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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수나일요일 2시

지단 경질에 대한 단상

라그 2020.12.03 19:00 조회 4,350 추천 18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심하니, 감독이든 선수든 팬이든 고생입니다.


 저는 솔직히 지단 2기 아쉽습니다. 지난 시즌 코로나 휴식 이전까지 팀이 과부하로 무너지는 모습까지 포함해서요. 예전 그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도 자주 들어요. 지단도 3연패 당시의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모습보다는, 어떻게든 그 당시 성공한 형태를 구현하려고 하는 집착이 강해진 것 같아요. 그러니 교체나 로테이션도 너무 늦거나 빠른 경우가 많아졌다고 생각이 들고요. 이미 성공해본 사람이 자신이 성공한 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3연패 당시와 지금 상황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에 이게 지단의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한 시즌 정도 실패한다고 해서 누가 지단의 공로나 핏을 부정하겠냐만은, 본인 입장에서는 책임감이든 명예욕이든 느슨할 순 없겠죠. 


 시즌 중 감독 교체는 보통  두 가지 이유입니다. 이 감독의 능력이 레알 마드리드 급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 때, 혹은 감독이 능력은 있지만 다른 문제로 인해 성적을 낼 수 없는 상황일 때. 지금의 상황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현 상황이 지단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현 상황에서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한번쯤 환기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선수들이 가진 기본적인 핏을 믿고 단순한 축구를 해도 오히려 경기력이 나을 것 같은데 마치 주전이 모두 있는 것처럼 축구를 하려고 합니다. 생각이 너무 많고 실책을 너무 의식합니다. 선수들도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심하게 가지고 있어서 경기 중 아군에게 조언을 하는게 아니라 특정 선수에게 공 보내지 말라고 말할 정도로 팀 캐미가 엉망이고요. 


 성적에 대한 책임으로 경질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을 위해서든, 단기적인 환기를 위해서든 감독 교체를 고려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뭐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무영입은, 사실 지난 시즌 대규모 영입을 하고, 임대생을 복귀 시켰다는 점에서 그렇게까지 핑계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상이야 몰라도요. 부상이나 부진을 떠나서 우리 팀의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캐퍼시티를 고려한다면, 지금 성적이 당연한가에 대해 아무도 동의하진 않을거에요. 네임밸류든 실적이든 뭐든 간에요.


 지단보다 나은 감독이 있냐, 라는 얘기가 자주 나오긴 합니다만 사실 이런 상황에서의 감독 교체는 그 사람의 역량 이전의 문제긴 합니다. 솔샤르가 무리뉴보다 잘나서 밀어내고 맨유 감독한거 아니고, 디마테오가 보아스보다 잘나서 첼시에서 챔스 우승 한 것도 아니고요. 


 저는 여전히 좋은 스쿼드를 안겨주면 지단이 실적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유망주의 육성이나 기용, 선수의 발전이라는 부분에서는 지단이 잘하는 분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이 원하는 플레이에 기여하지 못하면 철저히 배제하는 경향이 강하고, 선수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커버하는 플레이는 잘하지만 단점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지도하거나 기를 살려주며 육성하는 타입의 감독은 아니에요. 폼이 떨어진 선수의 폼을 올려줄 순 있어도, 선수가 가진 포텐셜을 만개할 수 있게 육성하려는 생각은 없는 거 같습니다. 그럴 여유가 있는 팀이 아닌 탓도 크지만요. 


 거기다 우리는 한동안 지단에게 좋은 스쿼드를 안겨줄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요. 지금 음바페도 데려오니마니 하는 판국이고 우리랑 이적설이 나오는 선수 중 저렴한 선수가 없어요. 음바페 홀란 우파메카노 카마빙가.. 잘해봐야 레길론 바이백이나 알라바 자유계약 정도? 다 검증된 선수도 아닌데요. 


 물론 그렇다고 아무나 막 데려오자는 것도 아니고, 계획을 세워서 데려온다고 해도 로페테기처럼 실패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클롭도 리버풀 가서 3년간 무관하다 4번째 시즌에 챔스 하나 들려올리고 5번째 시즌에 16강 탈락했는데요 뭐. 펩은 지금 4년 중 리그 두번에 챔스는 16-8-8-8 하고 있고요. 우리가 만약 새로운 감독을 데려오고 새로운 기대를 건다면, 그만큼은 또 인내심을 가져야 할지도 모르죠.

 사실 새로운 코어를 만들고 왕조를 세운다는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챔스 쓰리핏도 지단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돌아가긴 하지만 그 이전 페예그리니, 무리뉴, 안첼로티라는 시기가 밑바탕이 되어준 결과기도 하고요. 지단이 명확한 비전이 있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시즌을 운영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맡겨달라고 장담한다면, 뭐 지단에게 맡겨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아.. 본문과는 좀 상관없는 얘기긴 한데요. 제가 늘상 괜히 범인 찾기 하지 말자는 얘기를 하긴 합니다만, 그와 별개로 팀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방향성에 대한 얘기까지, 경기 패배로 인해 다소 감정적이라고 해서 냄비 취급 안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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