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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수나일요일 2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때...

schfelter 2021.02.02 13:34 조회 2,503 추천 3

안녕하세요.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남겨봅니다.

지구 상에서 가장 위대한 클럽, Real Madrid CF.
찬란한 역사와 기록이 말해주듯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항상 최고여야 하고, 단순히 이기는 것을 뛰어넘어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와 같은 팬들을 비롯한 모두가 바라는 것이죠.
잠시 쉬어가는 시즌은 이 클럽에게 있을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호날두의 이탈 이후로 리빌딩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축구에서의 리빌딩은 단순히 젊은 피, 유망주로 갈아엎고 그들이 성장하고 강해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건 드래프트 시스템이 있는 미국 프로스포츠에서나 가능한 법이지요..
몇 시즌 꼴아박으면 (최근의 음바페, 홀란드와 같은최고의 유망주들을 get 할 수 있으니까요..하지만 축구에서는 성적 안 나오면 남는 게 없습니다.
재정만 악화되고 팬들의 원성만 커지는 법이지요..


지금 팀에 필요한 것은 '새 판 짜기' 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리빌딩이 아닙니다.
팀의 전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팀의 컬러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많은 분들이 지단 감독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유망주 육성, 리빌딩 이런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새 판 짜기' 역량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물론 '새 판 짜기'는 절대 쉬운 것이 아니죠. 왠만한 감독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최근만 하더라도 베니테즈, 로페테기 등이 새 판을 짜보려다가 시원하게 말아드셨죠.
개인적으로 로페테기는 운이 심하게 안 따라준 케이스라고 보긴 합니다만..


갈락티코 1기의 퇴장 이후 팀은 새 판을 짜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만 만족스럽지 않았죠..
영입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무수히 많은 감독들이 갈려 나갔죠..
카카, 호날두가 영입되고, 페예그리니 감독이 부임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갔고
당시의 아이콘이었던 무리뉴 감독이 오면서, 현재 팀의 판이 짜여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점에서 당시 무리뉴 감독의 역량을 굉장히 높게 보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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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마드리드 시대의 종결을 알렸으며, 메시와 세얼간이의 전성기 시절에 유일하게 비벼볼 수 있는 팀을 만들었으니까요..물론 처절하긴 했습니다만..
이후 안첼로티가 오면서 보다 견고해지고 실리적인 축구를 하게 됐죠.
이 시점부터 호날두의 경기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죠.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후 베니테즈는 다소 이해가 안 가는 변화를 꾀하다가 반 시즌도 안 돼서 경질당했고, 이후 부임한 지단 감독은 기존 안첼로티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게 됩니다.
호날두의 스코어링 능력을 극대화한, 다시 말해 몰빵한 축구죠.
이것을 가능케 한 또 다른 주인공이 바로 마르셀로이죠.
왼쪽 측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 호날두 몫까지 이 마르셀로가 다 해버립니다.
지단의 이 전술은 소위 '대박'을 쳤죠, 이게 지금까지 지단이 보여 준 축구입니다.

그렇습니다. 지단은 부임 초기부터 최정상의 폼은 아니었지만 그에 근접한 수준의 유럽 컨텐더 급 스쿼드를 물려받았습니다. 이미 잘 짜여진 판이었죠. 그 판을 상황에 맞게 요리조리 운영하면서 대성공을 거두는 기쁨도 맛봤죠.


하지만 여기에는 큰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이 판은 호날두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고, 그를 대체할 선수가 애석하게도 지구 상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 호날두에 필적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마르셀로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그 마르셀로가 아닙니다. 이 둘이 빠지면 그 판은 더 이상 유지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죠.


그렇다면 방법은 '새 판'을 짜는 것 뿐입니다. 이는 호날두가 이적하게 된 시점에 응당 시작됐어야 하는 자연적인 수순이었고, 저는 지단이 여기에 부담을 느끼고 사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위대한 감독임에는 틀림없지만, 감독으로서 경험이 일천하고 본인의 전술 철학이 정립되어 있는 감독으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이후 지단이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을 때, 저는 속으로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잠시 팀을 떠난 것, 그리고 마치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는 선택을 한 것. 저는 당연히 준비를 어느 정도 하고 복귀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존의 틀을 크게 벗어나는 운영을 하지 못했죠.
저는 이 때, 지단은 새 판 짜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시즌 중반에 부임한 것이니 갑작스레 변화를 주기가 힘들었다고 보고 내심 다음 시즌을 기대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우리의 뉴 7번 아자르도 오니까요..

프리시즌에 지단을 여러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이긴 했습니다만, 그가 보여주려는 축구가 뭔지 감이 잘 잡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자르 노래를 불렀으니 아자르를 중심으로 새로운 축구를 보여주겠지~ 하는 기대가 컸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 아자르 데려다놓고 뭐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아자르 개인의 프로세셔널리즘 문제 및 폼 저하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새 판' 에 대한 기대는 전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단은 여전히 자신이 잘 물려받아 잘 빚어낸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포그바를 사줬으면 달라졌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보여주는 모습으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봅니다. 그는 여전히 호날두와 마르셀로가 필요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지단한테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명장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전술 철학이 있죠.
그리고 거기에 맞는 선수들을 최대한 영입하려고 하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현재 선수단 가지고 '새 판'을 짜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건 당연한 겁니다.

무리뉴가 드록바에 집착한 것, 펩이 골키퍼와 수비진을 숱하게 갈아치운 것, 콘테가 선수 사달라고 징징대는 것, 사리가 첼시에서 조르지뉴 쓰느라고 희생을 치른 것 등 많은 사례가 있죠.


그렇다면 지단의 전술 철학은? 철학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가장 잘 쓰는 전술은 모두가 알고 있죠.
자 이제 여기에 맞는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데, 어라 아무도 없네요?
그렇습니다. 지단이 가장 잘 쓰는 전술은 outlier 에 심하게 bias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거의 모든 감독적 경험이 그 전술에서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태생 자체가 전술적 유연성을 가져가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는 본인이 부딪혀서 도전하면서 자기만의 새로운 색깔을 찾아가는 수 밖에 없는데,
레알 마드리드는 시험대로서 적절하지 않은 구단입니다. 그러니 지단에게도 팬들에게도 현재의 불만족스러운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지단에게는 현재 팀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능력은 보이지 않습니다.
전에 어떤 분이 말한 것처럼 현재의 그에게는 국대 감독이 가장 잘 맞는 옷 같습니다.


유망주들의 부진 또한 이에 영향을 받는 것일 수 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이미 축구 도사인 기존 선수들과 같은 수준을 요하면 안 됩니다.
역할에 대해 디테일하고 specific 하게 지침을 내려줘야 하는데, 경기 중 얼타는 모습을 보면 이런 게 잘 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기본적인 전술적 이해와 수행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유망주라도 레알 마드리드에 있을 수 없다고 보거든요


물론 유망주를 기다리기 어렵다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 늘 그래왔듯 우리는 유망주라도 어느 정도 전력에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을 기대합니다. 그래서 유망주들이 빛을 보기 어려운 구단이기도 하지만, 이는 다른 빅클럽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봅니다. 과거의 센세이셔널했던 라울, 소년가장 이과인 수준의 유망주가 아니면 우리 팀에 그들을 위한 자리는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의 유망주들은 그들에게 합리적인 기회가 주어졌을 때 뭔가를 반드시 보여줘야 합니다.

페레즈가 비니시우스, 호드리구 같은 애들 데려올 때는 포스트 네이마르를 기대하고 데려온 것입니다. 그러니 그 돈을 썼죠. 인내심갖고 꾸준히 키워서 쓰려고 데려온 거 아닙니다. 호드리구는 좀 더 지켜봐야할지 몰라도 비니시우스는 이미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포스트 네이마르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게 아닌가 싶네요..

말이 길었는데, 결론적으로 지금 레알 마드리드는 '새 판'을 짜야 하는 시기이고, 스스로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면 외력을 통해 강제적으로 변화를 유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감독 교체가 가장 확실한 외력이 되겠죠..

물론 우리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며 아름답게 보내줘야 합니다.
그는 우리에게 위대한 감독임에는 분명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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