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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왜 예전만큼 강하지 못한가

Benjamin Ryu 2020.03.13 23:22 조회 3,119 추천 5

과거 브라질은 축구의 제국이었다. 필자가 중학교 1학년이었던 2006년만 해도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탈락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그때 친구들이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탈락하면, 그건 천지지변이 일어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을 정도로 막강했던 팀이 브라질이었다.

 

하지만 그랬던 브라질은 2006년 도이칠란트 월드컵 당시 필자가 응원하는 프랑스(필자는 지금도 엄청난 지네딘 지단의 팬이다)에 패배해서 탈락했다. 개인적으로 이 경기가 사실상 유럽과 브라질 축구의 차이를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당시 브라질은 전력은 뛰어났지만, 대회 내내 전술적인 부분에서 말이 많았던 팀이었고, 실제로 그들이 자랑했던 판타스틱4(호나우두, 호나우지뉴, 카카, 아드리아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반면, 레블뢰 군단을 이끌었던 레몽 도메네크 감독은 전술적으로나, 리더십 부분에서 매우 형편없었지만, 지네딘 지단과 릴리앙 튀랑, 파트리크 비에라, 클로드 마켈렐레 등과 같은 베테랑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브라질을 격파했다. (이 경기는 필자가 뽑는 해당 대회 최고의 경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16강전인 프랑스와 에스파냐와의 맞대결이 늙은 수탉이었던 프랑스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경기였다면, 8강전은 지단의, 지단에 의한, 지단을 위한 경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프랑스에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브라질 축구는 서서히 월드컵 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은 매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평가받지만, 그들이 결승전에 진출한 지 어느덧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또한, 브라질 선수들의 네임벨류는 예전만큼 못하다. 그렇다면 브라질은 왜 예전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지속적인 선수 유출

 

가장 큰 문제는 브라질 리그에 원인이 있다. 바로 지속적인 선수 유출 문제다. 사실 브라질 리그의 지속적인 선수 유출 문제는 이미 몇십 년 전부터 있었던 일이었기에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게 있는데, 바로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시기가 매우 빨라졌다는 점이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선수들의 이적료는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 그 원인으로는 첫 번째, 막대한 중계료 계약, 두 번째, 외국 자본의 대거 유입 등이 있다. 프리미어 리그 같은 경우 중하위권 팀들마저 거액의 이적료를 투자할 수 있게 됐는데,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구단이 많아지면서 기존의 빅 클럽들이 쥐고 있었던 힘의 주도권은 점점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분명히 선수들에게는 선택지가 많아졌지만, 반대로 구단들의 선택지는 줄어들게 됐다. 결국, 이는 치열한 자본 싸움으로 이어졌고, 선수들의 이적료와 연봉은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 말 그대로 거품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축구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은 2014년을 기점으로 이적 시장에서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기존에 레알 마드리드는 스타 플레이어들을 영입하는 갈락티코 정책을 펼쳤지만, 2014년부터 마르틴 외데고르와 마르코 아센시오, 헤수스 바예호 등 어린 선수들 영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2017년에는 만 16살밖에 안 됐던 브라질과 플라멩구의 기대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무려 4,500만 유로에 달하는 이적료를 투자하여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1년 뒤에 브라질과 산투스의 신성인 호드리구 고에스를 같은 이적료로 영입했고, 2020년에는 비니시우스의 후배인 헤이니에르 제수스를 3,000만 유로에 영입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들 영입에 거액을 투자했던 이유는 브라질 시장이 가져다주는 거대한 상업적 가치가 있지만, 현재 브라질 축구계가 2000년생 선수들을 기점으로 새로운 황금 세대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2000년생-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파울리뉴, 알랑 소우자, 빅토르 봅신, 비토르 가브리엘, 가브리엘 브라장, 2001년생-호드리구 고에스, 유리 알베르토,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주앙 페드루, 2002년생-헤이니에르 제수스, 가브리엘 베론, 얀 쿠토)

 

문제는, 레알 마드리드의 이런 행보를 유럽 구단들이 주시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다수의 유럽 구단이 브라질 유망주들 영입에 적극적이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의 유럽 리그 진출 시기가 더욱더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과거 네이마르와 루카스 모우라, 카세미루 등이 뛰었던 시절에는 최소한 선수들이 만 20살이 되는 시점까지는 브라질 리그에서 뛰었다. 그러나 오늘날 브라질 선수들은 만 18살 이전에 해외 리그 이적을 확정 짓고, 18살 생일이 지나면 곧바로 유럽 리그 팀으로 합류한다.

 

엘리트 재능들의 이른 유럽 무대 진출로 인해 브라질 리그는 과거와 같은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최소한 가브리엘 제수스와 가브리엘 바르보사(이하 가비골’)이 뛰었던 시절만 해도 브라질 리그는 자신들 만의 개성이 있는 리그였지만, 선수들이 너무 이른 나이에 유럽 무대로 떠나면서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예외적인 케이스가 하나 있는데,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 리그인 리그 앙 역시 많은 선수가 이른 나이에 라리가와 프리미어 리그, 세리에 A로 진출한다.

 

, 리그 앙인 경우 최소한 파리 생제르망이나,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 올림피크 리옹, AS 모나코 등과 같은 구단들이 특급 재능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이들 구단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이 출중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전력 유지가 되지만, 브라질은 모든 선수가 일찌감치 유럽 리그에 진출하는 까닭에 자국 리그가 매우 약해졌다.

 

감독들의 능력 저하

 

명장이 뛰어난 병사들을 육성한다고 하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명장 밑에는 뛰어난 병사들이 있었다. 이는 축구 역시 마찬가지.

 

과거 브라질의 성공 뒤에는 펠레와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의 활약도 컸지만, 마리우 자갈루와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 등과 같은 뛰어난 지도자들의 존재도 컸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 브라질을 앞으로 감독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브라질은 좋은 감독들이 나올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산투스와 코리치안스, CR 플라멩구 등과 같은 브라질 구단들은 거대한 인기 팀들이지만, 그만큼 인내심이 없다.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쉽게 감독을 경질한다. , 감독들이 큰 그림을 그리면서 팀을 꾸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상술했던 선수들의 유출 문제다. 최소한 8년 전만 해도 많은 선수가 만 20살이 지나서야 유럽 리그 진출을 선택했지만, 오늘날 많은 선수가 만 17살에 일찌감치 유럽 리그 진출을 확정 짓고, 18살 생일이 지나면 곧바로 유럽으로 떠난다. (브라질은 만 18살 생일이 지나야 외국 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

 

뛰어난 전술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좋은 선수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선수들이 너무 이른 나이에 유럽으로 떠나면서 감독들은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나갈 수 없게 됐고, 그만큼 전술적으로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은 이제 가비골처럼 유럽 리그에서 실패했다가 브라질로 복귀한 선수들에게 팀을 맡길 수밖에 없다. 그만큼 브라질 리그는 빠르게 몰락하고 있다.

 

사실 이는 오늘날 최강의 팀인 프랑스 대표팀이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문제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예전부터 감독들의 능력이 그렇게 좋은 팀은 아니었다. 에메 자케와 제라르 울리에, 아르센 벵거 감독 같은 이들이 있었지만, 이들만큼 뛰어난 감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선수들에 비해 좋은 감독은 많이 나오지 못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프랑스는 그래도 황금 세대 때 에메 자케 감독 밑에서 보고 배웠던 선수들(현 프랑스 대표팀 감독인 디디에 데샹, 레알 마드리드 감독인 지네딘 지단, 과거 지롱댕 드 보르도와 파리 생제르망, 프랑스 대표팀 감독이었던 로랑 블랑 등)이 감독으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져놓았다는 점이다. 반면, 브라질은 그렇지 못하다. 티테 감독 시대가 끝나면 누가 브라질을 이끌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사실 현재 브라질 대표팀의 티테 감독 역시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가 지금도 브라질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유는 지난 2019년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차지했던 점도 있지만, 오늘날 브라질에서 그를 대신할 수 있는 감독이 없다는 게 결정적이다.

 

문제는, 브라질 대표팀은 늘 브라질 감독들을 기용했다. 역대 브라질 감독 중 비() 브라질 감독은 1965년에 잠시 삼바 군단을 이끌었던 아르헨티나 감독인 필리포 누녜즈 감독이 유일하다. 그만큼 브라질 축구 협회는 라이벌인 아르헨티나와 함께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이 매우 보수적인 팀이다. 브라질이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다면, 그들의 자존심을 버려야만 한다.

 

체격의 차이

 

필자가 현재 브라질 선수들을 보면 예전 브라질 선수들과 같은 느낌을 받지 못한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이에 공감할지 모른다. 분명 오늘날 브라질 선수들은 예전 선수들만큼 기술적으로 화려하거나, 완성도가 뛰어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필자가 지금 브라질 선수들에게 예전 브라질 선수들과 같은 느낌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체격적인 부분이다.

 

과거 브라질 선수들은 키가 그리 크지 않았다. , 이들은 키가 작았지만, 골격이 매우 크거나, 타고난 근력이 엄청나거나, 운동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그런데 오늘날 브라질 선수들은 과거 브라질 선수들과 비교하면 키는 그렇게 크지 않은데, 반대로 타고난 골격이나, 근력 부분에서는 예전만큼 못하다. 아드리아누와 같이 강력한 슈팅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는 찾아볼 수 없고, 호베르투 카를루스처럼 압도적인 하체 능력을 갖춘 선수가 없다. 호나우두는 상체가 너무 커서 이것이 본인의 무릎에 악영향을 줬지만, 오늘날 브라질 선수 중 호나우두처럼 넓은 상체를 바탕으로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오늘날에는 기술적인 능력과 신체 조건이 뛰어난 아프리카계 이민자 가정 출신들을 대거 발탁한 프랑스와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 브라질 선수들이 조금씩 밀리고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현대 축구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얼마나 기회를 잘 살리느냐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만큼 타고난 신체 조간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나라일수록 유리한데, 현재 브라질은 이런 조건에서 유럽 팀들에 많이 밀리고 있다.

 

뛰어난 공격수가 없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브라질 축구라고 하면 호나우두와 호마리우, 히바우두, 베베투, 아드리아누 등과 같은 전설적인 공격수들을 떠올릴 것이다. 뛰어난 공격수들은 브라질 축구의 아름다움을 마무리하는 상징적인 존재들이었고, 그만큼 이들은 매우 엄청난 선수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오늘날 브라질은 이처럼 위대한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정통 9번 공격수가 없다. 이 문제는 10년 전인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때부터 제기됐지만, 지금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2010년대 브라질 대표팀은 과거 팀의 핵심이었던 공격수 문제가 워낙 컸고, 이 문제가 번번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브라질 팀들은 정통 9번 공격수 육성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CR 플라멩구의 유망주 공격수인 링콘(2000년생)과 산투스의 유망주인 유리 알베르토(2001년생), 카이우 조르제(2002년생) 등과 같은 어린 선수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포지션인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호드리구 고에스, 헤이니에르 제수스와 비교하면 그 성장세가 빠르지 않은 상황이다. 아드리아누를 빼닮은 링콘은 현재까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축구 지능이 부족해서 한계가 명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리 알베르토는 기술적인 한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2002년생이자 지난 2019U-17 청소년 월드컵에서 가브리엘 베론과 함께 조국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었던 카이우 조르제는 이번 시즌이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들이 어떤 선수로 성장하느냐에 따라 브라질 축구의 미래가 결정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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