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edule
벤피카::

제모옥은 안첼로티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불평을 곁들인...

꽃디나 2022.04.15 05:08 조회 2,319 추천 5
안첼로티 마드리드의 시스템에 대해서 글을 적다가도 여럿 그만두게 되는 이유에는, 앞선 글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 지경에 이르러서 전술적으로 꼬집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냐 하는 마음도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까닭은 안 감독이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건지 잘 알수가 없기 때문인 점이 큽니다. (일단 저는 축알못이기도 하니까요)

흔히 우리들이 말하는 전술가형 감독들은 빌드업과 페넌트레이션 과정이나 압박과 수비 블록 형성에 있어 나름의 철학이 담긴 부분 전술들을 사용합니다. 길게 말하긴 뭐하지만 펩의 하프 스페이스 활용법이나 클롭의 아놀드를 활용한 전개가 대표적인 예가 될테구요. 이런 부분 전술들은 그냥 매크로에요. 그때 그때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아닌, 훈련에서부터 갈고 닦은 그들만의 정답 노트같은 것이죠.

너도 나도 사용이야 하겠지만 이러한 부분 전술을 필드 위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세계 축구계에서 탑티어에 위치해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고평가 받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다른 감독들은 어떻게 살아 남느냐 하면, 일종의 판짜기를 활용합니다. 이 방면에서 특출났던게 바로 지단이구요. 이러한 유형의 감독들은 선수들의 위치나 움직임을 조정하여 경기의 방향성을 잡습니다.

가령 지단은 크카모+벤의 안정성과 호날두의 뚝배기를 활용해 최대한 횡적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상대 수비의 간격을 벌리고 그 공간을 호날두가 침투해 마무리 하는 식의 운영을 취했죠. 그 과정에서 중앙에서의 침투가 활발하지 못하다거나, 일종의 가둬놓고 공만 돌리다가 크로스 일변도로 보이는 전술적 선택 때문에 답답하다거나 하는 식의 한계는 분명했습니다만은, 어쨌든 지단은 스쿼드의 강점과 단점을 정확히 알고 단점은 감추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판짜기를 잘 했었던 감독이었죠.

부분 전술을 활용한 감독들과의 차이가 있다면, 좋게 말하면 선수들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그들의 창의성을 믿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대책 없이 선수에게만 의존한다는 점을 들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선수단 퀄리티만 좋다면 정확하고 효과적인 전술적 방향성(판짜기) 속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어설픈 부분 전술을 구현하려다 통하지 않거나 선수들이 이행을 못하거나 해서 망하는 쪽이 훨씬 다수이면서 위험하기도 하고요)

문제는 안첼로티 마드리드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단 마드리드 때 만큼의 선수단 퀄리티도 유지되지 않은 와중에 지단만큼의 판짜기도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선수단 퀄리티야 안첼로티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차치하고서, 안첼로티의 판짜기가 형편 없는 것은 어느 시점부터는 불분명한 지경에 있습니다. 이 글 자체도 이를 꼬집기 위함이구요.

시즌 초에 안첼로티가 이른바 에너지 축구 원툴로 볼을 박스에 옮겨만 놓고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라는 비판을 듣고 있을 때,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안첼로티가 안정적인 접근을 포기하고 종적임 움직임을 추구하게 된 이유에는 크로스의 부재 때문일 수 있다라고요.

그러니까 비판 받던 안첼로티 축구를 여러 이유를 들어 감쌌던 건데, 그 기저에는 박스 안팎에서의 부분 전술이 없는 거야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어쨌든 안첼로티가 하려는 축구가 발베르데와 비니시우스를 활용한 종적 움직임을 강조한 축구라면, 그러니까 직선적인 판짜기라면, 그 완성도가 오르거나, 아니면 크로스가 복귀해 보다 짜임새를 갖출 수 있을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어요.

그런데 이 양반이 시즌 중반 갑자기 크카모무새가 되더니 시즌 초 추구하던 종적 움직임은 다 내려놓고 있습니다. 사실 이거야 크로스의 복귀와 함께 크카모의 안정성을 극대화 하고 볼 순환을 통해 뭐 체력 안배를 도울 수 있고 박스로의 볼 침투를 원활하게 하고 뭐 이런식의 장점을 활용하려 했다라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말들이 어불성설인 것이 

지단처럼 팀적으로 아예 상대 라인을 밀어 넣고서 횡전환을 통해 균열을 유도한다든가 경기 운영 자체를 유기적으로 가져가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안첼로티는 중원은 크카모로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도 비니시우스에게는 이전 처럼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노쇠화로 기동력이 떨어져 날이 갈수록 공간 지배력이 떨어지는 크로스를 두고, 측면에서 상대 마크맨 하나조차 달지 못해 어그로를 분산해줄 수 없는 멘디를 두고, 시즌 내내 비니시우스한테만 직선적으로 해줘 하면 애가 안퍼지나요? 가뜩이나 더 느려진 크로스 때문에 (물론 이건 크로스만의 문제라기 보단 라모스같이 커버 범위가 넓은 수비수의 이탈과도 맞물려 있지만) 수비 가담도 빡세게 하는 애인데 말이죠.

이에 더해 가끔 번뜩이거나 한번씩 예전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는 때를 제외하면 예전같이 우리팀 우측 윙어가 메롱이어도 온전히 스스로 우측면을 책임져주지 못하는 카르바할(이라고 쓰고 아센시오 호드리고 베일 오드리오 솔라라고 읽겠습니다) 덕분에 경기 내내, 시즌 내내 온전히 집중 마크를 당하며 비니시우스 혼자 갈려 나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하이라이트로만 축구를 보는 라이트 팬들도 일단 비벤조합이 성과가 눈에 확 들어오니까, 비벤이 다 하는거 아냐? 왜 발베르데 카마빙가 안쓰고 크로스 계속 쓰는거지? 왜 안첼로티는 선수들한테 해줘라고만 하면서 전술은 없는거지? 안첼로티 선수빨! 이런 말들을 하게 되는 거에요.

크카모가 없다면 비니시우스는 볼을 박스에서 먼 거리부터 볼을 운반해야 합니다. 볼을 유려하게 박스까지 넣어 줄 선수가 없으니까요. 그럼 크카모가 있으면 똑같이 비니시우스가 아이솔을 해도 박스 근처에서 볼을 받아서 해야죠.  왜 똑같이 비니시우스가, 벤제마가 내려와서 볼 받아주고 운반하고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앞뒤가 안맞는 경기 운용은 이쯤하고 안첼로티가 추구하는 크카모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끄적여보자면, 그래도 크카모가 있어서 비니시우스의 볼 운반 거리가 줄어들었다 볼 수 있을텐데, 애초에 비니시우스에게 볼 운반을 맡길거라면 팀의 컨셉 자체를 에너지 레벨로 윽박지르는 쪽으로 잡아 발베르데, 카마빙가로 하여금 그 어그로를 분산시켜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요?

반대로 크카모를 활용하고 싶다면, 예전처럼 호날두가 있는 것은 아니니, 1선과 2선, 3선의 간격을 좁히고 풀백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박스 안 숫자를 늘려 다방면적인 공격 루트를 만들던가요. (사실 우리 풀백들이 메롱이라 이러한 접근은 효과적이지 못할테고, 결국 중원 조합을 달리 하는게 현 팀 상황상 쉬울 것 같긴 합니다. 그래서 팬들도 발베르데, 카마빙가를 원하는 것일테구요)

정말이지 이런 판짜기, 시즌 운영 속에서 그나마 이정도 성적을 내고 있는 건, 순전히 앞뒤가 안맞는 전술적 접근 속에서도 순간순간 번뜩이는 선수들의 개인 기량과 클래스 덕분이지 절대 안첼로티가 하려는 축구가 옳기 때문이 아닙니다.

쓰다보니 크로스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크로스를 이제는 내쳐야 한다. 크카모를 쓰지 말고 발베르데, 카마빙가를 중용해야 한다가 아니라, 크카모를 쓸거면 크카모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1선 활용을 하든가, 비니시우스를 극대화 할거면 중원의 조합을 달리 하든가 하라는 논지로 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크로스는 오히려 짜임새 없는 전술적 방향성의 최대 피해자라고 보는 편이 맞을 수도 있구요. 하던거, 잘하는거 열심히 하는데 윗선에선 뜬금없는 움직임을 수행하고 있다 볼 수도 있으니까요)

크카모를 비난하기보단 안첼로티가 공격진에는 한식을, 미드필더진에는 양식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오히려 이것을 퓨전 한식 내지는 퓨전 양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 선수단을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3줄 요약.

안첼로티 전술의 방향성이 앞뒤가 안맞는다.

그래서 무슨 축구를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근데 그 와중에 선수들은 잘하고 있다.

PS. 챔스 8강 2차전에서 벤제마가 비니시우스에게 개인 지침을 내리는 장면이 공개되었고 그 이후에 총합 스코어 역전 골이 나왔다는데, 벤제마의 오더가 들어맞아 골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게... 이게 맞습니까?

PS2. 그래도 안첼로티가 칭찬받아 마땅한 점이 있다면, 균열이 난 전술로 선수들에게 스스로 고민하고 연구하게 하여 스스로 성장하고 스텝업하게 했다? 정도가 있겠네요.
format_list_bulleted

댓글 20

arrow_upward 바르셀로나 멸망 !!!! arrow_downward 안첼로티를 경질해야 하는 논리적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