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과 무엇이 달랐을까
18-19시즌 13라운드 에이바르 원정에서 레알은 3-0의 완패를 당했었습니다. 그리고 19-20시즌 13라운드 에이바르 원정에서 4-0의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지난 에이바르 원정과 이번 에이바르 원정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먼저 악몽과도 같던 지난 시즌의 에이바르 원정을 복기해보면 카세미루의 부상 공백을 세바요스로 메꾸려던 감독의 실책과 기동력을 바탕으로한 팀의 에너지 레벨에서의 차이가 더불어져 3-0이라는 참담한 스코어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경기는 지난 시즌 레알을 요약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멘딜리바르의 에이바르
멘딜리바르는 아틀레티코의 시메오네 다음으로 라리가에서 오래 감독직을 유지하고 있는 감독입니다. 오랜 기간 팀을 이끈 만큼 팀의 색깔도 확고하고 감독 입맛대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상태죠. 멘딜리바르의 에이바르는 전력이 압도적으로 차이나는 강한 상대, 점유율을 추구하는 감독의 팀을 상대할 수록 라인을 끌어올리고 거칠게 압박하며 맹렬히 역습하는 플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기를 펼치기 위해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한 공격수와 미드필더,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측면 자원을 갖추고 있는 팀입니다. 특히 에너지 레벨로는 현재 라리가에서 빌바오, 레반테와 함께 손꼽을만한 팀이기도 하죠. 이번 시즌에는 측면 자원의 부상 공백으로 시즌 초반 무승 행진을 이어가다 로페테기의 세비야를 잔인하게 물어뜯으며 정상가도를 회복한 팀입니다. 최근 2연승과 함께 지난 시즌의 추억을 되살리며 같은 방식으로 레알을 물어뜯을 각오로 경기에 나섰을 에이바르입니다.
경기 설계
지단은 지난 시즌 에이바르 원정에서 팀이 어떻게 패했는지 알고 있었을겁니다. 비록 직접 감독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까지 아직 팀에 남아있는 약점이자 폭탄이기도 하니까요. 지단은 이 폭탄이 에이바르 진영에서 터지도록 발베르데로 감추고 바스케스로 잘 포장했습니다. 그리고 모드리치보고 에이바르 진영으로 던져버리라고 지시했습니다. 모드리치는 그걸 아주 잘 던졌고 아자르와 벤제마가 터뜨리게 만들어 줬습니다.
여기서 오늘 폭탄을 던질 선수가 크로스가 아닌 모드리치였던 점은 제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최대한 경기의 템포를 살리기 위함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물론 크로스가 템포를 많이 죽이는 선수도 아니고 압박에 둘러싸이기 전에 볼 처리하는 걸 선호하는 선수지만 압박에 둘러싸인 경우 모드리치에 비해 압박을 벗겨내기보다는 파울을 유도해 볼 소유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는 선수이기도 하죠. 파울을 유도하는게 나쁜건 아니지만 이번 경기는 특히나 비가 많이 왔다는 점에서 템포가 자주 끊길 수록 에이바르의 리스크를 공략하는 기회를 놓치고 체력 소모로만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단순히 벤치행이 잦아지던 모드리치의 기 살려주는 로테이션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모드리치는 어떻게 달랐나
지난 시즌 에이바르 원정에서 모드리치는 레매 기준 평점 4점(매우 못함)이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필드에서 볼 소유 쟁탈전에 가장 먼저 나서야했고 없는 카세미루를 대신해 체력적으로 가장 무리해야할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옆에서 발베르데가 앞에서 바스케스가 먼저 나서주면서 모드리치는 직접 나서기보다는 자리를 지키며 담당해야할 필드만 커버하면서 에너지를 보존할 수 있었고 집중력을 오로지 볼 전개에 쏟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템포가 끊기지않고 전방으로 볼이 연결된 덕에 아자르와 벤제마는 신나게 공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 선발로 나설 때마다 필드가 한없이 넓어보이던 모드리치에게 오늘의 필드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선수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서브 자원으로 전락할 수 있었던 상황의 모드리치에게 중원의 옵션 역할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을 거둔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팀 입장에서도 모드리치가 단순히 몇십분만을 소화해줄 수 있는 서브 자원이 아니라 상대팀의 성향에 따라 선발로도 꺼낼 수 있는 카드중의 하나로 유지되는게 훨씬 시즌을 운용하는데 이득이니까요. 물론 모드리치의 에너지를 커버해주기위해 발베르데+@(Ex:바스케스)의 발동이 필요하다는 조건이 따라오겠지만 지단 입장에선 싸울 수 있는 방식이 하나 더 늘었다는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경기임에 충분했습니다.
레가네스와의 홈 경기에서의 승리가 팀의 기본 구조를 다지는 데 얻을 수 있는 걸 다 얻은 경기라면 이번 에이바르 원정은 앞으로 시즌을 운영하면서 팀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더 생겼고 이런 방식으로 싸웠을 때 얻을 수 있는 걸 다 얻은 경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시즌의 에이바르 원정이 지난 시즌의 레알 마드리드를 요약하는 경기였다면 이번 시즌의 에이바르 원정은 이번 시즌의 레알 마드리드를 요약할 수 있는 경기중 하나로 뽑힐 수 있도록 남은 시즌이 잘 굴러가길 바래봅니다.
ps. 마침 마르카에서도 지난 에이바르 원정과 비교하는 기사를 하나 올렸더군요. 저와는 다르게 무려 10가지(!!!)의 차이점이나 뽑아줬는데 재미있게 참고해보시라고 적어드립니다.
1. 선발 라인업 6명의 변화
2. 선취골
3. 시간대 (지난 경기는 이른 낮 경기)
4. 단단해진 수비와 쿠르투아
5. 점유율 대비 골 (지난 경기는 61%의 점유율과 0골, 이번 경기는 58%의 점유율과 4골)
6. 결정력 (지난 경기는 3개의 유효 슛팅, 이번 경기는 7개의 유효 슛팅)
7. 여유? (지난 경기는 6위라는 위기의 순위권으로 경기, 이번 경기는 챔피언스리그 순위권 확보하고 경기)
8. 솔라리와 지단의 차이 (지단은 3연패 감독!!! 갑자기 둘의 경력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적어뒀네요)
9. 리액션 (지난 경기 후 라모스 "집중하지 못하면 이런 결과가 발생한다" vs 이번 경기 후 지단 "제가 돌아오고 최고의 45분이었어요 ㅎㅎ")
10. 발베르데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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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태 2019.11.13올시즌 좀 이해하기 힘든 경기 운영이 몇차례 있었는데 이번 경기는 간만에 노림수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듯해서 기분이 좋네요. 전방압박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PPDA 스탯으로 볼 때 에이바르는 지난 시즌만큼 강한 압박을 구사하는 팀은 아니지만 주중 경기를 치르고 원정으로 넘어와서 수중전을 맞이했음에도 에너지 레벨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체급차이를 온전하게 살려내어 찍어누르는 모습을 보며 많이 놀랐습니다. 아마 이번 경기 라인업이 현재 스쿼드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 레벨을 가진 라인업이라고 보는데 이정도면 리가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기동력 문제로 싸먹힐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네요.
모드리치 선발도 저는 에너지 레벨 차원에서의 선택이라고 봤는데 지구력은 현격하게 내려와있지만 순간적인 커버 범위는 여전히 스쿼드에서 상위권에 해당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지구력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발베르데와 룩바를 붙여 활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도 오픈 게임 운영에서는 크로스보다 나은 선수이기도 했고요.
여튼 노림수를 정확히 적중시키면서 그 과정에서 스쿼드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모드리치와 룩바까지 활용 방안을 찾아내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아직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백업 선수들(이스코라던지, 요비치라던지)에게도 이번 경기처럼 맞는 옷을 찾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체로 들어와서 뛰는 거 보면 대체로 의욕들은 충분한 것 같고 나름의 경쟁력도 있는 친구들이니까요. 글 잘 봤습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9.11.13@온태 크로스에게 휴식을 주면서 동시에 실리를 챙긴, 멋진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발베르데가 자리를 바꿔서 나온 것도, 호드리구가 아닌 바스케스 선발도 말씀하신 것처럼 모드리치를 위한 적절한 안배였겠지요. 그리고 마르셀루가 결장하기 때문에 카르바할을 더 살리기 위한 점도 있지 않나 생각이 들더군요. 카르바할도 가운데로 치고 올라오면서 모드리치, 바스케스, 벤제마와 연동하는걸 보니 평소 발베르데 - 호드리구 오른쪽 조합보다는 더 효율적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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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9.11.13@라그 올시즌 카르바할은 피지컬 핏이 전성기에 준할 정도로 올라와 있고 최근엔 팀내 최다 수준의 볼터치와 패스 횟수를 기록할 정도로 전술적 입지도 올라왔는데 모드리치와 바스케스는 이런 면에서 메리트를 가진다고 봐요. 다년간 맞춰온 호흡뿐만 아니라 전술적 호환도 면에서도 발베르데-호드리구에 비해 월등하니까요. 확실히 발-호와 같이 뛸 때에 비해 동선과 선택지가 더 다양해진 모습을 보여줬는데 전술적 디테일이 더해질 경우 빌드업 국면에서부터 다 부수고 올라가는 모습도 기대해볼만 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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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타키나르디 2019.11.13@온태 확실히 지금 상황에서 메인 옵션에 버금가는 카드가 될만한 선수가 하나정도만 더 나타나면 시즌 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꺼같은데 알라베스-에스파뇰 이 주간에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아보이네요. 두팀이 워낙 어떻게 나올지 플랜이 명확한 팀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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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aki 2019.11.13댓글이 적네요 좋은 비교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론 에너지레벨의 차이가 가장 크지 않았나 싶어요. 많이 뛰게 하려고 지난 경기에서 맹활약한 선수들 빼버리고 바스케스랑 모드리치 넣은 듯.
작년과 눈에 띄는 또 한가지 차이는 풀백들인데 카르바할이 폼 올라온 것도 있지만 생각보다 멘디가 수비적으론 굉장히 안정적인 것 같더라고요. 똥크로스보면 갈 갈이 멀어 보이기도 한데 일단 수비에서 단단하고 공격에서도 기여하려고 노력하는 거 보면 다른 방식으로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라그 2019.11.13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단이 깔아온 판이 아주 적확했고, 운도 따라줬고 여러 드리블러들이 눈호강을 시켜준 경기가 되버렸는데, 굳이 아쉬운건 4:0 이후 들어온 자원들이 별다른 활약을 못한게 좀 눈에 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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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2019.11.13바스케스의 선발 출장까지는 폭우를 감안한거라고 봤는데 모드리치도 그랬을 수 있겠군요. 사실 발롱 위너이자 미드필더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그저 단순한 후보로 쓰는 건 낭비겠지요(내년 거취를 떠나서라도)너무 잘 봤습니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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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 2019.11.13에이바를 약팀이라기엔 전반 초반에 나오는 압박과 활동량들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지난 2~3년간 이런 타이밍에 이런 팀을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이상하게 발끝들 컨디션이 12시 컨디션이라서 몇번의 터치만으로 벗겨내는거 보고 좀 신기 하긴 했습니다. 저번시즌과 다이렉트로 비교하기엔 민망할만큼 저번 시즌은 근래 최악의 시즌이었고 위닝 멘탈리티도 자신감도 동기부여도 아무것도 없는 빈 껍데기들이 축구하는모습이었죠. 지단이 대단한건지 아니면 돌아올 컨디션들이 돌아와서 시기가 맞아 떨어진건지 알 수는 없지만.. 고전할만한 경기를 이렇게 쉽게 풀어해친건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 봅니다. 일단 다음경기를 또 보고 싶게 만들잖아요? 이것만으로 이번시즌에 얻을 수 있는 소득중에 하나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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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화토니 2019.11.13양질의 분석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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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녀얌실 2019.11.13가끔 올려주시는 글 너무 좋네요 감사히 잘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