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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수나일요일 2시

포그바: 지단의 생각에 대한 추측

뵨쟈마 2019.12.05 16:21 조회 3,666 추천 25
## 뇌피셜 추측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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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그바를 꺼리는 이유는 실로 다양합니다. 돈(+음바페용 실탄 관련), 유스들 입지, 캐릭터, 축구 내적인 밸런스/자원중복 문제 등등.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합리적인 이유이며 다른 분들께서 상세하게 다뤄주셨기 때문에 아래 글들을 참조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지단이 포그바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 마음 속에 들어가 볼 순 없으니, 편할대로 추측해보는 시간을 한번 가져보겠습니다.



#. 지단,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저는 별 거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양상의 완전장악. 누구나 원하고 추구하는 거죠. 좋은 거 누가 모릅니까. 그런데 우리 감독은 이걸 아주 진지하게 구현하려 한다는 게 문제의 단초입니다.

처음에는, 시스템 구축으로 이걸 해보려 합니다. 독일까지 날아가 당시 바이언 감독으로 재직하던 펩에게 자문을 구한다던가, 카스티야에서 4231을 돌려본다던가.
소방수로 1군에 부임한 후에도 이런 시도는 계속되었으나 모두가 아는 그 참패- 카세미루 등용의 계기가 됐던- 를 겪고, 이후에도 카세미루가 아웃되었을 당시 노란샤쓰팀과의 3연전 때 세계적인 1군 선수들로 4231들을 시도하기도 했지만(이때 4231에 대해 제가 썼던 글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죠.

물론 챔스 3연패 과정에서 스코 프리롤 4312, 바센시오 442를 선 보이는 등 시스템 자체를 등한시한 건 아닙니다. 요는, “어떠한 완전한 시스템을 구축함에 따라 축구를 완전장악하는 일은 이뤄질 수 없다”- 고 판단했을 거란 얘기입니다.

이쯤에서 지단이 4312로 한창 잘 나갈 때 했던 인터뷰를 돌아보죠.

- 시스템은 중요치 않다. 단지 하나의 철학만이 있을 뿐이다.

사실, 선후관계는 반대였던 거죠. 외부에선 성공적인 시스템을 정착시켜 강한 팀을 만들어냈다고 보였지만 실은 4312, 442등 시스템은 정확한 롤 분배로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뽑아낸 결과에 따른 것일 뿐입니다. 이게 가능한 건 안목이라고 밖엔 설명 안되는 선수 파악 능력이 지단에게 있었기 때문이고- 때문에 선수들 각자가 부여받은 롤에 초점을 두고 보지 않으면 시스템/체제 단위에서의 로지컬한 화학작용(펩이 잘하는 거) 따윈 눈씻고 봐도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결국 현대 축구 시스템, 유기적인 부분전술등에 익숙해진 팬들에게 “운장”이라는 캐릭터를 받게 되었죠.



#. 롤(Role)링 인 더 딥

자, 기왕 뇌내 회로로 망상의 나래를 펼친 거 기어를 한 단계 더 높여 봅시다.

어쨌거나, “시스템 구축”으로 완전 장악을 이루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걸 깨달은 지단은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 던 게 아니고, 대안으로 롤(Role)활용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롤이란? 역시 별 거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롤이란 전술, 현대에 이르러 시스템/포메이션으로 의미가 좁혀진 “해당 게임에서의 각 선수에게 주어진 역할”, 즉 그 경기를 위해 셋팅한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한 하위 종속적인 개념으로서의 임무- 를 뜻합니다. 부분전술의 달인이라 할 법한 펩의 경기들을 보면 각 포지션의 선수들의 동선, 돌아 들어가는 움직임, 주고 받는 타이밍 등이 정확하게 약속되어 있죠. 이것은 무척이나 당연하게도 축구 전술사의 발달 흐름, 즉 공간에 대한 이해- 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필드 위의 공간을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이를 위해 보다 더욱 효과적인 전술(시스템)을 만들어 선수들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죽은 공간을 활용하며 페너트레이션-피니시 상황까지의 진입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효율적이게끔 합니다.

(8, 90년대 경기들을 지금 다시 보면 죽은 공간들 엄청 많고, 뭐 별 거 없이 뻥 축구나 스피드로 찍어누르는 걸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시대엔 공간보다는 사람, 즉 선수들을 요리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봤기에 상대 선수들을 롱패스로 제끼건 피지컬, 테크닉으로 제끼건 여튼 제끼는 게 젤 중요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단 축구의 경우, 이 롤이란 놈의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시스템에 종속된 게 아니라, 그런 거 건너뛰고 곧바로 본인의 철학이자 목표인 “완전 장악”을 목표로 정면돌진 합니다. 여기에 키워드가 되는 건 볼 위닝부터 시작되는 선수 개개인의 “간격”, 즉 선수 본인이 자신의 영향력을 유효하게 행사할 수 있는 필드지배 범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수들마다 스타일도, 사용할 수 있는 툴도, 그 유효범위도 각양각색이지만 어쨌거나 본인의 간격 안에서는 확실하게 필드를 지배할 수 있을 것, 그리고 그 간격을 가지고 그대로 적에게 부딪히거나 동료와 연계할 것, 이게 기본입니다.

이게 안되면 아무리 다른 게 좋아도 지단은 쓰지 않습니다. 뮌헨에서 돌아온 하메스를 초반에 그래도 기용했던 건, 이 친구가 독일에서 중미로 뛰며 미약하게나마 볼 위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기 때문입니다. 볼 받을 때의 움직임(받기 전의 시선, 그리고 받은 후의 무브먼트)을 잘 보시면 임대가기 전엔 본인 축구지능을 활용해 아군 공간을 열어줄 생각을 1차로 했던 것과 다르게, 볼을 따내고 안전하게 지켜내는 걸 1차로 생각한다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하체를 활용해 눈물나게 좁은 범위지만 상대의 터치로부터 볼을 보호하는 법도 배웠구요.


결국, 선수 본인의 필드지배 범위가 확실할수록 지단은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유념할 것은, 이게 단순한 드리블링 스킬이나 탈압박- 즉 기술 좋은 걸 말한다는 것도 아니고(세바요스), 판단력을 바탕으로 한 올바른 위치설정이나 효과적인 커버(마요)를 뜻한다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술이든, 피지컬이든, 축구지능이건 뭘 수단으로 할 진 상관없고 중요한 건 본인 간격 안에서 유효한 본인의 툴을 전개시킬 수 있을 것. 화려하지 않아도 순간 판단과 시야를 갖추고 양발 활용이 자유로운 토니 크로스가 중용받는 이유이고 투박해도 압도적인 스피드와 피지컬로 상대를 확실히 뭉갤 수 있는 멘디를 구입한 이유이기도 하죠. 카세미루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볼 커팅능력을 갖고 있는데다 압도적인 커버범위, 즉 커팅이라는 본인 툴 적용간격의 넉넉함이 확실하게 담보되는 경우. 여기에다 탈취 후 바로 롱패스가 가능해진 후론 그냥 언터쳐블. 아자르를 그렇게 원한 이유나 다른 주전들이 주전인 이유 역시 마찬가지이며 벤제마?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 Someone like you

이제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포그바를 한번 봅시다. 월등한 피지컬, 유연한 밸런스, 멀티 툴. 실로 간단해 보이지만, 위의 지단 철학에 비춰보면 이보다 완벽할 수 없겠지요. 다리도 길어 스킬도 좋아 일단 간격 확실하구요, 무엇보다 이 간격/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 자신이 직접 공간창출, 패스로 동료에게 공간창출, 인더홀 공략, 포켓플레이, 전환 시 템포 조절 등등 볼 갖고 하는 건 다 가능한 수준에 상대 경합 시엔 피지컬로 조지고 동료가 볼 소유할 땐 오프더볼 활용도 가능.. 시야, 판단력, 축구지능이 훌륭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어질리티까지 보유.

지금의 지단호에 한번 던져둬볼까요. 포메이션 자체는 아마 4141 혹은 4321, 비대칭 4222 비스무리하게도 되겠네요 와이드 플레이가 가능하고 발베르데 또한 메짤라 가능성이 확실하니까.

먼저 라인 이빠이 올려서, 크카발로 받치고, 왼쪽에 아자르로 찢고 오른쪽에 포그바로 뭉개고 그 가운데에 이들과 연계할 축신 벤제마.. 상상만 해도 흥분되는군요. 팀에 녹아든다면, 지구상 그 어떤 팀을 만나도 완전 박살낼 수 있을 겁니다. 이게 아마 지단이 가장 하고 싶은 축구가 아닐까요.

물론 현실 적용이 좀 더 수월한 플랜도 확실하죠. 기존 433에 크로스 발베르데 양 자리 로테 돌리면 됩니다. 바로 직전 알라베스전에서 보셨다시피, 발베르데 결국 쉬게 해주지 못하고 끄집어냈었죠. 마찬가지로 토니 크로스 체력 안배까지 생각하면, 크카발 크카포 포카발 크발포 포발모 다 가능합니다. 토니는 나이가 들어갈테고, 발베르데는 유스에 아직 어리니 로테불만 염려도 적구요.

거기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단순 조합의 다양성 뿐만 아니라, 시스템 역시도 무궁무진하게 변용가능하다는 거죠. 433 442 4231 4312 4321 451.. 다양한 상대팀들의 전략에 대응해 판짜기에 능하고 또 즐기는 지단 입장에서 포그바는 그야말로 만능키에 가깝다고 생각될 겁니다. 시즌 50골씩 박을 크랙이 사라진 지금, 지금이야말로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본인이 추구하는 완전장악 축구를 통해 그에 준하는 파괴력을 내겠다는 속내가 아닐까 하네요.



#. 현실로 돌아와..

그러나 역시 쉽지 않습니다. 구단 입장에선 비니/리구를 키워야하고, 발베르데는 물론 외데골까지 대기타고 있으며, 에릭센도 꽁짜로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까워 보일테니까요. 뿐입니까? 이적 자금, 각종 잡음, 스타성/상품성, 주급체계, 라이올라 등등 축구 외적인 부분들까지 포함하면 진짜 총 맞은 것처럼 정신이 나가지 않는 이상 사주는 게 말이 안되는 거 맞지요.

페회장과 지단이 이걸 어떻게 풀어갈 지 알 수는 없지만, 복귀조건으로 내걸 만큼 포그바 영입을 원해온 지단의 의중이 궁금해서 그냥 마음대로 싸질러 봤읍니다..
롤 관련해서 지단 현역시절(국내에서 특히 아트사커라 불렸던) 예시들, 그의 생각이 담겼던 인터뷰 등등 포함해 더 제대로 적고 싶었지만 역시 깜냥이 안되네요. 이상한 SF소설처럼 됐는데 이래 적고 벌써 승천할 기분.. 각종 자료들 찾고 분석/활용해 글 작성해주시는 레매님들 진짜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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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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