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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레알마드리드란 맞는 표현인가? : 슈퍼리그와 진짜 팬

UXLee 2021.04.21 00:14 조회 3,650 추천 7

안녕하세요. 회원으로 쓴 두 번째 글입니다. 다들 슈퍼리그 이슈 때문에 뜨겁네요^^

저는 프로축구를 본 지 20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갈라티코 1기의 화려함과 지단에 매혹되었던 어린 시절 이후로 약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변하지 않고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소속감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올해가 돼서야 처음으로 레알매니아에 접속하게 되었어요. 생각보다 분위기가 신사적(?)인 편이어서 떠나지 않고 팬의 애정에서 나오는 커뮤니티 글들을 간간이 챙겨보고 있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처음 레알 매니아에 왔을 때 적지 않게 놀란 점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우리레알 마드리드라는 표현을 자주 쓰시더군요. 유사하게 내 선수’, ‘나의 팀과 같은 표현을 자연스럽게 하시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보았어요.

저는 나름 꽤 오래 레알을 좋아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사실 그런 표현법은 이질감이 드는 장면이었습니다ㅎㅎ 왜냐하면 저는 그동안 한번도 레알을 레알 마드리드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단순히 팬십이 얼마나 깊은지의 수준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는 게 아니에요. 레알마드리드라는 스페인 클럽에 나의’,‘우리라는 소유대명사를 붙이는 것이 뭐랄까, ‘내가 그 정도로 자격이 있나? 나는 지정학적으로 정말 거리감이 있는 꼬레아팬인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누가 뭐래도 유럽축구는 로컬을 중심으로 탄생하고, 유지되고, 발전하고, 상업화되었으니까요. 그 중 특히 스페인, 레알마드리드는 민간참여형으로 존속되는 소시오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으니까요 (*외국인도 가입은 가능한 거로 아는데 일단 저는 아니니ㅎㅎ) 물론 팀을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다 똑같은 팬이지 뭘 그렇게 복잡하게 구분해?!’ 라고 하시는 것도 당연하고 옳은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ㅎㅎ 다만 저는 감성적인 부분보다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진짜 팬이 누구인가, 구단이 생각하는 핵심 팬은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자기객관화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생각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그 대답부터 하자면, ‘각 지역 로컬팬입니다. 유럽의 팀들은 로컬팬이 최우선적으로 중요합니다. 혹자는 중계권 시장이 커지고 축구가 글로벌화되었으므로 상대적 소수인 로컬팬보다 다수인 해외팬과 시장이 구단 입장에서 더 근본적으로 중요한 부분이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대축구에서 가장 많은 팀 수입을 차지하는 건 광고 매출, 그리고 중계권이겠지요. 하지만 우선 입장료 수익 또한 중계권에 크게 뒤지지는 않으며, 선수들의 만족도/경기력과 연관되는 로컬팬의 경기장 내외에서의 지지, 직접 경험을 통한 SNS에서의 자발적 마케팅, 근거리 의사소통으로 인한 높은 언론노출과 구단을 향한 정치적 영향 등 그 소수가 발휘하는 영향력이 지대합니다. 단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던 현상으로 코로나 이후 로컬팬이 참여할 수 없게 되자 입장료, 스토어, 관광상품 등이 격감하였고, 그 경제 여파로 현재 부자클럽들도 허덕이고 있는 모습을 통해 로컬팬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물론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만요!)

 

꼭 비즈니스적인 논리만 로컬팬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 문화형성 자체가 구단의 존재 의의와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프로야구가 그런 문화를 꽤 잘 정착했지요. 유럽 많은 리그들은 일반적으로 그 충성도의 수준이 훨씬 더 강력합니다. 예를 들어 기차 타고 1~2시간만 가면 런던에 있는 아스날, 첼시 구장 가서 응원할 수 있는 지역이 있었습니다. 해당 연고지 팀은 매년 승격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2부리그 팀이었는데 로컬팬들은 주말에 런던팀 EPL 홈경기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본인팀과 아스날 18세 이하 팀과 대결하는 것을 보러 가고 흥분해 하더라고요. 이런 문화는 단순히 개인적 기호 이상으로 문화체육 시스템과도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엘리트 축구 시스템인 한국과 달리, 생활체육이 발달한 잉글랜드 같은 경우 각 지역에서 체계적으로 축구를 배우고 경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꽤나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지역 기반으로 시스템이 이루어지다 보니 관심이 같은 동네(?)사람들끼리 뭉치게 되고, 자연스럽게 로컬팀에 대한 관심으로 전개가 되지요.(*ex. 풀뿌리 축구)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요^^ 어린아이들 또한 로컬팀 유스에도 공 차러가고 그런 경우 가족 단위로 유대감이 생기기도 하지요. 동네주변 펍과 같은 상업시설에서도 삼삼오오 모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로컬팬 우대와 중요성은 구단 측면에서도 그동안 비즈니스적 가치 이외의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해를 기반으로, 다시 돌아와 구단입장에서 냉정하게 누가 감히 나의팀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팬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현지에서 팀과 오프라인에서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팬이 우리또는 나의라고 대명사를 붙일 수 있는 진짜 팬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비즈니스+@관점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팬라고 명명할 수 있는 분류들을 나열한 후,

구단에게 우선순위를 매기자면 아마도

소시오>>> 마드리드 현지 팬 >>>>해축소비 시장스케일이 큰 해외팬 ex.동남아 >>>>>>>>>>>>>> 한국팬, 정도로 제일 끝단에 위치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요. (사족이긴하지만 한국은, 유럽 빅리그 입장에서 파이가 큰 시장이 아닙니다. 가끔 국뽕팬분들이 한국선수를 영입해라! 엄청난 마케팅 효과! 이러시는 것을 봤는데,, 정량적인 리포트를 보면 전혀 아닌 것을 알수 있습니다..ㅎㅎㅠ 돈이 되니까 무시하지는 않는데 우선순위는 아닌.. 프리시즌 보세요 ㅠㅠ)

 

옆 팀에서 우스갯소리로 카탈루냐 독립 이슈 발생할 때마다 선수를 대변하는 해당 팬들에게 어이구~ 명예 코리아 까딸루냐 시민 납셨네~’라고 조롱이 난무할 때 씁슬했던게, 어쩌면 이러한 로컬문화가 기반인 축구 시스템에서 해외팀을 응원하는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딜레마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나의 팀은 좀 괜히 오버같고 부끄럽고 그래서(*그저 개인적인 감상일 뿐입니다) 그동안 방구석에서 가만히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슈퍼리그 이슈를 보고 무엇보다 저는 오~ 이제 구단 입장에서 메인팬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패러다임이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지 그 얘기를 그동안의 변곡점들을 포함해서 좀 더 해보려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동안 시즌권도 사주고, 지속적으로 찾아와 경기력에 도움되게 응원도 해주고, 그 와중에 여러 소비를 하고, 또 그 경험을 SNS로 바이럴도 해주는 로컬팬이야 말로 구단에게 포기할 수 없는 존재였었습니다. 이는 하부리그 중소규모 구단에만 국한된게 아니라 빅리그 빅클럽도 마찬가지였어요. 잘은 모르지만 얼핏 듣기로는 남미 쪽도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국선수가 해외 빅클럽에서 뛰는 것보다 보카 주니어스나 리버 플라테에서 뛰는 선수를 더 좋아하는 걸로 인터뷰를 봤었는데..

그러다 21세기 들어서며 방송촬영/중계 시스템의 선진화, 갈라티코 모델의 파급력, 베컴을 상징으로 축구 도메인에 갇히지 않은 범마케팅까지 축구의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상업화가 크게 한 번 붐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구단에게 팬의 우선순위는 입장권 수익을 비롯해 여러 소비를 해주는 로컬팬이었어요. 왜냐하면 이때까지만해도 중계권 수익이 특정 몇몇 팀을 제외하고는 매출에 있어서 지금처럼 어마어마하지는 않았거든요. 여담이지만 당시 국내중계만 하더라도 박지성의 입단 초기 맨유 경기를 정식루트보다 어둠의 경로로 보는 사람이 더 많았을 겁니다.(지하경제라 통계에 잡히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요)

그러다 2010년대 스마트폰/인터넷망 발달 및 보급과 OTT시장의 성장+메날두라는 세기의 콘텐츠로 중계권 시장이 다시 크게 도약을 이뤄내면서 축구 국제화가 이루어졌지요. 이 때는 중계권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상당히 커지고 국제팬에 대한 중요도가 더욱 커졌습니다. 현지팬 못지 않게 시장 파이가 큰 국가들의 팬들이 중요해졌지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프리시즌 투어도 굉장히 많은 팀들이 참가하는 큰 규모로 열리기 시작했고요. 하지만 여전히 로컬팬이 최우선이고, 시장 파이가 크지 않은 국가의 팬들은 관리의 대상이긴 했지만 중요한 고려대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가 왔고, 이번 슈퍼리그 시도가 시사하는 바는 구단이 이제는 로컬팬보다 타지역 팬들을 더 우선 팬으로 고려하겠다는 비즈니스적 방향성을 설정한 듯 보입니다. 조심스럽게 예상하건데 슈퍼리그로 부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은 풀뿌리축구로 예상되니까요. 로컬팬이 반발하는 이유는 축구의 고결한 가치와 같은 순수 스포츠적인 정신도 분명 있겠지만, 실질적인 생활/문화가 달라지는 것을 체감하는 존재이기 때문 아닐까요. (*그래서 슈퍼리그에 대한 긍부정 여론을 조사할 때 맨유팬’,‘리버풀팬이라고 퉁쳐서 나오는 것보다 이 조사가 로컬을 대상으로 했는지 아닌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방구석 꼬레아팬도 우리 팀’, ‘나의 선수라고 불러도 이상할게 없어지는 시대가 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드라마틱하게 모든게 반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구단에게 입장료 수익을 안겨주는 로컬팬은 중요하고, 해외팬들은 더욱 시장파이로 평가받겠지요. 그래도 이제는 구단의 비전에 있어서 공공연하게 지정학적인 기준이 약해진다는 것은 명예 까탈루냐 시민이나 명예 맨체스터 시민’, ‘명예 마드리드 시민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구닥다리로 반박할 수 있는 명분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흐름들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해외팬들에게는 좀 더 긍정적인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번외]

물론 이 모든 것은 슈퍼리그가 지금의 방향성대로 열린다면~을 가정한 추측입니다:) 저는 슈퍼리그가 운영방식, 참여팀, 행정주체, 자본, 경기 수 등 여러방면에 있어서 앞으로 상당히 많은 변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기본적으로 축구권력을 재조정하려는 거대권력 카르텔끼리의 충돌입니다. 이 과정에 오기까지 수 많은 분석가들이 전략을 짜고, 겁나 똑똑한 외부 컨설팅 기업한테 자문도 받고 많은 언론에도 손을 뻗쳤을 거에요. 아마도 높은 확률로 12개 구단들도 지금 어설프게 밝힌 큰 틀을 프레임을 무작정 원형 그대로 밀고 들어가서 정착시기겠다는 전략은 아닐 겁니다. 그걸 다 계산하고 이해관계 속에서 전략적으로 행동하겠지요.

 

저는 그런면에서 슈퍼리그 관련해 (꼭 이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과열되고 있는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긴 하네요. 왜냐하면 아직 이 이슈와 관련해서 무언가를 판단하기에 필요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불과 어저께 외부로 오피셜이 떴고, (표면적으로는) 해당 팀 감독-선수도 모를만큼 정보가 비대칭적 상황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한동안은 이미 각자의 입장에서 준비되고 가공된 메시지가 전략적으로 생산되서 유포될 겁니다. 이것만 믿고 판단하기에는 선동 당하기 딱 좋은 환경이지요. 특히 한국어 기사로 보시는 분들은 국내신문사에서 자극적인 것 위주로 필터링 한 것을 보시게 될 거고, 거기에 축구렉카 유튜버들의 방송은 그 극단이겠지요. 예상컨대 뮌헨은 다른 상업주의에 찌든 구단과 다르게 축구적 가치를 수호한다는 기사가 앞으로 나올 건데 여기에 100% 공감하실건가요? 뮌헨의 선수수급 방식과 운영체계는 슈퍼리그에 참여하는 타 구단과 다른 모델입니다만.. 그리고 PSG의 월드컵 관련 이해관계는 말할 것도 없구요. 반대로 아무리 피파와 유에파가 썩었어도 축구권력을 기업 기반 구단이 이양하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정치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슈퍼리그 안하면 경제적으로 정말 축구계에 패닉이 올까요? 로컬팬만 보는 경기는 가치가 없는건가요?.. 수 많은 담론이 뻗쳐있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많은 상황이 앞으로도 급변할 거고, 지금 단계에서 일희일비하는 것은 실존하지 않는 것에 쉐도우 복싱 하는 것과 같은 것 같아요.

 

저는 이 상황에 대해서 여러 논의를 하는 것은 재미있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고 축구팬하고 커뮤니티 오는 것이겠죠. 다만 몇몇 글을 보면 누구누구 나쁜 놈!” “이러면 개망할거야!” “이 기회 놓치면 절대 안돼! 절대 지지해!!” 같은 상당히 극단적이고 단정적인 글들을 자주 마주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글을 볼 때마다 앞선 이유로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래서 그 근거는 맞긴 하고?..”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지금까지 들어나지 않은 부분들이 서서히 나오겠지요. 우리가 직접적인 당사자인 페레즈 회장, 레비 회장도 아니며 투헬, 클롭 감독도 아니고 간접적 종사자인 게리네빌, 로이킨도 아니잖아요. 다시말해 누군가 마이크를 턱에 들이미면서 당장! 슈퍼리그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뱉으라!고 요구하지 않지 않나요:) 그러니 미래의 본인들에게 머쓱하지 않으려면 서로에게 상처되고 생태계를 혼탁하게 만드는 극단적인 표현들은 자제하시는 것도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초연히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화해보아요.

 

우리 팀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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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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