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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수나일요일 2시

엘클라시코 승리가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처음이네요

가을 2020.10.26 18:56 조회 2,883 추천 6
10년이 조금 넘게 레알마드리드 팬질 중입니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레알마드리드 소속이라면,

별 생각 없이 무조건 좋아하던 때를 지나,

이것이 ‘의존’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얼마나 두렵고 걱정되는 일인지를 깨닫는 요즘입니다.

호날두의 공백을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벤제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공격진은 답답한 빈공을 자랑하고,

라모스를 중심으로 하는 수비진은 그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보여주며,

카르바할이 없는 우측라인은 얼마나 위력적이지 못한지...

늙어가는 모드리치의 기량은 여전히 탁월하지만, 체력안배 차에서 그가 생략된 크카발 등의 중원조합은 또다른 매력이 있지만, 더이상 말도 안되게 유려한 탈압박을 장점으로 두고 있진 못합니다.

이번 엘클라시코를 보면.


모드리치가 전방에 위치해있고, 바르샤 수비에게 둘러싸여도 마드리드 선수들은 모드리치를 믿는 다는 듯이 빠르고 강한 패스를 보내고, 그는 보답이라도 하듯 절대 공을 뺏기지 않습니다.

라모스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십수년간 메시에게 호되게 당해오고, 굴욕적인 돌파도 수ㅇ도 없이 당했지만, 이젠 마치 도가 튼 듯이 아르헨 난쟁이 정도는 뒷발로도 수비합니다.

현재 서호주에서 지내고 있는데, 스포츠 펍에 갔지만 사람들이 엘클라시코에 관심이 별로 없더군요.

오히려 스포츠인지 패싸움인지 모르겠는 AFL 경기만 중계하고 있길래, 직원에게 엘클라시코 경기를 부탁했고 모니터 두개정도를 엘클라시코 중계화면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벤제마 레플리카를 입은 백인 남성은 모드리치의 쐐기골이 들어가는 와중에도, 경기는 보지도 않고 옆에 있는 여성에게 작업멘트를 치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머저리 같은 사람..

저만 신나서 소리를 지르는데, 하필 앞자리의 흰색 셔츠의 혼자온 남성은 꾸레였는지 테이블을 치며 머리를 감싸더랍니다. 조금은 미안했네요.

걱정했던 것과 달리 승리를 거두었지만,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활약을 마냥 기뻐하기만 할 수가 없네요.

결국 그들도 사람이기에 정점에서 내려올 것이고, 그들을 대체해 의존증을 해결해야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기쁘면서도 씁쓸한 주말이었습니다.

할라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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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

arrow_upward 엘 클라시코의 토템 arrow_downward 근데 이번 시즌 비니시우스 벌크업을 많이 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