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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

우리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

Figo 2021.06.19 00:50 조회 3,556 추천 10

이곳까지 찾아오시는 분들은 라이트 한 팬들보다는

어떤 이유로든 이 팀에 특별한 감정이 있기 때문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감정엔 다양한 이유가 있지요


어떤 분들은 우리 팀이 하는 플레이가 좋아서

어떤 분들은 갈락티코가 좋아서

어떤 분들은 하얀색 유니폼이 좋아서 등등

축구를 넘어 이팀을 좋아하는 이유엔 여러가지가 있을것입니다.


축구가 월드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던 제가

우연히 유로 2000을 보게 된 이후 피구가 좋아져 해외축구에 빠지게 되었고

그렇게 피구를 응원하다 우리 팀에 빠졌지요.


제가 현재의 직업을 가지게 된 것도,

스페인을 좋아하는 저의 아내와 연애시절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에 신혼여행을 꿈에 그리던 마드리드 축구 투어로 가게 된 것도 시작은 이 팀부터 였으니

이 팀은 제 인생과 함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렇게 지나온 세월만큼 때로 몇몇 선수들은 축구선수가 아닌 가족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감정을 느낀 선수가 라모스였습니다.


돌아보니 라모스의 첫인상은 아무것도 모르고 울기만 하는 신생아 같았고

슈스터 시절엔 지칠 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4살짜리 아들 같았고

무리뉴 시절엔 학창 시절 쌈박질만 하던 내 동생 같았고

지단 시절엔 자수성가하여 집안을 이끄는 든든한 형 같았습니다.


여기 계신 많은 분들 또한 그러실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라모스는 선수를 넘어 가족이자 친구이자 친한 직장동료 처럼 느껴지겠지요


모든 이별이 힘이들다지만

가족같던 선수가 팀을 떠날 땐 더더욱 힘이 듭니다.


요 며칠 스페인에서 지구 반대편인 이곳까지 라모스에 대한 기사들이 쓰여졌습니다.

두 줄 세 줄 많으면 다섯 줄의 짧은 기사들.

나이 많은 선수와 2년 계약은 하지 않는다는 구단의 방침이 확고하다라는 간략한 메세지들.


마지막 자리에서 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1년이라도 남으려 했으나 구단에서 정한 기한을 몰랐다는 말을합니다.


씁쓸합니다.



이동통신 시절부터 회사에 몸담았으나 많은 나이에 쉽게 자르지도 못하니 

달동네에서 전신주를 손보게 한다는 뉴스가 생각났습니다.

핑계겠지요.


그렇게 예순이 가까운 나이에도 회사에 남고싶어 달동네를 올라가던 아저씨의 모습과

라모스의 모습이 왜 인지 오버랩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토록 안타까워 하는것 또한 같은 감정이겠지요.


인생을 바쳐 오랜기간 헌신했지만 짧은 인사만 남기고 떠나는 축구 선수의 모습이

누군가에겐 아직 회사에 남고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일수도 있습니다.


몇일전 우리는 가족 같은 선수를 잃었습니다.

다가올 시즌은 가족을 잃은 쓸쓸함에 지켜보기 힘든 한해가 될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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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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