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2019 여름이적시장: 과도기, 불완전, 천천히?
2019년 여름이적시장이 마감되었다.
최근 맨체스터 시티나 파리 생제르맹등 오일머니가 주인공이었던 이적시장에서 오랜만에 레알 마드리드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였다. 여러 현지 언론들은 레알 마드리드가 큰 돈을 쓸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렇긴 했지만 과연 만족스러운 결과였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보통 대형구단이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영입하는 경우, 축구적 관점과 마케팅적 관점 두가지를 염두하게 된다. 축구구단이기 때문에 실력이 있고 팀에 필요하고 잘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대형구단들은 많은 팬들을 유지해야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 수 있는 유명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동시에 고려한다. 보통 유명 선수들은 유명해질만한 실력과 상품성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레알 마드리드의 이번 여름이적시장 영입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 여름이적시장 개장 시의 상황을 복기해보자.
2019년 여름, 새로운 시대의 여명
이번 여름 레알 마드리드에게 최대 과제는 '새로운 시대', '변혁기'가 아니었나 싶다. 작년에 있었던 호날두의 결별, 모드리치 사가등은 레알 마드리드의 한 주기가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적으로 노쇠화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시기가 되면 대체가 필요하다. 다만, 그 대체의 방식과 시기에 따라 자연스러운 연착륙을 기대할 수도 있고 아니면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과거 사례에서 최악의 상황은 대책없는 마켈렐레와 이에로의 방출이었다. 향후 마켈렐레를 대체하기 위에 캄비아소, 엘게라, 파블로 가르시아, 그라베센, 가고, 에메르송, 마하마두 디아라, 라사나 디아라등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바통터치는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이에로의 방출부터 칸나바로/페페까지의 길었던 중앙수비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수비와 골키퍼: 양질의 자원들
공격-미드필더-수비-골키퍼에서 각각의 핵심선수들이 방출되거나 노쇠화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체가 되고 있는지 의문이 있다. 새로운 시대가 동터야할 시기에 구름이 상당히 껴있는 형국이다.
그나마 골키퍼는 쿠르투아와 루닌을 영입하면서 우선 양과 질의 인원을 보유하게 되었고 수비에서 라모스의 대체자가 될 수 있는 밀리탕, 왼쪽의 망디를 영입했으며 든든하게 나초가 지원을 뒤에서 하고 있다. 물론 망디와 밀리탕에 대한 검증은 필요할 것이고 오드리오솔라도 스스로를 제대로 이번 시즌 증명해야할 것이다.
공격과 미드필더: 포스트 BBC의 시대
하지만 공격쪽에서는 문제가 있다. 여러 이야기를 차치하고 호날두가 불세출의 공격수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의 핵심을 그의 수준에 놓는 것은 너무도 불행하고 불공정한 일이다. 적어도 그를 대체하려면 대형스트라이커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선수는 레알 마드리드에 현재 없다. 주포라고 부를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중앙에서 떡하니 버티고 득점을 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공격수의 영입이 시급하다고 본다. 현재 자원들은 대체적으로 최전방, 중앙에 선봉을 설 수 있는 이들이 아닌 사이드로 빠지거나 2선에서 1선으로 침투하는 유형이 대부분이다. 항상 주장하는 것이지만 다양한 무기가 있어야 다양한 전술을 꾸릴 수가 있고 그것은 상대에게 최대로 위협을 가할 수 있
미드필더의 핵심인 모드리치는 이스코와 같은 선수로 대체 될 수 있겠지만 드리블이 되고 경기를 읽고 풀어가는 플레이가 중심인 선수는 모드리치밖에 없어 보인다. 중앙에서 플레이메이킹을 할 수 있는 그런 선수 한명은 적어도 더 있어야 한다. 발베르데를 믿고 가기엔 불안하기 짝이 없다.
각 포지션별로 인원은 상당히 많다. 가장 큰 취약점은 아무래도 수비형 미드필더이다. 마르코스 요렌테가 방출되면서 카세미루 혼자 있다. 카세미루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물론 크로스를 내려쓰는 방법도 있지만 크로스의 수비력은 카세미루의 것보다 낫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적절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무리뉴 시절부터 시작된 빠른 공격속도와 화끈한 슈팅으로 승부를 보았던 BBC은 이제 종지부를 찍었다. 새로운 정비가 필요하다. 포스트 BBC의 판을 지금 짜지 않으면 과거의 최악의 상황들이 다시 도래할 수 있다.
천문학적 이적자금, 만족도는?
구단은 이번 여름 상당한 액수의 이적자금을 사용했다. 액수에 비해 생각보다 팬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고 감독인 지단도 그리 만족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 모습만 두고 보면 돈을 허투로 쓴 것인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라모스의 대체자를 미리 찾아놓는다는 점에서 밀리탕 영입은 괜찮았다. 하지만 에르모소는 어땠을까? 마르코소 요렌테를 남겨두었다면 어땠을까? 망디는 레길론보다 나을까? 이러한 질문들이 남는다. 새로 이적한 선수들 중 굳이 이적을 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특히 가격을 고려할 때- 아쉬운 생각이 현재는 든다. 물론 그들이 스스로를 증명해나가면 이것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사주지 못하는 것이 바로 유망주/중급 선수들의 영입을 중점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성공한다면 별 말이 안나오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좋은 거래를 했다고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여러 군데에서 아꼈다면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했을 것이고 감독에 대한 평가도 여지없이 이번시즌 말 내릴 수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과도기: 새로운 시대를 위한 준비
지단 2기는 과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리뉴가 심은 뿌리에 안첼로티가 만든 줄기에 지단이 꽃을 피웠던 한 시대는 이제 거의 저물어가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과도기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구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신구교체의 연착륙이다. 좋게 보면 이번시즌까지 과거 주축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안정성을 기하면서 소수의 신입생들의 적응을 도울 수 있다. 반대로 말한다면, 좀 더 광범위하게 그 교체를 준비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중요한 과도기에 불완전해보이고 답답해보이는 결정들이 분명 이번 여름에 있었다. 돈이 있다고 모두를 영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우선 이미 끝나버린 이적시장은 어찌 할 수 없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뿐이다. 이번 시즌의 끝에서 지단 마드리드 2기는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
댓글 6
-
shaca 2019.09.04사실, 지난 시즌이 과도기 + 정체성 조차 상실한 시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번 시즌 지단을 선임하면서 다시 새로운 싸이클이 시작되는 뿌리가 되는 시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의 우승이 목표가 아닌.. 2020년대를 다시 레알마드리드 시대로 만드는 뿌리가 되는 시즌.. -
Cristiano Kaka 2019.09.04지난시즌은 그냥 망한거 ㅠ
-
IanK 2019.09.05그래도 이적 상황 다른 여러 팀들 봤을때 레알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옆동네 유베는 상태가 심각하더라구요 선수단 정리 안되서 엠레 잔 챔스 명단 제외까지;;
-
ASLan 2019.09.05간만에 와서 좋은 글 읽었습니다 추천!
-
온 더 볼 2019.09.07좋은글 감사합니다!
-
애있짱나 2019.09.08리빌딩이란게 한시즌만에 하는것도 힘들고 더군다나 요즘같이 이적료가 올라간 시점에선 더욱힘드니 좀 더 두고봐야겠죠
