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오른쪽과 왼쪽에 대한 단상
1. 오른쪽
선수의 기술적 기량은 대략 20대 초반이면 거의 완성된다고 봅니다. 신체능력은 이미 그때부터 사실 하향세를 그리게 되고요. 다만 선수들의 전성기가 20대 중반이후에 찾아오는 건, 경험치가 쌓이고 밸런스, 판단력 등이 좋아지는 것에 기인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제 곧 서른줄에 접어들 바스케스가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다년간 이 친구를 보아왔지요. 스피드가 있지만 압도적이지는 않고, 개인기가 있으나 상대를 완벽히 제낄 정도는 아니고, 성실하고 지구력이 있는 로테이션 자원.
갑자기 바스케스의 기량이 상승할 리는 없고...이 친구가 갑자기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지단이 무언가를 디자인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바스케스에게는 메시지를 줬겠죠. 볼을 오래끌지 말것, 오프더볼을 살릴 것. 안쪽으로 치고 들어오는 움직임을 보여줄 것. 그리고 그 다음에 지단이 한 일은 바스케스가 역량을 발휘할만한 환경을 만들어 준 거라 봅니다.
말은 거창하게 했는데 사실 환경이랄게 별거 없습니다. 카르바할이 돌아온 것은 당연히 좋은 것이었겠고, 무엇보다도 바스케스가 상대의 압박에 고립되지 않게, 공을 끌지 않게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인 모드리치에게 역할을 부여했죠.
발롱위너인 모드리치에 주어진 역할은 많습니다. 윙이 고립되지 않게 공을 받아주어야 하고, 상대압박으로부터 볼을 지켜내며 공격을 전개하고, 수미가 힘들지 않게 도와주고, 오프더볼 상황에서는 페널티 박스까지 전진하여 상대 시선을 이끄는 등.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높은 수준으로,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기에 지금의 연승가도가 가능했고요.
어쩌면 지단은 펩보다도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높은 감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3. 왼쪽
그렇다면 왼쪽 라인도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됩니다. 일단 크로스가 모드리치 급의 키핑이 되는 선수가 아니라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데다가, 공을 전개시키는 역할에 최적화되어 있기에 여기는 풀백과 윙포워드 간의 합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쪽에는 벤제마도 있으니까요. 사실 비니시우스가 있을 때에는 오른쪽과는 다르게, 왼쪽은 멘디가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이는, 비대칭 운영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멘디는 마르셀루가 아니기에 섬세함이 부족했고, 비니시우스는 왼쪽에 생각보다도 더 고립이 되어 버렸죠. 지단은 비니시우스에게 충분 이상의 기회를 주었고, 비니시우스도 아자르의 부상이라는 천운?이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였습니다. 마침내 카르바할의 복귀로 인해 오른쪽 라인이 정비되자, 지단도 호드리구를 왼쪽으로 기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멘디의 움직임도 조정이 되었죠. 비니시우스만큼의 폭발력은 없어도, 2대 1플레이와 안쪽으로 파고드는 플레이가 능숙하고, 키핑과 패싱이 되는 호드리구 였기에 멘디를 통상의 풀백처럼 오버랩 시키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여물어 효과를 보기도 전에 호드리구가 장기부상으로 아웃 되어버렸네요;;
사실 카르바할이 부상이 상대적으로 잦은 선수이기에 오른쪽 라인은 언제 흔들릴지 모릅니다. 이 경우 바스케스는 다시 풀백으로 내려가겠죠. 그럼 우리에게 오른쪽 윙포로 쓸 수 있는 선수는 아센시오 하나 밖에 남지가 않습니다.(아니면 윙 발베르데를 쓸지도) 비니시우스가 크로스 능력이 좋다면 오른쪽 윙으로 기용해 볼 법도 한데, 아무래도 지단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4.
결국 왼쪽 라인에서 한동안 믿을 것은 아자르가 영입되거나, 아니면 비니시우스의 풀각성일 겁니다. 이 둘 중 하나가 이뤄진다면 - 벤제마만 고꾸라지지 않는 이상 - 우리는 조금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멘디도 고꾸라지면 안되는데;;;, 식이요법 들어간 마르셀루에게 마지막 기대를...)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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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0_하메스 2020.12.29지단도 상당한 선수 퀄리티가 필요한 전술을 운영하는군요.. 언급하진 않으셨지만 넓은지역 커버해주는 라모스까지... 라모스 모드리치 은퇴하면 어찌될지 아찔합니다 ㅠㅠ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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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0.12.29@No10_하메스 어쩌면 우린 레알 최전성기를 누린것일지도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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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있짱나 2020.12.30사실 비니가 가진 능력치만 보면 우측에서 좀 단순한 롤을 주는게 맞아보이는데 축구는 게임이 아니니 쉬운 얘긴 아니겠죠. 호드리구의 부상이 참 뼈 아파요 좌우측 전부 가능하고 먼가 축구에 대해 눈을 떠가는 시점이였던거 같은데 그나마 아자르가 좋은 핏이라면 아센시오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희망회로를 돌려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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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0.12.30@애있짱나 저도 호드리구가 레벨업단계였다보는데 아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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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9ineteen 2020.12.30호드리구가 이제 기량을 펼칠려나 했는데 너무 아쉽네요 말씀하신대로 선수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많은 느낌 또한 동감합니다 그래서 지단이 축구도사류 선수를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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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0.12.30@may9ineteen 확실히 일정 퀄리티 이상의 선수를 선호하는건 분명해요. 카세미루 정도를 제외한다면 공을 지키지못하는 선수를 싫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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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왈왈 2020.12.30모드리치가 왜 월드클래스이고 그리고 모드리치가 왜 발롱위너인지 참 생각하게해주는 시즌입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다시한번 느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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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요 2020.12.30@9번왈왈 클래스는 영원한걸 믿어서 마르셀루를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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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9번왈왈 2020.12.30@마요 셀로가 얼마나 자기 피지컬만 믿고 플레이한 선수인지 알게된 시즌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