼로티의 축구는 크카모의 안정성과 조율을 극대화하고 여기에 벤제마가 내려와 탈압박을 도와주는 것까지 더해, 또 때로는 발베르데 윙 기용을 통해 중원 개입력을 늘려 중원 싸움에서 승리를 챙긴 뒤 비니시우스에게 볼을 전달하고 전진하는 것이 기본 골자이자 플랜 A입니다.


이 과정에서 볼을 끊어내거나 탈압박이 수월해 전개가 빨라지면 역습이 되고, 상대의 압박과 지연으로 느려지면 지공이 되어 한 두 번 우측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겠지만, 이건 우리팀의 우측 영향력이 없어 그저 어그로 분산용이거나 수비 블록의 집중력을 해소시키는 역할로밖에 사용되지 않고요.


이 플랜 A를 안첼로티의 부분 전술이라고 봐야 할지, 선수들 개인의 장점과 특기를 필드위에서 자유롭게 플레이 하는 과정 중에 발생한, 축구 도사들간의 말 안해도 아는 협력 플레이인지 알 겨를 없었(후술하겠지만 이제는 안첼로티의 계획이라고 보는 편이 되었어요)습니다만, 어쨌든 이 안첼로티 마드리드의 플랜 A는 꽤 먹혀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적이 나고 있구요.


3. 그리고 어제 오사수나전이 있었습니다. 로테이션을 해야 했고, 일부 비난 여론이 있지만 로테이션 자체는 잘 했던 경기입니다. 로테이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발베르데와 카마빙가, 그리고 세바요스, 호드리고를 통해 안첼로티의 플랜 A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어제 카마빙가는 보다 수비적인 위치에서 중앙에 포지션을 잡으며 카세미루 롤을 소화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카마빙가를 기준으로 좌, 우에 세바요스와 발베르데가 위치했구요. 게임 내용도 그러하지만 이들은 볼을 순환시키고 연결하며 빌드업 과정에서 크카모처럼 움직이려 했어요. 그리고 호드리고는 비니시우스처럼 좌측면에서 볼을 받아 아이솔을 했구요. 완성도야 어떻든 이들은 크카모+비벤 처럼 움직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오사수나 원정은 경기 결과와 내용을 떠나 안첼로티가 무전술, 선수빨이 아니라 플랜 A를 팀에 입힌 색깔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될만한 경기 운영이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로테이션이 없어 이렇게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웠지만요.


문제는 이 플랜 A가 전술적으로 잘나가는 펩시티, 클롭풀처럼 중원 자원의 침투가 덜하고 풀백들의 공격 가담이 효과적이지 못해서 다이나믹하지 않아 보이고 단조로우니, 마치 선수들에게 맡겨 놓고 "해줘"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인데(그래서 저도 그렇게 보고 있었구요), 어쩌겠습니까 지단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게 우리팀 선수단 구성인데요. 오늘도 하게 되지 말이지만, 칼밖에 없으면 잘 썰어야죠. 칼들고 총처럼 쏴보세요 하면 그게 되나요 안되지. 하물며 결과까지 내고 있다? 뭐 비판의 여지가 없습니다. (근데 이건 언제 많이 했던 말 같은데...)


4. 그렇다면 경기 내적으론 어떠했느냐? 전반 중반까지만 해도 답답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간단히 보자면 선발 출장한 중원 조합인 발카세가 크카모보다 경기 조율적인 측면에서 능력치의 방향성이 보다 전진과 운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 그 멘디보다도 빌드업 과정에서 영향력이 적었던 좌풀백 나초와 템포귀신 세바요스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세바요스의 템포였다고 생각합니다. 카마빙가가 6번롤에 적합한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이 친구가 파이널 서드에선 양질의 패스를 안정적으로 잘 공급하는데 내려 앉은 상태에서는 자꾸 버벅이는 것이 왜 일까 하고 그 점만 계속 유의하며 경기를 봤는데, 제 나름으로는 세바요스의 퍼스트터치에 문제가 있고, 카마빙가가 압박을 받았을 때 멘디보다 공간 장악력이 떨어지는 나초덕에 안정성이 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세바요스는 볼을 처음 받을때 그 특유의 템포를 잡아먹는 "잡아놓고 차기" 때문에 오사수나의 거센 압박 속에서 볼이 도저히 유려하게 흐를 수 없게끔 했다고 보았습니다. 크로스로 교체되자마자 크로스의 장점 중 하나인 "퍼스트 터치로 선수 하나 벗기기"와 비교되어 그 차이를 보였죠.


아닌게 아니라, 나초가 좌르바할로 교체되고 카마빙가 자체도 중원 내에서 패스로 경기를 풀기보단, 자신이 직접 전진하여 공격 작업에 가담하자 눈에 띄게 경기력이 올라왔어요. 크로스 교체 이후는 말할 것도 없고요. 호드리고도 이 과정 속에서 비니시우스만큼 파괴력이 있지는 않았습니다만, 간만에 베스트 포지션에 출전해 PK 유도를 2개나 해내며(벤제마는 챔스를 대비한 원기옥이겠죠 ㅋㅋ)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결과를 챙겼습니다.


5.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발카세의 장점이 크카모와 다른데 왜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플랜 B를 준비하지 않았느냐라던가 크카모의 움직임을 체계화하여 아예 부분 전술로 훈련시켰으면, 늘 말씀드렸던 펩시티의 빌드업 매크로처럼 누가 와도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무리가 덜 가고 그러면 필드 내에서도 덜 삐걱거리지 않겠느냐 하는 점들이 있겠지만,


그 천재 전술가인 펩도 플랜 B의 측면에서는 항상 비판받고 있으며, 그 펩시티도 덕배가 없으면 수도 없이 강조했을 매크로 작업이 삐걱거리는 것을 보면 쉬운 영역의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오히려 후반 되자마자 좌르바할 교체를 감행(알라바가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랍니다)하고 볼 전개에 방해가 되는 세바요스를 크로스로 교체한다던가, 지친 상대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비니시우스를 투입한 것들을 보면 선수 하나를 부품처럼 사용해 경기장에서 부족한 부분을 캐치하고 게임 체인지(이른바 용병술)를 하는 능력은 안첼로티가 더 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6. 개인적으로 결과와 함께 앞서 언급드렸듯, 중원의 풀로테로 안첼로티가 이번 시즌 어떤 전술을 구상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꼬집었던 안첼로티의 방향성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경기랄까요.


역설적이게도 결과를 통해 과정을 증명하는 꼴이 지단과 아주 닮아있습니다. 어째 우리팀엔 이런 감독이 잘 어울리는 건지... 제가 축구 보는 식견이 넓어 안첼로티의 방향성에 대해 조금 더 빨리 납득했다면, 지단때처럼 끝까지 옹호하며 안첼로티 비난 여론에 맞서 싸웠을텐데,  부끄럽게도 그러진 못했네요. 배워갑니다.


7. 중원 조합으로 다시 돌아와 떠들자면, 말씀드렸듯 발베르데와 카마빙가의 장점은 지금 당장은 조율과 볼 전개에 있지 않습니다. 발베르데는 보다 동적으로 볼을 몰고 전진하는데에 장점을 두고 있고 카마빙가는 침착함을 무기로 파이널 서드에서 양질의 패스를 주는 것에 장점이 있죠. 크카모의 미래, 특히 크모의 미래가 많이 남지 않았다고 볼 때, 당연히 지금과는 다른 밸런스의 중원 조합을 꾸려야 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안첼로티가 그런 세부 움직임을 잡아줄 수 있을까? 하는 입장이었지만, 늘 제가 했던 말대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며 결과를 내고 있는 감독을 비난하는 것이 맞나 싶습니다. 또 새로운 조합을 찾아야 한다면, 부침이 있더라도 해내겠지요. 하물며 선수를 퍼즐 조각으로 보고 선수 하나하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투입을 해내는 안첼로티라면 더 수월하겠다 싶기도 하고요.


덧붙여 음바페가 만약 온다면, 음벤비의 세부 위치도 다잡아야 할텐데... 뭐 알아서 잘 하겠죠. 그때 가서 움직임이 마음에 안들면 그때 떠들죠 ㅋㅋ


8. 선수의 장점을 잘 살리는 안첼로티의 장점과는 별개로 상대 수비수가 지쳤던 까닭도 있지만 후반 투입하자마자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준 비니시우스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비니시우스의 성장이 침착함과 판단력의 개선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드리블이나 크랙적 기질은 지단호 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거고, 올 시즌 나아진 점이라면 문전 앞에서 선택하는 능력이 좋아졌다는 점인데, 이건 선수 개인의 멘탈이 성장했기 때문이지 감독이 전술적으로 배려해줘서 뭐 전술적으로 혜택을 받고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막말로 중원 언저리에서부터 스프린트해가며 박스로 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술 속에서 체력 안배가 덜 되면 마무리 작업에서 페널티를 받았으면 받았지 그러한 전술로 비니시우스가 성장했다고 보긴 어렵거든요.


전술적으로 혜택을 받았다면 가령, 호날두가 윙에서 영향력을 잃어갈 때 그의 포지션을 박스 안으로 집어 넣어 오프더 볼과 결정력의 장점을 살리게 해 준 지단의 전술을 꼽아야지. 비니시우스와 안첼로티는 이런 경우가 아니니까요.


마치며. 글을 쓰다보니 이전에 썼던 안첼로티 비판 글이 많이 부끄럽네요. 사실 이렇게 나중에 더 알고보니 생각이 짧았다! 싶을까봐 글을 자주 쓰는 편이 아니었는데, 어쩐지 파리전 이후로 신이 나버려 마드리드 축구에 대해 욕심이 생겨서 그랬지 않았나 싶습니다. 반성하는 차원으로 당분간 자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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