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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수나일요일 2시

엘 클라시코 원정 단상

라그 2019.12.19 17:11 조회 2,309 추천 7
1. 안정화를 노린 지단

 마르셀루, 아자르의 공백과 부실한 오른쪽 라인. 사실상 득점 방정식이 벤제마에게만 쏠린 상황에서 지단은 '무리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고 봅니다. 지금 상대방보다 압도적인건 바로 미들 라인인 상황에서, 양 측면 공격수의 전진을 제한하고 강한 압박을 요구함으로서 느려진 바르사를 철저하게 봉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여기서 베일이나 벤제마 정도가 1골을 넣는게 최고의 결과인 상황인데 아쉽게도 그렇게 쉽게 흘러가진 못했습니다. 

 바르사는 피보테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결국 관록의 부스케츠를 내리고 세르지를 선발 카드로 꺼냈습니다. 데용도, (결장하긴 했지만) 아르투르도 부스케츠의 대안이 못되는 상황에서 차라리 볼 순환보다 포백 보호를 중시하는 결과를 세웠는데 이는 실패였습니다.


2. 크루이프즘을 상실하고 있는 발 감독

 이건 리빌딩 단계에 들어가야 하는 선수단의 문제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감독 문제가 큽니다. 지금 바르사의 가장 문제점은 특유의 색채를 잃어버렸는데, 새로운 색채는 입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바르사는 역습 속도나 활동량이나 압박을 강하게 가져가지 않아도 압도적인 볼 키핑 능력과 단거리 패스 능력으로 볼을 오래 유지하면서 상대방을 자기 페이스로 끌어들이는 축구를 구사했죠. 

 펩 이후 엔리케는 최강의 공격진을 구축하면서 그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면서 수비와 미들 라인은 MSN 라인을 보조하는데 집중,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당시에는 네이마르와 메시라는 빠른 선수와 전방을 모조리 커버 가능한 만능 수아레즈에 힘입어서, 전술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순 없지만 결과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바르사는 펩의 색채에서 다소 벗어난, 빠른 공격 속도를 자랑하는 팀이었죠. 펩의 팀이 마냥 느리다는 것은 아니지만, 볼의 소유라는 기본적인 철학을 기조로 하는 펩의 팀은 엔리케와 다르게 가패가 제일 위협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주축이 빠지고 나머지 메시, 알바, 수아레즈, 부스케츠, 라키티치 등의 기동력이 상실되면서 발 감독은 점점 메시 의존도를 높이면서 팀의 속도를 오히려 더 떨어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1차원적인 수비 강화를 자꾸 시도합니다. 지난 시즌 라키티치의 노예화, 비달 영입, 데용의 피보테 시도, 이번 세르지 선발, 그리즈만의 수비 가담 증가 등 불필요할 정도의 시도가 반복되고 있죠. 이는 부스케츠의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대신 바르사가 가지고 있던 '볼 소유의 지속'을 잃어버리면서 오히려 전체적인 공수 약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히 수비력과 활동량이 좋은 선수를 배치하면서 잃어버린 볼 컨트롤 능력과, 최전방까지 볼을 운반하는 능력을 가진 선수의 부재는 최전방까지 불필요한 패스를 남발하면서 세컨 볼을 계속 마드리드에 헌납했습니다.

 수아레즈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그리즈만은 본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롤만 맡으면서 저하된 경기력을 보이고 있고. 뎀벨레와 쿠티뉴의 실패는 바르사의 공격이 온전히 메시에게 쏠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메시는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오늘처럼 팀 자체가 철저하게 봉쇄를 택한 경우에는 제아무리 메시라도 한계가 있습니다. 메시나 수아레즈도 오늘 (평소보다는) 활발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마드리드를 무너뜨릴 만큼의 위력은 없었습니다. 

 데용정도는 좋은 선수긴 했습니다. 모드리치조차 밀어내는걸 보면 확실히 위협적이더라구요.


3. 한방이 없어서 아쉬운 지단

 중원이 완전히 압도 당하면서 최전방과 분단 당한 상태에서, 바르사도 비달을 투입해서 세메두를 교체하고 공격진이 계속 내려오면서 어떻게든 마드리드를 찌를 노력을 했지만 베일과 이스코까지 가담한 상황에서 공격 기회 자체를 제대로 잡지 못했습니다. 물론 카세미루, 라모스와 바란의 노련한 수비도 한몫했습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지단 마드리드에 질질 끌려간 바르사였지만, 지단도 마무리를 짓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단도 이 상황에서 무승부여도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는 봅니다. 적극적으로 승리를 따내려고 했다면 비니시우스나 요비치의 투입도 가능했겠지만, 사실 둘의 득점 능력이 팀에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니 호드리구, 모드리치 정도 외에는 대안도 없었구요. 정석적으로 풀어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즈만도 빠지고 파티가 들어오고, 체력적으로도 카르비가 조금 여유가 있다고 판단해서 오른쪽 라인을 강화했는데 결과를 이끌어내진 못했습니다. 아자르나 마르셀루, 둘 중 하나만 있었어도 충분히 승리를 따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우리가 이겼어야만 하는 경기였다까진 아닙니다. 무승부가 합당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겼어도 이상하진 않은 경기였고요. 만약에 우리가 졌다면.... 좀 억울하겠지요.


4. 옆동네는 위태위태

 개인적으로 발 감독 상황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없어보이고, 조합을 잘하는 감독(지단이라든가...)가 가면 몰라도 현 선수단으로는 답이 없어보입니다. 네이마르가 온다고 해서 개선되지도 않을거라 보고요. 이미 뎀벨레 쿠티뉴 그리즈만 등으로 낭비한 재정으로 극단적인 개선을 하기도 어려울텐데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까 싶습니다. 피케 알바 메시가 버티고 있는 사이에 수아레즈와 부스케츠 대안을 찾지 않으면 메시의 시대는 허무하게 지나가버릴지도 모릅니다. 

 전체적으로 유럽 전역의 팀이 리버풀정도를 제외하면 다 부침이 있는 상황이라 챔스 4강까진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이상은 힘들거 같네요. 리그는 메시빨로 쭉 따라올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우리도 충분히 해볼만해졌고요. 

(우린 벤제마에 문제가 생기는 순간 모든 대회에서 어려워질 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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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arrow_upward 에르난데스 주심은 대체 왜 엘 클라시코를 자주 주관하는지 arrow_downward 스포티비 하이라이트 좀 이상한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